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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생물학을 만나다] 심해 압력을 견디는 빗해파리의 비밀
Bio통신원(김동석)
안녕하세요, 여러분. 이번 연재에서는 심해라는 신비로운 세계에 사는 생명체들, 특히 빗해파리(comb jellies)에 관해 이야기해 볼게요.
심해는 빛 한 줄기 들지 않는 어둠 속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압력과 극한의 추위가 공존하는 곳입니다. 흔히들 심해탐사가 우주탐사보다 어렵다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우주로는 태양계 밖 머나먼 거리까지 탐사하러 가는 이 시대에, 심해의 끝은 아직도 정복하지 못했으니까요. 그런 심해 속에서 빗해파리는 마치 수영장을 떠다니듯 유유히 살아갑니다. 과연 이 놀라운 적응력의 비밀은 무엇일까요? 올해 6월, Science에 출판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빗해파리의 독특한 구조와 생리적 특성이 심해라는 극한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도록 돕는다고 합니다.
사실 과학적으로 “심해”는 수심 2,000m 이하의 깊은 바다를 뜻하지만, 수심 200~1,000m인 중층대 영역부터는 광합성이 불가해서 중층대 영역 이하에 사는 생물들을 포괄적으로 “심해생물”이라고 부릅니다. 이곳에서는 햇빛이 들어오지 못해 어둡고, 온도는 겨울처럼 차갑습니다. 무엇보다도 물의 압력이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엄청납니다. 수압은 수심 1m마다 약 0.1 기압씩 증가하기 때문에 수심 1,000m의 압력은 약 100 기압입니다. 우리가 지표면에서 느끼는 압력의 100배에 달하는 거죠. 상상해 보자면 마치 온몸을 무거운 철판 수백 장으로 짓눌리는 것 같은 느낌일 거예요.
당연히 이런 환경에서는 대부분의 생명체가 살아남기 어려울 겁니다. 실제로 높은 압력은 세포막을 파괴하거나 단백질들을 변형시켜 생명 활동을 어렵게 만들거든요. 그런데도 심해에는 오늘 소개할 빗해파리를 비롯해 흡혈오징어, 아귀, 심해어, 그리고 독특한 미생물들까지 생각보다 많고 다양한 생명체가 서식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 연구에서 주목한 빗해파리는 그들의 독특한 구조와 생존 메커니즘 덕분에 심해에서 번성할 수 있었습니다.
빗해파리가 높은 수압에서 찌그러지지 않고 유유히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크게 4가지로 분석됩니다.
첫째, 빗해파리는 몸이 대부분 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물은 상대적으로 압축하기 어려운 물질인 데다가, 빗해파리 몸의 약 95%는 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내부와 외부의 밀도가 거의 비슷합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심해의 압력을 잘 견딜 수 있죠.
둘째, 빗해파리는 세포 속에 글리신 베타인(glycine betaine)이라는 작은 유기 분자가 있습니다. 이 분자는 빗해파리의 단백질들이 심해 압력에서 손상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세포를 택배 상자에 비유해 볼까요? 택배 상자 속에는 물건들이 망가지지 않게 하기 위해 뽁뽁이들이 있잖아요. 글리신 베타인이 이 세포 속의 뽁뽁이 역할을 합니다. 외부의 압력에 의해 세포가 눌리더라도, 세포 구조가 망가지지 않도록 글리신 베타인이 쿠션 역할을 해주는 거죠. 덕분에 빗해파리는 심해에서 정상적으로 생명 활동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셋째, 빗해파리는 세포 속에 존재하는 단백질 자체도 특별한 단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빗해파리의 단백질은 일반적인 단백질과 다르게 심해의 극한 압력에서도 변형되지 않을 수 있도록 접힌 단백질로 진화했습니다. 이 특수 단백질은 고압 환경에서도 본래의 구조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찌그러지지 않고 세포 활동을 정상적으로 이어갈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빗해파리는 세포막 또한 심해 압력을 버틸 수 있는 특별한 세포막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간과 같은 평범한 생명체들의 세포막은 보통 높은 압력 아래에서는 딱딱해지거나 찢어질 위험이 있습니다. 하지만 빗해파리의 세포막은 특수한 인지질과 다중불포화지방산을 포함한 독특한 조성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그 덕분에 빗해파리는 내구성이 높으면서도 유연성과 안정성이 유지되어 고무처럼 탄력적으로 반응하는 튼튼한 세포막으로 높은 압력을 견딜 수 있게 된 거죠.
이런 심해 생물 연구는 우주 탐사 기술의 발전에 접목할 수 있습니다. 빗해파리의 세포막 유연성이나 단백질 안정화 메커니즘은 심해 탐사선의 설계뿐만 아니라 극한 환경에서 작동하는 로봇 개발에도 활용될 수 있거든요. 우주처럼 인간이 생존하기 힘든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기술 개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거죠. 예를 들어, 빗해파리의 생존 메커니즘을 모방한 기술은 우주 비행사들이 높은 방사선과 극한의 온도 변화 속에서도 신체 기능을 유지할 방안을 제공할 수도 있습니다. 자연에서 배운 생존 전략은 인간의 기술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킬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줍니다.
또한 빗해파리와 같은 심해 생물들이 사는 심해 생태계의 발견으로 빛과 산소가 희박한 환경에서도 생명체가 얼마든지 살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라 곧 외계 생명체 탐사에도 큰 영향이 있습니다. 여태 외계생명체 탐사는 산소와 물이 존재하는 곳을 주로 찾았는데, 심해와 비슷한 환경인 물만 많은 행성이나 위성도 도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거죠. 실제로 최근 주목받는 위성이라 이 연재에도 몇 번이나 등장했었던 목성의 위성 유로파나 토성의 위성 엔셀라두스는 두꺼운 얼음층 아래에 거대한 바다가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환경은 심해와 매우 비슷할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빗해파리가 심해 환경에 적응한 방식을 이해하면 이러한 외계 바다에서도 생명이 존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그 외계의 바다들을 조사하기 위해서는 심해탐사 기술이 발전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요.
이렇게 생각해 보니 빗해파리가 그저 유유자적 물속을 떠다니는 평범한 생명체로만 보이지는 않지 않나요? 사실 빗해파리들은 극한 환경에서도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자연의 걸작이었던 거죠. 심해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로 가득한 공간입니다. 하지만 오늘 이야기한 빗해파리처럼 그곳에 사는 생명체들을 연구하다 보면, 인간이 아직 풀지 못한 수많은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심해와 우주는 얼핏 보면 완전히 다른 세계처럼 보이지만, 생명의 적응이라는 주제로 서로 연결되어 있으니까요. 어쩌면 빗해파리 연구를 통해 정말로 외계 생명체에 대한 단서를 찾을 수도 있겠죠.
다음 연재에서는 심해와 우주를 잇는 또 다른 특별한 생명체들의 비밀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연재도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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