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바이오 관련 동향 뉴스를 신속하게 제공합니다.
뉴스 종합
[미국 제약회사 취업 설명서] 이직에 관하여...
Bio통신원(제약회사김박사(필명))
한 조직에 뼈를 묻겠다는 마음으로 오래 있는다는 것은 과거에는 충성되고 주인의식이 있는 좋은 모습으로 보이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한 직장을 평생직장으로 여기면서 한 곳에서 은퇴할 때까지 일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더욱이나 미국에서는 내가 원하지 않아도 갑작스러운 해고통보로 하루아침에 직장을 떠나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렇지 않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어느 순간 이직을 고민하고 실행에 옮기게 됩니다. 제약회사에서의 이직은 언제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 이번 글에서는 이직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저도 경험이 적기 때문에 완벽한 답을 드릴 수는 없지만, 제가 경험하고 들은 것들을 바탕으로 제약회사에서의 이직에 대해 소개하려고 합니다.
1. 피해야하는 이직
이직이 나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앞으로의 커리어를 쌓아감에 있어서 좋지 않게 작용할 수 있는 이직도 있습니다.
<너무 잦은 이직>
너무 잦은 이직은 커리어에 있어서 좋지 않습니다. 새로운 직장에 들어가서 그곳에서의 일과 문화를 배우고, 성과를 내려면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유능한 사람이라면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도 있겠지만, 사람들의 생각에는 그래도 최소한 2년 정도는 진득하게 한 직장에서 있어야 성과를 냈다는 것에 대한 믿음이 갑니다. 그렇기 때문에 짧은 주기로 자주 직장을 옮겨 다닌다면 그 사람이 쌓은 경력이 어쩌면 물경력일 수도 있겠다는 인식을 주게 됩니다. 또한 조직 생활에 있어서 잘 적응을 하지 못한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이 우리 직장에 와서도 얼마 안 돼 다시 떠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어쩔 수 없이 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1-2년 주기로 잦은 이직을 여러 번 한 경우라면 인터뷰에서 왜 이렇게 자주 이직을 했는지에 대한 질문이 나오게 됩니다.
<수평적 이직>
이직을 하지만 현재 나의 직급과 같은 수준의 직급으로 회사만 옮기는 수평적 이직은 긍정적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회사에서 일은 한다면 거기서 얻은 것을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하고, 그 능력과 경력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커리어를 쌓아야 합니다. 그러나 이직을 하게 된다면 반드시 일정 시간 동안은 그 조직의 일과 문화를 익히느라 큰 성과를 낼 수도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평적 이직을 하게 된다면 사실상 큰 성장 없이 새로운 팀에 적응하느라 에너지와 시간을 쓰면서 의미 없이 물경력을 쌓게 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물론 수평적 이직이 반드시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양한 개인적 사정으로 불가피하게 이직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 이런 경우 그 이유가 충분히 납득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회사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다른 불만이 있어서 회사를 옮기는 수평적 이직에 대해서 신중할 필요는 있습니다.
<연봉 인상만을 위한 잦은 이직>
혹자는 회사를 옮기면서 연봉을 올려야 한다고 말합니다. 물론 우리는 자원봉사를 하는 게 아니고 회사에서의 일을 통해 돈을 버는 것이 당연하기에 연봉인상도 이직의 한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연봉을 높이거나 더 좋은 혜택을 받기 위한 이직은 좋지 않다고 봅니다. 회사를 옮긴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그 조직에 적응하고 일을 배우는데 시간이 소비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직이 잦으면 잦을수록 업무를 통해 개인이 성장하고 성과를 내는 기회는 줄어들 수가 있습니다. 연봉 인상만을 추구하다가 나의 성장은 이루지 못해 결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게 될 수도 있습니다.
2. 이직, 언제 해야할까?
그렇다면 언제 어떻게 이직을 해야 할까요? 사람마다 이직에 대한 인식이 다를 것입니다. 또한 이직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게 되는 이유와 타이밍도 다를 것입니다.
<현재 직장에서 성과를 통해 성장을 이룬 경우>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직에 앞서 현재 있는 직장에서 충분히 자신의 경력과 커리어에서 성장을 이뤄야 한다는 점입니다. 현재 위치에서 어느 정도의 성과를 만들고, 그것을 무기로 이직을 시도할 때 더 높은 직급으로 이직할 수 있습니다. 성과를 객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하나의 지표는 승진입니다. 물론 승진이 최고라고 할 수는 없지만, 한 회사에서 몇 년간 있으면서 승진을 했다는 것은 그 조직에서 문제없이 일하고 성과를 내고 그것을 조직 내부 사람들에게 인정받았음을 말해줍니다. 따라서 한 회사에서 승진을 했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상대적으로 믿음이 가는 것이 사실입니다.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직급을 갖느냐에 따라 다음 직급으로 승진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러나 한 회사에서 5년 정도 있는다면 그동안 최소한 한 번은 진급할 기회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그 정도의 시간 동안 한 회사에서 머물면서 성과도 내고 진급의 경험도 얻는다면, 그러한 경력이 이후 이직을 할 때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불가피한 이직>
내가 원하지 않게 이직을 해야 하는 경우도 생기기 마련입니다. 예를 들어서 작은 규모를 갖는 회사들의 경우 레이오프(Lay-off)로 인해 혹은 회사가 문을 닫게 되어 불가피하게 이직을 해야 하는 경우들이 생깁니다. 제가 있는 부서는 보스턴 지역에도 여러 팀들이 있는데, 그쪽 사람들을 뽑기 위해 인터뷰를 보는 경우 이처럼 불가피하게 일자리를 잃어 직장을 구하는 분들의 경우를 많이 접하게 됩니다. 또한 배우자가 직장을 다른 지역에 구하게 되면서 어쩔 수 없이 같이 따라가게 되면서 이직을 해야 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이처럼 불가피하게 이직을 하게 되는 경우라면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물론 인터뷰를 볼 때 왜 이직을 하냐는 질문은 단골로 나오게 됩니다. 그러나 이런 경우라면 사람들이 다 이해합니다. 특히나 보스턴 지역 같이 회사들이 많은 곳은 Lay-off로 인해 이직하게 되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커리어 성장을 위한 이직>
사람들마다 직업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바가 다를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현재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편하고 익숙해서 그 일을 계속하는 것을 선호하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라면 이직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직급을 올리고 자신이 꿈꾸는 모습으로 점차 발전하는 커리어를 쌓기를 희망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혹 자신이 지금 하는 일과 조금 다른 일을 하고 싶어 새로운 커리어를 계획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자신이 꿈꾸는 모습을 이루기 위한 이직은 반드시 해야 하는 이직일 것입니다.
많은 경우 더 높은 포지션으로 가기 위해 이직을 합니다. Scientist와 Senior Scientist를 거쳐 언젠가는 매니저 급으로 승진을 해야 하지만, 같은 회사에서 매니저까지 승진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지 않고 쉽지도 않습니다. 물론 그런 경우가 없지 않지만, 대게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자리가 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자리를 만들더라도 내부 사람을 승진시키기보다는 외부에서 새로운 사람을 뽑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다양성을 추구한다는 명목 하에 이러한 방식의 외부로부터의 인사 채용이 더 흔한 것 같습니다. 이런 이유로 Senior Scientist로 5-7년 정도 한 회사에서 경력을 쌓은 후 다른 회사의 매니저로 (Associate Director, Associate Principal Scientist, Director, Principal Scientist 등) 이직을 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됩니다.
새로운 분야로 커리어를 발전시키거나 새로운 경력을 만들기 위한 이직도 보게 됩니다. 회사마다 업무의 내용과 스타일이 다 제각각이지만, 일을 하다 보면 새로운 업무 기회를 갖게 되고 이를 통해 새로운 경력을 쌓게 됩니다. 예를 들어 Cell therapy 쪽을 주로 담당하던 사람이 Small molecule inhibitor 관련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거나 항체를 이용하는 Large molecule drug 개발에 참여하게 되는 등 새로운 경력을 쌓을 기회를 갖게 됩니다. 이러한 기회들을 통해 커리어는 점진적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회사에서 이러한 기회가 없고 같은 일만 계속하는 경우라면 이직을 통해 새로운 경험과 이를 통한 성과를 만드는 것이 커리어 성장에 있어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3. 작은 회사에서 큰 회사로의 이직
저는 감사하게도 첫 직장으로 대기업을 오게 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작은 회사들에 대한 경험이 없습니다만, 주변에 작은 회사에서 이곳으로 이직을 해서 온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됩니다. 물론 그분들의 이야기를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그분들의 경우 작은 회사에서 큰 회사로 이직을 하게 된 몇 가지 이유들이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했던 커리어 성장을 위한 경우가 주된 것 같습니다. 제 대학원 동기가 스타트업에서 1년을 채우지 못하고 제가 일하는 회사로 이직을 했습니다. 그 친구가 처음에 스타트업을 가게 된 것은 1) 본인이 해보고 싶은 연구를 할 수 있고 2) 높은 연봉과 직급을 받기로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회사를 가보니 연구비가 충분하지 못했고 자신이 제안한 연구들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결국 그 친구는 자신이 기대했던 것과 다른 상황으로 인해 일에서 점점 흥미를 잃더니 1년을 채우지도 못하고 이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작은 회사들의 경우 위에서 언급했듯이 Lay-off가 상대적으로 더 흔하게 일어납니다. 작은 회사들은 어쩔 수 없이 큰 회사들에 비해 연구비의 규모가 작습니다. 많은 스타트업들은 자신들이 개발한 약이나 기술 등을 큰 회사에 넘기는 것을 목표로 하곤 합니다. 이런 이유로 약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기초연구가 어느 정도 마무리 되고 약물이 전임상/임상시험 단계로 넘어가게 되는 경우라면 연구비 문제로 기존에 있던 기초 연구에 참여했던 사람들을 해고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큰 회사들이라면 새로운 파이프라인을 계속적으로 만들면서 그 인력들이 다른 프로젝트에 투입되겠지만, 스타트업 같은 작은 회사들은 그럴만한 여유가 없기 때문에 약 개발 과정에서 어느 순간 인력 감축이 발생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또 회사가 큰 회사에 인수되는 과정에서 구조조정이 발생하고 이로 인한 Lay-off도 생깁니다.
각자가 꿈꾸는 5년 뒤, 10년 뒤, 혹 그보다 더 먼 미래의 모습이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미래의 그 모습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언젠가 이직이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저 역시도 제 주변을 둘러보면 제가 목표로 하는 모습에 다가가고 있는 사람들과 이미 상당 부분 도달한 사람들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그들이 걸어왔던 커리어 성장 과정을 보면 처음부터 대단한 일을 한 것이 아니라 중요한 순간마다 이직을 통해 자신의 커리어를 발전시킨 것을 보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직은 단순히 연봉을 올리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자신의 커리어 발전을 위한 한 과정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본 기사는 네티즌에 의해 작성되었거나 기관에서 작성된 보도자료로, BRIC의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또한 내용 중 개인에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사실확인을 꼭 하시기 바랍니다.
[기사 오류 신고하기]
다른 연재기사 보기
전체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