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복구가 이뤄질 때는 차량 통행을 제한하도록 표지만을 둔다. 우리 몸속 유전체도 장애가 발생하면 정상적인 복제가 재개될 때까지 손상 우회 신호를 보내고, 재개되면 신호를 중단한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노도영) 유전체 항상성 연구단(단장 명경재) 강석현 연구위원 연구팀은DNA 손상 우회 신호의 종료를 정교하게 조절하는 단백질을 ‘알파폴드’ 등을 통해 규명하고, 유전체 안정성을 유지하는 메커니즘을 확인했다.
활성 산소에 의한 스트레스로 염색체 복제 장애가 발생하면, 복구 단백질인 증식세포핵항원(PCNA)이 유비퀴틴 단백질(Ub)과 결합(Ub-PCNA)해 손상 우회 신호를 보낸다. 장애가 복구되면, 우회 신호를 끄고 정상적인 염색체 복제가 재개되며 이때 Ub-PCNA를 PCNA로 환원시키는 탈유비퀴틴화 과정이 일어난다. 유전체 항상성 연구단은 선행 연구에서 암 억제 단백질로 알려진 ATAD5가 탈유비퀴틴화의 핵심 역할을 함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 과정이 어떻게 적절한 정도로 정교하게 조절되는지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했다.
이에 IBS 연구팀은, 단백질체 분석과 단백질 구조 예측 인공지능(AI)인 ‘알파폴드’를 이용해 탈유비퀴틴화 과정에서 일종의 속도 조절 스위치 역할을 하는 단백질을 찾아냈다. ATAD5의 탈유비퀴틴화 효소 결합 부위 부근에 BAZ1B 단백질의 N-말단부위 구조체가 결합함을 확인했고 이를 통해, BAZ1B가 ATAD5와 탈유비퀴틴화 효소 간의 결합을 저해하여 탈유비퀴틴 속도를 조절함을 밝혔다.
반면, BAZ1B와 결합하지 못한 ATAD5 돌연변이 세포는 산화 스트레스 상황에서 Ub-PCNA의 탈유비퀴틴화가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일어났다. 해당 세포는 Ub-PCNA의 양이 적고, 스트레스 상황에 훨씬 취약하여 높은 세포사멸률을 보였다. 이로써 BAZ1B가 ATAD5와의 결합 상호작용을 통해 탈유비퀴틴화 정도를 정교하게 조절하고 이 조절이 유전체 항상성 유지에 필수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강석현 IBS 연구위원은 “향후, 염색질 리모델링 활성 및 염색질의 구조가 염색체 복제나 손상 복구 과정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며 그 조절 과정이 손상될 경우 일어날 수 있는 질병들과의 연관성을 탐색할 예정이다.”라며 앞으로의 연구계획을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네이쳐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IF 14.7)에 2024년 12월 3일 온라인 게재됐다.
논문/저널/저자
Yeongjae Kim (김영재), Na Young Ha (하나영), Mi-Sun Kang (강미선), Eunjin Ryu (류은진), Geunil Yi (이근일), Juyeong Yoo (유주영), Nalae Kang (강나래), Byung-Gyu Kim (김병규), Kyungjae Myung (명경재), and Sukhyun Kang (강석현)* *교신저자
연구내용 보충설명
우리 연구팀은 ATAD5 단백질이 탈유비퀴틴화 효소들과 함께 복합체를 형성하여 DNA에서 Ub-PCNA의 탈유비퀴틴화를 촉진하는 기작을 생화학적 및 분자세포 생물학적 방법으로 규명한 바 있다(PNAS, 2024). Ub-PCNA는 손상된 DNA를 지나가기 위한 손상 우회 신호로 작용하며, 손상 부위를 통과한 뒤 정상적인 염색체 복제가 재개되기 위해서는 Ub-PCNA의 탈유비퀴틴화가 필수적인 과정이다. 반면 손상 부위 우회가 완료되기 전에 Ub-PCNA의 탈유비퀴틴화가 일어나면, 염색체 복제가 손상 부위에서 중단된다. 이로 인해 복제 스트레스 상황에서 복제되지 않은 single-stranded DNA gap이 축적되고 DNA 단절(DNA break)이 발생하여 유전체 불안정성을 초래한다. 이러한 이유로 Ub-PCNA의 탈유비퀴틴화 과정이 적절한 시점에 이루어지도록 조절되는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규명하기 위해 연구팀은 ATAD5 단백질을 세포 추출물로부터 분리한 뒤, ATAD5와 결합하는 단백질을 질량분석법으로 탐색하였다. 그 결과, 동정된 BAZ1B 단백질이 ATAD5에 의한 Ub-PCNA의 탈유비퀴틴화 과정을 저해한다는 사실을 생화학적 및 분자세포생물학적 방법으로 증명하였다. 나아가 BAZ1B와 ATAD5의 상호작용을 통해 Ub-PCNA 탈유비퀴틴화가 조절되며, 이러한 조절 메커니즘이 산화 스트레스 상황에서 유전체 안정성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밝혔다.
연구 이야기
[연구 과정 및 성과 차별점]
이번 연구는 PCNA의 탈유비퀴틴화가 복제 스트레스 상황에서 어떻게 조절되는지를 설명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DNA 복제 조절 기작을 제시하고 있다.
PCNA는 염색체 복제 스트레스 상황에서 유비퀴틴화되어(Ub-PCNA) 손상된 DNA의 우회를 돕는다. 염색체 복제 장애가 해결된 후에는 Ub-PCNA가 탈유비퀴틴화되어 정상적인 DNA 합성이 재개되나, Ub-PCNA는 손상 우회가 완료될 때까지 유지되어야 복제 장애물을 지나 염색체 복제가 재개될 수 있다.
이번 연구의 목표는 ATAD5와 탈유비퀴틴화 효소들에 의한 Ub-PCNA의 탈유비퀴틴화가 너무 이르게 일어나지 않도록 조절하는 인자를 동정하고 그 작용 기작을 밝히는 데 있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ATAD5와 상호작용하는 단백질을 친화 정제법으로 분리한 후, 함께 분리된 단백질을 질량분석으로 동정하였다.
그 결과, BAZ1B 단백질이 ATAD5의 탈유비퀴틴화에 참여하는 부위와 선택적으로 결합함을 면역 침전법을 통해 확인하였으며, AlphaFold를 이용해 두 단백질 간의 상호작용을 구조적으로 예측하였다. 이후 예측된 구조를 기반으로 ATAD5와 BAZ1B의 다양한 돌연변이 단백질을 제작하여 두 단백질 간 상호작용에 필요한 부위를 결정하였다. 또한, ATAD5의 탈유비퀴틴화 도메인과 BAZ1B를 정제하여 두 단백질 상호작용이 특이적임을 in vitro pull down 분석법으로 확인하였다.
또한, BAZ1B가 ATAD5와 UAF1-USP1 탈유비퀴틴화 효소들간 상호작용을 저해함을 확인하였으며, 이 현상은 BAZ1B와의 결합을 방해하는 돌연변이를 가진 ATAD5 단백질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팀은 정제된 ATAD5 N-말단 부위와 UAF1-USP1 탈유비퀴틴화 효소, 및 DNA에 결합한 Ub-PCNA를 포함한 시험관 내 탈유비퀴틴화 분석 시스템을 구축하여 BAZ1B 단백질이 ATAD5-UAF1-USP1 탈유비퀴틴화 효소 복합체의 활성을 효과적으로 억제함을 확인하였다. 이 억제 효과 역시 BAZ1B 결합 돌연변이를 가진 ATAD5 단백질에서는 일어나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는 ATAD5와 BAZ1B 간 상호작용에 의해 Ub-PCNA의 탈유비퀴틴화 과정이 정교하게 조절된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세포에 산화 스트레스를 주면 DNA 손상 및 복제 단백질 변형으로 인한 복제 장애로 PCNA의 유비퀴틴화가 큰 폭으로 빠르게 일어나며 복제 스트레스가 제거되면 정상적 DNA 합성 재개를 위해 탈유비퀴틴화가 진행된다. 그러나, BAZ1B 결합 돌연변이 ATAD5를 가진 세포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Ub-PCNA 탈유비퀴틴화가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일어나 Ub-PCNA 수준이 낮았고, 이로 인해 DNA 합성 효율이 크게 감소하고 COMET assay에서 DNA 단절(DNA break)이 증가하였다. 결과적으로 돌연변이 세포는 산화 스트레스에 더욱 민감하여 높은 세포사멸률을 보였다.
이러한 결과는 BAZ1B 단백질이 ATAD5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Ub-PCNA의 탈유비퀴틴화가 스트레스 상황에서 너무 이르게 일어나지 않도록 그 시점을 정교하게 조절하며, 이러한 조절이 유전체 항상성에 필수적임을 증명한다. 기존 연구에서는 BAZ1B는 염색질 리모델링 복합체의 구성 단백질로 알려졌으며, BAZ1B 복합체의 활성은 전사, 염색체 복제 후 딸염색질 구조화 및 DNA 손상복구 과정에서 염색질 재구조화 등에 역할을 한다고 보고되었다. BAZ1B가 손상 우회 신호 조절에 직접적으로 참여한다는 것은 예상하지 못했던 기능이다. 이번 연구에서 확인된 BAZ1B라는 새로운 인자에 의한 손상우회 신호 조절의 새로운 메커니즘은 복제 스트레스 상황에서 DNA 손상 우회 과정이 정상적인 DNA 합성과 어떻게 효율적으로 연계되어 염색체 복제를 완전하게 끝내는지 이해하데 있어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향후 연구계획]
BAZ1B 복합체의 염색질 리모델링 활성이 손상 복구 및 손상 우회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또한, ATAD5와 상호작용하는 단백질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다수의 염색질 구조 관련 단백질들이 동정되었다. 향후 연구는 이러한 단백질들이 염색질 구조 유지 활성이 염색체 복제 및 손상 복구 조절 과정에서의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 규명하는데 초점을 맞출 것이다. 더 나아가, 이 조절 과정이 손상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질병들과의 연관성을 탐구할 계획이다.
[그림1] BAZ1B와 ATAD5 단백질에 의한 Ub-PCNA 탈유비퀴틴화 조절 [사진=기초과학연구원]
PCNA의 유비퀴틴화는 손상 부위를 우회하는 데 필수적이다. ATAD5는 탈유비퀴틴화 효소와 함께 작용하여 손상 우회가 완료된 후 Ub-PCNA의 탈유비퀴틴화를 촉진함으로써 정상적인 DNA 복제 과정의 재개를 유도한다. BAZ1B는 ATAD5와 상호작용하여 Ub-PCNA의 탈유비퀴틴화가 지나치게 빠르게 일어나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손상 우회 과정이 원활히 진행되도록 조절한다.
[그림 2] BAZ1B에 의한 Ub-PCNA 탈유비퀴틴화 조절 과정이 손상되면 유전체 불안정성이 초래된다. [사진=기초과학연구원](위) BAZ1B 결합 돌연변이를 가진 ATAD5는 Ub-PCNA 탈유비퀴틴화 조절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Ub-PCNA가 지나치게 이른 시점에 탈유비퀴틴화된다.
이로 인해 손상 우회 과정이 중단되고 손상 부위에서 DNA 복제가 멈추게 된다. (아래) 그 결과, 염기성 COMET 분석법으로 확인된 sing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