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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직 경험기] 큰 회사, 작은 회사 인터뷰 리얼후기
Bio통신원(쓰레빠(필명))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포닥까지 마쳤지만, 나는 회사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지금이야 자연스럽게 여러 회사와 일도 같이하고 제약 관련학회나 뉴스를 통해 이름들을 익히며 회사들의 정보를 자연스럽게 습득했지만, 학교에 있을 때는 제약회사들의 이름조차 생소했다. 그러다 보니 포닥에서 회사로 이직할 때는 앞뒤 없이 이력서를 마구 뿌렸다.
그림1. Top 20 BioPharma Companies in 2021 [1]
나의 첫 직장은 나를 포함해 10명이 일하는 작은 스타트업이었다. 주립대 교수인 CEO가 함께 일하던 포닥들과 시작한 회사로 행정직원과 영업사원을 제외하고 모두가 그 연구실 출신이었다. 내가 합류한 시점은 회사가 연구비를 받아 기존 제품을 업그레이드하려는 목적으로 추가 인력을 채용할 때였다. 그렇게 내가 입사한 후 두 명이 한두 달 간격을 두고 더 입사했다. 이 회사의 경우 서류지원에서 최종 오퍼를 받기까지 한 달이 걸렸다. 채용사이트에 올라온 내용을 보고 이메일로 이력서와 추천인 3명의 명단과 연락처를 보냈고 그다음 날 이메일 답이 왔다. 온라인으로 하이어링 매니저와 간단하게 미팅하자는 내용이었다. 가능한 날짜와 시간을 3개 정도 보냈고 그다음 주에 줌으로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인터뷰는 각자 자기소개로 시작해 회사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받고 나의 실험 스킬을 확인 후 30분 만에 끝났다. 인터뷰한 다음 주에 온라인으로 발표해 달라는 메일을 받고 그때부터 정신없이 발표 준비를 시작해 어찌어찌해서 발표 인터뷰까지 마쳤다. 그다음 주에 추천인 중 한 명이 아직도 추천서를 안 보냈다는 메일을 받고 같은 건물에 교수로 근무 중인 추천인에게 추천서를 다시 한번 부탁 후 며칠 후에 최종 오퍼레터를 받을 수 있었다. 보통의 회사는 처음부터 추천인을 요구하지 않고 최종 발표를 마치고 인사과에서 백그라운드 체크를 위해 요구하곤 한다. 이 경우에는 아마도 사장이 교수이기에 포닥 채용 과정을 차용한 것 같다. 이렇게 이 회사와의 인터뷰 과정만을 보면 순조롭게 모든 과정이 이루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같은 시기에 여러 회사와의 인터뷰가 뒤엉켜있어 스케줄 조정과 멘털 관리가 힘들었다. 100개가 넘는 곳에 지원했고 수시로 거절 메일을 받던 시기였다. 아래는 그 당시 내가 받았던 거절 메일 중 하나다.
Dear 쓰레빠,
Thank you for your interest in the Scientist position at 날 거절한 회사. While your skills and background are impressive, we have decided to proceed with other applicants who more closely fit our needs at this time (뭐지 이 반전은…). We appreciate your time and effort in submitting an application. We encourage you to apply for other positions in the future.
Again, thank you for your interest in a position and we wish you success in your job search and future career.
위처럼 거절 메일을 정중히 보내주면 떨어졌지만 정말 감사한 마음이 들고 회사에 대한 좋은 인상마저 남는다. 하지만 많은 경우 떨어지면 답도 없었다. 지원하고 거절당하길 두 달 정도 하고 나니 정말 아무 회사나 빨리 들어가서 취업 스트레스로부터 탈출하고만 싶어 졌고 결국 연봉과 지역 그리고 성장 가능성을 고려하여 어느 정도 선에서 스스로 타협하며 첫 직장의 오퍼레터에 사인을 했다.
지금까지 작은 스타트업의 경우를 설명했다. 그렇다면 큰 회사의 경우는 어떨까? 내가 경험한 큰 회사의 채용 과정은 작은 회사들에 비해 좀 더 체계적이지만 시간이 오래 걸렸다. 물론 리쿠르터나 내부 추천을 통하면 좀 더 빠르게 진행되기도 하지만 통상 지원에서 최종 발표까지 3개월은 걸렸었다. 지원 서류 제출하면 1주일 안에 HR로부터 메일 받고 전화 스크리닝 약속 잡기까지 두 주가 소요된다. 메일을 주고받으며 약속을 잡기도 하지만 예약시스템 접속 링크를 보내주는 곳도 있었다. 리쿠르터와의 통화는 간단한 자기소개와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신분인지 확인하는 정도여서 몇 번 하고 나니 처음에는 버벅대던 자기소개가 물어보지 않아도 입에서 술술 나오고 끝날 때는 웃으면 스몰톡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그다음 단계로 하이어링 매니저와 약속 잡고 미팅하는데 여기서부터가 진짜다. 하이어링 매니저는 보통 내가 업무를 보고하며 가까이 일할 사람으로 업무에 대해 가장 잘 알기에 회사에서 요구한 일들을 잘할 수 있다는 확신과 함께 좋은 인상을 주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인터뷰가 잘되어 발표 기회까지 얻었다면 거의 다 왔다.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여기서부터 온사이트 (On-site) 인터뷰를 하기도 한다.
온사이트 인터뷰는 말 그대로 앞으로 근무하게 될 회사에 직접 가서 발표하고 발표가 끝나면 사장부터 함께 일할 팀원들을 연속으로 만나 1시간에서 30분씩 인터뷰하고 때에 따라 중간에 함께 밥을 먹기도 하고 회사 투어를 시켜주기도 한다. 긴장 속에서 처음 보는 사람과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대화하고 나면 온몸에 기운이 하나도 없고 정신은 너덜너덜해진다. 하지만 그곳에서 일하고 싶다면 정신을 부여잡고 나이스한 태도와 날카로운 전문성을 끝까지 유지해야 한다. 이렇게 힘들게 최종 인터뷰까지 마쳤다면 이제부터는 기다림의 시간이 시작된다. 2~3명 정도가 하나의 자리를 두고 최종 인터뷰까지 가기 때문에 모든 후보가 인터뷰를 마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여기서 1~2달이 걸린다. 최종 후보가 되면 HR은 희망 연봉과 백그라운드 체크를 위한 정보를 요구하고 문제가 없다면 오퍼레터를 받게 된다. 이때부터 연봉과 사이닝 보너스 등의 협상이 시작된다.
나는 온사이트 인터뷰를 선호하는 편이다. 공짜 여행을 할 수 있어서도 있지만 아까운 휴가를 써가며 직접 찾아가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내가 이직을 고려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사람이기 때문이다. 난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할 때 일이 하나도 힘들지 않고 오히려 즐겁다. 그리고 직장동료들은 행복한지, 나를 환영하는지 등의 온라인상에서는 알 수 없는 사람과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정보들이 있다. 그리고 근무 환경을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이기도 하다. 온사이트 인터뷰가 없는 회사라도 가능하다면 오퍼레터에 사인하기 전에 꼭 찾아가 함께 일할 사람들을 만나보길 추천한다. 그게 어렵다면 최소한 Glassdoor (https://www.glassdoor.com)에 전·현직 직원들이 올린 회사리뷰를 읽어보길 바란다. 이직을 준비하는 모든 이에게 Good luck!
참고자료
본 기사는 네티즌에 의해 작성되었거나 기관에서 작성된 보도자료로, BRIC의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또한 내용 중 개인에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사실확인을 꼭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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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을 고민하시나요? 잘 오셨습니다. 자~ 여기 오셔서 이 글 한번 읽고 가세요. 이직을 위해서는 먼저 퇴사해야 한다. 그리고 그 퇴사는 내가 원해서, 또는 회사가 원할 때 이루어진다. 고로 이직이 퇴사고, 퇴사가 이직이며 이 반복의 끝은 알 수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직은 아마도 내가 이 사회에 꼭 필요한 존재임을 스스로 끝없이 증명하는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당장 은퇴할 생각이 아니라면 직장인은 항상 이직을 생각하고 준비하며 살아야 간다. 그 준비라는 것에는 개인의 업무능력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 새로운 직장에서 월급이 나올 때까지 버틸 수 있는 재력도 포함된다. 나는 앞으로 이 연재를 통해 직장인 과학자로 경험한 세상 이야기를 나누려고 한다. 나의 개인적인 이직 이야기가 퇴사와 이직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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