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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실험실이 좋습니다] 뒤처리까지 모두 실험이다
Bio통신원(김틸다(필명))
실험을 하다 보면 많은 폐기물이 나온다. 우스갯소리로 우리가 환경 파괴의 주범이라는 농담을 자주 했다. 플라스틱 제품과 일회용품으로 분류되는 실험 소모품들을 사용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코니컬 튜브를 사용하고 나서 가능한 재활용하려 했지만, 미생물 실험의 특성상 정확한 실험 결과를 위해서 재사용을 오래 할 수도 없었다. 동일한 샘플을 옮기는 아주 극소수의 경우가 아니면 당연히 폐기해야 했다. 시료를 채취할 때마다 새로운 용기를 사용해야 했고, 무엇보다 피펫 팁이나 일회용 배양 플라스크는 또 얼마나 많이 사용했는지 모른다. 실험을 하다 보면 폐기물 생각까지 하지 못하다가, 청소하는 날이면 이번엔 쓸데없는 폐기물은 만들지 말아야지라는 다짐을 또 하게 되는 나날의 반복이었다.
실험실에서 한 번 날을 잡아 시료들을 정리하는 날이면,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나왔다. 그동안 분석을 위해 보관했던 수많은 코니컬 튜브들, 언제 채집했는지 날짜가 지워져 있는 채수병들과 유리병들, 분석에 바빠 제때 폐기하지 못했던 샘플들까지. 내부를 비우고 용기를 깨끗하게 씻어 차곡차곡 폐기물 자루에 담다 보면 여러 명이 양손에 들고도 카트를 이용해서 옮겨야 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가장 흔한 폐기물은 플라스틱으로 된 실험 도구들이었다. 여러 연구원이 동시에 배양을 진행하게 되면 당시에 사용하던 필터컵부터 컬처 플라스크까지, 멸균된 플라스틱 도구가 대부분 사용되었다. 폐기물을 배출할 수 있는 날이 정해져 있었는데 그날을 놓치게 되면 실험실에 폐기물이 가득 쌓이게 되기도 했다. 내용물을 모두 비우고 세척하여 버려야 했기 때문에 그날이면 실험실은 물바다가 되었다. 다른 곳에서 일을 할 때도 이런 날은 어느 연구실이든 다를 바가 없었다. 냉장고와 창고 가득히 찬 실험하고 모아놓은 시료들과 폐기할 물건들을 꺼내서 세척하고 종류별로 분류하고 버리는 과정을 반복했다.
e-tube, conical tube, 일회용 장갑 등등...
실험 도구는 한번 사용하고 버려야 할 것들이 많다. 어떤 연구실이든 폐기물 처리는 필수적으로 동반되었다. 본인의 실험에서 나온 폐기물을 제대로 정리하지 않으면 실험실의 환경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었고 당연히 같은 실험실을 사용하는 동료들에게도 피해를 끼치는 일이 발생했다. 배양한 지 오래된 컬처 플라스크를 배양기에 계속해서 보관하면 배양기의 자리가 부족해 다른 사람이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도 있었으며, 심각한 경우 옆의 배양 플라스크에도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있었다. 연구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기에, 내 폐기물을 정리하는 것은 기본이었다.
미생물 실험을 하다 보면 생물 폐기물도 많이 발생했다. 생물 폐기물의 경우 전용 봉투나 용기를 반드시 사용하여 폐기해야 했다. 폐기 전 반드시 멸균기에서 돌려 미생물을 모두 사멸시켜야 했으며, 따로 특수한 처리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액체배지로 실험을 한 경우에는 멸균 후에 폐액으로 폐기하였지만, 고체 배지의 경우 agar를 모두 긁어 폐기물 봉투에 따로 넣어 폐기하고 플라스틱은 분리하여 폐기하여야 했다. 당시 나는 고체 배지를 자주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반대로 폐기물을 처리해야 하는 날에는 그 수가 꽤 되었다. 시약 수저를 들고 배지를 벗겨내는 것은 은근한 쾌감을 가져오게 만들었기에 그 작업이 꽤나 재미있었다. 이후 쌓인 플레이트를 보면서 느끼는 뿌듯함은 덤이었다.
폐기물 처리 후에 따라오는 뒷정리도 꽤 많은 작업을 거쳐야 했다. 특히, 생물과 관련된 연구를 한다면 자리의 정리정돈이 중요했다. 클린벤치를 사용하고 나면 항상 에탄올을 뿌려서 내부를 닦고 잠깐이라도 UV 램프를 켜서 다음 실험에 영향이 가지 않게 관리해야 했다. 괜히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클린벤치 안을 보다가 찜찜한 마음에 다시 뒷정리를 할 때도 있었다.
이런 모든 과정을 즐기게 되는 건 사실 쉽지 않았다. 처음에는 어려울 때도 있었고, 꺼려지던 때도 있었다.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혼나는 건 덤이었다. 하지만 뒷정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 사람의 분석 결과를, 연구 결과를 신뢰성 있게 바라봐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스스로 연구를 하면서 폐기물 처리와 정리에 대해 몸소 느끼면서 점차 마음가짐이 달라졌던 것 같다.
설거지까지가 요리라는 말이 있다. 실험도 마찬가지다. 실험하는 사람 따로, 정리하는 사람 따로 있는 세상이 아니지 않은가. 뒷정리는 다음 실험을 진행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기에, 다른 연구원의 연구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뒷정리까지도 실험의 한 부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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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을 좋아하지만 공부가 어려워 항상 뒤처졌던 실수 많은 연구원의 엉망진창 성장기. 실험실에서 일하고 싶다는 욕심 하나로 대학원 졸업 후 여전히 고군분투 중. 지금까지 겪었던 수없이 많은 실험실에서의 실수와 연구에 대해 공유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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