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노화를 늦추고 젊게 살기 위한 ‘저속 노화’, ‘항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30년간 장수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수명 연장을 유도할 수 있는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었는데 그 결과 수명 연장이 반드시 건강수명의 연장을 의미하지는 않으며, 노화로 약화된 상태에서도 생명만 연장될 수 있음이 밝혀졌다. 건강수명을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한 이유다.
* 현재 노화를 표적으로 한 다양한 약물이 개발되고 있으나, 항노화 및 역노화 효과를 객관적으로 정량화할 수 있는 지표의 부족으로 인해 전임상 및 임상시험 진행에 한계가 있다. 이에 국내외 여러 연구 그룹과 기업들이 ‘노화시계’나
‘노화지표’와 같은 항노화 또는 역노화 약물의 효과를 평가할 수 있는 지표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또한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2022년 4월 15일자 기사에서 '노화 시계(Aging Clock)'를 소개하며, 이 기술이 생물학적 나이를 측정하고 항노화 약물의 효과를 평가하는 데 사용될 수 있음을 강조하며 개발의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광주과학기술원(GIST, 총장 임기철)은 의생명공학과 류동렬 교수 연구팀이 충남대학교병원 내분비내과 이현승 교수팀, 고려대학교 생명공학부 최동욱 교수팀, 에이치이엠파마, 아모레퍼시픽 연구진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장내 미생물이 노화를 늦추고 건강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를 규명하였다고 밝혔다.

(앞줄 왼쪽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GIST 의생명공학과 류동렬 교수, 조윤주 박사, 김주원 박사(현 건국대 의과대학 교수), 조동현 박사 (에이치이엠파마)
연구팀은 유산균 생균이 생산하는 대사체에 주목해 장내 공생미생물이 생성하는 대사산물인 3-페닐락틱산(PLA)이 미토콘드리아 항상성을 강화하여 근감소증과 같은 노화 관련 질환의 개선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연구팀은 특히 건강수명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건강노화인덱스(Healthy Aging Index, HAI)’를 개발하고 이를 통해 PLA의 효과를 체계적으로 검증하였다.
건강노화인덱스는 활력(자발적 움직임), 산소 소비량(미토콘드리아 기능) 및 ATP(모든 세포 활동의 에너지원인 아데노신 삼인산 생성 효소) 생성량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수명의 단순 연장’과 ‘건강수명의 연장’을 객관적으로 구분할 수 있는 새로운 지표이다.
이번 연구를 통해 노화 과정에서 20~80% 정도 감소하는 미토콘드리아의 항상성은 식이를 통한 PLA 공급으로 젊은 개체의 최대 80%까지 회복하였으며, 이는 근감소증과 같은 노화 관련 질환의 개선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미토콘드리아 항상성 강화는 PLA 투여군에서 대조군 대비 산소 소비량이 1.5배, ATP 생성량이 1.8배 증가한 수치로 입증되었다. 연구진은 PLA가 근감소증 치료제 개발뿐만 아니라, 건강한 노화를 위한 기술의 발전에도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생체에너지를 생산·공급하는 ‘파워플랜트’ 역할을 하는 미토콘드리아는 나이듦에 따라 혹은 독성 물질에 노출됨에 따라 기능 이상을 맞이할 수 있는데, 미토콘드리아의 기능 이상은 대부분 노화와 관련된 질병으로 이어지며 신경퇴행질환·루게릭병·심혈관계 질환·정신 질환·당뇨·암과 같은 다양한 질병과 연관이 있다.
따라서 미토콘드리아와 같은 세포 소기관을 새롭게 만들고, 나쁜 것은 파괴하여 재활용하는 과정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 과정이 잘 관리되면 우리 몸의 노화속도가 늦어지고, 건강수명이 연장될 수 있다.
연구팀은 또한 PLA가 근육과 에너지 대사에는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상세히 분석했다.
그 결과, PLA는 미토콘드리아 활성화(젊은 개체의 70~80% 수준으로 회복), 스트레스 저항성(투여하지 않은 대조군 비교 약 1.5~2배 증가) 및 수명(투여하지 않은 대조군 비교 6.6% to 21.2% 증가)을 증가시켜 건강수명(HAI 기준 약 150% 증가)을 연장하고 근육노화 증상을 개선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을 확인하였다.
류동렬 교수는 “이번 연구는 장내 공생미생물이 생성하는 대사산물이 노화 관련 질환, 특히 근감소증과 같은 근육 노화 개선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최초로 보여 준 사례”라고 말하고, 특히 “건강노화인덱스는 삶의 질 개선 없이 단순히 오래 살게 하는 약물을 선별할 수 있도록 하여 건강하게 장수할 수 있도록 돕는 약물의 개발에 필수적인 지표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GIST 의생명공학과 류동렬 교수가 지도하고 김주원 박사와 조윤주 박사가 수행한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견연구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으며,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2024년 12월 30일 게재됐다. 한편, 지난 2022년 미국의 학술정보분석기업 클래리베이트(Clarivate)가 선정한 ‘세계 상위 1% 연구자’에 오른 바 있는 류동렬 교수는 네덜란드의 학술정보분석기업 엘스비어(Elsevier)가 발표한 ‘세계 상위 2% 과학자’ 명단에도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 연속 이름을 올렸다.
이번 연구는 건강한 노화와 근감소증 같은 대사성 질환의 치료 가능성을 제시하며, 최근 류 교수가 연구책임자로 선정된 한국형 ARPA-H 프로젝트의 ‘멀티모달 근감소증 치료 컨소시엄’을 통한 관련 기술의 확대 개발이 기대된다.
1. 논문명, 저자정보
- 저널명 : Nature Communications (IF: 14.7, 2023년 기준)
- 저자 정보 : 김주원(제1저자, GIST, 건국대학교 의과대학),
조윤주(제1저자, GIST), 임규민(공동저자, 고려대학교),
지요셉(공동저자, 에이치이엠파마),
노종화·김완기(공동저자, 아모레퍼시픽),
이현승(교신저자,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최동욱(교신저자, 고려대학교),
조동현(교신저자, 에이치이엠파마),
류동렬(교신저자, GIST)

[그림] 성과 1. 건강수명 연장하는 유산균 유래 대사산물 3-PLA(페닐락틱산) 발견.
장내 유산균(Lactobacillus)이 생성하는 대사산물 3-PLA가 미토콘드리아 기능 강화, 스트레스 저항성 증가, 근육 노화 예방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건강노화를 증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성과 2. 건강수명의 변화를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건강 노화 인텍스 개발 및 적용. 건강노화인덱스(HAI)는 건강수명과 단순 수명 연장을 구분하는 새로운 지표이다. 이를 통해 건강하게 장수할 수 있는 약물과 기술을 효과적으로 구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