- IBS 연구진, 통증과 가려움의 독립적 신경회로 규명 -
- 통증과 가려움 선택적으로 조절하는 맞춤형 치료 전략 개발 가능성 확인 -
우리가 느끼는 통증과 가려움이 뇌 속에서 어떻게 처리되는지 밝혀졌다. 흔히 통증과 가려움은 다양한 질환에 동반되는데, 이에 대한 맞춤형 치료 전략 개발은 물론 감각 경험의 신경 메커니즘을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노도영)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강봉균 단장 연구팀은 경북대학교 치과대학 고형곤 교수 연구팀과 함께 뇌의 전측대상회피질(Anterior Cingulate Cortex, ACC)에서 발생하는 통증과 가려움의 정보 처리 과정을 규명하고, 특정 감각을 선택적으로 조절할 수 있음을 밝혔다.
통증과 가려움은 서로 다른 생리적·행동적 반응을 유도하지만, 두 감각의 자극은 동일한 경로를 통해 전달된다고 알려져 있다. 말초의 자극으로부터 척수와 시상, 뇌간을 거쳐 전측대상회피질로 이어지는 경로다. 하지만 같은 경로로 전달되는 이 신호를 우리 뇌에서 어떻게 구별해 처리하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전측대상회피질은 기본적인 감각의 처리부터 기억 저장이나 고차원적 감정의 처리까지 수행하는 중요한 뇌 영역이다. 연구진은 이 전측대상회피질 내 특정 뉴런이 자극 유형에 따라 선택적으로 반응하며, 통증과 가려움이 별개의 신경회로를 통해 처리된다는 사실을 실험적으로 입증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먼저 실험용 생쥐를 이용해 전측대상회피질 내 뉴런이 통증과 가려움 자극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활성화되는지 확인했다. 생쥐의 발에 포르말린을 주입해 통증을, 피부에 히스타민을 주입해 가려움을 유도한 뒤 자극에 의해 활성화된 뉴런을 형광 단백질로 시각화해 뉴런의 활성 패턴을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두 가지 유형의 뉴런 집단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자극의 종류에 관계없이 활성화되는 뉴런 집단과 통증 혹은 가려움 중 특정 자극에만 선택적으로 반응하는 뉴런 집단이다.
이후 IBS 강봉균 단장이 2018년 개발한 시냅스 분석 기술인 ‘듀얼-이그라스프(dual-eGRASP)’(Science, 2018)를 활용해 통증 또는 가려움 자극에만 특이적으로 반응하는 뉴런이 배내측시상(Mediodorsal thalamus, MD)으로부터 자극별로 선택적인 시냅스 입력을 받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통증과 가려움이 동일한 신경회로에서 다르게 해석되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입력 경로가 다르며 각각 독립적인 뉴런 집단을 통해 처리됨을 의미한다.
나아가 연구진은 화학·유전학 기법을 이용해 통증 또는 가려움 자극에 반응하는 뉴런을 선택적으로 억제한 후 생쥐의 행동 변화를 분석했다. 그 결과, 통증 특이적 뉴런을 억제했을 때 통증으로 인해 나타나는 발을 핥거나 움켜쥐는 행동이 감소하였으며, 가려움 특이적 뉴런을 억제했을 때는 몸을 긁는 행동이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다. 이러한 결과는 특정 감각을 조절함으로써 통증이나 가려움을 선택적으로 감소시키는 정밀한 치료법 개발 가능성을 시사한다.
연구를 이끈 IBS 강봉균 단장은 “이번 연구로 감각이 어떻게 독립적으로 신경회로를 통해 구별되는지 시냅스 수준에서 최초로 입증했다”라며, “뇌의 핵심 영역인 전측대상회피질을 비롯해 인간의 인지 기능을 이해하는 데 큰 진전을 이룰 토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공동 교신저자이자 제1저자인 경북대 고형곤 교수는 “통증과 가려움을 동반하는 질환의 치료를 위해 이 감각이 처리되는 신경회로를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라며, “병리적 상황에서 통증과 가려움을 처리하는 신경회로의 변화와 상호작용에 관한 연구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IF 14.7)’에 3월 4일 온라인 게재됐다.
논문/저널/저자Processing of pain and itch information by modality-specific neurons within the anterior cingulate cortex in mice / Nature communications (2025)
Hyoung-Gon Ko, Hyunsu Jung, Seunghyo Han, Dong Il Choi, Chiwoo Lee, Ja `n Cho, Jihae Oh, Chuljung Kwak, Dae Hee Han, Jun-Nyeong Kim, Sanghyun Ye, Jiah Lee, Jaehyun Lee, Kyungmin Lee, Jae-Hyung Lee, Min Zhuo, Bong-Kiun Kaang
연구내용 보충설명
통증과 가려움의 자극은 척수 – 시상 – 뇌간 – 대상회피질로 전달된다고 잘 알려져 있다. 두 자극은 같은 회로를 통해 전달되지만, 뚜렷이 구분되는 행동적 반응을 초래한다. 우리 연구팀은 두 자극이 뇌에서 어떻게 구분되어 처리되는지 밝혔다. 특히, 전측대상회피질에 두 자극에 각각 특이적인 뉴런 집단이 존재함을 증명하였다.
연구 이야기
[연구 과정]
통증과 가려움이라는 두 가지 자극이 같은 회로를 통해 전달되지만 뚜렷이 구분되는 행동적 반응을 유도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두 자극을 구분하는 어떠한 메커니즘이 존재할 것이며, 이는 서로 다른 뉴런 집단에 의해 처리될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이번 연구는 이러한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시작되었다.
쥐의 등 피부에 히스타민을 주입하면 가려움이 유도돼 등을 긁는 행동을 보이며, 발에 포르말린을 주입하면 통증이 유도돼 발을 핥는 행동을 보인다. 연구팀은 이러한 약물 요법과 함께 뉴런의 활성을 관찰할 수 있는 조기조절유전자 관찰과 칼슘 이미징 기술을 이용해 다양한 감각과 인지 기능을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진 전측대상회피질(anterior cingulate cortex)에서 가려움과 통증 자극에 특이적인 뉴런 집단을 규명하였다.
특히, 연구팀이 개발한 Dual-eGRASP(Science, 2018) 라는 시냅스 분석 기술을 통해 전측대상회피질의 자극 특이적 뉴런이 배내측 시상(mediodorsal thalamus)으로부터 자극 특이적 시냅스 인풋을 받는 것을 확인하였다. 나아가, 화학·유전학적 방법으로 이러한 자극 특이적 뉴런들의 활성을 억제하면 자극에 따른 행동적 반응이 감소하는 것을 확인하였다.
[성과 차별점]
이 연구는 그간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던 통증과 가려움의 신경학적 구분 과정을 탐구하여, 두 감각이 독립적인 뉴런 집단을 통해 처리된다는 새로운 근거를 제시하였다.
전측대상회피질에 자극 특이적인 뉴런 집단이 있을 뿐만 아니라, 통증 혹은 가려움 특이적 뉴런 집단이 배내측시상으로부터 각 자극 특이적인 시냅스 입력을 선택적으로 받는다는 것을 증명하였다. 또한, 자극 특이적 뉴런의 활성을 억제하였을 때 반응 행동이 선택적으로 감소하는 것을 보임으로써 자극 특이적 뉴런이 감각 정보 처리 과정에 필요함을 실험적으로 입증하였다. 이러한 연구 성과는 통증 및 가려움과 관련된 질환들의 치료법을 개발하는데 실마리를 제시한다.
[향후 연구계획]
통증과 가려움의 감각과 관련된 질환의 치료와 예방을 위해서는 이러한 자극의 처리 과정을 심층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필수다. 우리 연구팀은 통증과 가려움이 신경 네트워크망에서 어떻게 구별되고 조절되는지를 보다 정밀하게 규명하고자 한다.
전측대상회피질에는 통증과 가려움 자극에 특이적으로 반응하는 뉴런 집단뿐만 아니라, 두 가지 자극 모두에 반응하는 뉴런 집단도 존재한다. 향후 연구에서는 이러한 뉴런 집단 간의 기능적 차이를 분석하고, 그 역할을 규명할 계획이다. 나아가, 통증 및 가려움과 관련된 신경회로의 가소성(plasticity) 변화가 관련 질환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탐구하여 혁신적 치료전략을 찾고자 한다.
[그림 1] 통증과 가려움 유발 자극에 의해 활성화된 뉴런의 시각화 [사진=기초과학연구원]
생쥐의 뒷발바닥에 포르말린, 목덜미에 히스타민을 각각 주입하여 통증과 가려움을 유발한 후, ACC 뉴런 활성 패턴을 분석했다. 이 때, 뉴런 활성 패턴이 감각의 종류뿐만 아니라 이전 자극 경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지를 분석하기 위해 1차-2차로 자극을 구분하여 실험을 수행했다.
녹색은 1차 자극으로 활성화된 뉴런을 나타내며, 빨간색은 2차 자극(통증 또는 가려움)으로 새롭게 활성화된 뉴런을 의미한다. 연구진은 두 자극이 활성화한 뉴런의 위치, 중복 비율 등 분포 패턴을 정량적으로 비교해 통증과 가려움이 독립적인 뉴런 집단을 통해 처리됨을 확인했다. 또한, 일부 뉴런은 특정 감각(통증 또는 가려움)에만 반응하고, 일부 뉴런은 이전 자극 경험에 의해 자극의 종류에 관계없이 반응함을 확인했다.
[그림 2] 전측대상회피질(ACC)과 배내측시상(MD)의 자극 특이적 뉴런 집단 간 시냅스 연결 [사진=기초과학연구원] (a) 전측대상회피질 영역에 듀얼-이그라스프(dual-eGRASP)를 발현한 이미지다. 중간 이미지는 가려움 유발 자극에 의해 활성화된 뉴런을 보여주고, 우측 이미지는 통증 유발 자극에 의해 활성화된 뉴런을 보여준다.
(b) 가려움과 통증 유발 자극으로 인해 활성화된 전측대상회피질의 수상돌기에 듀얼-이그라스프가 발현된 이미지이다. 사이안그라스프(청록색 표시)는 가려움 유발 자극으로 활성화된 배내측시상 뉴런으로부터 받는 입력이고, 옐로우그라스프(노란색 표시)는 통증 유발 자극으로 활성화된 배내측시상 뉴런으로부터 받는 입력이다. 듀얼-이그라스프 신호의 상대적 비율을 분석한 결과 전측대상회피질 뉴런으로의 시냅스 입력이 시냅스 전 영역인 배내측시상의 뉴런에 의해 미리 결정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