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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생명과학
뇌세포 속 우체국, ‘골지체’ 작동시키는 핵심 이온 채널 밝혔다
Bio통신원(기초과학연구원)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노도영)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이창준 단장 연구팀과 바이오분자 및 세포 구조 연구단 김호민 CI(Chief Investigator, KAIST 생명과학과 교수) 연구팀은 세포 속 단백질의 변형과 운송을 담당하는 ‘골지체’의 형태 유지와 기능에 핵심적인 이온 채널(통로)의 작동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또한, 뇌세포 골지체의 이온 채널 손상과 인지 장애와의 관계를 밝혀 뇌질환에 대한 새로운 치료 표적을 제시했다.
골지체(Golgi apparatus)는 세포에서 우체국 역할을 수행한다. 소포체로부터 합성된 지질과 단백질 등을 받아들여 가공․변형시키고, 다른 세포 소기관과 세포 외부로 운송한다. 골지체의 형태 유지와 기능을 위해서는 이온 채널에 의해 내부가 pH 6.0~6.7의 약산성으로 유지되는 것이 중요한데, 이온 채널의 이상은 골지체의 구조적 변화를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변화는 인지 장애를 동반한 알츠하이머에서 흔히 발견되지만 이온 채널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골지체 구조와 인지 장애 사이의 관계는 여전히 명확하지 않았다.
이창준 단장 연구팀은 뇌세포 골지체의 주요 이온 채널을 찾기 위해 기능이 알려지지 않은 막단백질에 집중해왔다. 2023년에는 해마의 별세포와 신경세포에서 높게 발현하는 것으로 확인된 TMEM87A라는 막단백질이 뇌세포의 골지체 내 산도를 조절하는 양이온 채널임을 밝혔다. 그리고 이 막단백질의 생리적 역할을 강조해 ‘골프캣(Golgi-pH-regulating cation channel, GolpHCat)’으로 명명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김호민 CI단장 연구팀과 함께 IBS의 초저온 전자현미경(Cryo-EM)을 이용해 3.1 옹스트롬(1/1억 cm)의 초고해상도로 골프캣의 3차원 분자 구조를 규명했다. 또한 전기생리학 실험과 분자동역학 분석을 통해 이온의 이동경로를 제시하고, 골프캣이 세포막 통과 단백질의 전압 변환에 따라 통로가 열리는 전압 의존성 채널임을 밝혔다.
골프캣은 세포 외부에서 세포막으로 이어지는 내강 도메인과 7개의 세포막 관통 나선을 가진 막 관통 도메인의 구조로 이루어졌으며, 막 관통 도메인의 중앙에는 공동(空洞)을 가지고 있다. 공동은 골지막에서 유래한 포스파티딜에탄올아민(Phosphatidylethanolamine)의 지방산 사슬에 의해 물리적으로 차단되어 이온이 통과되지 않는다. 그러나 전압이 가해지면 전압 감응센서 역할을 하는 막 관통 도메인의 세 번째 나선이 활성화돼 개방된다. 이때, 골프캣의 깔때기 모양 내강 안쪽에 분포해 있는 음전하를 띈 잔기가 나트륨(Na), 칼슘(K), 세슘(Cs) 양전하 이온을 내부로 끌어들인다. 이렇게 골프캣은 양이온이 이동하는 통로가 되며, 음이온 채널과 함께 골지체의 막전압을 적절히 조절해 내부 산도 등 항상성 유지에 기여한다.
또한, 연구팀은 골프캣 손상에 따른 생물학적 기능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 골프캣 유전자가 결손된 생쥐의 뇌세포를 관찰했는데, 골지체가 파편으로 나뉘거나 부어오르는 등 비정상적인 구조 변화를 확인했다. 구조 변화는 골지체의 주요 기능 중 하나인 단백질 글리코실화(Glycosylation) 작용을 방해하고 결국, 생쥐의 학습 및 기억력 손상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결과는 골프캣의 정상적인 작동이 인지 기능에 중요함을 나타내며 골프캣을 표적으로 하는 새로운 인지 장애의 치료 가능성을 시사한다.
김호민 CI는 “이번 연구는 신경생물학, 구조생물학, 분자동역학, 글리코믹스(당질체학) 등 다양한 첨단바이오 분야 연구기술이 총망라된 기초․공학 융합연구의 결과”라며, “학문 간 장벽을 허물고 협력하여 우수한 성과를 거둔 성공적 사례”라고 말했다.
연구를 이끈 이창준 단장은 “골지체의 형태적․기능적 변화가 어떻게 기억력에 관여하는지 밝혔다”라며, “골치체의 분자적 메커니즘을 정확히 이해하면 다양한 신경 퇴행성 뇌질환에서 발견되는 인지 장애에 대한 새로운 치료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새로운 골지체 이온 채널을 발견하고 그 기능과 구조, 생리학적 중요성을 규명한 이번 연구는 IBS의 생명과학 분야 연구단 간 연구협력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 출범한 IBS 생명과학 연구클러스터의 대표적 공동 연구성과다. 또한 최선 이화여자대학교 약학과 교수(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하는 중견연구사업,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인공지능 활용 혁신신약 발굴사업), 선도연구센터 지원사업(MRC)), 안현주 충남대학교 분석과학기술학과 교수 연구팀이 공동으로 수행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IF=14.7)’에 7월 11일(한국시간) 온라인 게재됐다.
논문/저널/저자
■ 저널 : Nature Communications (2024)
■ 저자 정보 : Hyunji Kang, Ah-reum Han, Aihua Zhang, Heejin Jeong, Wuhyun Koh, Jung Moo Lee, Hayeon Lee, Hee Young Jo, Miguel A. Maria-Solano, Mridula Bhalla, Jea Kwon, Woo Suk Roh, Hyun Jun Jang, Jimin Yang, Boyoung Lee, Hyun Joo An, Sun Choi, Ho Min Kim, C. Justin Lee
연구내용 보충설명
IBS 생명과학 연구클러스터 내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과 바이오 분자 및 세포 구조 연구단의 공동연구로 해마의 별세포와 신경세포 골지체에 존재하는 TMEM87A라는 막단백질이 골지체 내의 pH 항상성 유지에 기여하는 이온 채널임을 규명했다. 특히, 골지체 이온 채널과 인지 장애와의 연관성을 제안하고 관련 질환에 대한 새로운 분자적 치료 표적을 제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생리학 연구 부분에서는 GolpHCat(TMEM87A)가 골지체에 존재하는 전압 게이트 및 pH 의존성 비선택적 양이온 채널임을 정의하고, GolpHCat이 이온 채널로써 골지체 내 산도 유지 등 항상성 유지, 글리코실화와 같은 기능적 역할에 중요함을 확인했다. 궁극적으로 해마의존적 기억과 GolpHCat의 기능이 관련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분자 구조 연구 부분에서는 세 개의 고해상도의 인간 GolpHCat의 구조(1. 골지 인지질-PE 결합구조, 2. 약리학적 억제제-gluconate 결합구조, 3. 인지질 결합 방해 돌연변이 구조)를 결정했다. 또한, 분자역학 분석 및 구조를 기반으로 한 전기생리학 실험을 통해 GolpHCat이 단량체인 독특한 이온채널임을 증명했으며, 내부의 이온전달 경로에 대한 분자수준의 통찰력을 제공했다.
연구 이야기
[연구 배경]
골지체는 세포 내 핵심적인 소기관으로, 세포 내에서 합성된 단백질의 변형과 포장, 수송을 담당한다. 골지체의 항상성은 골지체의 기능과 형태를 유지하는데 중요하며, 골지체의 항상성이 무너지면 퇴행성 신경질환을 유발할 수도 있다. 골지체 pH 항상성은 골지체 내부의 이온 채널에 의해 조절되는데, 골지체 내부에 존재하는 양이온 채널에 대해서는 밝혀진 바가 없었다. 또한, 뇌에 존재하는 골지체 양이온 채널과 그 기능에 대해서도 밝혀진 바가 없었다.
[어려웠던 점]
TMEM87A는 기능이 확실하지 않은 막단백질이었기 때문에 TMEM87A가 양이온 채널임을 분자 수준에서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연구가 필요했다. 이번 연구는 정제된 단백질을 사용한 프로테오리포솜 단일채널 레코딩, 고해상도 초저온 전자현미경(cryo-EM) 구조, 분자역학 실험 및 구조기반 전기생리학 실험을 통해 TMEM87A가 단량체 내 이온 전달 경로를 가지고 있음을 증명함으로써 TMEM87A가 확실한 양이온 채널 분자임을 밝혔다.
[주목할 점]
이번 연구는 다양한 분야의 최첨단 분석 및 실험 기술(골지 특이적 pH 이미징, 프로테오리포솜-단일채널 레코딩, 초저온 전자현미경 단백질 구조분석, 분자동역학 모델링, 단백질체학/글리코믹스 분석, 동물 행동 실험 등)로 이뤄낸 성과로 융합연구의 중요성을 보여주었다. 이를 통해 GolpHCat의 병리학적 중요성을 제시하여 골지 관련 질환 및 퇴행성 신경질환에서의 새로운 신약 표적으로서의 GolpHCat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향후 연구계획]
GolpHCat에 결합하는 단백질을 찾아 채널 개폐 메커니즘을 명확하게 규명하고, 활성제 혹은 억제제를 찾는 연구에 집중하여 치료제 개발을 진행할 예정이다.
[그림 1] GolpHCat의 분자구조연구에 대한 모식도 [사진=기초과학연구원]
초저온전자현미경법을 이용해 고해상도로 인간 GolpHCat의 분자구조를 규명해 GolpHCat이 두 개의 도메인으로 구성된 단량체의 특이한 구조를 가진 이온채널임을 밝혔다. 약리학적 억제제(글루코네이트)와의 복합체 구조 및 인지질 결합 방해 돌연변이 구조를 추가적으로 규명했다. 이들 분자구조를 바탕으로, 전기생리학실험과 분자동역학 모델링 실험을 통해 단량체 내부의 이온전달경로와 전압감응채널개폐 작용기전을 규명했다. 특히, GolpHCat의 깔때기 모양 내강 안쪽에는 음전하를 띈 잔기가 분포해 있어 양이온들을 끌어들이는 입구 역할을 수행함을 밝혔다. 약리학적 억제제가 GolpHCat 안쪽 중요한 이온전달경로를 막고 있음을 확인했다(오른쪽 위). 또한, 분자동역학실험을 통해 인지질의 결합 경로와 인지질의 다양한 결합 형태를 확인했고, 골프캣의 전압감응센서와 전압감응 채널 개폐 기전을 제안했다(오른쪽 아래).
[그림 2] GolpHCat은 정상적인 골지체 구조 유지에 중요 [사진=기초과학연구원]
GolpHCat은 골지체 pH를 조절하는 양이온 채널로써, 해마 내 별세포와 신경세포의 골지체가 정상적인 구조를 유지하는 것에 중요하다.
해마 내 별세포(Astrocyte)와 신경세포(Neuron)의 골지체 구조를 투과 전자 현미경을 이용해 관찰하였다. GolpHCat 유전자 결손 생쥐(GolpHCat KO)의 별세포와 신경세포 내 골지체 모두 대조군(WT)에 비해 골지의 최대 길이(Maximum length of golgi cisternae)는 줄어들고 골지 폭(Width of Golgi)은 늘어나면서, 쪼개지거나 부풀어 오른듯한 구조를 보였다. 해마 내 별세포와 신경세포의 골지체가 정상적인 구조를 갖는 데에는 GolpHCat이 관여한다.
[그림 3] GolpHCat 유전자 결손 생쥐에서 나타나는 기억력 감퇴 현상 [사진=기초과학연구원]
해마 내 별세포와 신경세포에 발현하는 GolpHCat 유전자 결손 생쥐에서 해마 의존적인 기억력이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다.
(왼쪽) 생쥐의 공간 기억을 평가하는 새로운 장소 인식 실험(Novel place recognition test)은 생쥐가 탐색상자에 놓인 두 개의 물체를 탐색한 뒤 일정 시간 후 두 물체 중 하나를 새로운 위치로 옮겼을 때, 생쥐가 물체를 탐색하는 것을 관찰해 물체의 위치(공간)을 기억하는지를 평가한다. GolpHCat 유전자 결손 생쥐(GolpHCat KO)는 대조군(WT)에 비해 익숙한 물체의 탐색 시간이 늘어나고, 오히려 새로운 위치의 물체를 탐색하는 시간이 줄어들며 식별력과 공간 기억력이 저하됐다.
(오른쪽) 생쥐의 맥락적 기억을 평가하는 맥락적 공포 조건화 실험(Contextual fear conditioning test)은 실험상자의 바닥을 통해 약한 전기 충격을 받은 생쥐가 상당 시간 후 다시 실험상자에 놓였을 때, 얼어붙듯 움직이지 못하며 공포 반응을 보이는지를 관찰하여 맥락적 기억을 평가한다. 유전자 결손 생쥐(GolpHCat KO)는 대조군(WT)에 비해 공포 반응 시간이 줄어들어 맥락적 기억력이 저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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