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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직 경험기] 준비된 이직
Bio통신원(쓰레빠(필명))
© Getty Images
스타트업의 일은 쉬웠다. 밤낮으로 주말에도 실험하던 포닥 때 보다 일은 적게 하면서 월급은 두 배로 받았다. 통계를 보면 스타트업 중 성공률은 20% 정도로 보인다 [1]. 그렇다면 이 회사는 내가 열심히 노력하면 IPO까지 갈 수 있을까? 회사 구성원이 되어 내부 사정을 자세히 알게 되니 내 판단으로는 이 회사는 근근이 명맥은 이어가겠지만 크게 성공할 거라는 확신이 없었다. 그렇게 나는 두 번째 직장으로의 이직 준비를 시작했다. 이직은 첫 직장을 도전할 때와는 조금 달랐다. 이미 잘 정리된 이력서가 있었고 인터뷰 기술도 늘어 있었다. 마구잡이로 이력서를 뿌리기보다는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나의 성장 가능성과 회사의 미래 등을 생각하며 내가 원하는 곳에만 지원하기 시작했다. 또는 종종 잡 사이트에 올려놓은 나의 이력서를 보고 연락하는 리쿠르터들과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다. 일이 바쁠 때는 잠시 지원을 멈췄다가 여유가 생기면 다시 지원하기를 반복하며 기회를 노렸다.
누군가 말하길 이직은 주차장에 주차하는 것과 같아서 좋은 자리를 찾기 위해 돌다가 시간이 없으면 적당한 곳에 주차하지만, 여유가 있는 사람은 원하는 자리가 날 때까지 빙빙 돌다가 기어코 원하는 곳에 주차한다. 준비된 이직은 아마도 후자에 해당할 것이다. 내가 희망하는 자리는 언젠가 나오는데 그 타이밍에 내가 지원할 준비가 되어있고 정말 이직할 여건이 되는가도 중요하다. 언제 나올지 모르는 꿈의 직장을 위해 일과 이직 준비를 병행하는 것이 가끔은 부담되기도 했지만,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은 좀 더 재미있는 일을 더 많은 보상을 받으며 오래 하고 싶었다. 솔직히 이직을 마음먹은 동기 중에는 연봉도 많이 받고 큰 회사에서 소속감을 느끼며 성장해 가는 주변인들에 대한 부러움도 있었다.
2022년 미국 통계자료에 따르면 세금을 내는 근로자의 평균 근속햇수는 4.6년이고 평생 12개의 직장을 경험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직은 30대 이하로 내려갈수록 그 기간은 더 짧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2]. 한국도 이제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지는 중이지만 미국만큼 이직이 활발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에서는 왜 사람들이 이직을 할까? 첫 번째 이유는 임금인상이다. 사람들은 이직을 통해 평균적으로 3~5% 연봉이 인상되었다고 한다. 그 이외로는 가치관의 변화, 리더십에 대한 불만, work-life balance, 현 직업에 대한 불만족 등이었다. 또한 흥미로운 것은 주변 동료의 이직이나 layoff가 이직의 동기부여가 된다는 것이다 [3]. 같이 일하던 동료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다면 불안과 미안함에 남아있는 사람도 스트레스를 받고 이직을 결심한다고 한다. 하지만 새로운 직장을 구하는 것이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며 더구나 현 직장의 경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분야로 이직은 더더욱 어려울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고 그것을 위해 무엇을 어디까지 포기할 수 있는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나의 경우에는 임금인상뿐만 아니라 포닥 때와는 다른 앞으로 성장 가능성과 확장성이 좋다고 생각되는 분야로 옮기고 싶었다. 얻는 것이 있으면 포기해야 하는 것 있듯이 나는 안정된 주거와 교육환경을 포기하고 타주로의 장거리 이사까지 감수하며 미국 전역을 대상으로 새로운 직장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관련 회사경력이 없다 보니 좀처럼 인터뷰 기회는 오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인터뷰라도 할 수 있을까? 통계에 따르면 70~80% 정도가 인맥을 통해 이직했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내가 지원할 직장은 나의 네트워크에 따라서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고도 할 수 있다. 네트워크를 통해 지원서 제출 단계에서부터 internal reference를 받는다면 아마 전화 인터뷰까지는 기대할 수 있을지 모른다. 또한 내부의 조력자를 통해 하이어링 매니저의 성향과 팀 내 상황 등을 알 수 있다면 이력서 작성에서부터 인터뷰까지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직을 결심하고 난 이후 나는 모든 인맥에 이직 의사를 밝히고 이력서를 뿌렸다. 고맙게도 가끔 사람들로부터 직업소개 메시지나 메일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럼, job description을 꼼꼼히 읽은 후 기존에 작성한 이력서를 job description에 나오는 키워드 중심으로 수정해서 추천인에게 보냈다. 추천인은 HR에 오픈된 포지션의 정보와 나의 이력서를 첨부하여 메일을 하거나 사내 추천 시스템을 통해 추천하면 나에게 지원 링크가 메일로 도착하게 된다. 그럼 나는 그 링크에 접속하여 절차에 따라 지원하면 된다. 회사에 따라 추천한 지원자가 최종 고용되어 일정 기간 이상 근무하게 되면 referral bonus를 추천인에게 지급하기도 한다. 금액은 직급에 따라 차등 지급되며 경험상 박사급 연구원을 추천할 경우 최소 $3,000에서 $5,000 정도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므로 추천인에게 보답하는 방법은 최종 오퍼를 받아 성실히 근무하는 것이다.
인맥이 부족하다면 리쿠르터를 통하는 방법도 있다. 이력서를 Linkedin이나 indeed에 올려놓고 Open to work 상태로 설정해 놓으면 가끔 리쿠르터들로부터 메일이나 전화를 받게 된다. 대부분은 나와 상관없는 직책을 추천하는데 예를 들자면 박사인 나에게 Research Associate 자리를 추천한다든지 아니면 나의 전공과는 너무 다른 직업을 추천하는 경우이다. 하지만 모두 무시할 수만은 없는 것이 가끔 유능한 리쿠르터나 제약회사에 소속된 리쿠르터들로부터 오는 메일은 나의 이력서를 잘 파악해서 쓸만한 자리를 추천해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리쿠르터를 통해 지원하면 HR과 폰스크링 없이 바로 하이어링매니저에게 빠르게 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전화는 어떤가,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더라도 이직을 고려하는 시기에는 받아야 한다. 받으면 리쿠르터가 빠르게 하지만 영혼 없는 목소리로 job description을 읽어 내려가는데 듣고 있자면 인터뷰할 의욕이 사라질 정도로 목소리에 힘이 하나도 없다. 그래도 정신을 차리고 잘 듣다가 내가 원하는 자리라면 밝고 기운찬 목소리로 응대하며 리쿠르터와 좋은 관계를 형성해야 이직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통화가 잘 마무리되었다면 리쿠르터는 메일로 잡 타이틀과 job description 등을 보내주며 보통 수정된 이력서를 워드 파일로 보내주길 원한다. 이력서를 확인한 리쿠르터는 하이어링매니저에게 나의 이력서를 보낼 것이고 하이어링매니저의 결정에 따라 다음 단계로 갈 수도 있고 탈락할 수도 있다. 탈락이라면 많은 리쿠르터들은 그다음부터 연락이 안 되기도 한다. 그럼 “탈락이구나”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 답답하다면 나이스하게 다음에 나에게 맞는 자리가 나오면 알려달라고 리쿠르터에게 메일을 한 번 더하는 것도 좋다. 이후의 인터뷰 과정은 이전에 설명했으므로 생략한다.
모든 관문을 통과하고 나면 최종 오퍼레터를 받게 되는데 여기에는 Salary, Benefits (health insurance 등), paid time off (유급휴가), 연말 성과 bonuses, Signing bonus, RSU (Restricted Stock Units), stock options 등에 대한 내용이 들어있다. 잘 읽어보고 사인해서 보내면 끝난다. 올해 시작부터 여기저기서 이직에 성공했다는 소식들이 들린다. 모두 원하는 직장에 좋은 조건으로 이직하길 바랍니다~
참고자료
[1] https://www.science.org/content/blog-post/happens-university-based-biotech-startups---and-why
[2] https://www.apollotechnical.com/career-change-statistics/
본 기사는 네티즌에 의해 작성되었거나 기관에서 작성된 보도자료로, BRIC의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또한 내용 중 개인에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사실확인을 꼭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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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을 고민하시나요? 잘 오셨습니다. 자~ 여기 오셔서 이 글 한번 읽고 가세요. 이직을 위해서는 먼저 퇴사해야 한다. 그리고 그 퇴사는 내가 원해서, 또는 회사가 원할 때 이루어진다. 고로 이직이 퇴사고, 퇴사가 이직이며 이 반복의 끝은 알 수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직은 아마도 내가 이 사회에 꼭 필요한 존재임을 스스로 끝없이 증명하는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당장 은퇴할 생각이 아니라면 직장인은 항상 이직을 생각하고 준비하며 살아야 간다. 그 준비라는 것에는 개인의 업무능력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 새로운 직장에서 월급이 나올 때까지 버틸 수 있는 재력도 포함된다. 나는 앞으로 이 연재를 통해 직장인 과학자로 경험한 세상 이야기를 나누려고 한다. 나의 개인적인 이직 이야기가 퇴사와 이직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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