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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주제가 달라졌던 경험담] 자, 이제 시작이야 (부제: 포닥 지원 및 연구 주제 선정) ③
Bio통신원(면역학연구원)
[용감하게 떠난 외국]
글쓴이는 석사 과정으로 암 생물학을 전공하고, 박사 과정으로 면역학을 전공하였다. 긴 시간의 학위 과정을 마치고 과감하게 외국으로 향했다. 비행기가 향했던 곳은 박사 과정 중에 공동연구를 진행했던 호주의 한 연구소였고, 포닥의 위치가 아닌 연구 인턴쉽의 위치로 연구팀에 합류하였다. 이런 방법은 포닥 생활을 시작하는 일반적인 방식인 1) 박사 학위를 한 연구실에서의 포닥 생활, 또는 2) 박사 과정 중 position approval이 되어 있는 연구실에서의 포닥 생활이 아니었다. 박사 학위 연구실에서 포닥 생활을 이어나가지 않았던 이유는 졸업하기 전에 연구하고 있던 모든 연구가 마무리되어 논문 출판이 되었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학위 과정 중에 다른 포닥 연구실을 알아보지 않았던 이유는 사적인 이유인데 졸업 후 바로 호주로 가기로 정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연구소에서 연구 인턴쉽으로 있으면서, 세미나를 통해 연구소 내 다양한 연구팀의 연구들을 접할 수 있었다. 공동연구를 했던 연구팀에는 면역학 전공자가 없었기에, 면역학적인 실험을 맡아서 진행하며 종종 면역학적 자문을 진행했다. 그러면서 포닥 자리를 알아보았다.
[외국에서 포닥 지원 – 박사 과정의 연장? 혹은 새로운 분야의 도전?]
그러나 때는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마비된 시기였다. 호주 내에서도 주 경계(state border)가 막혀서, 주 경계 출입허가증을 발급받은 사람들 외에는 입∙출입이 자유롭지 않았다. 글쓴이가 거주하고 있던 곳은 퀸즈랜드 주에 소재한 브리즈번(Brisbane, Queensland)이었는데, 주 안에 소재한 대학 및 연구소에서는 호주 국적자 외에는 구인-구직을 제한하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연구 인턴쉽으로 근무하면서 SEEK (https://www.seek.com.au)이라는 웹사이트를 통해 호주의 포닥 자리를 알아보았고, EuroScienceJob (https://www.eurosciencejobs.com)이라는 웹사이트를 통해 유럽의 포닥 자리를 알아보았다. 글쓴이는 포닥 자리를 두고 크게 두 가지 방향을 염두하고 있었다. 하나는 박사과정 때 연구했던 면역학 연구를 통해 임팩트 있는 연구를 하는 방향으로서, 호주 브리즈번에 소재한 암에 대한 세포치료 연구팀, 독일 뮌헨에 소재한 human T 세포 연구팀, 심지어 한국에 소재한 파스퇴르 연구소에도 지원서를 보냈다. 다른 하나는 새로운 응용 분야에서 면역학을 잘 접목시켜보고 싶어서 호주 시드니에 소재한 3D 바이오 프린팅을 통해 세포 간의 신호 전달을 연구하는 팀에 지원을 하였다.
브리즈번의 세포치료 연구팀의 책임 (PI; Principle Investigator)와는 연구소에서 오고 가며 여러 차례 만날 기회가 있었지만, 연구비와 T.O.에 대한 문제로 좋은 결과를 얻지 못 했다. 하지만 한국의 파스퇴르 연구소의 면역 연구팀과 뮌헨의 human T 세포 연구팀의 PI들과 SKYPE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고, 두 곳에서 큰 관심을 보여, 선택해서 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포닥의 연구 주제 선정 1 – 인터뷰 중 언급되는 관심사]
인터뷰는 면접관(interviewer)과 면접자(interviewee) 모두에게 서로에 대한 첫 이미지이기도 하며 연구 방향성에 대한 이해의 첫 관문이기도 하다. 글쓴이의 연구 이력과 연구계획서에 관심을 보였던 연구팀 PI들과의 인터뷰에서는 공통적으로 크게 두 가지를 요구하였다. 하나는 박사 과정 연구 중 대표적인 연구의 내용 발표, 그리고 다른 하나는 포닥 과정 동안의 대략적인 연구 방향 소개였다. 감염병 치료에 대한 치료 개발을 주로 진행하는 한국 파스퇴르 연구소 팀과의 인터뷰에서는 박사 과정 동안 연구했던 T 세포의 분극화(polarization), 활성(activation) 및 확장(expansion) 특성과 동물실험의 설계 및 해석 등에 집중적으로 질의응답이 진행되었다. 반면, human T 세포의 특성을 여러 질병 모델을 통해 연구하는 뮌헨의 연구팀에서는 글쓴이의 NLRP3 연구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연구팀 PI는 현재 학생들이 진행 중인 주제인 NLRP3와 관련이 있는 단백질의 기능에 대한 연구를 설명하며 짧은 디스커션의 시간을 가졌다. 이 논의 과정을 통해 PI가 원하는 방향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었다. 포닥의 위치에서는 자신의 연구뿐만 아니라 학생들을 지도하고 이끌어 줄 수 있는 자질도 평가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진 1. SKYPE 인터뷰 시작 10분 전 두 인터뷰를 마치고 며칠이 지났을까 한국에서는 연봉 협상과 합류 일정을 언급하며 채용 의사를 공지하였고, 뮌헨에서는 워킹 비자의 진행 절차를 설명하며 적극적인 채용 의사를 밝혔다. “한국에서 자리를 잡느냐” 아니면 “유럽이라는 낯선 곳에서의 도전이냐” 두 갈래 길에서 고민을 하다가 독일로 떠나 보기로 결정했다. 그 이유는 꿈을 위해서였다. 1화에서 소개했듯, 글쓴이가 생명공학/생명과학을 공부하고 대학원의 진로를 결정했던 이유는 “암 치료”라는 목적이었다. 뮌헨 연구팀은 human T 세포를 연구하는 팀이었고, PI가 피부과 의사였기에 여러 환자 sample에 대한 접근성이 좋을 것 같았다. 박사 과정 동안 면역학을 공부하며, 동물 모델과 마우스 T 세포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지만, 궁극적으로 “사람을 치료하기 위한” human T 세포의 특성과 연구 방법들에 대해서 접할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포닥 과정을 통해 연구의 폭을 넓히기를 기대했다. 또, 그 당시 각광받고 있던 CRISPR-Cas9 유전자가위 기술과 bioinformatics를 해당 연구팀이 잘 활용하고 있는 것을 PubMed를 통해 확인해 볼 수 있었다. 아무튼 인터뷰를 통해 포닥의 생활을 위한 독일로 떠났다.
연구 시 중요 사항 | |
동물 샘플 실험(마우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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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샘플 실험[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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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마우스 샘플 실험과 사람 샘플 실험 시 중요 사항(개인적 의견)
[포닥의 연구 주제 선정 2 – 박사 과정 연구 결과의 연장]
큰 기대와 포부를 안고 도착한 독일에서의 첫 한 달은 연구실에 적응하며 익숙하지 않은 human T세포 연구에 대한 기본적인 실험들을 익혔다. 그리고 PI의 지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로 인해 발급이 어려웠던 EU blue 카드(취업 비자)를 취득하기 위해 발로 뛰어다녔다.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도 연구실에 출근하며 연구 주제에 대한 설계를 진행했다. 동시에 박사 과정 학생이 진행하고 있는 NLRP3와 관련된 단백질 Gasdermin E의 역할 규명 연구를 자문하면서 함께 진행하였다. (글쓴이의 박사 학위 논문 중에는 T 세포의 내인성 NLRP3의 역할과 그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연구주제가 있다고 했다.)
개인 연구 주제로는 NLRP3 관련 단백질 X(결과가 출판되지 않은 연구 내용이기에 임의의 X로 표현한다.)의 기능을 human T 세포의 탈진 및 고갈(exhaustion) 혹은 무감작(anergy) 현상에 초점을 두어 연구를 진행하고자 설계하였다. T 세포의 항원에 대한 반응성을 지닌 effector T 세포에 지속적인 항원 노출이 어느 수준에 도달하였을 경우 그 반응성이 떨어지면서 exhaustion 및 anergy 현상이 발생한다 [논문 정보: Cell Death & Disease, 6, page e1792 (2015)]. 글쓴이가 출판한 연구에서 T 세포가 TCR/CD28의 activation으로 인해 NLRP3의 발현양을 증가한다는 사실과 NLRP3의 주요 역할이 세포의 사멸 현상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염두 했을 때, 이 과정에 관여하는 단백질 X를 잘 조절하면 exhaustion 및 anergy 현상을 조절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울 수 있었다. 이 연구를 통해 종양 미세환경이나 만성감염질환 환경에서 발생하는 T 세포의 exhaustion 및 anergy를 극복하여 세포치료에 적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연구 주제로 1년 정도 실험을 진행했다.
그 외에 박사 과정 때 진행했던 Th17 세포와 조절 T 세포(Treg)의 균형에 대한 연구 논문을 토대로, 피부질환을 가진 환자의 피부에 존재하는 skin resident T 세포(상주 T 세포) 중 Th17/Treg 균형 및 conversion에 관여하는 외부 인자 Y (역시 결과가 출판되지 않았기에 임의의 Y로 표편한다.) 에 대한 연구도 진행했다.
그러나 개인적인 이유로 인해 해당 연구소를 나오게 되었고 연구는 후임자에게 넘겨졌다.
[실패를 실패가 아니게 만들기]
글쓴이는 이 첫 포닥의 시간을 잘 마무리하지 못했다. 연구 실적이 중요한 포닥의 시기에 성과 없이 마무리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시간을 통해 소중한 만남이 있었고, 인생의 교육뿐 아니라 연구를 위해 배운 지식과 기술들이 있었다. Human sample을 다루는 방법을 배웠고, 세포를 sorting 하는 FACS 기술과 유전자 조작을 위한 CRISPR-Cas9 기술 또한 배울 수 있었다. 물론 출판된 논문이나 protocol을 통해 배울 수도 있는 실험들이지만, 그 안에 있는 디테일까지 얻기에는 어려움이 있기에 이 과정이 도움이 되었다. 실패를 실패로 인정하며 주저앉기에는 너무 아까운 시간이기에… 첫 포닥 과정을 통해 얻어 갈 수 있는 모든 것을 가지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사진 2. 독일 뮌헨에서의 퇴근길 풍경
To be continue…
[정리: 포닥 과정의 연구 주제로 좋을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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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1] Med Sci Monit. 2022 Dec 28;28:e938807-1–e93880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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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 및 연구원의 길로 입문하기 위한 필수 스텝, 바로 "연구 주제" 정하기. 연구 주제를 정하기까지 많은 논문을 통한 공부를 필요로 한다. 그렇기에, 또 그 연구 주제를 변경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렇다면 학생들을 포함한 우리 과학 연구자들은 연구 주제를 어떻게 선정해야 할까? 각 과정(석사, 박사, 포닥 등) 마다 미미하게 다른 연구 주제의 선정 방법과 연구 중에 있었던 에피소드 등을 나누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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