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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제안서의 이해] 2) 연구제안서의 구조
Bio통신원(김광은)
연구제안서 또는 연구계획서(Proposal)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내용은 연구비를 따기 위한 연구제안서(Research proposal)입니다. 이는 학위논문 연구계획서(Thesis proposal)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주로 학위과정 1~2년 차에 하게 되는 Thesis proposal의 목적은, 이 연구가 학문적으로 적절한지 검토받는 것입니다. 그래서 중심 가설과 구체적인 목표에 집중해서 쓰게 되고, 심사위원 분들도 얼마나 논리적이고 과학적인지를 주로 평가합니다. Research proposal의 목적은 연구비를 투자받는 것입니다. 더 현실적인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 연구가 해당 지원사업에 적합하다는 점, 수행 역량이 있다는 점, 다양한 활용 방안과 기대효과가 있다는 점에 집중해서 쓰게 됩니다.
연구비는 과제라고 표현을 많이 하고, 그랜트나 펀드로 불리기도 합니다. 육성의 측면이 있다면 펠로우십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재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교육부,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진흥원 등 국가 예산인 경우가 많고 주로 한국연구재단에서 관리합니다. 이 외에도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포스코사이언스펠로십, 서경배과학재단 등 사기업에서 주는 연구비도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학교에서는 교수의 월급밖에 주지 않기 때문에 이런 연구비를 수주해서 학생 인건비, 재료비, 장비비, 학회 참석 등에 사용합니다. 연구자에게 물질적으로 중요할 뿐만 아니라, 명예와 능력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연구제안서는 교수가 전부 쓴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학생들이 많이 기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본인의 연구와 관련 있는 과제라면 작성 경험이 도움이 됩니다. 논문 작성이나 Cover letter를 쓸 때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자기소개서, 논문소개서, 보도 자료를 작성할 때도 큰 도움이 됩니다. 가장 좋은 건 경험을 살려서, 박사후과정일 때 본인만의 연구비를 수주하는 것이겠지요.
연구비는 IRIS에 공고와 신청 요강이 올라옵니다. 개인과제는 주제가 자유로운 경우가 있지만, 집단과제의 경우 과제제안요구서(RFP, Request For Proposal)가 함께 올라옵니다. 추진배경, 연구내용 및 성과목표, 평가항목 및 배점이 공개되어 있기 때문에 꼼꼼하게 잘 읽어야 연구비를 딸 수 있습니다.
연구제안서 작성의 첫 번째 원칙은 쉽게 써야 합니다. 심사자들이 이해하지 못하면 지원자의 능력이 부족하거나, 그 주제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잘 모르겠으니 공부해서 평가해야겠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바쁘신 분들입니다.) 두 번째 원칙은 보기 좋게 써야 합니다. 작성 요령은 반드시 지키셔야 합니다. 간혹 많은 내용을 담기 위해 폰트 크기나 줄 간격을 줄이는 경우가 있는데 가독성이 많이 떨어집니다. 문단이나 페이지 구성도 읽기 좋게 잘리지 않도록 조절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 이해를 도울 수 있도록 명료한 그림을 넣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연구제안서는 마치 내비게이션과 같습니다. 일단 현재 위치에 관해서 설명하고 (출발지), 도달하고 싶은 장소를 설명합니다 (도착지). 그곳에 가야 하는 이유가 ‘연구목적과 파급효과’가 될 것이고, 비슷한 곳에 가본 경험이 있다면 ‘연구역량’이 될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가는 방법이 ‘연구방법’이 되고, 필요한 자원은 ‘연차별 목표와 예산’이 됩니다.
연구주제를 고르는 것이 참 어렵습니다. 지도교수님이 정해주는 경우도 있지만 언젠가는 독립해야 하는 날이 옵니다. 제 경험으로는 분야의 논문을 읽거나 학회에 참석하다 보면 눈에 들어오는 키워드들이 있습니다. 즉, 첫 번째로는 이렇게 나에게 흥미로운 주제를 선택해야 합니다. 두 번째로는 연구배경을 조사해서 아무도 아직 안 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아무리 찾아봐도 아무도 안 했다면 그 이유도 알아내야 합니다. 만약 그 이유가 당시에는 관련 기술이 없었고, 지금은 있다면 연구하기 좋은 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로는 내가 잘할 수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세상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재밌는 연구주제들이 많이 있지만, 남들보다 잘할 수 있는 주제는 많지 않습니다.
연구주제를 정했다면 보통 연구제목, 연구의 필요성, 연구목표, 연구내용/방법, 기대효과, 선행연구/연구역량 구조에 맞춰서 연구제안서를 쓰게 됩니다. 특히 연구의 필요성과 목표에는 해당 분야에 대한 완벽한 이해를 보여줘야 합니다. 그동안 여러 연구가 있었지만, 부족한 점이 있었고, 내가 채워 넣겠다고 쓰면 됩니다.
연구내용/방법에서는 새로운 무언가가 등장해야 합니다.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그동안 사람들이 하지 못했던 이유를 설명하면 좋습니다. 당시에 기술이나 지식이 부재했는데, 최근에 새로운 발명/발견이 이루어졌고, 이를 이용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식으로 쓰시면 됩니다. 다만 실현이 가능한 근거나 Plan B 등을 제안해야 현실성 있는 제안서로 평가받을 수 있습니다.
기대효과에서는 최대한 광범위하게 쓸 수 있으면 좋습니다. 특정 분야의 작은 문제에서 시작하지만, 이 연구를 통해 본인 분야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참고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 인류의 어떤 소원을 달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쓰시면 좋습니다.
선행연구/연구역량 부분에서는…. 사실 거의 완료된 연구가 있으면 제일 좋습니다. 연구를 하려고 연구제안서를 내는 건데, 이게 순서가 바뀐 셈이지만 어쩔 수가 없습니다. 현실적으로 데이터가 많을수록 수주 확률이 높아집니다. 왜냐하면 이미 필요한 카드를 다 가지고 있으니, 최소한의 패만 전략적으로 노출하면서 제안서를 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과를 알고 있으니, 연구계획이 현실성이 있고, 어떤 경우에는 마치 예언자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즉, 연구비가 있으면 다음 연구에 대한 예비 결과를 얻을 수 있어 선순환되지만, 한번 끊기면 결과가 없어서 연구비를 못 따고, 연구비를 못 따서 결과가 없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육하원칙에 따라 연구제안서의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왜: 질병을 극복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 때문에
2) 무엇을: 아직 아무도 하지 않았던 주제를
3) 어떻게: 최근에 발견된 새로운 접근 방법으로
4) 언제: 주어진 연구 기간 안에
5) 어디서: 연구 환경이 우수한 소속기관에서
6) 누가: 관련 경험과 능력이 있어 계획을 성공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내가
다음 글에서는 연구제안서를 작성할 때 알아두면 쓸모 있는 사항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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