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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으로 배우는 면역학] PD-1-IL-2 면역항암
Bio통신원(박은총)
소개할 논문 제목 A PD-1-targeted, receptor-masked IL-2 immunocytokine that engages IL-2Rα strengthens T cell-mediated anti-tumor therapies (PMID: 39326410) 논문링크 |
이번에 소개할 논문은 미국의 제약회사 Regeneron에서 최근에 발표한 논문입니다. 논문의 내용 자체를 가지고도 배울 내용이 있지만, 제약회사에서 일하는 것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께는 제약회사에서 어떤 연구를 어떻게 하는지를 조금이라도 알 수 있는 논문이기도 합니다. 특히나 면역항암치료에 대해 다양한 모달리티들이 개발되고 시도되는 가운데 제약회사에서는 어떤 접근방법을 가질 수 있는지를(하나의 예시로써) 배울 수 있는 논문입니다. 해당 논문은 PD-1 antibody에 변형된(활성도를 낮춘, 활성도를 어떻게 낮추는지를 보는 것이 논문의 핵심) IL-2를 붙임으로써 종양미세환경에 존재하는 PD-1 발현 CD8 T cell에 선택적으로 IL-2를 전달해 면역항암치료를 향상시키는 시도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2024년 9월 25일 Cell Reports Medicine 저널에 발표됐습니다.
Wu, Jiaxi, et al. "A PD-1-targeted, receptor-masked IL-2 immunocytokine that engages IL-2Rα strengthens T cell-mediated anti-tumor therapies." Cell Reports Medicine (2024).
<배경지식 소개: IL-2>
면역세포는 다양한 종류의 싸이토카인을 필요로 합니다. 일반적으로 싸이토카인이라고 하면 Interleukin (IL)이라고 불리는 종류의 싸이토카인들을 생각하기가 쉽고, IL-6, IL-1, IL-12, IL-17 같은 염증성 싸이토카인들을 예로 들 수 있겠으며, Interleukin 뒤에 붙는 숫자는 각각의 Interleukin이 발견된 순서에 따라 부여가 됩니다. 그러나 이번에 소개할 IL-2는 사실 Interleukin 중에서 가장 먼저 발견되었지만, 처음 이름을 부여할 때 IL-2보다 상위 (Upstream)에서 작용하는 싸이토카인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을 하고 1을 건너뛰고 IL-2로 이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Abbas, Abul K. "The surprising story of IL-2: from experimental models to clinical application." The American journal of pathology 190.9 (2020): 1776-1781.). 그래서 오히려 나중에 발견된 IL-1이 1번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IL-2는 T cell이 증식하고 생존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싸이토카인입니다. 처음 IL-2가 발견되었던 것도 T cell 분열을 촉진시키는 물질로 발견이 된 것이었고, 이후 IL-2를 이용하면 T cell의 기능을 강화시켜 암을 치료할 수도 있을 거란 기대를 했습니다. 실제로 이런 흐름 속에서 Melanoma와 Renal cancer 치료에 IL-2를 주입하는 치료법이 FDA 승인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IL-2를 주입할 경우 생기는 여러 가지 부작용들로 인해 지금은 잘 사용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이제는 잘 알지만, IL-2는 면역반응을 억제시키는 Treg cell이 좋아하는 싸이토카인입니다. 따라서 IL-2를 주입할 경우 오히려 Treg cell 반응을 올림으로써 종양미세환경 내의 면역반응이 억제되어 면역항암효과가 떨어지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T cell에게 너무나도 중요하고 필요한 싸이토카인이기 때문에 종양미세환경에서 암과 맞서 싸우는 특정 종류의 T cell에게만 IL-2를 특이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면 면역항암효과를 증진시키는 결과를 기대해 볼 수도 있습니다.
<논문 소개>
위에서 소개한 대로 IL-2는 T cell에게는 아주 좋은 영양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논문에서 저자들은 항암작용을 갖는 T cell에게 선택적으로 IL-2를 전달하기 위해서 PD-1 항체에 IL-2를 연결하는 방법을 고안했습니다. PD-1은 종양미세환경에 존재하는 항암작용을 갖는 T cell에서 높게 발현되기 때문에(논문의 Figure 1I) PD-1 항체를 이용해 해당 세포에 IL-2를 전달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논문에서 이야기하는 결론은 어찌 보면 단순합니다. IL-2가 붙은 PD-1 항체를 이용해 종양미세환경에 존재하는 PD-1을 높게 발현하는 CD8 T cell에 선택적으로 IL-2를 전달함으로써 면역항암효과를 증진시킨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닙니다. 단순히 PD-1 항체에 IL-2를 붙인다고 해서 IL-2를 PD-1 발현 세포에만 선택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큽니다. 왜냐하면, IL-2 수용체(IL-2R)와 IL-2의 결합이 매우 효과적이고 빠르기 때문입니다. 즉, 항체와 연결된 IL-2는 항체가 그 표적을 찾기도 전에 주변에 있는 IL-2R에 먼저 달라붙어버리게 되고, 결국 IL-2R을 발현하는 모든 세포에 IL-2 신호전달을 활성화시키는 결과가 발생합니다. 따라서 전혀 세포특이적인 전달이 안 된다는 말입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논문의 저자들은 의도적으로 IL-2의 반응성을 떨어뜨렸습니다. 일반적으로 IL-2의 반응성을 떨어뜨리는 방법으로는 IL-2 mutein을 만드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IL-2R의 구조를 먼저 이해해야 합니다.
IL-2가 결합하는 수용체(IL-2R)는 세 개의 소단위체(Subunit)를 가지고 두 가지 형태로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IL-2Rα (CD25), IL-2Rβ (CD122), IL-2Rγ (CD132) 세 개로 이루어진 IL-2Rα/β/γ 형태와 IL-2Rα 없이 두 개로만 이루어진 IL-2Rβ/γ 형태이며, 이 두 종류의 수용체는 IL-2에 대한 결합 친밀도(Binding affinity)가 다릅니다. 결합 친밀도가 높은 형태인 IL-2Rα/β/γ는 면역 반응을 억제시키는 Treg cell이나 활성화된 T cell에 많이 발현됩니다. 따라서 다양한 종류의 T cell을 섞어두고 IL-2를 처리하면IL-2Rα/β/γ를 높게 발현하는 Treg cell이 암세포를 죽이는 CD8 T cell보다 효과적으로 IL-2에 반응해버리는 결과가 나타납니다. 결국 CD8 T cell은 Treg cell에게 IL-2를 다 뺏겨서 Treg cell만 배부르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Treg cell의 횡포를 막고자, 과학자들은 의도적으로 IL-2Rα subunit에 결합을 하지 않는 형태의(IL-2Rβ/γ-biased) IL-2 mutein을 만들어냈고, 이를 사용하면 Treg cell에 비해 상대적으로 IL-2Rα 발현이 낮은 CD8 T cell도 효과적으로 IL-2에 반응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과도한 Treg cell 활성화를 막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논문에서는 이러한 IL-2 mutein을 사용한 것도 아닙니다. 종양미세환경에 존재하는 PD-1+ CD8 T cell도 IL-2Rα를 높게 발현하고(논문의 Figure 1I), 이로 인해서 종양에 존재하는 CD8 T cell을 효과적으로 활성화시키려면 IL-2Rβ/γ-biased IL-2 mutein보다는 원형의 WT IL-2를 쓰는 것이 좋다는 것입니다(논문의 Figure 1H).
그래서 결국 논문의 저자들은 PD-1 항체에 IL-2 mutein이 아닌 WT IL-2를 붙이기로 합니다. 그런데 이제 IL2Rα를 곁들인… 위에서 설명한 대로 WT IL-2는 워낙 수용체에 대한 결합력이 좋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결합력을 떨어뜨리기 위해 WT IL-2를 꽁꽁 싸맸습니다. 논문에서는 이를 Masked IL-2(가려진 IL-2)라고 설명합니다. 그 원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그림 1). IL-2와 IL-2Rα를 한 사슬로 연결해서 단백질을 만들었고, 이렇게 만든 단백질 사슬 두 개를 항체에 붙여줍니다. 그렇게 되면 한 사슬에 있는 IL-2는 다른 사슬에 있는 IL-2Rα와 결합하게 되어 가려지게 됩니다. Cis 형태로 동일한 사슬에 있는 IL-2와 IL-2R이 결합하는 것이 아니라 Trans 형태로 사른 사슬에 있는 짝꿍과 결합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대부분 이렇게 가려진 형태로 IL-2가 존재하게 됩니다.
그림 1. PD1-IL2Ra-IL2의 구조
IL-2Rα (IL-2 결합 도메인)와 IL-2가 한 사슬로 연결되도록 만들고, 이렇게 만들어진 사슬 두 개를 항체에 연결한다. 이렇게 될 경우 각각의 사슬에 있는 IL-2와 IL-2Rα는 서로 다른 사슬에 존재하는 IL-2Rα와 IL-2에 결합하게 되고, 이런 원리로 IL-2는 가려진 (Masked) 상태로 존재한다. 이러한 결합이 풀린 (Unmasked) 상태로도 존재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가려진 상태로 존재한다. 그림 출처: 논문의 Figure 2A
Masked IL-2는 비록 WT IL-2와 본질은 갖지만, 가려져 있기 때문에 IL-2R에 대한 친밀도가 매우 떨어진 형태로 존재합니다. 하지만 접착제로 붙이듯이 늘 고정된 것은 아닙니다. 생화학에서 혹은 일반화학에서 배우는 평형(Equilibrium)의 개념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대부분은 가려진(Masked) 상태로 존재하지만 일부는 열린(Unmasked) 상태로 존재하며, 이때의 평형이 가려진 상태로 치우쳐 있는 것입니다. 쉽게 극단적으로 이해하자면 WT IL-2는 연중무휴 24시간 오픈하는 식당이지만, Masked IL-2는 일주일에 한 번 몇 시간만 오픈하는 식당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어쩌다 운 좋게 식당이 잠깐 열었을 때 그 앞에 배고픈 사람이 지나가면 손님을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Masked IL-2는 WT IL-2에 비해 IL-2R에 쉽게 결합하지 못해 현저히 낮은 활성도를 갖지만, PD-1 항체에 의해 세포 표면에 존재하게 될 경우 해당 세포에 있는 IL-2R과 결합해서 해당 세포의 IL-2R을 선택적으로 활성화시킬 수 있게 됩니다. PD-1 항체가 Masked IL-2를 수용체 앞까지 배달해 주고, 아주 가끔 Unmasked 형태로 존재할 때 IL-2는 근처에 있던 IL-2R과 결합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림 2).
그림 2. PD-1 특이적 IL-2R 활성화
PD-1을 발현하는 CD8 T cell에 PD-1 항체가 결합하고, 항체에 연결된 IL-2는 같은 세포에 있는 IL-2R에 결합해 IL-2R 신호를 활성화시킨다. 대부분의 경우 IL-2는 가려진 (Masked) 형태로 존재하지만, 일부 열린 (Unmasked) 형태로 존재하는 IL-2는 근처에 존재하는 IL-2R에 결합할 수 있다.
논문의 데이터에 의하면 Masked IL-2가 붙은 PD-1 항체 (PD1-IL2Ra-IL2)는 선택적으로 PD-1+ CD8 T cell을 활성화시킬 수 있고, 이를 통해 효과적으로 면역항암치료를 가능하게 합니다. 또한 면역관문 억제제인 Anti-PD-1 항체, T cell engager, CAR-T cell therapy와 병행했을 때 시너지를 보이기도 합니다. 자세한 데이터는 논문을 직접 읽어보면서 확인해 볼 것을 추천드립니다.
<해당 연구의 중요성과 의미>
2023년 한 해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한 약은 Merck에서 판매하는 면역관문억제제인 Keytruda이며, 이는 항체입니다. 2등을 기록한 약은 Abbvie의 면역질환치료제인 Humira이며, 이 역시도 항체입니다. 이처럼 항체 기반 약물은 표적 특이성이 있고 세포치료법이나 유전자 치료 같은 모달리티에 비해 개발 및 치료 비용이 적기에 제약회사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개발하는 모달리티입니다. 이번에 소개한 논문은 항체를 이용해 표적이 되는 세포에 특이적으로 싸이토카인을 전달하는 방식의 모달리티입니다. 이와 유사한 것이 항체를 이용해 약물을 전달하는 ADC (Antibody-drug conjugate)라고 할 수도 있지만, 항체가 전달하는 물질이 무엇이냐에 따라 연구/개발의 초점이 확연히 달라집니다.
이번에 소개한 논문처럼 항체를 이용해 싸이토카인을 전달할 때는 항체가 표적 세포에 도달하기 전에 싸이토카인이 비특이적으로 다른 세포에 있는 수용체에 결합되는 일을 막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의도적으로 싸이토카인이 수용체에 결합하는 능력을 낮추는 방법이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논문에서 사용된 Masking기법은 싸이토카인의 원형은 보존하면서 동시에 싸이토카인의 노출을 제한함으로써 표적 세포까지 안전하게 전달되도록 한다는 점에서 기발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원리가 어디까지 적용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다양한 면역세포에 선택적으로 특정 싸이토카인을 전달할 수 있다면, 논문에서 사용된 원리를 면역항암치료뿐 아니라 다양한 면역질환 치료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서두에서 소개했듯이, 이번 논문은 제약회사에서 진행된 연구입니다. 학계에서는 많은 경우 유전자, 단백질의 숨겨진 기능을 밝히거나 조절 메커니즘을 밝히는 등 기초적인 학술적 연구들이 많지만, 회사에서는 이처럼 새로운 모달리티를 개발하는 연구들이 주를 이룹니다. 그리고 새로운 모달리티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같이 연구를 해야 합니다. 누군가는 논문에 사용된 항체를 설계해서 만들어야 하고, 누군가는 그 항체가 어떻게 기능하는지를 실험적으로 확인해야 하고, 누군가는 In vivo 실험을 통해 항체가 의도한 대로 작동하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따라서 회사에서는 내가 직접 실험을 하지는 않더라도 어떤 종류의 실험들이 필요한지를 이해하고 서로 협업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이번 글을 통해 논문의 내용을 소개하는 것뿐 아니라, 혹시라도 제약회사 취업에 관심을 가지고 계신 분들께는 제약회사에서 하는 연구의 한 사례를 소개함으로써 제약회사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되었기를 바랍니다.
본 기사는 네티즌에 의해 작성되었거나 기관에서 작성된 보도자료로, BRIC의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또한 내용 중 개인에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사실확인을 꼭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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