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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약리학자가 이야기하는 임상시험] 의뢰자주도임상시험(sponsor initiated trial, SIT)의 흐름
Bio통신원(선우정)
임상시험은 재원에 따라 크게 의뢰자주도(Sponsor initiated trial, SIT)와 연구자주도(Investigator initiated trial, IIT)로 나뉜다. SIT는 기업이 임상시험 비용을 지불하고, IIT는 시험책임자(Principal Investigator, PI)가 스스로 임상시험을 기획하고 수행하고 재원을 조달하고 모든 책임을 진다. SIT는 주로 제약회사의 약물 개발 과정으로 수행되고, IIT는 학계에서 상업적 목적보다는 학문적 연구 목적으로 수행되는 경우가 많다. 본 편에서는 임상시험실시기관(이하 site)의 연구자 입장에서 본 SIT의 기획부터 수행, 종료까지의 흐름을 소개한다.
의뢰자가 내부적으로 가진 신약 파이프라인 X에 대해 비임상실험을 마치고 임상시험으로 진입하기로 하였다고 하자. 약물 X는 사람에게 처음 투여되는 약물이기 때문에 first-in-human (FIH)의 제1상 임상시험 수행이 필요하다. 특히 First-in-class 약물이라면 인체 내 안전성 자료가 전무하므로 최초의 임상시험을 수행하기 위해 매우 신중한 계획이 필요하다. 의뢰자는 먼저 임상시험을 실제로 수행할 기관을 선정해야 한다. 여러 site에 임상시험 수행 가능 여부를 대면이나 비대면으로 문의할 수 있다. Site의 시험책임자와 사전 미팅을 통해 site의 feasibility를 평가할 수 있다. 많은 의뢰자는 site의 시험책임자에게 Feasibility Questionnaire 작성을 요청한다. Feasibility를 평가하는 데는 의뢰자마다 특별한 평가항목도 있겠으나, 보편적인 평가항목도 있다. 예를 들어, PI의 임상시험 수행 경험, 임상시험 자원자 모집 능력, site의 시설, 전자의무기록 가능 여부 등을 평가한다.
의뢰자가 임상시험을 수행할 site와 PI를 결정하였다면 site와 계약을 진행한다. 많은 의뢰자는 임상시험수탁기관(Contact Research Organization, 이하 CRO)을 이용하여 임상시험 실무를 대행한다. CRO는 신약개발 단계에서 제약사의 의뢰를 받아 임상시험 진행의 설계, 컨설팅, 모니터링, 데이터관리, 허가 대행 등의 업무를 대행하는 에이전시이다. 적절한 CRO 선정이 되지 않으면 임상시험 자체 비용이 오히려 증가하고 개발이 지연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의뢰자는 CRO 선정에도 신중해야 한다. 시간적 이유 때문에 계약 진행과 동시에 임상시험계획서(Protocol)와 시험대상자 동의서 및 설명문 등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의 IND (Investigational New Drug)와 IRB (Institutional Review Board, 임상시험심사위원회로 국문명은 기관마다 다를 수 있다) 제출에 필요한 서류 준비를 시작한다.
그림 1은 식약처와 IRB의 임상시험 승인절차를 도식화한 그림으로 의약품안전나라 홈페이지에 나와있다.
IND 승인을 위한 구비서류는 다음과 같다.
[의약품 임상시험 계획 승인에 관한 규정][별표 1] 임상시험계획승인을 위한 제출자료의 범위에서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의약품 구분에 따라 면제되는 자료도 있으나, IND 신청자 입장에서 면제 여부가 모호하다고 판단되면 자료를 준비하는 게 낫다. IND 신청은 의약품안전나라 홈페이지에서 한다. 한편, IND를 정식으로 신청하기 전에 의뢰자는 식약처에 의약품과 임상시험에 대한 사전면담을 요청할 수 있다. IND 신청으로부터 최종 승인까지는 필자 개인적 견해로는 보통 3개월 이상 걸리는 것 같다. 처음 신청하면 대부분 식약처에서 보완 통지와 함께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하는지 공식적인 의견이 온다. 보완 서류제출은 기한이 정해져 있으며, 식약처 입장에서도 서류를 접수받은 후 결과 통보까지 정해진 기간 내에 처리해야 한다.
IRB는 site별로 설치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IRB 초기심의 제출서류의 자세한 내용은 각 site의 개별 IRB 홈페이지에 잘 안내되어 있다. 필자가 속한 기관의 임상시험 IRB 초기심의 제출서류 목록은 다음과 같다. 참고로 필자는 상급종합병원 소속이다.
임상시험은 개시하기 전에 임상시험 레지스트리에 등록하는 것을 권장한다. 한국 임상시험 레지스트리에는 질병관리청 임상연구정보서비스 CRIS (Clinical Research Information Service, cris.nih.co.kr/cris)가 있고, 세계적으로는 NIH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의 ClinicalTrials.gov (clinicaltrials.gov)가 있다. 임상시험 결과를 글로벌 저널에 출판할 계획이 있다면 후자에 반드시 미리 등록하여 NCT 번호를 받아 놓아야 한다. 일부 글로벌 저널은 임상시험 종료된 후 레지스트리에 등록된 임상시험 결과 관련 논문은 에디터 선에서 거절(editor table reject)한다.
IND와 IRB 모두 승인을 받으면 개시모임(SIV, site initiation visit)을 진행한다. 개시모임을 기점으로 연구 수행이 시작된다. 그러므로 개시모임 전에 연구 수행에 필요한 임상시험 관련 문서 폼(form)이 제작 완료되어야 한다. 대표적인 문서로는 이상반응 기록지, 스크리닝 시트, 대상자 투약일지, 임상시험용의약품 불출 기록지, 검체 운송 확인서 등이 있다. 이러한 문서들은 모두 임상시험의 근거문서(source document)로 사용 전에 포맷이 의뢰자와 site와 협의가 완료되어야 한다.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 [별표 4] 『의약품 임상시험 관리기준』(KGCP, Korean Good Clinical Practice)에 따르면 “근거문서”라 함은 병원기록, 의무기록, 대상자기록, 메모, 병리검사결과, 대상자 일기, 평가점검표, 약국의 의약품 불출 기록, 자동화 검사기기에 기록된 자료, 검사인증서 및 그 공식 사본, 마이크로피시(microfiches), 마이크로필름, 방사선학적 검사자료, 자기테이프, 약국기록자료, 병리검사실 기록자료 등과 같이 근거자료를 담고 있는 모든 문서(전자문서를 포함한다)·자료 및 기록을 말한다. 개시모임의 주요 참석자는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시험책임자(PI, principal investigator) 및 모든 연구자, 임상시험용의약품 관리 약사, 의뢰자, CRO의 본 연구 담당 CRA이다. CRA는 임상시험 모니터를 담당하게 되며 모니터링 전에는 monitoring confirmation mail, 후에는 follow-up mail을 연구진에게 발송한다. 모니터링으로 감독하는 사항에는 대상자 모집 상황, IRB 상황, 이상반응, 중대한 이상반응, 임상시험용의약품 관리 상태, SDV (source data verification), ISF (Investigator site file) 등이 있다.
임상시험이 수행되는 동안에는 많은 시간과 인력과 노력이 든다. 아직까지도 건강인 대상 초기 임상시험과 환자 대상 후기 임상시험 모두 페이퍼웍(paper work)이 많고, 임상시험에서 발생한 모든 과정은 정확하고 빠짐없이 기록물로 남아있어야 한다. 규제와 원칙이 철저하게 지켜져서 어느 누가 본 임상시험에 대해 평가하더라도 과학적으로나 윤리적으로 문제가 없어야 한다. 수행 중 임상시험계획서와 다르게 수행된 사건들은 deviation (이탈)이나 violation (위반)으로 IRB나 식약처에 정해진 절차를 거쳐 보고된다. 두 용어가 한국어 번역 시 용어 정립이 명확하지 않아 여기서는 혼동을 피하기 위해 영어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겠다. NIH IRB Professional Administrators Committee Regulatory Process Workgroup에서는 2005년 11월 Protocol deviation과 Protocol violation의 개념을 아래와 같이 정의하였다.
마지막 대상자의 마지막 방문까지 완료되어 임상시험이 종료되면 IRB에 임상시험 종료보고를 진행한다. Database lock이 되면 임상시험결과보고서(CSR, Clinical study report)를 작성하여 IRB에 임상시험 결과보고를 진행한다. 식약처에도 마찬가지로 임상시험이 완전히 종료되었음을 보고한다.
임상시험의 품질보증 및 신약개발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과정으로 점검(audit)과 실태조사(inspection)이라는 제도가 있다. 점검 및 실태조사에 대한 가장 올바른 준비는 임상시험을 정확하게 수행하는 것이다.
점검은 해당 임상시험에서 수집된 자료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해당 임상시험이 계획서, 의뢰자의 표준작업지침서, 임상시험관리기준, 관련규정 등에 다라 수행되고 있는지를 의뢰자 등이 체계적·독립적으로 실시하는 조사로 정의되며(ICH GCP 1.6, KGCP 제1장 제2조 50호), 임상시험 중 일상적으로 실시되는 모니터링이나 품질관리의 수행과는 구분하여 독립적으로 실시되어야 한다. 점검 절차를 재현할 수 있도록 반드시 문서화하여 이를 점검기록(audit trail)이라고 한다.
실태조사는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임상시험관리기준 및 관련규정에 따라 임상시험이 실시되었는지를 확인할 목적으로 시험기관, 의뢰자 또는 임상시험수탁기관 등의 모든 시설·문서·기록 등을 현장에서 공식적으로 조사하는 행위이다. 신약심사승인신청 시 제출된 임상시험자료가 KGCP와 임상시험계획서에 적합하게 실시되었는지를 점검함으로써 임상시험 대상자의 권익과 안전을 보호하고, 임상시험자료의 신뢰성을 확인하며, 임상시험의 수준을 제고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의뢰자 점검과 규제기관 실태조사 모두 절차가 잘 확립되어 있어 필요시 인터넷에서 절차에 대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지금까지 SIT가 처음 기획되는 것부터 끝날 때까지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매우 개괄적으로 살펴보았다. 본 글은 필자 개인의 경험도 참고하여 작성하였으므로, 다른 임상시험 관계자들이 경험한 임상시험 흐름과 상이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또한 신약개발 의뢰자주도임상시험에 대한 내용 중 매우 적은 부분만 다루었으므로 이러한 과정이 있다는 인상(impression)만 받아도 괜찮다. 글로 읽는 것보다는 실제 업무에 투입되어 경험하는 게 더 소중할 것이다.
다음 연재글은 마지막 연재글이 될 것이며, 항간질제로 최근 FDA의 승인을 받아 널리 쓰이는 국내 신약 XCOPRI® (SK바이오팜㈜ 개발)의 FDA NDA file 리뷰를 한다. 규제기관의 승인을 받은 신약의 모든 연구개발과정과 정보는 NDA file에 담겨있다.
참고문헌
본 기사는 네티즌에 의해 작성되었거나 기관에서 작성된 보도자료로, BRIC의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또한 내용 중 개인에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사실확인을 꼭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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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산업의 꽃인 신약개발은 후보 물질 발굴, 선도 물질 선택, 비임상실험, 임상시험, 시판허가획득, 시판후안전성평가라는 생활사를 가진다. 이 중 임상시험부터는 약물 유효성뿐 아니라 인간 윤리와 권리, 대상자 안전성, 사회경제적 상황, 취약계층, 보험수가 등 많은 점을 고려하게 된다. 본 연재에서는 4회에 걸쳐 임상연구 윤리를 중심으로 본 임상시험의 역사, 정의, 종류, 의뢰사주도임상시험의 기획부터 종료까지, 실제 US FDA 시판허가 승인을 획득한 약물의 IND file 리뷰를 다룬다. 이에 대한 이미 많은 좋은 책들이 시중에 있으므로, 온라인에서 임상시험에 대한 간략하고 정확한 지식을 독자에게 제공하는 게 필자의 궁극적 목표다. 필자가 임상약리학에 발을 들인 지 올해로 8-9년째가 되었다. 인턴을 마치고 의사들 사이에서조차 잘 알려지지 않은 임상약리학과에 입문할 수 있었던 건 개인적으로 행운이었다. 병원에서 의사과학자로서 일하고 있다. 학문과 직업과 사람에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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