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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원숭이가 읽어주는 오늘의 과학기술] 쥐와 개와 원숭이 노화 모델 동물을 찾아서
Bio통신원(여원 (필명))
미국의 항노화 스타트업 “알토스 랩”을 소개한 글을 쓴 적도 있습니다만, 노화를 늦추거나 역전시키는 방법에 대한 연구가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알토스 랩처럼 대규모 투자를 받는 스타트업도 많아졌고, 심지어는 노화 억제 기술을 다룬 대중과학 서적이 출판되어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지요. 학계와 산업계를 막론하고 상당한 돈과 인력도 항노화 연구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낙관적인 사람들은 이미 노화를 되돌릴 열쇠를 우리가 모두 쥐고 있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메트포르민이나 레스베라트롤, NMN 같은 물질을 보충제처럼 섭취하는 사람도 나오기 시작했으니까요.
하지만 분야가 빠르게 발전하는 만큼 조심스러운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여태 대부분의 항노화 연구가 쥐를 대상으로 진행된 실험인데 이 결과를 인간에게 적용하는 데는 많은 무리가 따른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쥐를 이용한 항노화 실험에 강하게 반대하는 일부 학자들은 쥐에서 얻어낸 실험 결과는 사실상 무의미하다고 주장하기도 하는데요, 대표주자는 앨라배마 대학교의 스티븐 오스타드(Steven Austad) 교수입니다.
오스타드 교수의 이력은 상당히 특이한 편입니다. 영문학 학사 학위를 취득한 다음 기자나 택시운전사, 동물 조련사를 거치던 와중 생물학에 관심이 생겨서 생물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고 합니다. 생물학 커리어 초창기에는 북미와 남미 각지를 돌아다니며 현장 연구를 했는데, 분자생물학이 주류로 자리 잡은 현대 생물학계에서는 독특한 이력이지요.
노화 현상을 연구함에 있어 오스타드 교수는 비교생물학(comparative biology)적인 관점을 적용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오스타드 교수가 노화 연구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주머니쥐(opossum)이었다고 해요.[1] 동물은 대체로 체중이 많이 나갈수록 수명도 긴 편이고, 멱함수로 표현했을 때 약 0.3~0.4 정도의 상관관계(R2)를 보입니다.[2] 경향성은 있지만 예외도 많은 거죠. 성체 주머니쥐는 체중이 2kg 정도 나가는데 수명은 야생에서 2년에 불과합니다. 페럿이나 족제비처럼 체중 1kg 내외의 소형 포유동물들이 10년 정도의 수명을 갖는 것에 비하면 많이 짧은 편입니다.
생물마다 노화하는 양상이 다르고 기대 수명도 차이가 많이 나는데요, 최대 120살까지 살 수 있는 인간은 노화를 비교적 건강하게 잘하는 생물에 속합니다. 반대로 주머니쥐나 생쥐의 경우 먹이사슬의 가장 하류에 위치하는 생물이고, 개별 개체의 수명이 길어져야 할 진화적 압력이 약한 편입니다.[3] 개체 하나하나가 건강하게 살다가도 천적에게 금세 잡아먹히기 때문에 한시바삐 번식해서 자손을 남겨야만 하는 종입니다. 따라서 오스타드 교수의 의견에 의하면 쥐처럼 수명이 짧고 번식이 빠른 종은 인간처럼 수명이 길고 번식이 느린 생물의 노화를 연구하기에 적절한 모델 동물은 아니라는 겁니다.
오스타드 교수는 우선 노화 연구에서는 쥐(mouse)에 비해 많이 쓰이지 않는 래트(rat) 연구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4] 둘 모두 실험실 모델 동물로 사용된 역사가 길고, 인간에 비해 진화적으로 서로 가까운 종인데도 같은 처치에 서로 다른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제법 되기 때문입니다. 래트 외에도 다양한 소동물을 노화 연구에 도입해야 한다고도 주장[5]하는데요, 예컨대 아프리카의 벌거숭이두더지쥐(naked mole rate)는 쥐와 체중이 비슷한데도 수명은 30년 가까이 됩니다. 또는 마다가스카르의 쥐여우원숭이(mouse lemur)처럼 몸이 작고 수명이 짧은 소형 영장류를 이용할 수도 있겠지요.
흥미롭고 중요한 접근 방향 중 하나는 바로 개의 수명 연구입니다. 개를 모델 동물로 사용하는 데는 여러 장점이 있습니다. 첫째로 수의학 분야에서 기초 및 임상 연구가 대단히 탄탄하게 되어 있지요. 실험용 쥐와는 조금 다른 형태로 데이터가 쌓여 있을 텐데요, 현재 동물실험에 주로 사용되는 쥐는 실험 조건을 표준화하기 위해 유전적 다양성을 최대한 없애는 다양한 처치가 가해진 종입니다. 당연히 이들의 원류가 된 야생 상태의 원종과도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에 어떤 연구자들은 실험용 쥐가 실제 쥐가 아니라 “쥐 같은 무언가(mouse-like object)”라고 비판하기도 해요.
반려견의 수명을 연장하는 처치나 약물은 비교적 빠른 시일 내에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쥐를 대상으로 한 수명 연장 실험은 그 자체로는 사업적 가치는 거의 없습니다. 현재 항노화 스타트업에 투자금이 쏠리는 현상은 장기적으로 이 기술이 인간의 항노화에 적용될 것이라는 기대 덕분이지요. 하지만 반려견의 수명 연장은 아주 직접적인 사업적 가치를 갖고 있습니다. 수많은 반려인들은, 반려견이 자신보다 일찍 세상을 뜰 것이라는 슬픈 사실을 인식하고 있어요. 반려견의 수명을 늘릴 수 있는 약물이 있다면 분명 상당한 시장 규모를 갖게 될 겁니다.
앞서 이야기한 비교생물학적 관점에서도 개는 중요한 연구 대상입니다. 인간과 함께한 세월 동안 개는 여러 품종으로 개량되어, 3kg이 채 되지 않는 치와와부터 최대 90kg에 이르는 그레이트 데인에 이릅니다. 특이하게도, 개의 품종별 수명을 비교해 보면 대형견일수록 수명이 짧아지는 경향이 있어요. 초대형견은 평균 수명이 10년이 조금 안 되는 반면 소형견은 13~15년 정도인데요, 앞서 언급한 종간 수명 변이와는 반대 경향인 셈이지요. 개의 품종과 체중이 어떤 작용을 하여 수명에 영향을 미치는지 역시 중요한 단서이고, 이는 유전적으로 단일한 실험용 쥐 연구에서는 밝혀내기 어려운 다른 노화의 요인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학계에서도 반려견의 항노화 연구가 진행된 사례[6]가 있고, 산업계에서도 움직임이 현실화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생명공학 스타트업인 셀룰러 롱제비티(Cellular Longevity)는 항노화 연구를 진행 중인데, 이들은 실제로 초기 사업 타깃을 반려견 시장으로 잡고 로열(Loyal)이라는 자회사를 운영 중입니다. 만 10세 이상이고 체중이 7kg 이상 나가는 대형 품종의 노견 중 자원을 받아 자사 약품을 투여하는 시험도 진행 중입니다.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은 기술적인 장벽은 물론 윤리적인 장벽도 여럿 넘어야 합니다. 예컨대, 유력한 항노화 약물 후보 중 하나인 라파마이신(rapamycin)은 면역기능을 억제하는 효과를 갖고 있어서 장기복용했을 때 면역계에 부작용이 나타날 위험이 있습니다. 또 줄기세포 치료, 혹은 세포의 노화를 직접적으로 역전하는 세포 리프로그래밍 처치는 악성 종양을 만들어낼 위험이 있지요. 이런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기 전까지 인간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무작위 임상시험은 진행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쥐 연구와 인간 연구를 연결하는 모델 연구가 필요한데요, 반려견의 항노화 연구가 중요한 징검다리가 될 수 있겠습니다.
*참고 문헌
[1] Longevity Technology/Ben Turner, Dogs or mice? Our exclusive with Dr Steven Austad (Oct. 28, 2019).
[2] J. R. Speakman, J. Exp. Biol. 208, 1717 (2005).
[3] Discover Magazine/Karen Wright/Mary Ellen Mark, Staying Alive (Nov. 6, 2003).
[4] C. S. Carter et al., J. Gerontol. A 75, 405v (2020).
[5] Longevity Technology/Phil Newman, Deep dive report: From mice to men (Oct. 15, 2019).
[6] S. R. Urfer et al., GeroScience 39, 117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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