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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직장인의 생존기] 성실한 사람보다 능력있는 사람이 살아남는 곳
Bio통신원(하얀 스니커즈(필명))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은 어디서나 환영받고 언젠가는 성공할 것이라는 말을 참 많이 들었다. 나 역시 그렇게 믿었었고 열심히 일함으로써 나의 성실함을 직장에서 보이려고 노력해 왔다. 일을 하는 데 있어서 성실함도 중요하지만 무작정 성실한 것은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을 이곳 실리콘밸리에서는 너무 여실히 보여준다.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면서 나는 야근을 했던 사람을(적어도 우리 회사에서는) 본 적이 없다. 나 자신도 그랬지만, 정말 밤늦게 남아서까지 일을 하는 이들을 보기는 힘들었다. 정해진 퇴근 시간 또는 각자의 시간에 맞게 퇴근하면서 왠지 모르게 불편한 마음에 이래도 되나 더 열심히 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며 내심 마음을 졸였던 경험이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들 자신의 업무를 미루는 법은 없었으며, 그들에게는 주어진 업무 시간 내에 일을 잘 마치는 것이 중요했다. 이들은 이를 능력이라고 불렀다. 야근을 하거나 회사 업무시간 이외에 근무하는 사람들을 보며 능력이 없어서 그런 거라고 했을 때 나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를 보는 시각 자체가 완전히 달랐기 때문이다. 물론 직위가 높아질수록 업무 부담이 더 많아지는 것은 사실이다. 직위가 높을수록 더 많이 일을 하는 것은 물론일 텐데 이는 얼마나 잘 매니지먼트를 하는가 와도 관련이 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매니저 혹은 상사들은 자신이 생각한 일에 대해 설명을 한 후 팀과 의논을 하고 필요한 일들을 팀원들의 능동적인 참여로 나누어 함께 일하게 된다. 상사는 매니지먼트를 통해 일을 하고, 팀원들은 개인프로젝트를 갖게 되면서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게 되는 것이다. 서로 상부상조하며 일을 하게 되는 것이다.
[사진=Pixabay]
처음 실리콘밸리에서 일을 시작할 때 가장 적응하기 힘들었던 것이 있었다. 바로 자신이 능동적으로 일을 찾아서 하는 것이었는데, 매니저조차도 필요한 실험 이외에는 아무 말이 없었기에 실험 이외의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몰라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초반에는 매니저가 지시할 때까지 다른 일을 기다렸었는데 그동안 동료들이 각자 일을 찾아서 혹은 개인 프로젝트를 만들어서 매니저에게 보고하는 것을 보고 이곳에서 시키는 일만 하다가는 바로 잘리겠구나 하며 머리를 크게 얻어맞은 느낌을 가졌었다.
매니저는 분명 나에게 할 일들을 알려준다. 그리고 그 일을 잘 수행해 나가겠지만 이것이 일의 전부가 아닌 것이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자신이 참여하는 만큼 일을 배당받게 혹은 찾게 되어 있다. 즉,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또 의견을 제시하면서 그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발견하고 그것을 자신만의 일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또한 일을 잘 수행해 나감에 따라서 다른 이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어필할 수가 있는 것이다. 시키는 것만 일을 하는 사람, 언제든지 대체가 가능한 인재가 아닌 나 자신을 대체불가의 존재로 만들어 회사가 필요한 내가 되어 이곳에서 살아남는 것이다.
스타트업의 경우 피부로 느끼기에 회사의 구조는 제법 수평적으로 느껴진다(대기업은 조금 다른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매니저가 혹은 상사가 나에게 일을 시키거나 맡길 때에는 그의 권위로 몰아부치는 것이 아닌, 미팅을 통해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지 필요한 일인지 가능한지등 나의 의견을 물은 뒤에야 일을 맡기게 된다. 매니저의 직급으로 몰아붙이거나 떠맡기거나 행여 이를 직원들이 부당하다고 생각하게 될 때에는 HR에 바로 컴플레인을 걸 수도 있기 때문에 조심하는 것이 좋지만(실제로 미국에서는 부당하다고 생각되면 바로 HR에 리포트를 한다), 이 때문이라기보다는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의 일하는 환경 자체가 함께 일하는 협업의 관계로 형성이 많이 되기에 한 팀으로써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며 회사를 함께 세워나가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직원들의 경우도 직급이 낮다고 해서 무조건 매니저나 상사의 의견을 따라서 행하기보다는 자신의 의견이 있을 때에 주저하지 않고 제안하며, 맡은 일이 적합하지 않거나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이 되면 매니저에게 왜 그러한지 이유나 설명을 요구하며 미팅을 요청한다. 매니저 또한 이에 대해 잘 설명을 하고 납득을 시킬 의무가 있으며 직급이 낮은 직원의 의견이라고 해서 무시하거나 받아들이지 않거나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곳에서는 모두가 한 팀이고 함께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진=Pixabay]
실리콘밸리에서는 일을 무작정 성실히 하는 것보다 주어진 시간 내에 잘 해내는 것이 중요하다. 주어진 시간 내에 정해진 임무를 잘 감당하고, 대체불가 인력이 될 경우 그 사람이 어떠한 사람이든 회사는 그 사람을 의지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능력 있게 일을 잘 감당하고 있다면 그가 어디에서 일을 하든 자신의 시간에 무엇을 하든 사람들은 그를 믿고 따르게 되어 있는 것이다.
굉장히 내게 인상적으로 다가온 한 동료가 있었는데, 그는 어떠한 실험 분야의 전문가였다. 그와 미팅을 하던 날, 자신은 오늘 회사에 나가지 않는다며 (Working From Home) 내게 필요한 일에 대해 줌미팅을 신청했었다. 줌으로도 가능한 미팅이었기에 흔쾌히 허락했는데, 그는 한 국립공원에서 텐트를 치며 캠핑을 하고 있었고 내게 뒷배경을 보여주며 캠핑에 대해 자랑도 했다. 하지만 그는 그곳에서도 자신의 업무를 잘 감당했고 실험에 대한 분석도 너무 잘 해주었기에 오히려 일도 잘하고 자신의 인생을 잘 즐기는 사람이라는 인상으로 다가왔었다. 이는 나뿐만 아니라 다른 동료들에게도 그는 멋진 사람이라는 인식으로 각인되어 있었다. 내게는 일에 대한 나의 생각의 틀을 깨는 순간이었다. 만일 그가 일을 잘 못하고 회사에도 있지 않고 캠핑을 즐겼다면 아마 회사에서 살아남기는 어려웠으리라 생각된다.
[사진=Pixabay]
성실히 일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지만, 일을 능력 있게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은 적다. 이곳 실리콘밸리는 능력 있는 인재가 더더욱 부각이 되고 살아남을 수 있는 곳이다. 단 한 사람의 아이디어와 그 능력으로도 충분히 바뀔 수 있는 능동적인 사회이기 때문이다. 나 또한 그러한 사람이 되고 싶고, 일을 잘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이곳에서 계속해서 배워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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