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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생물학을 만나다] 세상에 이런 생물이? (3편: 곰벌레)
Bio통신원(김동석)
안녕하세요, 세상에 이런 생물이? 3편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이번 편에서는 우주 최강 생명체 “곰벌레”에 대해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곰벌레는 전 세계 다양한 환경에서 발견되고, 극한 조건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을 갖추고 있거든요. 우주생물학 연구 분야에서 빼놓을 수 없는 생물의 특징이 바로 극한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기에, 곰벌레는 우주생물학에서 특히 인기 있는 생물입니다. 이번 연재에서는 지구 최강 생명체 곰벌레가 대체 어떤 생물인지 좀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곰벌레”는 걷는 모습이 느릿느릿 곰같이 보인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입니다. 영어로도 물곰(Water Bear)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데, 사람들이 생각하는 건 다 비슷한가 봅니다. 그런데 사실 이 작은 생물의 이름인 “곰벌레”는 무척추동물인 완보동물문(Tardigrada)에 속하는 생물을 총칭하는 말입니다.
이 완보동물문에는 대략 1,300 종 이상이 알려져 있는데요, 그들은 모두 8개의 다리를 가지고 있다는 특징을 가집니다. 완보동물문은 형태학적 특징에 따라 Eutardigrada와 Heterotardigrada라는 두 개의 강(class)으로 나뉘게 됩니다. 우리가 흔히 곰벌레 하면 떠오르는 친숙한 모습은 사실 Eutardigrada에서 온 것입니다. 두 강(class)은 몸의 길이나 생김새와 서식지 등에서 여러 차이가 있지만 너무 자세하게 들어가지는 않도록 하겠습니다.
곰벌레도 일반적인 동물들처럼 입, 눈, 뇌, 소화/생식/신경 기관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특이하게도 그들의 피부는 단단한 큐티클로 된 갑옷으로 둘러싸져 있습니다. 그리고 곰벌레는 뼈가 아닌 뼈의 역할을 하는 물로 차 있는 특수한 기관인 hemolymph를 가지고 있고 그 속에는 많은 영양분들이 들어 있어요. 또한 곰벌레는 폐, 아가미와 같은 호흡기관이 따로 없지만, 몸의 표면을 통해서 물에서 직접 산소를 흡수할 수 있는 능력도 가지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곰벌레의 크기는 0.3mm에서 0.5mm 정도이며, 종에 따라 최대 1.5mm까지 자랄 수 있습니다. 보통 우리가 사용하는 소금이나 바닷가에 모래알 크기가 0.3mm이니, 곰벌레의 크기 또한 어느 정도인지 대략 체감이 될 겁니다.
곰벌레는 이렇게 작은데도 약 4천 개 이상의 세포를 가지고 있는 다세포 생물입니다. 특이한 점은, 곰벌레는 태어날 때 이미 그들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개수의 세포를 가지고 태어난다는 것입니다. 같은 종의 성체들은 모두 같은 세포 수를 가지고 있고, 종마다 그 수가 달라 그 종의 고유 특성이 됩니다. 자라면서 세포의 개수가 늘어나서 성장하는 것이 아닌 세포의 개수를 유지하면서 세포의 크기가 커져서 자라는 것이죠. 이러한 특징을 가진 생명체를 유텔리(eutely) 생물이라고 부릅니다. 세포분열을 하지 않기 때문에 에너지소비가 적고, 고정된 세포 수로 신체 구조의 안정성 유지가 가능해서 극한 환경에서 더 유리하죠.
곰벌레의 특징에 대해서 간략히 알아봤으니, 이제 곰벌레가 유명한 이유인 극한 환경에서 생존으로 넘어가 볼까요? 사실 인간 입장에서는 한 가지의 극한 환경에서 서식하는 것만 해도 정말 대단한 것입니다. 우리 인간은 장비 없이는 우주에서도, 심해에서도, 화산에서도, 절대 살아남을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지구 최강 생명체인 곰벌레는 아무런 장비 없이도 맨몸으로 세포 내 변화를 통해 아래 극한 환경들 모두에서 생존할 수 있습니다.
물이 전혀 없는 환경, -270℃의 극저온 환경, 150℃의 고온 환경, 6,000대기압의 초고압, 치명적인 방사선 환경, 100% 에테르 혹은 100% 알코올, 우주 환경
이렇게나 다양한 극한 환경에서 모두 생존할 수 있다니, 정말 곰벌레야말로 현존하는 슈퍼히어로가 아닐까 싶네요. 그런데 마지막에 우주 환경이라니? 싶으신가요? 사실 곰벌레의 생존력을 테스트하기 위해 곰벌레를 우주로 보내는 실험을 이미 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곰벌레들이 살아남아 돌아왔고요! 2007년에 유럽우주국(ESA)에서 곰벌레를 우주로 보내는 TARDIS(Tardigrades in Space)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실험 중 우주의 진공상태와 극도로 강한 태양 방사선에서도 곰벌레 중 많은 수가 살아남았고, 살아남은 곰벌레들은 지구로 돌아온 뒤 정상적으로 번식까지도 성공했습니다. 정말 대단하죠?
극한 환경에서 살아남는 것만 해도 대단한데, 어떻게 심지어 우주에서 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걸까요? 곰벌레가 각각의 극한 환경에서 살아남는 법은 다양하지만, 오늘 말씀드릴 가장 기본 능력은 크게 두 가지, “Cryptobiosis”와 TDP 단백질입니다.
곰벌레는 극단적인 환경을 맞닥뜨리면 “Cryptobiosis”라는 휴면기 상태로 진입하게 됩니다. 모든 신진대사를 중단하고, 몸을 수축시켜서 물이 거의 0%에 가까운 상태로 건조합니다. 죽은 것처럼 외부 자극에 거의 반응하지 않고 그 환경을 버티다가, 이후에 환경이 나아지면 신속하게 몸을 원상태로 복구를 할 수 있습니다. 마치 부활하듯이요.
예를 들어, 수분이 전혀 없는 건조한 환경을 만나면 곰벌레는 증발에 의한 수분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몸의 부피를 최대한으로 줄이며 표면적을 줄이게 됩니다. 그리고 피부를 왁스층으로 감싸 추가적인 수분의 손실을 막습니다. 또한, 세포 내에 물이 있던 공간에 물 대신 trehalose라는 당을 새롭게 채워 넣어 세포의 구조가 그대로 유지될 수 있게 합니다. 이를 통해 곰벌레는 체내의 수분 함량을 1% 미만으로 줄이고, 신진대사를 거의 멈출 수 있게 됩니다.
또 다른 예로, 대부분의 생물은 영하로 온도가 떨어지면, 세포 내의 수분이 얼어 부피가 증가함에 따라 주변 조직들을 손상해 생존할 수 없게 됩니다. 하지만, 우리의 슈퍼히어로 곰벌레는 역시나 계획이 있습니다. 저온의 환경에 노출되게 되면, 곰벌레는 휴면기(Cryptobiosis)로 돌입함과 동시에 TDP라는 단백질을 합성하게 됩니다. 물이 얼면 부피가 증가하는 이유는 물이 얼 때 물 분자가 육각형 고리구조를 형성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TDP 단백질은 물 분자들과 직접 결합하여 액체 상태의 물이 얼 때 육각형 고리 구조를 만드는 것을 방해합니다. 그에 따라 곰벌레의 몸속의 물 분자들은 일반적인 얼음의 구조와는 다른 형태로 얼게 되고, 부피가 늘어나지 않아 세포에 손상을 일으키지 않게 됩니다.
이런 곰벌레의 특징을 연구하면 인류와 인류의 우주개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건 당연하겠죠. 예를 들어 곰벌레의 TDP 단백질을 인간 세포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면, 인체 장기나 세포를 장기간 저온 보관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할 수 있어서 냉동인간 기술을 통해 의료 및 우주탐사에 활용할 수 있어 보입니다. 또, 우주 방사선에서 생존할 수 있는 곰벌레의 특징을 활용할 수 있다면 인류가 새로운 행성을 개척할 때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고요. 그래서 현재 전 세계의 많은 과학자들이 곰벌레를 우주생물학의 모델 생물로 지정해서 많은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미래에는 곰벌레 연구가 더욱 진전되어 우주복 없이 우주에 가는 것이 자연스러워지는 날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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