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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실험실이 좋습니다] 멸균이 중요한 이유
Bio통신원(김틸다(필명))
앞 글에서 배양을 이야기했다면, 이번에 이야기할 내용은 멸균과 관련된 이야기다. 사실 멸균과 생물 실험은 떼려야 뗄 수 없다. 제대로 멸균되지 않은 초자류나 배지를 사용한다면 배양 과정에서 당연히 오염을 초래하고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기본적으로 미생물 실험에서 사용하는 초자류들은 고온고압멸균기로 멸균을 진행한 후 사용하게 되는데, 멸균 후 건조기에서 물기를 제거하여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과정에서 멸균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실험실에 있는 모든 것이 오염의 원인이 된다.
메스실린더나 비커, 보틀과 같이 오염의 위험이 있는 초자류는 보통 포일로 입구를 감싼 후 멸균 테이프를 붙여 멸균한다. 포일에 구멍이 뚫리거나 입구를 충분히 감싸지 않으면 오염의 원인이 될 수 있었다. 멸균 테이프도 라벨링에 견줄 만큼 중요한 역할을 했다. 멸균테이프는 멸균기에 들어가기 전에는 일반 라벨링테이프와 별다르게 생기지 않았으나, 고온고압멸균기에 들어갔다 나오면 검정색의 선이 나타나는 테이프였다. 처음에는 그 사선으로 되어있는 잉크부분을 제외하고 부착하여 멸균 표시가 나타나지 않게 한 적이 있었다. 또 어떤 날에는, 멸균테이프와 일반 종이테이프의 구분을 못한 학생이 일반 라벨링 테이프를 초자류에 붙인 후 멸균을 돌려 건조기에 넣어놓았다. 당연히 검은색이 보이지 않은 테이프를 보고 멸균을 하지 않았냐고 물어봤고, 그제야 테이프가 다른 걸 모를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 약간은 찜찜했지만 당시 그냥 믿고 그랬는지, 아니면 스케줄이 바빠서 그랬는지 실험을 진행했고 별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함께 실험을 하는 연구실의 특성상 아주 사소한 것도 서로를 위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던 사건이었다.
ⓒ Pixabay
멸균할 때 사용하는 고온고압멸균기는 또 얼마나 위험한가. 사실 실험실에서 가장 위험한 물건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우리는 아주 일상적으로 사용하기에 위험성을 느끼지 못한다. 하루는 멸균기에서 바람이 빠지는 소리가 났었다. 원인을 찾지 못했을 때 머릿속에서는 온갖 최악의 상황들이 떠오르고 있었다. 안전교육을 들을 때, 멸균기가 폭발한다는 얘기 들은 적이 있었는데, 그 예시로 우리 실험실이 나오지는 않을지. 온갖 걱정을 하던 찰나에 다행히 멸균이 잘 끝났고, 이후 멸균기를 확인해 보자 뚜껑의 고무패킹이 찢어져 있었다. 멸균이 끝나고 압이 빠지면서 그 틈 사이로 소리가 났던 것으로 추정했고, 다행히 고무 패킹을 교체한 후로는 그 어떤 소리도 나지 않았다.
생각보다 이 멸균기를 제대로 운전하지 않아 발생하는 불안한 사건은 꽤 있었다. 최근에 나오는 멸균기 중에는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고, 사용법도 간단해진 기기가 많다고 들었다. 실제로 연구실에서 새로 구매한 멸균기는 기존에 사용하던 것보다 훨씬 작동법이 간단하고 안전했다. 용량이 적은 것은 단점이었으나, 밸브를 잠그는 방식이 간단하고, 멸균 후 압력이 빠지는 과정이 기존의 기기보다 안전하다는 것은 얼마나 안심이 되던지.
그리고, 처음 미생물 실험에 도전하려 하면 당연히 이 모든 멸균 과정에 대해서 무지할 수밖에 없다. 석사 과정 2년 차에 학부생들이 연구실에 들어왔다. 졸업을 위해 연구를 진행하고 포스터 발표를 준비해야 했다. 일단 들어왔으니, 실험을 진행해야 했는데 미생물 배양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클린 벤치 사용법이 어떻게 되는지부터 가르쳐야 했다. 멸균을 해야 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어떻게 멸균을 진행하는지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 처음부터 하나하나 알려줬는데, 당시에 희석한 에탄올을 뿌리고 클린벤치를 사용하는 것부터 어색해했던 기억이 있다.
나중에 학부생들에게 실험을 가르쳐주면서 알았는데, 기초생물학실험 등의 생물실험 수업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하더라. 아차, 싶었다. 학부 전공이 생물분야였기에 신입생 때부터 기초생물학실험을 배웠던 나와 달리, 공대는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데 대학원에 와서 처음 보는 실험을 하려고 하니 얼마나 당황스러웠을까. 배양을 위해 멸균해야 하는 것들이 배지의 필터링부터 초자류 멸균, 클린벤치 사용, 그 외 주변의 오염원 차단까지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아 처음 실험을 시작할 때는 당연히 챙기지 못하는 것이 한두 가지가 있기 마련이었다.
현장에서 실험할 때는 클린벤치 안에서 실험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주로 대장균이나 일반세균 검출 실험을 자주 했는데, 배지만 잘 멸균된다면 큰 문제가 없었다. 학부생 때 배운 알코올램프를 틀어놓고 그 주변에서 실험한다면 오염 없이 잘 끝낼 수 있었다. 신기하게도 불안해하고 너무 신경을 쓸 때는 쉽게 오염이 되면서, 약간 느슨하게 할 때면 오염 없이 실험이 마무리되었다. 멸균은 일상적인 루틴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가장 많이 들었다. 멸균이 일상적인 일이 되었을 때, 그 이후부터는 오염을 크게 걱정하지 않고 실험을 계속할 수 있었다.
지난 시기에 우리는 코로나 바이러스와 함께 하는 시국을 보냈다. 집에서 에탄올을 희석해서 뿌리고, 알코올 티슈로 문 손잡이와 여기저기를 닦고 마스크를 쓰면서, 당연하게도 실험실의 모습이 생각났다. 최근에서야 이 과정들이 느슨해졌지만, 우리는 다시 이런 문제가 닥쳤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이제는 알고 있다. 마치, 실험실에서 처음 멸균법을 배워 실험마다 되새겼던 과거의 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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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을 좋아하지만 공부가 어려워 항상 뒤처졌던 실수 많은 연구원의 엉망진창 성장기. 실험실에서 일하고 싶다는 욕심 하나로 대학원 졸업 후 여전히 고군분투 중. 지금까지 겪었던 수없이 많은 실험실에서의 실수와 연구에 대해 공유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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