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다른 대학으로의 박사과정 합격이 발표 나고 바쁜 시간이 흘렀다. 바로 석사 졸업 준비 때문이었다. 다른 곳으로 가기 위해 하던 일들을 마무리 짓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만큼 열심히 연구를 수행했고, 석사 졸업을 위한 시험 등 상당히 바쁜 날들을 보냈다. 졸업 논문을 쓰는 것은 이미 출판된 논문을 약간 수정하는 정도라 크게 어렵지는 않았지만, 디펜스를 준비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발표자료를 만들고, 교수님들 시간 맞추고, 내용 연습 및 숙달까지 결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또, 완전히 다른 지역으로 가는 것이기에 그곳에서의 지낼 곳을 알아보는 등, 대학원 일 말고도 해결해야 할 여러 일이 많았다. 그렇게 석사과정의 마지막 학기는 가장 바쁜 학기였다.
2. 새 출발
모든 일이 순조롭게 마무리가 되고, 디펜스도 무사히 통과했다. 연구실에서 자리를 정리하고 나서는데, 인턴부터 석사까지 햇수로 따지면 5년여간을 함께 지내온 연구실을 나서는 기분은 뭔가 시원섭섭했다. 사람들과 인사를 하고, 졸업식까지 하고 새로운 지역으로 이사했다. 출근은 2월 말부터 했다. 첫날은 9시까지 연구실 앞에 도착했다. 그런데 연구실 불은 꺼져 있었고, 아무도 없었다. 출퇴근 시간이 자율이라는 말을 이미 듣기는 했었는데 실제로 보니 당황스러웠다. 10시쯤이 되자 사람들이 하나둘씩 출근하기 시작했고,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그렇게 새로운 연구실에서의 박사과정이 시작되었다.
3. 주제 잡기
박사과정을 위해 대학을 옮겼으니 새롭게 연구 주제를 잡아야만 했다. 새로 온 연구실은 나노파티클을 주로 하는 연구실이기 때문에, 그와 연관된 주제를 잡으려 했다. 물론 연구실에서 진행하는 분야가 정말 많긴 해서 꼭 나노파티클 관련을 하지는 않아도 되었지만, 이 연구실로 진학한 가장 큰 이유가 그것이기 때문에 분야를 맞추려고 노력했다. 나는 별도의 인턴 기간이 따로 없었기 때문에, 석사과정을 진학하면서도 박사과정 교수님과 함께 연구 주제를 잡으려 몇 번 미팅하고는 했었다. 석사 때에는 교수님이 주는 것을 연구하는 식이었는데, 박사과정에는 직접 찾아야 했다.
주제를 잡기 위해서 나는 많은 자료를 보았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여러 단어를 알면 좋듯이, 내가 모르는 여러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이를 위해 여러 자료를 보았는데, 특히 브릭의 Bio뉴스 및 Bio리포트를 많이 보았다. 근 2년간의 뉴스, 연구 성과, 동향리포트, 외부보고서 등을 보면서 어떤 연구들이 진행되었는지 파악하고, 관심 있는 기사들은 스크랩하고, 키워드들을 적었다. 또, ChatGPT도 활용하였는데, “내가 관심 있는 질병에서의 미충족 수요 (unmet needs)에 대해 알려줘.”, “최신 기술에 대해 알려줘.” 등, 이러한 질문을 하면서 브레인스토밍을 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이 방법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에 했던 방법인데, Cell, Nature, Science와 같은 높은 저널에 나온 최신 논문들을 모두 한번 훑고, 관심 있는 논문들만 집중적으로 보는 방법이다. 주로 제목을 먼저 보고, 그다음으로는 초록을 보고, 피겨를 보고 읽을 논문을 선정한다. 본지 말고도 자매지 및 IF 10 이상의 여러 저널도 이와 같은 방법으로 찾아보았다. 이러한 방법은 해당 저널에서 어떠한 연구 (키워드)를 좋아하는지, 또 최근에는 어떠한 연구들이 주로 진행되는지에 동향을 알아보기 좋다. 이 방법은 나는 최근에도 분기별로 하는 편이다. 내가 했던 방법은 새롭게 연구실에 들어와 주제를 찾아야 하는 학생들에게도 추천하는 방법이다.
그렇게 주제를 잡고 연구를 진행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연구 주제가 조금씩은 바뀌었지만, 곧 확실한 방향성을 잡았다. 나의 연구 주제는 나노파티클 전달을 위한 타깃 발굴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내 관심 분야에서 나노파티클을 이용한 연구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하나는 나노파티클을 새롭고 기발하게 만들어서 나노파티클 자체에 강점을 두는 것과, 다른 하나는 약물전달에 초점을 맞추어서 다른 무언가의 효능을 검증하데 쓰이는 것이었다. 일단 나는 화학 쪽이 약하고 새로운 파티클을 개발하는 데에는 숙련되기까지의 시간도 그렇고 능력도 부족할 것 같아 포기했고, 약물전달 플랫폼으로써 사용하려 했다. 또, 나는 오믹스 데이터 분석에 흥미를 가지기 시작할 무렵이었고, 석사 때 배운 병리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분석 데이터들을 더욱 심도 있고 의미 있는 결과로 해석하는 데 강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오믹스 데이터를 분석해서 특정 세포에서의 타깃을 발굴하고, 나노파티클을 통해 타깃 조절 시에 치료 효과가 있는지 판별하는 것으로 주제를 잡았다.
4. 박사자격시험
Qualifying Exam. 한국어로는 박사자격시험이다. 이는 박사졸업을 위한 디펜스 전에 박사를 취득할 자격이 되는지 시험 보는 것이다. 박사과정 또는 석박사 통합과정 입학 후 2년 이내에 해야 하며, 다른 과는 자필시험 등으로 대체하는 경우도 있지만, 우리 과는 직접 발표를 해야 했다. 이 시험은 미국에서는 보편화되어있지만, 한국에서는 시행하지 않는 학교도 많다고 들었다. 나도 직전 학기가 딱 2년 차였기 때문에, 시험을 준비하게 되었다. 준비과정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어떤 연구를 진행할 것이고, 그 연구를 왜 진행할 것이며,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에 대해 발표를 해야 했다. 교수님과 미팅도 많이 하고, 리허설도 하면서 시간도 정말 많이 소요되었지만 내가 하는 연구에 대해 확신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서 나름대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5. 마무리
박사과정을 위해 학교를 옮기면서, 전보다 비교적 좋은 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두 학교를 모두 경험하면서 왜 좋은 학교에 가려는지 어느 정도 알게 되었다. 일단 연구 지원 시설이 정말 많았으며 기기들도 많고, 최신 기기들도 많았다. 무엇보다 동물실험 관련해서도 시설도 좋고 직원 선생님들이 각종 동물실험 기법들도 알려주기도 했다. 그 외에도 세미나들이 정말 많이 열렸는데, 국내 명문 대학 외에도 외국에서 오시는 분도 많았고, 이메일 등으로도 알려주어 접근성이 좋아 타과 세미나도 자유롭게 들을 수 있었다.
어느덧 박사과정을 시작한 지 3년 차에 접어들었다. 딱 석사과정을 한 만큼 박사과정도 진행하게 되었다. 솔직히 탈출하고 싶어 박사과정을 옮긴 이유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봤을 때는 잘한 선택인 것 같다. 대학원생 커뮤니티를 보다 보면 생각보다 학교를 옮기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았다. 그런 학생들에게 내 글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