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개인의 경험과 더불어, 다양한 경우를 들어 박사 주제의 선정 방법을 나누고 싶었기에 현재 함께 연구하고 있는 포닥들의 박사 과정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석사 과정, 박사 과정, 그리고 포닥 기간이 있지만, 연구 주제를 처음으로 스스로 제안해 볼 수 있는 시기가 박사 과정인 것 같기 때문에 박사 주제를 선정했던 방법에 대해 물어보았다. 또 이 시기에 실험을 디자인해서 논문을 출판하여 마무리하는 능력을 키워야 하는 시기인 것 같아 개인적으로 박사 과정의 연구 주제를 선정하는 방법과 과정이 중요한 것 같다.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이 다양한 국가에서 학위를 하며 연구 주제를 선정하는 과정을 알면 더 흥미로울 듯하다. 글쓴이가 인터뷰한 박사들은 한국에서 석사 학위를 마치고 호주에서 박사 학위를 마친 분(이하 박사 A로 명시)도 있고, 브라질에서 석사 학위와 박사 학위를 모두 마친 분(이하 박사 B로 명시)도 있고, 호주에서 박사 학위를 마친 분(이하 박사 C로 명시)도 있다.
그림. AI Image Generator를 이용하여 만든 “인터뷰” 이미지
인터뷰를 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석사 과정을 마치고, 박사 과정으로 진학하는 과정은 어떠했나?
2. 박사 과정 동안 어떤 주제로 연구를 했나?
3. 연구 주제를 선정하는 방법은 어떠했나?
4. 연구 주제의 선정 중 어려움이 있었나? 있었다면, 어떻게 극복했나?
[포닥 A. 해외로 박사 과정에 진학하다]한국에서 석사 과정을 세포생물 및 면역생화학 실험실에서 마친 후, 호주 브리즈번에 소재한 Tumour microenvironment 연구실로 박사 과정을 진학했던 박사 A의 이야기이다. A는 석사 과정 동안 많은 선배들의 도움으로 다양한 실험들을 배울 수 있었고, 석사 연구원으로도 일을 했던 경험이 있어 출판한 논문이 많았다. 그 내용 중에서 항암효과와 종양줄기세포의 연구에 흥미가 있었고, 그에 관한 연구를 더 하고 싶어 박사 과정 진학을 선택했다. 여러 연구실을 알아보고 면접을 봤을 때, 호주의 QIMR Berghofer Medical Research Institute에 있는 한 교수님의 생각과 연구방향이 마음에 들어서 그 연구실로 박사 과정을 진학하였다. 호주 박사과정 지원 방식은 교수님이 연구 주제를 연구소 웹사이트에 제시하고, 해당 연구 주제에 관심이 있는 지원자를 모집하는 방식이었다. 지도교수님은 extracellular vesicles (EV)의 임상학적 적용 방식에 관한 연구와, 암세포의 전이 이전에 암 유래 EV가 다른 기관으로 분비되어 암에 유리한 환경을 만드는 과정인 pre-metastatic niche 형성에 관한 연구 과제를 제시해 주었다. 그중 pre-metastatic niche 형성 관련 프로젝트에 관심이 있어 그쪽으로 지원했다. 그 후 3개월 내로 three-month review를 학교에 제출해야 했기에, 3개월 동안 교수님과 논의하며 자세한 프로젝트의 방향을 정했다.
석사 과정 중에 연구했던 암 연구와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연구들은 처음 들어보는 내용들로 가득했다. 심지어 한국어로 설명해 주는 선배도 없었다. 그래서 처음 한 달은 논문만 읽으면서 관련 내용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많은 논문을 읽기보다는
앞으로 할 연구 주제와 가까운 연구 논문 한 편과 연구실에서 지도교수님이 출판한 리뷰 논문 한 편을 자세히 천천히 읽었다.
해외로 진학한 연구실의 분위기는 본인이 찾아서 배우지 않으면, 알려주는 환경이 아니었기에 적극적으로 배우고 참여하려는 노력이 필요했다. 또한 석사 과정의 연구 주제보다 내용이 깊어지고 설계도 복잡했기에, 주변에 협업을 제시하고 또 조언을 받아 프로젝트에 적용하는 일이 중요했다. 한국에서 A의 프로젝트는 모두 본인이 진행했기에 이 과정이 익숙하지는 않았다. 박사 과정 초기에, A는 말 한마디 하지 않고 랩 미팅을 참여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말없이 미팅을 참여하고 있던 A에게 미팅이 끝나기 전 교수님이 미팅 내용에 대한 A의 생각을 물었다. A는 한마디도 대답하지 못했다. 이 트라우마를 기반으로 실험실 동료의 저널 미팅뿐만 아니라 데이터 미팅 시간에도 질문할 내용을 미리 공부하고 생각해서 들어갔다. A는 다른 분야에서 석사 학위를 마친 박사 과정 학생이기에, 다른 시각의 배경지식으로 생각할 수 있는 질문을 하기 위해서 노력했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동료들의 설명을 들으면 공부를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질문을 할 수 있어졌다. 또한 A의 지난 연구 분야의 내용이 나오면, 더 자신 있게 설명할 수 있었고, 그 동료의 연구를 도와주며 공저자로서 실적을 쌓을 수 있게 되었다.
[포닥 B. 선배 없는 연구실에서 박사 과정을 하다]브라질에서 석사 과정과 박사 과정을 마치고 학위를 취득한 박사 B의 이야기이다. B는 학사 학위 중에 실험실 연구 활동을 해야 하는 인턴쉽 제도를 수료해야만 했다. 관심 있는 연구실의 세 군데를 선택해서 로테이션으로 한 학기 씩 경험해야 했는데, 브라질 암연구센터(National Cancer Institute)에서의 연구 경험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그 실험실에서는 기생충 Leishmania를 연구 주제로 하고 있었다. B의 관심을 끌었던 연구는 Leishmania 표면에 발현하는 Phosphatidylserine (PS)의 면역회피 기능이었다. B는, Leishmania의 PS처럼, 암 소포체(cancer microvesicle)에 존재하는 PS가 항암 조절에 대한 면역회피 기능을 유도할 수 있겠다는 의문을 가졌다. 그래서 석사 과정에 입학을 하며 같은 연구실에 합류했다. 그러나 B에게는 어려움이 있었다. 연구실 PI(지도교수)의 자리에 신임 교수가 은퇴 교수를 대신해서 있었기에 선배들이 없었다. 실험 디자인뿐만 아니라 실험 결과에 대한 디스커션을 지도교수와 하는 방법 밖에 없었다. 또한 실험을 배울 수 있는 곳이 없어서, 지도교수가 소개해주는
다른 실험실에 가서 필요한 실험들을 배워와야 했다. 다행히 다양한 분야의 실험실이 모여있는 연구센터였기에 이 시간에 많은 실험을 배울 수 있었다. 지도교수의 아이디어를 실험으로 증명하며 석사 과정을 보냈고, 같은 연구실에 박사 과정을 진학 하면서부터는 관련 논문들을 공부하면서 혈전증(blood coagulation)과 cancer microvesicle에 존재하는 PS와의 관계를
in vitro, in vivo로 증명하면 연구에 집중했다.
더불어, 강의의 기회가 생겨서 오전과 오후에는 실험실에서 연구를 하고, 저녁에는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면서 지냈다. 이 과정이 수월하지는 않았지만, 지금 와서 되돌아보면 연구실의 학생들이나 후배들을 지도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포닥 C. 선배가 확립해 둔 실험을 이용해서 박사 연구 주제를 선정하다]호주에서 honors program을 마치고, 박사 과정에 진학해서 학위를 취득한 박사 C의 이야기이다. 호주에는 연구 활동을 시작하는 데 있어서, 석사 과정 대신 1년 동안의 연구 활동으로 평가받는 honors program이 존재한다. 이 과정을 좋은 성적(A score 이상)을 취득해야만 박사 과정에 진학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C는 학사와 honors program을 마치고 항상 관심이 있었던 암 연구 분야에 박사 과정을 진학하기 위해 여러 곳을 알아보았다. 그러다가 박사 과정 지도교수가 연구하는 세포 외 소포체(Extracellular Vesicle) 연구에 대해 알게 되면서, 이 새로운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브리즈번에 소재한 연구소(QIMR Berghofer Medical Research Institute)로 박사 과정을 진학했다. Extracellular vesicle 연구 분야에 처음 입문한 신입생으로서 연구 방법에 대한 새로운 실험과 기술 등을 배우고 싶었다. 그래서 사실 암의 extracellular vesicle에 관한 모든 연구 주제에 열려 있었지만, 암의 조기진단 방법에 대한 연구에 관심이 컸다. 박사 과정의 프로젝트는 대부분 연구실 선배와 함께 진행했는데, 그 선배가 관심 연구 주제에 필요한 기초적인 사항들을 이미 확립해 두었다. 초기에는 게재된 논문을 많이 찾아서 읽었고, 연구가 더 필요한 부분이 어디인지를 파악했다. 이
논문을 읽는 초기 작업과 선배들이 확립해 두었던 실험들을 토대로 개인 연구 주제를 설계할 수 있었다. 다양한 암 유형의 조기 진단 및 예후를 위한 extracellular vesicle의 유용성을 밝히는 연구를 진행해서 연구 논문과 리뷰 논문 등을 발표할 수 있었다.
[연재를 마무리하며…]연재를 시작할 때 물었던 질문이다. “연구자로서, 어떤 연구를 할 것인가?” 이 질문은 “어떤 것에 의문이 있는가?”와 연결될 것 같다. 이런 의문이 생기려면 관심 분야에 대한 배경지식이 많아야 한다. 이 배경지식들은 앞 시대의 연구자들이 질문하고 가설을 세우고 증명해서 출판한
연구 논문과 이 내용들을 총 정리하여 출판한
리뷰 논문을 많이 읽음으로써 얻게 될 것이다. 그래야 증명된 사실을 알게 되고, 아직까지 증명이 되지 않은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 즉, 필요한 연구를 알게 되면서 “어떤 연구를 해야 할지” 생각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혹은, 우리 실생활에 필요한 것을 개발하는 R&D 연구 주제도 생각할 수 있다. 글쓴이도 그랬고, 다른 동료 포닥들도 연구 주제를 선정하는 데 있어 많은 논문들을 읽었다. 그리고 선배나 선임자들에게 배운 많은
실험들과 결과
분석 방법, 그리고
통계처리 방법 등으로 이 의문을 증명하며 연구해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연구를 하는 데 있어 쓸 모 없는 연구 주제는 없는 듯하다. 엄청난 효과나 차이를 보이는 결과의 연구도, 전혀 변화의 차이가 없는 결과의 연구도 모두 글쓴이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모든 결과가 어떤 현상을 이해하는 데 있어 시사하는 바가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연구자들에게 정보를 주기 때문이다. 연구자로서 모든 연구 주제를 가치 있게 하기 위해서는 해석을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연재를 통해 소개한 글쓴이의 경험과 동료 포닥들의 경험이 연구 주제를 고민하고 있는 연구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글이었길 바라며, 글쓴이는 또 본인의 연구 주제를 증명하기 위해 실험과 분석을 하러 떠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