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연구를 진행하며 해외 대학원이나 연구기관, 특히 미국과 협업하는 것은 많은 연구자들에게 도전이자 기회로 다가온다. 나 역시 미국 연수 프로그램을 통해 미시간 대학에서 연구를 수행한 후 한국으로 돌아온 이후에도 해당 연구 과제에 대해 미국과의 협업을 이어가며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고 성과를 이뤘다. 이 글에서는 미국 연수 프로그램과의 협업 과정을 중심으로 어려움과 극복 방안을 다루고, 협업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미국 연수 프로그램의 배경
나는 약 8개월 동안 미국 미시간 대학에서 연수 연구원으로 활동하며 in vivo 실험을 진행했다. 출국 전 한국에서는 in vitro 실험을 이미 마무리한 상태였으며, 동물 모델 기반 실험을 위해 미국으로 갔다. 미시간 대학의 약학대학은 동물 실험에 특화된 연구 시설과 전문 테크니션을 갖추고 있어, 이를 적극 활용해 고품질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었다.
미국에서의 연구는 단순히 연구 환경이 바뀌는 것 이상의 경험을 제공한다. 장비와 자원의 차이는 물론이고 연구를 대하는 태도와 팀 간 협력 방식 등에서 큰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미국에서는 연구원 개개인이 독립적으로 실험을 설계하고 수행하며, 모든 과정이 체계적이고 투명하게 기록된다. 이러한 환경에서의 연구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했고, 한국으로 돌아와 후속 연구와 논문 작성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연수 과정에서 얻은 연구 결과는 한국에서의 후속 연구와 통합되었으며, 논문 작성 및 출판으로 이어진다. 이는 단순히 물리적 거리를 극복한 협업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다른 환경에서 도출된 데이터를 조화롭게 통합하는 과정에서 협업의 본질과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협업 중 직면한 주요 어려움: 시차와 의사소통
미국 연수 프로그램이 종료된 이후에도 협업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가장 큰 난관은 시차와 의사소통이었다. 한국과 미국 미시간 대학은 약 13~14시간의 시차가 있다. 이로 인해 화상회의를 진행하려면 주로 새벽이나 늦은 밤에 회의에 참석해야 했다. 이러한 시간적 제약은 연구와 개인 생활의 균형을 맞추는 데 큰 도전이었다. 특히, 논문 리뷰 과정에서 중요한 논의를 위해 갑작스럽게 일정이 변경되는 경우가 잦았다.
시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는 미팅 시간을 정기적으로 고정하고, 사전에 논의할 주제를 미리 정리해 효율성을 높였다. 미국 팀과 협력하여 양측의 업무 효율을 고려한 회의 시간을 정했고, 이를 통해 협업 과정에서의 불편함을 줄이고자 했다.
의사소통 문제는 시차보다 더 큰 도전이었다. 연구는 전문 용어와 세부 사항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를 영어로 명확히 전달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특히, 실험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기거나, 논문 리뷰어의 요청 사항을 실험으로 반영하는 방법에 대해 논의할 때 어려움이 많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는 다음과 같은 전략을 활용했다:
- 1. 사전 자료 준비 및 공유
논의할 내용을 정리한 자료를 미리 공유하고, 회의 후에는 논의된 내용을 요약해 공유한다. 이를 통해 중복된 논의나 불필요한 오해를 최소화했다. - 2. 시각적 자료 활용
데이터를 그래프, 도표, 다이어그램 등으로 정리해 시각적 자료로 공유한다. 이러한 방식은 상대방이 데이터를 더 쉽게 이해하도록 돕고 논의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 3. 명확한 피드백 제공
질문이 발생했을 때 즉흥적으로 답변하기보다는 충분히 고민한 뒤 명확한 답변을 전달한다. 이는 데이터 해석이나 실험 계획과 같은 복잡한 논의에서 특히 유용했다.
4. 화상회의 플랫폼을 통한 협업의 용이성
과거에는 이메일과 전화가 주요 소통 수단이었다면, 최근에는 Zoom과 같은 화상회의 플랫폼이 협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나 역시 Zoom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논의하고 데이터를 검토하며 문제를 해결한다. 특히, in vivo 실험 데이터를 기반으로 논문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미국 팀과의 실시간 소통 덕분에 큰 문제없이 진행할 수 있었다.
그러나 기술적 도구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대면 소통에서 얻을 수 있는 세부적인 뉘앙스를 전달하기 어렵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추가 자료나 이메일 설명이 필요했다. 이를 통해 기술과 인적 노력을 조화롭게 활용하는 것이 협업 성공의 핵심이라는 것을 배웠다.
논문 리비전 과정에서의 문제와 해결
논문 리비전 과정에서는 실험 분배가 또 다른 도전 과제였다. 내가 작성한 논문은 in vivo와 in vitro 실험 데이터를 모두 포함하고 있었기 때문에, 추가 실험이 필요한 경우 각 실험팀의 강점을 기반으로 역할을 분배해야 했다. 예를 들어, 동물 모델 기반 실험은 미시간 대학에서 진행했고, 세포 실험과 관련된 추가 실험은 한국에서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실험 데이터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모든 실험 절차를 문서화하고 주기적으로 데이터를 공유했다. 또한, 양측 연구팀이 동일한 목표를 향해 작업할 수 있도록 세부 일정과 목표를 명확히 설정했다. 이를 통해 리비전 요청 사항을 기한 내에 충족할 수 있었으며, 협업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체감할 수 있었다.
협업이 주는 이점과 시사점
미국 연수 프로그램은 나에게 단순히 연구 환경을 제공한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새로운 연구 문화를 배우고, 글로벌 연구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다양한 자원을 활용해 연구의 깊이를 더할 수 있는 기회였다. 특히, 연수 종료 후에도 협업을 이어가며 물리적 거리의 한계를 극복하고 연구 결과물을 완성할 수 있었다.
이번 경험은 해외 연구팀과의 협업이 단순히 연구 성과를 위한 도구가 아니라, 서로 다른 연구 환경과 자원을 결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중요한 과정임을 보여준다. 한국과 미국의 연구 자원을 최적화하여 각각의 강점을 활용한 이번 협업은, 연구자가 물리적 거리에 구애받지 않고 더 높은 수준의 연구를 수행할 수 있음을 증명한다.
미국 연수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과 미국 연구팀 간 협업을 경험한 것은 내 연구 인생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이는 단순히 연구를 진행하거나 논문을 작성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물리적 거리를 초월한 지적 교류와 공동 연구의 가치를 배우는 과정이었다. 오늘날 연구자들은 기술과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협업의 가능성을 최대화할 수 있다. 나의 경험이 해외 연구팀과 협업을 고민하는 연구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과 영감을 제공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