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바이오 관련 동향 뉴스를 신속하게 제공합니다.
뉴스 종합
[논문 읽기의 A부터 Z까지] (1) 논문의 종류
Bio통신원(박건희)
Introduction
<논문 읽기의 A부터 Z까지>라는 주제로 글을 연재하기로 결정되었을 때, 고민되는 것이 크게 2가지가 있었다. 첫째는 독자의 수준이고 둘째는 필자인 나의 수준이었다. 본인은 현재 석박사통합과정 6년 차를 밟고 있다. 졸업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긴 하지만 과학자로서의 커리어 전반을 생각하자면 아직 햇병아리 수준이기 때문에 나의 연재가 많은 부족함이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반면, 브릭의 이용자 스펙트럼이 다양한 만큼, 어느 정도 깊이로 작성하든 누군가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다. 그리고 나보다 훨씬 경험과 연륜이 풍부한 senior 과학자분들도 논문 읽기에 대한 나의 인사이트에서 조금이라도 얻어가는 부분이 있다면 그 또한 가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필자는 세포핵 내 chromatin 및 단백질들의 dynamics와 유전자 발현 조절 메커니즘 사이의 상관관계를 살아있는 단일 세포에서 초고해상도 형광 이미징을 통해 연구하고 있다. 넓은 범주로 보자면 분자세포생물학인데, 아주 기초과학에 가까운 분야인지라 내가 주로 읽어온 논문은 공학이나 모델링 분야와는 거리가 있다. 그리고 훨씬 거시적인 행동신경생물학이나 생태 및 분류학, 훨씬 미시적인 구조생물학 등과 같이 다루는 대상의 차원이 다른 분야에서 다루는 내용과도 많은 차이가 있다. 최대한 많은 것을 섭렵할 수 있는 내용으로 연재해 보고자 노력할 테지만, 분명 bias는 존재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명과학이라는 큰 틀 안에서 공유하는 논리와 fundamental 한 배경지식은 공통분모를 지니고 있기에, 나의 집필 내용이 모든 분야에 적용되진 못하더라도 분명 관통하는 부분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모쪼록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면 필자로서 기쁜 일이 될 테고, 독자 여러분 역시 만약 다른 의견이 있거나 첨언하고 싶은 내용을 댓글로 함께 나눌 수 있다면 더더욱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논문의 종류
논문은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연구 논문, 리뷰 논문, 프로토콜 논문으로 나뉠 수 있는데, 이 안에서도 저널들이 추구하는 바에 따라 article인지 letter인지, review인지 preview인지 perspective인지, method인지 protocol인지 등이 나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연재에서는 굵직한 분류로서 위 3가지의 종류로서 논문의 성격을 설명하고자 한다.
1. 연구 논문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읽고, 일반적으로 '논문'이라고 하면 떠올리는 종류의 논문이다. 특정 연구 그룹에서 새로운 것을 밝혀내거나 발견했거나 개발했을 때, 기존에 알려진 것을 더욱 공고하게 support 하거나 있던 기술을 보완 및 개발했을 때, 기존에 알려진 것을 반박할 때 등, 이러한 연구 내용을 담는 논문이 바로 연구 논문이다. 각각의 연구 논문은 기존에 나온 선행 연구들을 밑바탕으로 하여 그 탑 위에 조약돌을 하나 얹는 과정이다.
과학 연구의 경우, 연구자들이 세운 가설이 있고, 이를 어떤 실험 디자인을 통해 검증하였으며, 그 실험에서 어떤 데이터들이 나왔고 이를 어떤 식으로 해석하여 어떤 결론을 내렸는지가 담겨있다. 공학 연구의 경우 새로운 실험 및 연구 방법론을 개발했거나(tool, system 개발 등), 복잡한 실제 자연 현상보다 연구하기 쉬운 존재로 환원하는 방법을 개발했거나(모델링), 새로운 분석 기법을 개발한 연구가 담겨있기도 하다. 위 내용이 섞여있거나 부분적으로 가미되어 거대한 스토리를 이야기하는 논문도 있기 때문에 과학과 공학 연구를 이분법적으로 나누기 어려운 경우도 많이 존재한다.
연구 논문은 Title, abstract, introduction, result, discussion(conclusion), procedure(method), reference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구성에서는 어떤 내용들이 담기며 어떤 것들을 중점적으로 읽어야 하는지는 추후 연재에서 다룰 예정이다.
연구 논문의 형식과 분량에 따라 세부 종류가 나뉘는 경우도 존재한다. 대체로 이러한 세부 종류는 논문을 출판하는 저널에서 추구하는 양식과 지향점에 따라 임의로 부여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담을 수 있는 figure 개수와 manuscript 분량이 적은 수로 한정되어 있고 풀스토리가 갖춰져 있지 않더라도 비교적 가벼운 내용을 담는 letter라던지, 반면에 figure 개수와 manuscript 분량도 많고 풀스토리를 방대하게 담아내는 article이 있다. 새로운 현상을 발견했거나 controversial 한 내용을 빠르게 출판하기 위한 breif communication이나 report 등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구분이 없는 저널도 많은 만큼 이러한 구분은 상기한 것처럼 각 저널에서 추구하는 지향점에 따라 인위적인 구분을 지어둔 것이니 참고만 하기 바란다.
연구 논문에는 특정 연구 그룹에서 실제로 연구한 내용이 담겨있기 때문에, 연구자라면 반드시 다독할 수밖에 없는 논문이다. 교수, 포닥, 대학원생 가릴 것 없이, 내 분야에서는 어떤 연구 내용들이 새롭게 다뤄지고 있는지 팔로업해야 한다. 그리고 참고하고 싶은 방법론이나 밝혀진 사실들을 파악하기 위해서도 연구 논문 읽기는 매우 중요하다. 내 조약돌을 얹기 위해서는 얹어질 탑이 어떤 모양으로 어디까지 쌓여있는지를 잘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연재도 연구 논문을 읽는 방법에 대해서 주로 다룰 예정이기 때문에, 자세한 연구 논문 읽기 방법 역시 추후 연재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2. 리뷰 논문
리뷰 논문은 특정 분야나 주제 안에서 그동안 나온 연구들을 총 정리하여 구성한 논문이다. 새로운 내용을 밝히는 연구 논문과는 달리, 선행 연구들을 정리한 논문이기 때문에 figure에는 실험 데이터보다는 이해를 돕기 위한 일러스트나 그래프 등이 주를 이루는 경우가 많다. 내가 읽었던 한 책에서는 리뷰 논문을 '오랫동안 방영해 온 드라마 시리즈를 시즌1부터 정주행 하긴 힘들기 때문에, 중간부터 보는 시청자를 위해 만들어둔 각 시즌별 요약본'이라고 비유했다. 때문에 리뷰 논문은 그간의 연구 분야가 발전해 온 과정을 볼 수 있기도 하고, 어떻게 여러 개의 연구들이 집대성되어 분야를 관통하는 거대한 흐름으로 규합되는지를 볼 수 있다. 또한, 해당 분야를 새롭게 공부하기 위해서 지식적 요소들을 습득하는데도 매우 유용한 논문이다. 이러한 특징들 때문에 새로운 연구분야에 뛰어들려는 연구자나, 실험실에 새로 입학한 신입생이나 인턴 학생들이 자주 읽곤 한다. 경우에 따라 연구 논문은 모든 내용을 정독하지 않고 필수 요소만 골라 읽는 경우가 더러 있지만, 리뷰 논문은 마치 전공책처럼 지식 습득을 위해 읽기 때문에 자세히 읽는 경우가 많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리뷰 논문의 가장 큰 유용함은, 그 논문에서 citation 한 reference 연구 논문들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이다. 위에 언급했듯이 리뷰 논문은 선행 연구들을 총 망라한 논문인만큼 실험 데이터들보다는 지식화된 각 요소들이 내용을 채우고 있는데, 그것들이 어떤 실험과 연구를 통해 밝혀진 것들인지 citation 되어 있는 논문들을 역으로 확인함으로써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과학은 연구와 데이터 그 자체보다는, 그들이 규합되어 collective 하게 이루는 거대한 지식 체계인 만큼, 연구 내용이 어떻게 지식화되는지를 리뷰 논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리뷰 논문을 읽으면서 이 분야를 구성하는 큰 그림을 파악하고 나면, 이 그림을 채워야 할 '빈 퍼즐'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이 분야에서 추구하는 거대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필요한 연결 고리에서 빠져있는 것이 무엇인지, 새롭게 나올 수 있는 질문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새로운 연구 주제를 찾아내거나 또 다른 연구 분야를 열 수 있는 발판이 되기도 한다.
3. 프로토콜 논문
실험은 결국 물리적으로 수행되어야 하는 일종의 노동이다. 특히 개인의 노하우나 트러블 슈팅 과정이 중요한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이기도 하다. 때문에 연구자들은 실험을 하기 위해 잘 organize 되어있고 널리 establish 된 실험 매뉴얼, '프로토콜'에 많은 의존을 한다. 새롭게 제시된 강력한 실험 기법이나 연구 방법론의 경우, 그것을 수행하기 위한 프로토콜만을 정리한 논문을 따로 출판하기도 한다. 이를 프로토콜 논문이라고 하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메소드 논문이라고도 한다. Cell Press의 STAR protocol, Nature의 자매지인 Nature protocol, Method 지 등이 프로토콜 논문만을 다루는 저널이다. 메소드 논문이라고도 불리지만 Nature의 자매지 Nature method와는 성격이 약간 다르다. Nature method 지는 프로토콜 논문이라기보단 새로운 방법론을 개발했을 때, 자세한 실험 매뉴얼을 담기보단 그 방법론 자체의 특징과 효과를 소개하는 내용을 주로 다룬다. 물론 Nature method 지에서 소개된 방법론을 누구든 따라 할 수 있도록 정리한 프로토콜 논문이 따로 출판되기도 한다.
프로토콜 논문에는 그 논문에서 다루는 방법론을 수행하기 위한 시료와 장비, 실험 기법, 데이터 분석 방법, 실제 사례 등은 물론, 수행자가 쉽게 범할 수 있는 실수에 대한 주의사항이 적혀있기도 하고 심지어는 결과가 잘 안 나왔을 때 트러블 슈팅을 할 수 있는 방법까지 담겨있다. 때문에 연구실에 새로운 시스템이나 실험 기법을 도입하여 셋업 하고 싶을 때 아주 유용한 논문이다. 프로토콜 논문을 작성했다는 것은 저자들이 이 방법론에 대해 널리 알리고 싶은 의지가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연락해 구체적인 내용을 물어봤을 때 조금 더 흔쾌히 대답을 해주는 경향도 존재한다.
본 기사는 네티즌에 의해 작성되었거나 기관에서 작성된 보도자료로, BRIC의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또한 내용 중 개인에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사실확인을 꼭 하시기 바랍니다.
[기사 오류 신고하기]
연재에서는 논문의 종류와 논문을 읽는 이유, 저널의 이해, 어떻게 논문을 읽을 것인지 등에 대해 다룰 예정이다. 단순히 논문을 읽는 방법뿐만 아니라 비판적으로 논문 읽기, 내 연구에 논문 적용하기, 읽을 논문 관리하기와 같은 논문 읽기와 관련된 필자의 견해와 노하우를 연재한다.
다른 연재기사 보기
전체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