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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제약회사 취업 설명서] 제약회사에서의 연구 1: 신약 개발
Bio통신원(제약회사김박사(필명))
저는 박사학위를 시작할 때 학위를 마치고 학계에서 연구하는 교수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여러 이유들로 박사를 졸업하기 반년 전에 학계에 남지 않고 제약회사로 취업을 하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했습니다. 비록 제약회사에 취업하기로 결정을 했지만, 당시에도 저는 제약회사에서의 연구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습니다. 회사에서의 연구를 경험해보지 못했기도 하고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대부분이 학교에 있는 사람들이니 회사에서의 연구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도 거의 없었습니다. 제약회사에서의 연구에 대해 궁금해하실 분들을 위해 이번 글에서는 회사에서는 어떤 연구들이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대해 소개하려고 합니다.
1. 회사에서의 연구
학계에서의 연구는 기초적인 연구가 많습니다. 특정 유전자 및 단백질의 새로운 기능을 밝히거나, 어떻게 면역세포 분화가 후생유전학 수준에서 또는 전사조절인자 수준에서 조절되는지를 알아내거나, 동물 실험을 통해 장내 미생물이 면역세포의 분화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연구하는 것처럼 아직 알려지지 않은 미지들을 타깃으로 하는 약들을 개발하고 있으며, 특히 제가 있는 부서는 자가면역질환 치료를 위한 신약개발을 목표로 다양한 파이프라인들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파이프라인을 결정짓기 위해서는 크게 세 가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1) Disease indication: 치료를 필요로 하는 질병을 의미합니다.
2) Target: 약의 타깃이 될 세포, 단백질, 유전자 등을 의미합니다.
3) Modality: 타깃에 접근하기 위한 약의 방식으로 소분자억제제(Small molecule inhibitor), 항체, 이중항체(Bispecific antibody), T cell engager, CAR-T cell therapy, Gene therapy 등등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가면역질환 중에서 1) 루프스 (전신성홍반염, Systemic lupus erythematosus, SLE)를 치료하기 위해 2) B cell이 발현하는 BCMA를 타깃으로 하는 3) CAR-T cell therapy를 개발하는 것이 하나의 파이프라인입니다. 같은 질병에 대해서도 B cell이 발현하는 CD19을 타깃으로 할 수도 있고 BCMA를 타깃으로 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CAR-T cell therapy를 개발할 수도 있고, T cell engager를 개발할 수도 있고, Small molecule inhibitor를 개발할 수도 있듯이 다양한 모달리티를 통해 각기 다른 파이프라인들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회사에서의 연구는 각각의 파이프라인으로 정의되는 신약을 개발하는 프로젝트에 초점을 둡니다. 제약회사들은 현재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들을 홈페이지에서 공개하고 있습니다 (그림 1).
그림 1. 제약회사들의 파이프라인
제약회사들은 현재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을 홈페이지에서 소개한다. 왼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 순서로 Merck, Pfizer, Johnson&Johnson, BMS에서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에 대한 스크린샷이다. Disease indication, Modality, 개발 진행 상태 등을 소개하며, 회사의 기밀을 유지하기 위해 타깃은 자세히 밝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2. 신약 개발 절차 (전임상)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다음의 절차들을 따르게 되며, 회사마다 각각의 절차를 부르는 명칭과 세부적인 절차들은 차이가 있습니다. 염증성 장질환(Inflammatory bowel disease)을 치료하기 위해 염증성 사이토카인인 IL-23을 중화시키는 항체를 개발한다는 가정으로 신약개발 절차를 소개하겠습니다. 여기서 소개된 부분들은 전임상단계(Preclinical)의 연구절차들이며, 예시를 든 것처럼 모든 절차가 칼 같이 구분되지만은 않습니다. 일반적인 흐름을 이해하는데 초점을 두면 좋을 것 같습니다.
1) Target identification(후보 물질 발굴)
이 과정은 신약의 타깃이 될 물질을 발굴하는 것입니다. 염증성 장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있지만 여러가지 논문들을 근거로 염증성 싸이토카인인 IL-23이 염증성장질환의 발병 및 악화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정보를 얻을 수 있고, 따라서 IL-23을 중화시키는 항체를 통해 염증성장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는 가설을 세우게 됩니다. 즉, IL-23이 타깃으로 선별된 것이며, 이를 중화시키기 위해 항체라는 모달리티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선별한 타깃이 실제로 타깃이 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근거들을 확보해야합니다. 이를 위해서 기존의 논문들과 데이터들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염증성장질환 환자의 염증부위에서 얻은 세포들을 이용해 얻은 Single cell RNA-seq 데이터가 있다면, 이를 통해 어떤 세포들이 IL-23을 발현하는지 확인하고, IL-23 수용체를 발현하는 세포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환자의 염증조직에 실제로 IL-23이 측정되고 IL-23에 의한 염증반응이 높다는 근거들을 얻습니다. IL-23과 관련된 유전자가 없는 쥐를 이용한 동물실험 연구 논문이 있다면 이 역시도 타깃을 결정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동물실험에서 IL-23을 중화시켜 장에서의 염증을 낮춘 논문들이 있다면, 이런 논문들을 토대로 IL-23을 타깃으로 하는 것이 염증성장질환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가설에 힘을 실을 수 있습니다.
(물론 예로 든 IL-23은 논문 근거가 많지만) 만약 이러한 논문의 근거가 없다면 실제로 RNA-sequencing을 수행하거나, 환자 샘플을 분석하거나, 더 나아가서는 Whole-genome CRISPR screening을 직접 함으로써 타깃을 발굴하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에서도 학계에서처럼 기초적인 연구를 하기도 하지만, 앞서 소개했듯이 파이프라인의 관점에서 연구를 하게 됩니다.
이렇게 염증성 장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IL-23을 중화시키는 항체를 개발하기로 결정한 후 자체적으로 IL-23 중화 항체를 다양하게 만드는 과정에 착수합니다.
2) Target validation (후보 물질 검증) – 벤치마크 활용
타깃으로 결정한 물질을 실제로 약을 통해 억제하거나 제거하는 것이 항상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타깃으로 선정한 물질이 실제로 약의 타깃이 될 수 있는가를 우선 확인해야 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IL-23을 타깃으로 하는 중화항체를 개발하기로 했다면 우선은 IL-23에 대한 항체가 실제로 IL-23 신호전달을 억제하는 것이 가능한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제약회사들이 신약을 개발한다고 하지만, 이미 비슷한 약을 다른 회사에서도 개발하고 있거나 이미 개발된 경우가 많습니다. 혹은 질병의 치료가 아닌 학술적 목적으로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는 약들도 있습니다(이런 것들은 독성 등의 이유로 임상시험을 실패한 약물들인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실제로 약을 개발할 때 다른 회사의 약물이나 학술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약물들을 벤치마크(Benchmark)로 사용합니다. 예를 들어 A라는 회사가 개발한 IL-23 중화항체를 사용해 IL-23 신호를 차단하는 것이 가능한 일인지를 확인해 보는 것이고, 이 과정에서는 보통 Cell line이나 Primary cell을 이용한 In vitro 실험들이 주로 사용됩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 IL-23에 반응하는 Cell line을 통해 Luciferase assay를 수행할 수도 있고 IL-23 수용체를 발현하는 세포의 STAT3 활성화를 Flow cytometry를 통해 분석해 볼 수도 있습니다. 벤치마크 약물을 통해 IL-23 신호전달을 차단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한다면 이를 통해 타깃으로 설정한 물질이 약을 통해 억제할 수 있는 타깃이라는 것을 확인한 것입니다.
결국 Target validation 과정에서는 벤치마크 약물들을 잘 활용해야 합니다. 만약 벤치마크로 사용할 약물이 없다면 자체적으로 개발한 후보 약물들을 가지고 이 과정을 진행하거나 타깃으로 하는 신호전달을 억제할 수 있는 다른 종류의 벤치마크 약물들을 사용해 간접적으로 해당 타깃을 억제했을 때의 효능을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IL-23을 중화시키는 것이 염증반응을 낮출 수 있다는 근거를 확인하는 과정도 이 과정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염증성장질환에서 염증을 일으키는 Th17 cell의 분화 과정에 IL-23이 중요한데, IL-23을 중화시켰을 때 Th17 cell의 분화 및 증식이 달라진다는 실험결과를 얻는다면 IL-23을 억제함으로써 염증반응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을 부분적으로 입증할 수 있습니다.
3) Lead identification(선도 물질 발굴)
지금까지의 실험들은 이미 다른 회사가 개발 중인 혹은 이미 개발된 약물을 통해 이루어졌다면, 이제는 회사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한 IL-23 중화 항체들을 벤치마크 약물과 비교하고, 이들 중에서 최고의 항체를 선별하는 작업을 합니다. 만약 자체적으로 만든 항체들이 효능이 좋지 않다면 다시 새로운 항체들을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실험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자체적으로 개발한 항체가 항원인 IL-23에 얼마나 잘 붙는지를 Surface plasmon resonance 같은 실험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항체들이 실제로 IL-23을 중화시킬 수 있는 항체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Target validation 과정에서 수행한 실험들을 반복해야 합니다. 또한 항체가 IL-23이 아닌 다른 단백질에 결합하지는 않는지 Off-target에 대한 분석도 진행해야 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역시 벤치마크 약물을 활용하며, 벤치마크보다 우수한 효능을 보이는 두세 개의 항체를 선도 약물로 선정할 수 있습니다.
4) Lead optimization(선도 물질 최적화)
이제는 선도 약물로 선정된 약들을 최적화할 단계입니다. IL-23 중화항체를 만드는 과정에서는 각각의 선도물질의 아미노산 서열을 조금씩 변화시켜 Affinity를 높일 수도 있고, 항체의 단백질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아미노산 서열에 변화를 줄 수도 있습니다. 또한 쥐 항체의 형태로 만들지 사람 항체의 형태로 만들지도 결정해야 하고, 항체를 IgG로 만든다면 IgG1, IgG2 등의 아형도 결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항체의 Fc 부위를 그대로 둘지 무력화시킬지 등도 고민해 보고 약으로 사용될 최종 형태로의 최적화를 진행해야 합니다.
5) Preclinical trial
임상시험을 하기에 앞서 동물을 이용한 전임상시험들을 수행합니다. 이 과정은 비록 5번으로 적었으나 Lead optimization을 마치고 수행되는 것은 아니며 Target validation과정부터 필요에 따라 언제든지 수행될 수 있습니다.
전임상시험은 예를 들어 쥐를 이용한 염증성장질환의 동물모델을 활용해 개발한 약물의 효능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 개발한 항체가 쥐의 IL-23에 대해서는 반응하지 않는 항체라면 이러한 실험은 수행하기 어렵습니다(그러나 목적이 Target validation에 있다면 쥐의 IL-23에 반응하는 항체를 사용함으로써 IL-23을 중화시키는 것의 치료 효과를 확인해 볼 수도 있겠습니다). 만약 IL-23과 수용체에 대해 인간화된 쥐가 있다면, 그런 쥐를 사용해 볼 수도 있습니다. 혹은, 항원이 유사하다면, Cynomolgus 원숭이 같은 동물을 활용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런 동물실험을 통해 항체가 몸 안에 들어왔을 때 독성을 나타내지는 않는지 여부도 확인하게 됩니다.
3. 정리
예시로 든 IL-23 중화항체는 이미 건선(Psoriasis)과 염증성장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고, Stelara(성분명: Ustekinumab, IL-12/IL-23 중화항체, 제조사: Johnson&Johnson), Tremfya(성분명: Guselkumab, IL-23 중화항체, 제조사: Johnson&Johnson), Skyrizi(성분명: Risankizumab, IL-23 중화항체, 제조사: Johnson&Johnson) 등의 약물들이 있습니다.
이번에 예로 든 IL-23은 자가면역질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Th17 cell의 발견을 이끈 사이토카인입니다(Cua, Daniel J., et al. "Interleukin-23 rather than interleukin-12 is the critical cytokine for autoimmune inflammation of the brain." Nature 421.6924 (2003): 744-748.; Langrish, Claire L., et al. "IL-23 drives a pathogenic T cell population that induces autoimmune inflammation." The Journal of experimental medicine 201.2 (2005): 233-240.). 특히 이 두 편의 논문의 1저자와 교신저자로 있는 Daniel Cua는 DNAX Research Institute라는 회사에서 해당 연구를 수행했고, 이 회사는 이후 Schering-Plough Biopharma와 Merck에 의해 차례로 인수 합병 되면서 Daniel Cua는 2019년까지 Merck에 있었고, 현재는 Johnson&Johnson에서 부사장으로 해당 분야의 연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Daniel Cua와 IL-23에 관련된 연구는 기초적인 연구가 어떻게 실제로 약물로 개발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이며, 동시에 회사에서도 이처럼 혁신적인 연구를 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예입니다.
제가 하는 일이 전임상단계의 일이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전임상연구에 대해서만 소개해보았습니다. 제약회사에서의 전임상연구는 파이프라인의 관점에서 선도물질 발굴을 목표로 진행되고, 이에 필요한 실험들을 디자인하고 수행하는 것이 주된 연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시로 든 중화항체 외에도 다양한 모달리티들이 개발되고 있고, 각각의 모달리티에 따라 파이프라인의 진행과정은 조금씩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초기 단계에서는 적절한 실험 모델을 디자인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와 고민들을 해야 합니다. 특히나 Primary cell을 이용한다면, 타깃이 잘 발현되는 Primary cell을 찾아야 하고, 이를 이용해 실험을 하는 과정이 때때로 많은 시행착오를 필요로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에서 하는 연구도 결코 쉽지만은 않고, 이런 도전적인 부분이 저 개인에게는 연구를 하는데 큰 동기부여가 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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