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현직자들이라면 한 번쯤 생각해 본 고민들을 가져왔습니다. 박사후연구원,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잠 못들다? 연구과제를 이끄는 연구책임자, 팀원관리, 연구비 부담감에 잠 못들다? 솔직히! 이공계 현직자들! 이런 고민 있어? 없어? 불안감에 포기할까 고민했던 순간, 눈물 나게 고마웠던 동료 연구자들과 함께한 사연과 신진연구자의 차마 말하지 못한 속에 담긴 이야기를 다 모았습니다. 이공계 현직자의 다양한 고민 그리고 답변이 궁금하다면? K-클럽 경력고민 상담소에 놀러 오세요!
Q. 주변 사람들에게 ‘박사후연구원, 그게 뭐야?‘라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다, 없다?!
(A) 저는 박사후연구원을 하면서 집에 있는 가족들에게 설명할 때가 가장 어려웠습니다. 박사까지 공부를 했는데 왜 또 연수를 받아야 하는지 이해를 전혀 못하는 분위기였어요. 가족들은 학교에서 좀 뒤처져서 나머지 공부를 하는 건 아닌지 오해를 하지 않았나. 싶은데요. 그래서 박사후연구원이 무엇인지 주변 사람들에게 이해시키느라고 굉장히 많은 설명과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B)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요. 주변에서 대학원을 가지 않은 친구들은 보통 사기업에 취직을 하고 일을 하면서 대리를 달고 과장으로 승진하고 계속 성장하는 게 눈에 보이잖아요. 그 기간 동안 저는 대학원 생활을 하고 계속 학생으로 공부만 하다가 졸업을 하게 된 거죠. 졸업 후에 친구들에게 또 박사후연구원 과정으로 연수를 한다고 이야기했더니, ’이거 왜 해? 꼭 해야 되는 거야? 그냥 박사 졸업하고 바로 취직하면 되는 거 아냐?‘라는 질문을 많이 들었어요.
Q. 박사후연구원,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잠 못 들어 본 적이 있다, 없다?!
(B) 저는 현재 안전성평가연구소에서 박사후연구원 과정 중에 있습니다. 연구책임자 분들처럼 아직까지는 제가 누군가를 책임질 위치는 아니라서 저 자신에 대한 걱정,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계속 가지고 있어요. 불안감이 있다고 해서 이것 때문에 업무나 연구에 집중을 못 하는 건 아니고요. 그 불안감이 일종의 트리거가 돼서 연구를 하는데 조금 더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C) 저는 박사후연구원 과정을 4년 반 정도 하고, 얼마 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정규직으로 입사했습니다. 그때의 경험을 떠올려보면 처음 2년 동안은 옆에 박사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불안감을 연료로 사용했던 시기였던 것 같아요. 한 해 한 해가 지나갈수록 이게 기회가 있는 건지 오는 건지 점점 불안감이 커져가더라고요. 불안감이 연료로 쓸 수 없을 정도로 커지기 시작해서, 나중에는 연구책임자 분들이 갖는 그런 부담감을 느껴보고 싶다, 미래에 대한 부담감은 내려놓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거 같아요.
(A) 저도 꽤 오랜 시간 박사후연구원 과정 이후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 취업해서 연구책임자로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종류만 달라진 뿐 항상 곁에 안고 사는 것 같아요. 포닥 때는 시간과의 싸움이었죠. 머리 위에서 시계가 째깍째깍 돌아가고, 시간은 줄어들고 성과는 내야 하는 압박을 받는 과정 속에서 불안하고 힘들었던 시기였던 것 같고요. 연구책임자로서 자리를 잡게 되면 제가 책임져야 될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요. 학생들, 팀원들과 같이 일을 하려면 연구비도 따와야 하고 연구비를 따오려면 남들이 저한테 투자를 할 만한 새로운 아이템도 발굴해야 되고. 그런 것들이 ’내가 과연 좋은 리더로서 좋은 팀을 꾸려서 사람들을 잘 성장시킬 수 있을까? 좋은 과학자를 배출할 수 있을까?‘라는 불안감, 책임감 같은 것들 때문에 종류가 다른 불안감은 여전히 가지고 지내게 되는 것 같아요
Q. 박사후연구원 기간의 불안감을 이겨내는 노하우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D) 저는 미국에서 박사까지 졸업하고, 박사후연구원 과정을 거쳤습니다. 박사후연구원 기간 동안에는 저의 연구에만 집중하면 됐고 자신의 미래를 많이 걱정했던 것 같아요. 한국에 들어와서 포닥을 거쳐 연구소에 취업한 뒤에는 연구책임자로서 같이 일하는 분들에 대한 책임감이 좀 더 커지고 있는데요. 이러한 불안감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네트워킹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외국에서 생활하다 보면 ’내가 무엇을 하는 것보다 누구를 아는 게 중요하다.‘고 많은 사람들이 강조하거든요. 다양한 학회 활동이나 소모임 워크숍 많이 참여해서 다양한 연구자들을 만나보는 게 불안감을 이겨내는 중요한 비결 중의 하나가 아닐까 싶어요.
Q. 연구하면서 눈물 나게 고마웠던 동료 혹은 연구책임자가 있다, 없다?!
(D) 미국에서 박사 3년 차 때 포기를 할까 고민을 정말 많이 했었어요. 흔치 않은 상황인데, 지도교수님이 갑작스럽게 돌아가셨어요. 연구실이 와해가 된 상황이었는데, 박사 3년 차면 졸업을 향해서 달려가는, 연구에 정말 집중하던 시기였거든요. 앞으로의 방향성이나 미래에 대해서 정말 고민이 많았어요. 정말 감사했던 기억이 같은 과의 동기들, 선후배 분들이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까 마무리를 해야 한다고 응원해 주셨어요. 맞은편 연구실 교수님께서 ’내가 연구 분야에 대해 대략적인 파악은 하고 있으니까 졸업을 위해서 열심히 해보자.‘고 손을 내밀어주셨습니다. 연구실 소속 학생들이 인건비나 연구비를 많이 양보해주기도 하고, 학과의 도움을 받아서 졸업을 한 케이스라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A) 박사과정 중 긴 슬럼프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학과, 교수님 그리고 동기들 덕분입니다. 박사 졸업을 하기까지 기간이 너무 길었는데, ’나는 쓸모가 없고 사람들이 나를 무시하고 있는 것 같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사람을 피했던 시기가 있어요. 이 시기를 탈출할 수 있었던 건 동료들의 응원 덕분이에요. ’너는 재능이 있는 친구다. 누구에게나 어려웠던 시기가 있었다.‘라고 얘길 해주는데 그때 완전히 저의 생각을 완전히 바꿀 수 있었어요. 사람들이 나를 미워한다는 생각은 내가 만들어 낸 허상이고, 소수의 사람은 나를 이유 없이 미워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아무 이유 없이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그때가 있었기에 오늘날의 제가 있었던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