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바이오 관련 동향 뉴스를 신속하게 제공합니다.
뉴스 종합
[내 인생의 추천 도서] 과학 본연의 목적에 가장 부합하는 책_에드 용의 이토록 굉장한 세계
Bio통신원(서규원)
뉴스에서 가끔씩 해변에서 발견되는 고래 사체에 대해 볼 수가 있습니다. 깊은 바다를 헤엄치며 다니는 고래가 해변에서 사체로 발견되는 것은 흔한 일은 아니지만, 종종 발생하고 있으며 그 원인에 대해서는 다양한 분석들이 존재합니다 [1]. 해양지진이나 태양광선의 영향을 받는 등의 자연적인 요인에 의한 것도 있고, 비환경적인 요인, 즉 인간의 활동이 복합적으로 연결되어 있기도 합니다. 기후 변화에 따른 수온 상승으로 먹이들이 해변 쪽으로 이동을 하여 사냥을 하다가 길을 잃었을 가능성도 있으며, 환경오염으로 인한 질병으로 죽은 고래의 사체가 해류에 떠밀려 왔을 가능성도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지난 2022년 캐나다에서 발견된 향유고래 사체에서는 배에서 각종 해양 쓰레기들이 나왔다고 합니다 [2].
고래 사체에 대한 뉴스를 검색하던 중, 해변에서 발견된 살아있는 고래가 극적으로 구조되어 바다로 돌아갔다는 반가운 뉴스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멀쩡한 고래가 해변까지 오게 된 원인이 무엇인지 궁금했습니다. 원래의 서식지에 먹이가 사라져 먹이를 찾아 해변까지 오게 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또는 고래의 이동경로 주위에서 발생한 해양지진의 영향으로 일시적으로 방향감각을 잃어버려 해안가로 왔을 수도 있습니다. 고래는 수심이 급격하게 얕아지는 해안가에서는 표류할 가능성이 더 커지게 됩니다. 그리고 태양광선에 의한 표류 현상을 들 수 있는데, 이것이 가장 근본적인 원인을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고래는 지구의 자기장의 세기와 변화를 감지하여 바다에서 길을 찾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때때로 태양의 폭발현상으로 지구에 과도한 방사선이 도달할 때, 일시적인 자기장의 변화가 일어나게 됩니다. 이는 자기장을 감지하여 길을 찾는 고래에게도 영향을 주어 길을 잃고 표류하게 만들고, 그 결과 해안까지 오게 될 수 있습니다. 고래의 활동 범위는 정확히 파악이 안 될 정도로 매우 넓기 때문에 실험대상으로 삼아 이러한 사실을 증명하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다만, 통계에 따르면, 태양의 폭발활동이 활발했던 해에 해변에서 고래의 사체가 발견된 건수가 다른 해에 비해 4배가량 높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고래의 표류현상의 본질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행성의 용융된 금속 층이 생성한 힘이 격렬한 항성이 쏟아낸 힘과 충동해 떠돌아다니는 동물의 마음을 흔듦으로써, 그들의 성패(성공적으로 길을 찾을 것인지, 아니면 영원히 길을 잃을 건인지)를 결정한다” - 에드 용, [이토록 굉장한 세계] 495p.
지구의 외핵에서 발생하는 자기장의 힘과 태양의 폭발 현상으로 발생한 방사선이 충돌해서 그 영향으로 고래는 길을 잃을 수도 있음을 표현한 문장입니다. 빛이 거의 닿지 않는 심해에서 고래가 시각을 이용하여 길을 찾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자기장의 세기나 방향을 감지하는 센서를 갖고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에드 용(Ed Yong) 작가의 두 번째 책인 [이토록 굉장한 세계] (양병찬 역, 어크로스, 2023)는 세상을 인식하는 놀라운 동물들의 감각을 소개하고 있는데,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익숙한 인간의 감각이란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상상력을 사용하여 동물들의 경이로운 감각의 세계를 경험해야 했습니다. 우리가 인지하는 세상은 우리의 감각을 통해서 인식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의 감각 너머의 세상은 상상을 통해서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서는 먼저 다양한 감각들을 사용하여 세상을 인식하는 동물들의 세계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친숙한 동물들로부터 생소한 동물들에 이르기까지 놀라운 감각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잘못 알려졌던 동물들의 세계를 확인할 수도 있고, 상상도 못 했던 세상이 있음을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자연과학을 공부하는 주요 목적 중 하나는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을 탐구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제공하는 동물들의 감각을 통한 세상을 보는 관점의 확장은 자연과학을 공부하는 목적에도 잘 부합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에드 용 작가는 과학적 근거 수집에 있어 매우 성실한 작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각각의 감각들을 사용하는 동물들의 세계를 소개할 때에 연구 현장의 최전선에서 일하고 있는 연구자들의 인터뷰를 직접 담을 뿐 아니라 연구자들의 연구 현장을 직접 관찰함으로써 현장의 생생함도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 권의 책이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연구자들과의 만남이 있었는지를 확인하면서 글 자체로서의 훌륭함 뿐만 아니라 그가 들인 시간과 노력을 함께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이 책은 우리가 관심을 갖지 않는 곳에서도 생명은 자기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음을 알게 해 주고, 한편으로 인간 중심의 관점으로 세상을 살면서 찾아오게 된 위기에 대한 경각심도 갖게 해 줍니다. 고래의 이야기에서도 확인했듯이 인간활동에 의해 동물들이 받고 있는 영향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인간이 닿을 수 없었던 지역까지 인간의 활동이 미치고 있습니다. 그 결과 그 지역의 동물들은 발붙일 곳을 잃어가고 있으며 심지어 멸종에 이르기도 합니다. 저자는 ‘한 종류의 동물이 멸종하는 것은 세상을 인식하는 하나의 관점을 잃는 것이다’라는 말을 인용하면서, 생물다양성이 감소하는 현 상황에 대해 경고합니다. 특별히 인간의 활동으로 동물이 큰 영향을 받는 감각은 빛과 소리에 대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독특하게도 이제 우리는 밤에 좀 더 어둡게 살 권리와 좀 더 조용히 살 권리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동물들의 삶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이 인간의 삶에 직접적인 유익으로 이어질지 확신할 수 없지만 자연 세계는 다양한 종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곳입니다. 동물들의 멸종은 전문가들이 예측하는 것보다 어쩌면 더 큰 위기로 우리에게 다가올 수 도 있기에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저는 이 책을 상당히 오랜 시간에 걸쳐 읽었습니다. 챕터별로 냄새와 맛, 빛, 색깔, 통증, 열, 촉감과 흐름, 표면 진동, 소리, 메아리, 전기장, 자기장 순서로 해당 감각을 사용하는 동물들의 세계를 간접적으로 경험하였습니다. 각각의 감각들을 소개할 때 반복해서 나오는 동물들도 있었습니다. 우리가 여러 감각을 사용하여 세상을 인식하는 것처럼 동물들도 한 가지 감각만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감각을 통합적으로 인식하여 세상을 보는 것입니다. 또한 메아리와 같은 감각은 다른 수동적인 감각들에 비해 개체가 스스로 발생시킨 신호에 대한 반응을 통해 세상을 인식하는 적극적인 감각입니다. 이 책에서는 사람의 경우에도 시각 장애를 가진 한 사람이 반향정위(echolocation)를 통해 세상을 인지하는 예를 제시하였는데, 이를 통해 새로운 감각을 훈련하여 익힐 수 있다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반향정위란 스스로 음파(동물의 경우 초음파도 가능)를 발생시켜, 그 음파가 물체에 부딪쳐 되돌아오는 메아리를 인식하여 물체와 자기의 거리를 파악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책에서는 실제 반향정위를 활용해서 길을 찾아가는 한 시각장애인의 사례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모두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대중과학도서로 추천합니다. 새로운 지식을 얻고, 상상력을 통해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힐 수 있으며, 재미도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감히, 이 책을 과학 본연의 목적에 가장 부합하는 책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과학의 큰 목적 중 하나가 이 세상을 탐구하고 이해하기 위함이라 한다면, 이 책은 세상을 인식하는 범위를 크게 넓히고 상상력을 통해 미처 알지 못했던 세계를 경험할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입니다. ‘이토록 굉장한 세계’라는 책의 제목처럼 이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이런 세계가 있었다니”라는 반응이 나오게 될 것입니다.
참고문헌
[1] 박종현, 세계일보 기사 (2023.04.09.)
https://www.segye.com/newsView/20230409507391
[2] 박종익, Now News 기사 (2022.11.24.)
https://nownews.seoul.co.kr/news/newsView.php?id=20221124601006
본 기사는 네티즌에 의해 작성되었거나 기관에서 작성된 보도자료로, BRIC의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또한 내용 중 개인에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사실확인을 꼭 하시기 바랍니다.
[기사 오류 신고하기]
대중 과학도서의 좋은 점은 비전공자인 독자도 읽을 수 있도록 저자가 신경 써서 저술을 한다는 점입니다. 바이오 분야는 참 넓고 다양합니다. 새롭게 배우는 것들이 많습니다. 저의 인생을 풍요롭게 해 준 책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다른 연재기사 보기
전체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