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조류는 현미경으로 관찰이 가능한 단세포성 생물로서 담수 및 해양생태계에서 산소를 발생시키고 유기물을 생산하는 등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모든 미세조류가 환경에 이로운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유해 미세조류 중 하나인 알렉산드리움 퍼시피컴(Alexandrium pacificum, 이하 퍼시피컴)은 수산물에 축적될 수 있는 신경 독소(이하 패독)를 생성하여 사람이 섭취할 경우 중추신경계에 치명적이며, 해양생태계에도 악영향을 미쳐 수산물 안전성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원장 김장성) 생물자원센터 이준 박사 연구팀은 미세조류와 박테리아의 상호작용을 이용하여 유해 미세조류의 독소 생성 원리를 전 세계 최초로 규명하고, 이를 억제할 수 있는 생물학적 제어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기존의 독소 제어 방식은 화학약품을 사용하거나 기계적인 제거 방법을 주로 사용하여 환경오염의 문제가 있었으나, 이번 연구성과로 친환경적 독소 제어 기술이 나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연구팀은 자연 생태계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미세조류인 퍼시피컴과 박테리아 자나스키아 시스타우젠스(Jannaschia cystaugens, 이하 시스타우젠스) 간의 상호작용을 심층적으로 분석하였다.
시스타우젠스의 쿼럼 센싱(Quorum Sensing, 세균의 세포밀도 인식기전) 신호가 퍼시피컴의 독소 합성 유전자 발현을 초기 단계와 고도화 단계에 모두 걸쳐 촉진하는 것을 확인하였다.
또한, 퍼시피컴은 자연에서 시스타우젠스와 영양분을 경쟁하며 독소의 합성경로와 에너지 대사를 조정하였다. 이는 박테리아와의 물리적인 접촉이 퍼시피컴의 독소 합성과 휴면포자 형성을 유도하는 핵심 요인임을 밝혀낸 것이다.
이번 연구성과는 박테리아와 미세조류 간 신호전달 기전이 단순히 스트레스 신호전달 이상의 역할을 한다는 사실과 함께 특정 환경 조건에서 미세조류의 독소 농도와 독성 조성을 변화시키는 분자적 원리를 전 세계 최초로 규명한 데 의미가 있다.
이는 유해 미세조류가 스트레스 환경에서 독소 생산을 통해 생존 전략을 강화한다는 기존 가설을 검증해 낸 것이다. 또한, 연구팀은 퍼시피컴이 영양분의 공급 환경에 따라 스스로 대사 전략을 선택할 수 있음을 전 세계 최초로 규명하였다. 영양분이 충분한 환경에서는 고에너지를 소모하며 저독성의 패독을 합성하고, 영양분이 제한된 환경에서는 고에너지의 소모를 억제하며 고독성의 패독으로 합성을 전환한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연구책임자인 이준 박사는 "이번 연구로 미세조류와 박테리아 간 상호작용을 이용하여 유해 조류의 독소 생성을 효과적이고 친환경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과학적 기반을 마련하였다"며, "향후 이 기술이 수산양식, 수질 관리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생태계 보전과 지속 가능성 증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본 연구는 과기정통부의 우수신진연구사업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주요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다.
□ 연구배경 ○ 유해 조류인 Alexandrium pacificum은 마비성 패독(paralytic shellfish toxins, PSTs)을 생성하여 수산물의 안전성과 수생태계를 위협하는 주요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 패독은 인간이 패류를 섭취할 경우 심각한 신경계 마비 증상을 유발할 수 있으며, 중독 사고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보고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전 세계적으로 A. pacificum에 의한 독성 적조 현상의 빈도와 강도가 증가함에 따라, 이에 대한 생태학적 이해 및 독소 생성 메커니즘 규명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 유해 미세조류의 독소 생성은 단순한 생리학적 반응 이상으로, 주변 환경 요인 및 박테리아와의 복잡한 상호작용에 의해 조절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박테리아가 유해 조류의 독소 생성에 미치는 분자적 기전은 아직 충분히 규명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로 인해 박테리아와 유해 조류 간 상호작용을 심층적으로 연구하고, 독소 생성에 미치는 분자적 영향 요인을 밝히는 것이 필요했다.
□ 연구내용 ○ 본 연구에서는 A. pacificum과 박테리아 Jannaschia cystaugens를 공동 배양하는 방식으로, 박테리아가 유해 조류의 독소 생성에 미치는 영향을 분자 수준에서 규명하고자 하였다. 연구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A. pacificum과 J. cystaugens를 공동 배양한 결과, 배양 후기에 마비성 패독(PSTs)의 총 세포 내 농도가 단독 배양 대비 유의미하게 증가하는 것을 확인하였다.
- 독소 구성 성분을 정량 분석한 결과, 독성이 낮은 gonyautoxin(GTX) 계열의 독소는 감소한 반면, 독성이 강한 saxitoxin(STX) 계열 독소의 함량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 박테리아의 존재가 A. pacificum의 대사 경로를 변화시킴을 밝혀냈다.
- 전사체 분석(transcriptome analysis)을 수행하여, 독소 생성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유전자 클러스터의 발현이 박테리아와의 공동 배양 시 유의미하게 증가함을 규명하였다.
- 특히 독소 합성 관련 유전자(sxtA, sxtB 등)의 발현 수준이 증가함을 확인하였다.
- 박테리아 J. cystaugens는 산화 스트레스 조절, 영양분 경쟁, 쿼럼 센싱(quorum sensing) 등을 통해 독소 생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 박테리아의 산화 스트레스 반응은 A. pacificum의 방어 메커니즘을 자극하여 독소 생성을 촉진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 영양소 제한 환경에서 박테리아의 존재가 독소 생성을 촉진한다는 새로운 발견도 확인되었다.
- J. cystaugens의 전체 게놈을 분석하여, 유해 조류와의 상호작용에 관련된 유전자 집단을 규명하였다.
- 유전자 발현 및 대사 경로 분석을 통해 박테리아의 특정 대사 부산물이 A. pacificum의 독소 생성 유전자를 활성화함을 밝혀냈다.
□ 연구성과의 의미 ○ 본 연구는 유해 조류와 박테리아 간의 상호작용이 미세조류의 독소 생성에 미치는 영향을 분자 수준에서 규명하는 중요한 성과를 이루었다. 특히, 박테리아가 유해 조류의 독소 합성 경로를 활성화하고, 특정 환경 조건에서 독소 합성 강도를 조절할 수 있음을 밝힘으로써 기존의 생태학적 가설을 보강하였다.
- 유해 조류 대발생 메커니즘 이해 심화: 유해 조류의 독소 생성 메커니즘을 박테리아와의 상호작용을 중심으로 설명함으로써, 해양 생태계에서 발생하는 적조의 근본적 원인을 이해하는 데 기여하였다.
- 독소 생성 조절 기술 개발 가능성: 박테리아의 신호전달 메커니즘을 조절함으로써 유해 조류의 독소 생성을 억제하거나 감소시킬 수 있는 기술 개발의 기반을 마련하였다.
- 수산양식 및 수자원 관리 기여: 수산물의 안전성을 보장하고, 독성 적조에 의한 수생태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새로운 관리 방안을 제시하였다.
○ 본 연구를 바탕으로, 향후 박테리아-유해 조류 상호작용 연구를 보다 심화하여 독소 생성의 생물학적 조절 메커니즘을 규명하고, 이를 응용한 친환경 생물 제어 기술 개발로 나아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 구 결 과 문 답
이번 성과 뭐가 다른가1. 유해 조류와 박테리아의 상호작용을 분자 수준에서 규명하여 독소 생성 메커니즘을 밝혔음
2. 박테리아가 유해 조류의 독소 합성 유전자 발현을 증가시키고 저독성 독소 성분을 감소시켜 고독성 독소 함량을 증가시킴을 발견
3. 박테리아의 산화 스트레스 신호, 영양분 경쟁, 쿼럼 센싱이 독소 합성 증가에 기여함을 밝혔음
어디에 쓸 수 있나1. 유해 조류 대발생(HAB) 제어 기술 개발에 활용
2. 독소 생산 관리 기술 개발에 응용
3. 수산양식 산업에서 안전한 수산물 생산을 위한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에 활용
4. 수자원 관리 분야에서 유해 조류 독소 오염 예방 및 대응에 활용
5. 수생태계 보호를 위한 조기 경보 시스템 개발에 기여
실용화까지 필요한 시간은본 연구에서 밝힌 유해 조류와 박테리아의 상호작용 메커니즘을 실용화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배양 시스템에서의 공동 배양 기술 최적화, 현장 조건에서의 독소 생성 제어 효과 검증, 유해 조류 대발생(HAB) 조기 경보 시스템 개발, 수산양식장 적용을 위한 모니터링 기술 구축, 환경 안전성 평가 및 관련 규제 기관의 승인 획득 등 여러 단계가 필요합니다. 특히 현장 적용 실험과 장기적인 안전성 평가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러한 절차를 거쳐야만 실제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기술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과정을 모두 고려했을 때, 본 기술의 상업적 실용화까지는 최소 5~7년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보입니다.
실용화를 위한 과제는본 기술의 실용화를 위해서는 박테리아의 대량 배양 기술 확립과 독소 억제 물질의 안정적인 생산 조건을 규명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생물 반응기 기반의 대량 배양 시스템 개발과 장기 보관 가능성을 검토해야 합니다.
또한, 다양한 해양 및 담수 환경에서 현장 적용 테스트를 통해 독소 생성 억제 효과를 입증하고, 환경 안전성을 검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미생물의 비병원성 및 생물다양성에 미치는 영향을 장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환경부 및 식약처와 같은 규제 기관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연구를 시작한 계기는이 연구는 기존의 화학적 독소 억제 방식이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해결하기 위한 친환경적 대안을 찾기 위해 시작되었습니다. 2020년부터 국내 양식장에서 마비성 패독이 검출되어 수산물 폐기 및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 사건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미생물 상호작용을 기반으로 한 독소 생성 억제 기술의 가능성을 탐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에피소드가 있다면연구 과정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 박테리아가 유해 조류의 독소 생성을 조절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을 때였습니다. 초기에는 실험 오류를 의심했지만, 반복 실험을 통해 동일한 결과를 확인하였고, 이후 대사산물 분석과 유전자 발현 분석을 병행하여 박테리아의 존재가 독소 합성 유전자의 발현을 변화시킨다는 사실을 규명했습니다. 이 발견은 연구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꼭 이루고 싶은 목표는이 연구의 궁극적인 목표는 친환경적이고 지속 가능한 수질 관리 기술을 개발하여 수생태계를 보호하고 수산업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기존의 화학적 독소 억제 방식 대신, 자연에서 발견되는 미생물 상호작용을 활용한 독소 생성 억제 기술을 실용화함으로써, 유해 조류 대발생(HAB) 문제를 친환경적으로 완화하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수산양식장에 직접 적용 가능한 박테리아 기반 독소 억제 시스템을 개발하고, 안전한 수산물 생산과 양식업 종사자의 경제적 안정성을 보장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나아가, 국내 기술을 기반으로 국제 해양 환경 보호와 수산업 분야에 기여할 수 있는 글로벌 친환경 기술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고자 합니다.
신진연구자를 위한 한마디“끊임없는 호기심과 인내가 과학적 발견을 이끕니다.”
예상치 못한 결과나 반복적인 실패는 새로운 발견의 출발점입니다. 열린 마음으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동료들과 지식을 공유하고 협력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작은 성과를 소중히 여기며 꾸준히 도전한다면, 언젠가 큰 과학적 성과로 이어질 것입니다.
그림1. 미세조류-박테리아 상호작용을 통한 독소 생성 기전 모식도(A) 유해 미세조류와 박테리아의 상호작용을 통한 스트레스 반응 및 포자(cyst) 형성 과정 [사진=한국생명공학연구원]
(B) 미세조류의 무성생식과 유성생식 단계. 무성생식에서는 영양세포(vegetable cells)가 플라노시포(Planozygote)를 거쳐 포자(cyst)로 변환되며, 유성생식에서는 배우자(gametes) 융합 후 플라노시포를 통해 포자가 생성
(C) 박테리아의 질소 산화 경로를 통한 독소 합성 조절 메커니즘. L-아르지닌(L-arginine)이 질소 산화효소(NOS)에 의해 NO로 전환되며, 이 과정에서 NADP+와 H2O2가 생성됩니다. 해당 신호는 박테리아의 T6SS 및 CDI(T5BSS) 시스템을 활성화하고, 퀴럼 센싱(quorum sensing)을 통해 Alexandrium pacificum의 독소 합성을 조절
(D) A. pacificum의 Saxitoxin(STX) 생합성 경로 및 관련 유전자 발현 패턴. 빨간색 원은 공동 배양 시 발현이 증가한 유전자를, 노란색 원은 감소한 유전자를, 파란색 원은 변화가 없는 유전자를 나타냅니다. sxtA 유전자는 4개의 도메인(sxtA1, A2, A3, A4)으로 구성되며, 회색 원으로 표시된 영역은 A. pacificum에서 추가적으로 발견
그림 2. 미세조류-박테리아와의 상호작용에 따른 성장, 독소 생성, 포자 형성 등의 변화를 다각도 분석(A) 형광 현미경 이미지와 MA 한천 배지 관찰 결과 [사진=한국생명공학연구원]
(B) 주사전자현미경(SEM)을 통해 무균(axenic) 및 공배양(xenic) 상태의 A. pacificum 비교
(C) 30일간의 생장 실험에서 5일 간격으로 세포 직경 분포와 형태 변화를 관찰
(D) 30일간의 생장 실험에서 5일 간격으로 세포 직경 분포 변화와 FlowCam을 이용한 성장 형태 비교
(E) 본 연구에서 촬영한 A. pacificum의 생활사 단계별 모습
(F) 생활사 단계별 무균(axenic) 및 공배양(xenic) 상태에서의 세포 밀도 비교
(G) 5일 간격으로 무균(axenic) 및 공배양(xenic) 상태의 포자 형성 밀도 측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