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논문의 Result 파트는 논문의 제일 중요한 몸통이자 핵심이며, 사람들이 가장 많이 논문 읽기의 목적으로 두는 부분이다. 논문의 본론에 해당하는 Result 파트에는 해당 연구에서 진행한 실험의 데이터와 이를 통해 주장하고자 하는 바가 담겨있다. 하지만 이전 연재에서 잠깐 언급했듯, 이 부분을 데이터 그 자체로만 보아서도 안되고 주장하는 바에만 꽂혀서도 안된다. 데이터 조각들이 어떻게 집합되고 그것이 어떤 논조를 이루는지 큰 그림을 보아야 한다. 오늘 연재에서는 논문의 Result, 그 안의 Figure, 그리고 데이터를 해석하는 요령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본 연재에 담긴 내용은 필자의 지극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의견으로 구성되어 있으니 모든 독자들이 각자의 요령에 맞춰 이 글을 참고만 해주길 바라는 바이다.
예시와 함께 글을 이어나가기 위해 필자가 최근에 읽은 논문을 하나 가져와봤다 (Ma et al. Nat. Cell. Biol. 2025.). 올해 초에 Nature Cell Biology지에 publish 된 따끈따끈한 논문이다. Nuclear matrix라는 세포핵 내의 RNA-단백질 복합체가 hESC에서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메커니즘에 대해 연구한 논문이다. 이 연재를 읽기 위해 예시로 제시된 이 논문의 Biological 한 맥락을 깊이 이해할 필요는 없다. 독자들의 분야도 각양각색일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들어맞는 예시가 되지 못할 수도 있지만 논문 읽기의 거시적 관점에서 이해해 주길 바란다.
I. Result 본문
저널에 따라 편집 방향이 조금씩 다른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의 경우 Result는 여러 개의 챕터로 이루어져 있고, 각 챕터별로 Figure 패널이 따로 나뉘어 있다. 그리고 각 챕터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들이 커다란 흐름을 이루게 된다. 첫 번째 챕터에서 다루는 내용은 Figure1, 두 번째 챕터에서 다루는 내용은 Figure2 이런 식으로 구성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전 데이터를 언급하거나 나중에 나올 데이터와 연결 짓기 위해 언급하는 figure를 넘나드는 경우도 간혹 있으나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이미지의 A박스와 같이 대체로 각 챕터는 챕터 제목으로 시작하며 해당 챕터의 메시지를 요약한다. 그 이후 이어지는 본문의 내용은 아래와 같은 흐름으로 이어나가는 경우가 많다.
1. 가설 설명
Result의 본문은 어떤 아이디어(혹은 가설)로 인해 어떤 실험을 했고 그 과정은 어땠으며 어떤 결과가 나와서 이것이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설명하는 것을 반복한다. 이미지의 B박사를 보면 'We hypothesized that'이라는 문장으로 시작하여 어떤 아이디어에서 해당 챕터를 시작했는지 설명한다. 꼭 이 문장이 아니더라도 논문을 읽다 보면 'We next sought, we thought, we reasoned that, we explored, we examined'등과 같은 어절로 시작하는 문장들이 있는데, 저자들이 어떤 아이디어로 출발하여 실험을 시작하는지를 알려준다.
2. 실험 설명
그다음엔 저자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실험을 진행하였는지 설명해 준다. C박스를 보면 HNRNPU라는 유전자의 기능을 탐색하기 위해 해당 유전자를 knock-down 했다는 내용을 설명한다. 'We performed, we used'등의 단어로 시작하는 경우, 저자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실험을 진행했는지 표기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3. 결과 설명
어떤 가설을 통해 어떤 실험을 했는지 설명을 했으면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설명할 차례이다. 이 부분에서는 특정 figure 패널을 지목하며, 실험 결과 어떤 데이터가 나왔는지를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미지의 D박스처럼, 문장에서 언급하는 내용의 피규어는 괄호를 치고 '(Fig.1A)'와 같은 식으로 표기한다. 논문에서 주장하는 내용의 재료가 되는 데이터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 부분은 Result를 구성하는 문장들 중에서 제일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논문에서 특히 강조하고 싶은 문장은 'Interestingly, intriguingly, suprisingly, strikingly'같은 부사로 시작하는 경우도 많다.
4. 주장 정리
한 챕터의 마지막에는 대게 그 챕터에서 주장하는 바를 요약 정리해 주는 문장으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에는 팩트를 전달하기보단 팩트들을 통해서 도출해 낸 저자들의 주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미지의 E박스와 같은 문장이 바로 그런 문장이다. 'Taken together, these results suggests that, we concluded that'과 같이 앞서 제시된 데이터들을 종합해주고자 할 때 등장하는 문장들이다. 하지만 저자들이 제일 조심스럽게 작성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부실한 데이터로 너무 강하게 주장하면 독자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we inferred that, we speculated that'과 같이 약한 어조로 주장하는 경우도 많다.

II. Figure 읽기
Figure는 실험의 scheme을 나타내는 그림부터 각종 그래프와 현미경 이미지, 논문을 요약하는 model 일러스트까지 논문의 이해를 돕기 위한 모든 시각자료이다. 각 Figure는 위에 언급한 바와 같이 result의 챕터와 연동되어 넘버링되어 있고, 각 넘버의 figure 안에는 알파벳으로 구분되어 있는 패널로 구성되어 있다. 모든 figure는 본문에서 언급되어 있으며, 설명 없이 넘어가는 figure는 없다.
위 이미지에서 F박스 부분이 Figure의 legend (이하 레전드)이다. 여기서 레전드는 우리가 흔히 전설의 레전드라고 부르는 그 단어와 동음이의어이다. 여기서는 지도, 도표 등의 범례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레전드에는 구체적으로 figure가 무슨 figure인지 설명해 주는 글이 적혀있다. 하지만 figure가 함양하는 의미가 적혀있는 것이 아니라, 이 figure가 '무엇'인지를 설명해 주는 쪽에 가깝다. 그리고 레전드에는 figure를 해석하는데 필요한 정보도 담겨있다. p value나 샘플의 크기, 현미경 이미지의 scale bar 등의 정보도 함께 적혀있기 때문에 꼼꼼히 읽어볼 필요가 있다.
III. 필자만의 논문 빠르게 읽기 요령
필자는 학부생 때 학술동아리 활동을 하며 후배들에게 논문 읽는 요령 아닌 요령을 알려줬던 적이 있다. 나는 항상 논문을 빠르게 스캔해야 할 때 아래와 같이 읽는다. 하지만 절대 정답은 아니니 참고만 하기 바란다. 순서는 다음과 같다.
1. 본문에서 Figure를 지목하는 문장(괄호 치고 특정 figure 패널을 표기한 문장)을 읽는다.
2. 그 문장이 지목한 figure 패널을 본다.
3. 그 figure의 레전드를 읽는다.
4. 한 챕터의 figure를 모두 그렇게 반복한다.
5. 챕터 마지막의 요약 문장을 읽는다.
6. 모든 챕터를 이렇게 반복한다.
이렇게 읽으면 논문에서 전하고자 하는 내용의 핵심만 빠르게 읽고 스캔할 수 있다. 하지만 가설이나 실험 설계를 설명하는 내용은 건너뛰는 만큼 연구의 흐름을 온전히 받아들이지는 못하니 급할 때만 활용하기 바란다.
다음 연재에서는 논문에서 피규어에서 데이터를 읽는 방법, 데이터들이 구성하는 논리의 흐름과 논문의 스토리에 대해 다뤄볼 예정이다.
참고 논문
Ma, G., Fu, X., Zhou, L. et al. The nuclear matrix stabilizes primed-specific genes in human pluripotent stem cells. Nat Cell Biol 27, 232–245 (2025). https://doi.org/10.1038/s41556-024-0159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