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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장’ 이용해 무선으로 파킨슨병 치료한다
Bio통신원(기초과학연구원)
전 세계 천만 명 파킨슨병 환자들에게 희소식이 전해졌다. 두개골에 구멍을 뚫어 뇌 깊숙이 전극을 삽입해야 하는 수술 대신 비침습적이면서 무선으로 뇌 신경세포를 활성화해 파킨슨병 증상을 완화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법이 제시됐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노도영) 나노의학 연구단 천진우 단장(연세대 언더우드 특훈교수)과 곽민석 연구위원(연세대 고등과학원 교수) 연구팀은 자기장을 이용해 뇌 심부의 신경세포를 활성화해 파킨슨병의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한 ‘나노-자기유전학 기반 뇌심부자극술(Magneto-mechanical-genetic-driven Deep Brain Stimulation)’을 개발했다.
파킨슨병은 퇴행성 뇌 질환의 일종으로, 운동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도파민 신경세포가 사멸되며 몸의 떨림과 경직, 자세 불안정 등 운동 장애 증상이 나타난다. 현대 고령화 사회에서 환자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나 근본적인 치료제는 없다. 약물요법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운 중증 환자의 경우 증상 완화를 목적으로 외과적 수술인 DBS(뇌심부자극술)를 시도한다.
DBS는 뇌 심부에 전극을 심고 흉부 피하에 설치되는 자극 발생기를 통해 뇌에 전기자극을 주는 방식으로, 신경세포 간의 신호를 조절하여 파킨슨병의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그러나 외과적 수술을 통해 전극을 뇌 깊숙이 삽입시켜야 하기에 뇌출혈 및 조직 손상과 같은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전기자극이 가해지는 동안에만 치료 효과가 유지된다는 단점이 있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자 이전 연구에서 개발한 나노-자기유전학 기술을 DBS에 적용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나노-자기유전학은 자기장을 이용해 뇌의 특정 신경세포를 무선으로 활성화해 뇌 기능을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이다.
우선, 뇌 심부에 자성을 띠는 나노 크기의 입자를 주입한다. 이 자성나노입자는 특정 자기장에 감응해 약 2 pN(피코 뉴턴) 크기의 힘을 발생시킨다. 자기유전학 장치를 이용해 자기장 자극을 주면 자성나노입자가 특정 신경세포 표면에 붙어서 피에조-1(Piezo-1) 이온 채널을 개방해 신경세포의 활성화를 유도하게 된다. 자기유전학 장치는 MRI 장비와 비슷한 크기(중심 지름 70cm)에서 구동할 수 있어 사람의 뇌 심부까지 비침습적으로 자기장 자극을 전달할 수 있다.
운동 장애를 가진 파킨슨 쥐에 이 기술을 적용해 자기장 자극을 주었더니 뇌 특정 영역인 시상하핵(Subthalamic Nucleus, STN) 신경세포가 10배 이상 활성화되었다. 또한, 균형감각과 운동성이 약 2배 이상 향상되어 정상에 가까운 운동 능력을 보여준 것을 확인했다. 더 나아가, 2주간 매일 반복해서 자극을 받은 파킨슨 쥐는 자극을 중단한 24시간 후에도 회복된 운동 능력이 약 35퍼센트 유지되었다. 전기자극이 가해지는 동안에만 치료 효과가 유지되는 기존 DBS 방식과는 달리, 나노-자기유전학 기반 DBS는 치료 효과가 지속됨을 확인한 것이다.
천진우 단장은 “나노-자기유전학을 활용하면 기존 DBS 방식보다 비침습적이고 정밀하게 신경세포를 자극하여 파킨슨병 증상을 완화하는 치료가 가능함을 보여주었다”라며 “파킨슨병뿐 아니라 뇌전증, 알츠하이머병 등 다양한 신경 질환 연구 및 치료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나노 레터스(Nano Letters, IF 12.262)'에 1월 10일(한국시간) 게재됐다.
논문/저널/저자
Nanoscale Magneto-mechanical-genetics of Deep Brain Neurons Reversing Motor Deficits in Parkinsonian Mice/ Nano Letters (2024)
신욱진, 이영도, 임주은, 이유빈, 나정수, 이소민, 이정욱, 류리, 이필휴, 이재현, 곽민석(공동교신저자), 천진우(공동교신저자)
연구 이야기
[연구 배경]
나노의학연구단의 선행 연구에서 토크 힘을 발생할 수 있는 새로운 자성나노입자를 이용하여 살아 있는 쥐 행동 조절이 가능함을 보임으로써 자기유전학 기술을 처음 소개한 바 있다. 연구진은 자기유전학 기술을 대표적인 뇌 질환인 파킨슨병 치료에 적용하고자 하였고, 현재 파킨슨병 치료법과 종전 기술이 갖는 한계를 극복하고 뛰어난 치료 효과에 대해 기대하고 연구를 진행하였다. 전통적인 뇌심부자극술(Deep Brain Stimulation, DBS)은 침투적이고 만성적으로 전극을 이식해야 하는데, 이는 하드웨어 고장, 뇌출혈 및 일상 활동 중 조직 손상의 위험을 수반한다. 적은 침투력을 필요로 하는 DBS 방법(예: 경두개 자기자극, 경두개 직류전기자극, 초음파)은 공간 해상도와 침투 깊이에서 제한을 겪고 있다. 광유전학(Optogenetics)은 신경 활동의 세포 특이성과 시공간 제어를 제공하는 강력한 기술이지만, 광섬유 이식이 필요한 제약이 있다. 하지만 자기유전학은 해부학적 및 세포 특이성을 갖춘 전극이나 광섬유 이식 없이 뇌 심부 자극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연구 과정]
연구진은 25nm 크기의 자성나노입자를 합성하고 200nm 원형 지지체 표면에 단층으로 결합하고, 클릭 결합(click reaction)을 통해 이온 채널에 발현하고 있는 태그(tag)에 결합할 수 있는 항체를 결합하였다. 이 항체를 통해 세포막에 발현하는 피에조-1 이온 채널에 특이적 타겟팅이 가능하다. 이렇게 합성된 자성나노입자를 파킨슨 모델 쥐 뇌심부핵에 삽입하여 하루 30분씩 2주일간 회전 자기장 자극하여 파킨슨병의 대표적인 증상인 운동성 저하 현상이 얼마나 회복되는지에 대한 치료 효과를 확인하였다. 또한, 2주간 연속적인 자기장 자극을 받은 후 24시간 동안 운동 능력을 확인하여 지속하는 치료 효과를 확인하였다.
[성과 차별점]
자기유전학은 최소 침투와 무선 방식으로, 기존 뇌심부자극술과 광유전학 기술이 갖는 만성적인 하드웨어 이식 문제를 극복하였다. 또한, 해부학 및 세포 특이적 피에조-1 이온 채널 발현과 자성나노입자 삽입을 통해 경두개 자기자극, 경두개 직류전기자극, 초음파 기술의 제한된 대상 특이성 문제를 극복하였다. 경두개 자기자극, 경두개 직류전기자극, 광유전학이 갖는 침투 깊이 제한의 문제를 자기장의 특성을 이용하여 뇌 심부 조직에 자극을 가할 수 있다. 광유전학과 초음파 기술은 열 발생에 의한 세포 사멸이 생길 수 있어서 장기적이고 반복적 자극이 불가능하나 자기유전학 기술은 자기-역학적 메커니즘으로 이를 극복할 수 있다.
[향후 연구계획]
자기유전학 기술을 다른 뇌신경 질환인 알츠하이머병 또는 뇌전증에 적용하여 치료 효과를 확인하고자 한다.
2. 나노-자기유전학에 사용되는 회전 자기장 생성 장치의 실제 사진 (좌) 및 자기장 시뮬레이션 (우). 넓은 영역에 생성되는 균일한 25 mT 자기장을 회전시켜서 살아 있는 동물의 뇌 속에 주입된 자성나노입자의 회전에 의한 토크 힘 발생을 유도한다. 넓은 영역에서 동물이 물리적 제약 없이 자유롭게 행동하며 자기장 자극을 받을 수 있다.
2. 파킨슨 쥐는 운동성 장애가 있어 움직임이 적음. 나노-자기유전학 DBS 치료를 받은 파킨슨 쥐는 정상 쥐와 비슷한 수준의 활발한 움직임을 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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