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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근한 박사 선배가 알려주는 학위과정 꿀팁] 데이터 미팅
Bio통신원(친박선(필명))
랩미팅(Lab meeting)은 보통 저널 미팅과 데이터 미팅으로 나눠지는데, 개인적으로 랩미팅의 꽃은 데이터 미팅(data meeting)이라고 생각한다. 저널미팅은 다른 연구자들이 이미 검증한 체계화시키고 잘 짠 스토리와 글을 읽고 이해하면 되는 반면, 아무것도 없는 백지에 점 하나씩 찍어가면서 무언가를 새롭게 만들어가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는 과정은 어렵지만, 그만큼 가치 있는 일이다. 데이터 미팅을 통해 하나의 데이터에 대해 정리하고 해석하고 방향성에 대한 합의된 결론을 내리는 과정을 반복해 나가야만 하나의 논문을 만들 수 있다. 지식의 소비자가 아닌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 위치가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모든 과정을 통해 독립적인 연구자로서 필요한 다양한 지식과 기술들을 습득할 수도 있다.
랩미팅의 구조는 각 실험실마다 진행되는 형태가 조금씩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데이터 미팅에서는 실험 결과를 공유하고, 그 결과에 대한 피드백을 받는 시간으로 구성된다. 발표자는 보통 자신의 데이터를 잘 설명하기 위해 연구의 배경 (introduction)부터 시작해 사용한 실험 기법 (methods and materials), 결과 (results) 그리고 그로부터 도출된 결론과 고찰(discussion)까지의 내용을 PPT 슬라이드에 잘 정리하여 발표한다.
이 과정은 논문 작성과정과도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 실제로 논문을 작성하기 전 논리적으로 데이터를 어떻게 풀어낼 것인지에 대해 스스로 생각을 정리하고 많은 통찰을 얻을 수 있는 기회이다.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 앞에서 데이터를 공유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질문들을 받아볼 수 있는데, 여러 관점에서 생성되는 질문들에도 논리적으로 답변해 볼 수도 있다. 데이터 미팅의 또 다른 순기능은, 연구를 하다 보면 다소 편향된 시각을 가질 수도 있는데, 다양한 의견들을 주고받으며 본인이 보지 못한 데이터의 허점이나 전체적인 결론이 타당한지에 대해 다시 검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박사과정 실험실에서는 거의 매주 랩미팅을 진행했고, 교수님을 제외한 모든 실험실원이 일주일 동안의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이 원칙에 갓 들어온 1주 차 인턴도 제외되지 않았다. 당시 데이터가 없어 미팅 때 어떤 걸 발표하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공감을 받을 수 있을까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다. 실험실에서는 데이터가 없을 경우, 실험 기법과 원리, 이론, 논문 등을 정리해 발표하는 것도 허용되었는데, 그 주에 배운 실험에서 답을 찾으려고 했다. 당시 고졸 학부생이었던 내 수준으로 실험실 연구의 큰 방향 제시 같은 도움을 주기는 어려웠지만, 일주일 동안 배운 실험기법과 트러블 슈팅, 연구자가 쉽게 실수할 법한 주의할 점에 대해 공부해서 발표하기로 결정했다. 약간 자화자찬 같지만 지금 시점에서 생각해 봐도 결과적으로 당시에 내가 제안한 점들은 인턴 치고는 꽤 괜찮았던 것 같다. 그때의 성공 요인을 생각해 보면 실험실에서 필요한 부분을 필사적으로 찾으려고 했고, 어떤 걸 말하고자 하는지 명확히 하려 하였고, 그걸 어떻게 말하는 게 좋을지 고뇌하면서 간결하게 줄였다는 것 아닐까 싶다. 대체 불가능한 필요 구성원이 되고 싶었던 의지가 불러온 실험실 생활의 뜻깊은 첫 미팅이었다.
앞서 말했듯이 랩미팅은 본인 발표만큼이나 실험실원의 발표를 경청하고 패드백을 교환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최근 학생들의 발표를 보면 내가 그 시절에 했던 발표보다 내용적으로나 여러 부분에서 굉장히 뛰어난 것 같다. 또 최근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기본적인 부분에 대해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도구들이 많아 조금 더 완성도 높은 내용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실험적인 부분에서 가능성 검증 실험들과 그에 대한 토론으로 방향성을 잘 잡는 것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것 같다.
솔직히 나도 입학하고 몇 년간은 내 실험결과에 대해 발표하기에 급급해 연구실 내 다른 사람의 연구 내용에 대해 집중해서 듣지 못했다. 하지만 연차가 쌓이고 여유가 생기니 다른 학생들의 발표 내용들이 보였고 어느덧 피드백을 줄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보통 발표를 보고 질문 두세 개 정도는 생각하고 그중 좋은 질문들을 두 개정도 내외로 선별한다. 좋은 질문이란 연구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질문들이자, 웬만하면 나에게 지식 배경이 있어 내가 어느 정도 코멘트를 줄 수 있는 질문들을 한다. 잘난 척하라는 것이 아니라 유사시에 아무도 적절한 답변을 갖고 있지 않다면 내가 생각하는 부분을 덧붙여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고 한 질문에 대한 답변을 들으면 적절한 답변인지 판단하기 어렵고, 해당 부분에 대한 이해도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는 사실 질문 같은 코멘트를 랩 미팅 시간에 공유하고자 하는 목적에 있다. 하지만 랩미팅은 전체 연구 주제 중 일부의 최근 확인한 결과들을 토대로 발표하기 때문에, 연구에 도움이 되는 좋은 피드백을 주기 위해서는 본인의 주제가 아니더라도 실험실원의 연구주제에 관심을 가지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토대로 해당 발표 내용이 전체적인 연구에 부합하는 실험과 결과인지 먼저 판단하고, 세부적으로 논리에 맞게 실험과 설명이 되고 있는지 생각해 본다. 이 외에는 발표 슬라이드와 내용의 디테일한 부분에서 오류가 없는지 검토한다. 물론 자신이 좋은 연구성과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의 발표 속에서 내가 고치고 수정해야 할 부분들을 또 발견할 수 있고, 좋은 질문들을 만들어 내면서 또 수준 높은 답변을 만들려고 노력하면서 본인의 연구 수준도 향상할 수 있을 것이다. 활발한 토론 속에서 당장 논문에 써도 무방할 만한 합의된 최선의 결론을 도출했을 땐, 정말 미팅 끝나고 집에 가는 길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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