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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의 생애주기별 고민거리] (3) 취업 vs 대학원
Bio통신원(메기(필명))
재밌어 보여서 science 계열 전공을 선택했던 20살의 필자는, 입학 당시부터 심각하게 진로 고민을 했었다. 당시 유행이었던 ‘공무원’이 될 것인지, 남들처럼 취업해서 ‘회사원’이 될 것인지, 아니면 동경하던 ‘과학자’가 될 것인지 모든 것이 고민이었다. 그 당시에는 무얼 위해 공부를 해야 하는지 이유라도 찾고 싶었다. 다큐 3일을 비롯한 각종 시사 프로그램에서 취업난에 관련된 것만 골라봤다. 결국 회사원보다는 안정적인 공무원이 좋아 보였고,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전공은 살리나 마나 한 것이라 판단했다(행정직 9급을 노렸다). 하지만 아무래도 공무원은 적성에 맞을 것 같지 않았다. 오랜 고민 끝에, 좋아하는 일을 오랜 기간 유지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가져야겠다고 결정했다. 그렇게 필자는 대학원 진학을 결심했다.
21살의 필자가 대학원에 진학하기로 중대한(?) 결정을 했어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단지 남들 취업 준비할 때, 나는 컨택할 대학교를 알아보면 되겠지 싶었다. 학점관리 TOEIC 성적 그냥 취업 준비하는 친구들의 절반만 해도 석사학위와 맞바꾼 2년의 시간이 모든 것을 커버하고도 남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요즘 많이 하는 학부 인턴, 과학 캠프 같은 건 아싸인 필자에겐 딴 세상 이야기였다. 같이 할 친구도 없었고 정보도 없었다. 일부 큰 학과들은 대학원생 확보에 열을 올렸지만, 대학원 진학률이 그리 높지 않았던 우리 과는 별다른 프로그램도 없었다. 용기 내서 찾아봤던 타과 실험실 인턴도 통학 시간과 맞지 않았다. 그렇게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4학년이 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했던 유일한 대학원 준비는‘학점관리’와‘휴학 안 하기’였다.
4학년이 된 필자는 개강하자마자 수업도 잘하고, 성격 좋아 보이는(?) 교수님께 다짜고짜 찾아가서 대학원에 입학하고 싶다고 문을 두드렸다. 정말 그냥 교수 연구실에 노크하고 들어갔다😊. 당황스러워하시던 교수님의 표정이 잊히질 않는다. 어쨌거나 젠틀하셨던 그 교수님은 나에게 석사과정 선배를 소개해 주시고 떠나셨다.
다들 그렇듯이 필자도 박사 공부 6~8년 해야 하는데 당장 결정하여 입학하기엔 쉽지 않다고 생각했고, 좋은 랩과 교수님을 알아보는 능력이 부족했기에, 결정이 부담스러웠다. 심지어 당시에는 대학원생에게 똥 먹이는 교수(인분 교수)다 뭐다 해서 시끌시끌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이후에는 대학원생이 지도교수에게 사제폭탄을 보내는 일도 있었다. 좋은 랩멤버가 있는 잘 나가는 연구실을 찾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아 보였다.
그래서 석사부터 해보고 취업이 잘 되면 그냥 그렇게 취업을, 대학원 공부가 할 만하다 싶으면 박사까지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컨택한 그날 당일 별다른 어려움 없이 그 교수님 랩에 여름방학부터 출근하기로 결정되었다. 자대생 장학금(성적에 따라 대학원 등록금이 면제되기도 한다.)을 받기 위해 수업을 열심히 들으며 공부만 하면서 지냈던 것 같다. 모든 것이 순탄하게 흘러갔다. 그런데 문제는 출근을 며칠 앞둔 날에 발생했다. 여름방학이 다가오자 지원자들이 몰렸다. 그 방 출신 000이 어느 대기업에 취업했다는 둥 소문이 퍼지자 학부생들이 너도나도 지원하기 시작한 것이다.
요즘엔 더 심한 것 같지만, 당시에도 일부 자연과학 전공자들의 대학원 진학은 너무나도 권장되고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약 60명이 졸업하면 그중 15~20명 정도가 대학원에 진학했다. 그래도 대부분은 취업을 위해 대학원을 생각했던 것 같고 거의 다 석사 지원이었다. 아싸 시절 필자의 유일한 과 친구도 필자가 대학원에 컨택했다는 소식을 듣고 같은 랩에 지원했었다. 그 친구는 대학원에 전혀 관심이 없었으나, 학점이 좋지 않았고 취업하기엔 스펙이 없었다. 이공계라 등록금은 지원되니, 대학원 다니면서 취업 준비를 하겠다 했다.
박사는 일부 용감한 사람들이나 도전하는 것이었다. 적어도 6~8년은 경제활동 없이 공부해야 했으니, 모두에게 부담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지금 입학하는 자연과학과 출신 학생들에게 들어보면 친구들 중 거의 반 이상이 대학원에 진학한다고 한다. 학부 전공만으로는 취업이 어렵고, 석사 2년이라도 하면 취업이라도 수월한 편이니까. 거기다 통합으로 입학하면 3년 더 투자해서 5년 만에 박사학위를 받으니 비교적 쉽게 통합과정으로의 입학을 결정하는 듯하다.
하지만 그런 가벼운 마음으로 대학원을 생각하는 학생들은 좀 더 신중히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필자 본인은 대학원에 입학한 것을 후회하지 않지만, 그로 인해서 많은 것을 포기해야 했다. 적어도 필자는 건강, 연애, 돈, 이 모든 것들에 대한 기회를 분명히 잃었다.
인생에서 최소 5년(아마도 6~8년)이라는 시간은 절대로 적지 않다. 그것도 20대의 5년? 엄청난 기회비용이다. 필자는 여러분에게 단순히‘취업에 유리할 테니까’라는 마음으로 대학원에 진학하기보다는 좀 더 신중하게 진로에 대해 고민하길 바란다고 조언하고 싶다.
대부분의 고3은 어떤 학문인지도 모른 채, 과 이름을 보고 혹은 취업률을 보고 대학 전공을 선택한다. 또는 PEET와 MEET와 같은 시험 준비를 위해서 자율전공을 선택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여차해서 안 되겠으면 대학원에 진학하는 예도 꽤 많다.
뭐라도 하고자 하는 마음과 열정은 높이 사지만, 대학원을 취업 수단으로 보는 것은 좋은 판단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기엔 대학원에서 보내야 하는 시간이 너무 길고, 가성비가 떨어진다. 학문적 흥미 없이 단순히 취업이 목표인 학생들에겐 그 시간에 취업에 도움이 되는 자격증 공부를 하라고 권하고 싶다. 여러분의 환상과는 달리 막상 박사학위를 받아도, 석사학위를 받아도, 취업 준비는 대졸자와 그리 다르지 않다. 연구직이 아니라면 더더욱! 취업엔 영어성적도 당연히 필요하고, 남들처럼 AI 면접도 봐야 한다. 임원면접까지 프리패스로 가는 것은 소개받고 지원하는 일부 벤처나 그렇다. 물론 박사학위는 진급에는 꽤 도움이 된다. 하지만 박사는 면허가 아니다. 회사는 박사라는 이유만으로 월급을 더 주진 않는다. 그저 경력이 없을지라도 전문성을 인정하여 대리나 과장으로 입사시킬 뿐이다.
특히 요즘은 자신의 행복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대이지 않은가. 진급을 포기하고 쉬운 직무를 선택하는 청년들이 많다고 들었다. 열정이 없으면 하기 쉽지 않은 것이 공부이다. 요즘처럼 각종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기엔 더더욱 흥미 없이 연구하는 것은 큰 스트레스 원인이 된다. (나름 즐기며 생활했다고 자부하는 필자도 건강만큼은 잃었다. 청력도, 체력도, 안색도 다 나빠졌다)
아까 미처 마무리 짓지 못한 필자의 이야기를 이어서 하자면, 어쨌거나 결국 학생이 몰려드니 해당 연구실에서는 지원자들끼리 경쟁을 붙였다. 박사과정 선배들은 지원자들을 불러 모아 모두가 있는 자리에서‘인건비를 주지 않아도 입학할 사람이 있는지’ 손을 들게 시켰으며 그 밖에도 이것저것 질문하며 연구에 대한 의욕과 의지를 시험했다. 어떻게 보면 의욕 있는 대학원생을 가리는 것이 중요한 일임이 분명했으니, 당연한 처사였다. 하지만 당시 필자는 그런 사정을 이해하기엔 너무 어렸다. 무려 몇 달이나 먼저 컨택을 했음에도 뒤에 지원한 대학원생들과 동인 선상에서 경쟁한다는 것에 큰 배신감을 느꼈다. 결국 대학원 진학으로 며칠을 고심하다 해당 연구실에 진학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부끄럽지만, 교수님께 필자를 먼저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해 원망 섞인 이메일을 보냈다. 정말 철없는 행동이었다.
젠틀했던 그 교수님은 학생의 예의 없는 이메일에도 노여워하지 않고 친절히 답장을 주셨다. 당시에는 부끄러워 그 이메일에 답장하지 않았지만. 아직도 죄송한 마음이 크다.
그게 필자의 운명을 바꿀만한 사건이었지 않았을까 싶은 것이, 그 이후 발등에 불 떨어진 필자는 공격적으로 대학원에 컨택메일을 보내기 시작했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좋은 동료와 훌륭한 교수님을(운명처럼) 만나 박사 공부까지 할 수 있었다.
아마 처음 컨택했던 그 연구실에 갔다면, 석사로 졸업하여 어딘가의 회사에 취업하고 평범하게 살고 있지 않을까? (제때 자고 제때 쉬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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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인생에서 한 번쯤은 겪을 법한 난관에 여러분이 조금이나마 대비할 수 있도록 필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연재를 진행하려고 한다. 이 연재가 science를 업으로 하게 될 미래의 연구자분들에게 약간의 위안과 도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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