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힘든 날들의 연속이다. 한쪽에서는 정치의 양극화가, 다른 한쪽에서는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가 마음을 짓누른다. 전자는 인간 사회 내부에서의 갈등, 후자는 인간 사회 밖에서의 사고일 것이다. 물론 참사는 더 많은 진상조사가 이뤄져야 할 터이다. 필자의 고민은 조류 충돌로 시작해 생태계와 생태학에 대한 부분으로 이어진다. 과연 인간과 조류는 어떠한 관계를 맺어야 할까.
『종의 소멸』(에코리브르 | 2024)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닭은 늘고 있다. 하지만 새는 줄고 있다. 미국에서 지난 50년 동안 전체 새들의 3분의 1이 없어졌다.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침묵의 봄』(1962) 1장은 새들의 노래가 멈춘 것으로 시작한다. 분명 인간의 행동이 안 좋은 영향을 끼쳤다. 닭의 개체 수가 느는 것은 인간의 식탁을 위해서다. 새들이 사라지는 것은 환경파괴 때문이다.
여행비둘기는 50억 마리에서 멸종의 길을 걸었다. 멸종의 시간을 아는 유일한 종이다. 여행비둘기는 인간을 위한 고기와 깃털을 제공하다가 사라졌다. 누구나 알듯이, 새의 역할은 다양하다. 씨앗을 퍼뜨리기도 하고, 배설물이 토양을 비옥하게 해주기도 한다. 여행비둘기의 감소를 알아챘을 땐 늦었다. 멸종의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설이 등장했다. 사냥과 숲의 개간 등이었다.
2024년 12월 29일, 무안공항에서 제주항공 2216편 활주로 이탈 사고가 발생했다.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 사진=위키백과인간은 새를 얼마나 알고 있나그렇다면 인간은 새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최근 과학철학 전공자가 조류 모니터링을 따라 나갔다는 소식을 접했다. 필자가 알고 있는 과학철학은 과학사나 철학에 초점을 둔 것이었다. 그래서 더욱 흥미로웠다. (아래 <참고 문헌> 3) 성한아 카이스트 인류세연구센터 연구교수는 “나는 인간의 눈과 귀로 감각되는 자연, 그리고 그 자연을 감각하고 기록해 사회에 의미 있는 존재로 번역해 내는 인간의 특별한 실천을 드러내고 싶었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주목할 키워드는 ‘야외 과학’과 ‘현장 문해력’이다. “조사원이 현장 문해력을 발휘하는 장면을 관찰하다 보면, 야생에서 새들은 그저 숫자로 세어지길 바라며 기다리는 수동적인 자연이 아님을 목격할 수 있다. 새들의 삶에 개입하지 않음으로써 가능해지는 이 조사에서 인간은 주인공이 아니라 배경을 자처한다.” 성 연구교수는 질문한다. “이런 방식으로 비인간 존재와 관계를 맺는 실천이 또 있을까?”
아울러, 성 연구교수는 “어떤 장소에 도래하는 새의 존재를 꾸준히 기록한 결과는 어떤 장소를 비인간적인 새의 장소로 읽어낼 수 있는 생태정치적 가능성과도 연결된다”라고 성찰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또 다른 질문을 던졌다.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를 주조해 온 과학기술의 대안적 이야기를 발굴해 내는 작업이 인류세라는 실존적 위기에 맞설 가능성을 품은 하나의 인문사회학적 시도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 인간은 현재의 위기 앞에서 새로운 접근법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논쟁이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확실히 동의할 수 있다.
새들은 인간에게 경고하고 있다. 자연에 대한 태도를 바꾸라고 말이다. 사진=픽사베이조류 모니터링은 제대로 이뤄지고 있나조류 충돌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타임머신이 있다면 사고 나기 전으로 돌아가 참사를 막고 싶다. 앞으로 다각도의 조사가 이뤄질 테지만, 많은 문제점이 노출될 것이다. 고민은 이어진다. 과연 조류 모니터링은 제대로 이뤄졌을까? 조류 충돌을 파악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인적·물적 투자를 했을까? 조류 모니터링에서의 생태학적 관점은 무엇이었을까? 모니터링 전에 생태환경 조성을 위한 노력은 있었을까? 국가적 관점에서의 생태적 비전은 있을까?
지금까지 조류 충돌로 사망한 이들은 795명이라고 한다. 조류 충돌 사고가 난 비행기는 여객기와 전투기를 합쳐 678대이다. 원래 가을에 집중돼 발생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철새가 이동하고 번식하는 시기가 바뀐 것으로 추정한다. 겨울을 나기 위해 날아가는 시기가 점점 늦춰진 것이다. 즉, 겨울에도 조류 충돌로 인해 참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한편, 미국에서는 H5N1 조류독감 첫 사망자가 나왔다. 기저질환이 있던 환자라고 밝혀졌다. 조류독감은 제2의 팬데믹이 될 우려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지난해에는 H5N2 조류독감 환자가 사망했다. 그 역시 기저질환이 있었다. 바이러스의 돌연변이와 진화는 인류가 막을 수 없다. 그렇다면 생태학적으로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
새는 잘못이 없다. 자연은 더더욱 잘못이 없다. 그렇다면 남는 건 인간의 관점, 행동, 고민이다. 인간은 자연을 어떻게 대해 왔는가? 정말 최선이었을까? 기후변화마저 부정하는 음모론자들과 사이비 과학으로 포퓰리즘을 조장하는 이들은 누구인가? 과학적 합리성을 부정하고 미신에 기대는 이들은 누구인가? 과학이 지향해야 하는 자연에 대한 관점은 무엇인가? 인류는 왜 이에 대한 질문에 아직까지 답을 못 내놓고 있는 것일까? 답답한 요즘이다.
<참고 문헌>1. 『종의 소멸』(카트린 뵈닝게제·프리데리케 바우어 지음|이미옥 옮김|에코리브르|260쪽)
2. https://www.kyosu.net/news/articleView.html?idxno=124095
3. https://www.kyosu.net/news/articleView.html?idxno=129535
4. https://www.dongascience.com/news.php?idx=69389
5. https://biz.chosun.com/science-chosun/technology/2024/12/30/4G42EG3LHZFWRF3C2E7TDFQZLM
6. https://www.khan.co.kr/article/202408140600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