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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연구실 실전편] 05. 통근을 하는데 돈을 준다고? - 통근 수당이 나오는 학교
Bio통신원(송유라)
벨기에에서 교직원으로 근무를 하다 보면, 생각 외로 많은 복지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각 대학마다 이러한 복지가 차이가 있고, 또 같은 학교 내에서 어느 단과대학에 근무를 하냐에 따라서도 누릴 수 있는 복지가 차이가 난다. 하지만 이 나라에서 연구원이나 박사생으로 근무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면, 모두가 만족스럽다고 말하는 복지는 통근 수당이다.
이 통근 수당은 프랑스어로 Frais de déplacement travail라고 불리는데, 말 그대로 일하러 올 때 드는 비용을 준다는 의미다. 이 통근 수당은 벨기에 노동법에 명시된 노동자의 권리이고, 각 연방 정부는 어떠한 수단으로 통근을 할 때 노동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최소한의 금액을 매년 발표한다. 예를 들어, 우리 학교를 관할하는 프랑스어권 정부의 경우에는 이렇게 아예 연초에 각 통근 수단에 대해서 표를 만들어 보급을 하고 있다.
지금 일하는 학교인 ULB의 경우, 통근 비용은 매달 연구원 개인에게 환급되어 나온다. 재미난 점이라면 자전거나 도보로 통근하는 경우에는 거리 당 일정 비용을 쳐서 환급을 해 준다는 것이고, 카풀을 하는 경우에도 기름값 일부가 나온다는 거다. 어떤 방식으로 환급이 되는 지와 각각에 대한 배경은 각 교통수단 별로 아래와 같이 설명을 해 볼 수 있겠다.
브뤼셀이 아무래도 주변 도시에 비해 상당히 집값이 비싼 편이다 보니, 벨기에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은 애초부터 그냥 본인이 살고 있는 도시에서 통근을 한다. 또한 프랑스나 독일인, 네덜란드인 중 국경 지대에 사는 사람은 그냥 그 국가에 살면서 벨기에로 통근만 하는 경우도 종종 있기도 하다.
이러한 경우에는 교내 담당 직원에게 어느 역에서 출발해서 학교까지 기차로 통근한다고 연락을 해야 한다. 그러면 교내 담당 직원이 벨기에 철도청을 통해 직원용 카드를 발급받아 주는데, 해당 카드에는 계약 기간에 해당하는 일반 열차 정기권이 포함되어 있다. 남용을 막기 위해, 이러한 카드는 실명제로 운영이 되고, 본인 외에 다른 사람에게 해당 카드를 양도했다가 적발이 되면 학교에서는 더 이상 통근 비용을 지원해주지 않는다고 한다.
또 그뿐 아니라, 기차로 통근하는 경우에는 브뤼셀 내의 지하철 및 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정기권이 추가로 붙는다. 이유는 학교가 기차역에서 지하철로 약 20분 정도 걸리기 때문.
벨기에는 생각보다 러닝을 하는 사람도 많고, 5km 정도 되는 거리는 걸어서 통근하는 사람도 꽤 많다. 걸어서 통근하는 경우에도 학교에서는 통근 비용을 돌려주는데, 이 경우에는 1km당 0.27유로의 비용을 보전해 주고, 1년에 최대로 받을 수 있는 비용은 2024년 기준으로 470유로이다.
다만 걸어서 통근하는 경우에는 실제로 통근한 날에만 비용을 보전해 준다. 따라서 휴가 혹은 병가를 받아 출근을 하지 않았거나 재택근무를 한 날은 비용 계산에서 제외된다. 또한 통근 거리는 구글 지도상에서 학교-자택 간 거리를 도보로 검색했을 때 가장 짧다고 나오는 거리를 기준으로 하는데, 다만 해당 루트가 공사 등으로 이용이 불가능하거나 우범지대 등 안전하지 못하다고 여겨지는 경우에는 다른 루트를 이용해 걸어와도 된다는 조항이 있다.
자전거로 통근하는 경우에도, 도보로 오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1km당 0.27유로를 보전받을 수 있으나, 1년에 받을 수 있는 최대 금액은 브뤼셀에 거주하는 사람의 경우에는 브뤼셀 대중교통 네트워크의 1년 정기권 가격인 600유로이다. 그러나 브뤼셀이 아닌 행정 구역에 사는 경우에는 본인이 사는 지역에서 브뤼셀까지 오는 데 필요한 기차표의 1년 치 가격을 상한선으로 정하고 있다.
재미난 점이라면 일반 자전거든 전기 자전거든 상관없이 이 부분에 대해서 통근 비용을 받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어떠한 형태든 상관없이 일단 자전거면 다 된다고 해서, 종종 누워서 타는 자전거를 타고 통근하는 직원들을 캠퍼스 안에서 볼 수 있다는 것도 나름 재미다.
나의 경우에는 통근 비용으로 40유로 정도 되는 비용을 매달 받고 있다. 농담처럼 하는 소리지만, 통근 수당이 개인 앞으로 나오니까 즐겁게 출근해야 하지 않냐는 이야기를 동료들과 종종 하곤 하는데, 일하러 가면서 내 돈을 많이 쓰지 않아도 되는 건 좋은 부분인 것 같다. 나름 이 나라 소재의 대학에서 근무하는 건, 항상 나쁜 부분만 있는 건 아니라는 걸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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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 같을 줄만 알았던 벨기에 연구실 생활. 학생 신분으로 모든 걸 누리던 때는 좋았겠지만, 더 이상은 아니라면? 연구실 안에서는 박사 수료 후 디펜스만 남겨 둔 연구원으로, 기관 밖에서는 비유럽권 노동자로 살아남는 것 자체가 미션이라는 것을 매콤하게 깨닫고 있다. 사탕 같지만 실제론 도저히 넘길 수 없는 맛을 가진 벨기에와 네덜란드의 간식인 dropjes 같은 이 생활. 해외 연구실 생활의 로망에 예방 주사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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