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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학원 도전기] (1) 일본어를 모르는데 일본 대학원 진학을 도전하다
Bio통신원(kira(필명))
국내 대학원에서 석사 졸업 후 전문연구요원으로서, 신약개발 연구원으로서 3년이 지나간다. 복무를 시작하기 전엔 분명 복무가 끝나면 박사 학위 과정을 택할 것이라 다짐했건만, 직장 생활을 하다 보니 어느덧 월급 없이는 살 수 없는 몸이 되어 버렸다. 현실과 돈 앞에서 그날의 다짐은 잊혀 가는 듯했다.
사실 학생 때보다 지금의 삶이 좋기도 하다. 먹고 싶은 것을 실컷 먹을 수 있고, 시간만 허락한다면 가고 싶은 곳을 갈 수 있는 삶이다. 주변 친구들의 사회생활 고충에 공감하고, 작게나마 올라가는 통장 잔고를 보며 주식에 대해서도 왈가왈부할 수 있는 그런 직장인이 나쁘지만은 않다.
현재 재직 중인 연구소에서의 업무도 충분히 만족하고 있다. 초보 연구원으로서 상사들에게 배울 것이 많아 좋고, 상호 존중해 주는 문화도 마음에 든다. 넓은 제약 시장에서 경험이라는 것이 중요할 텐데, 단순히 기계적인 일을 해내는 것보단 조금 힘들더라도 신약개발 과정에서 필요한 단계를 하나하나 밟아가는 성취감도 좋다.

지금 흘러가는 삶의 반면에 연구원으로서 일을 하면 할수록 내 마음속 어디인가에 돈보다도 더 큰 욕심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아. 연구가 재밌는데, 모르는 것이 많아 더 공부해 보고 싶은데, 나의 지적 가치를 끌어올리고 싶은데, 신약개발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어쩌면 인생에 한 번 가질 수 있는 기회. “잊혀 가던 박사 학위 과정의 꿈을 더 늦기 전에 도전해 볼까? 아직 30살이면 늦지 않았잖아?, 지금 도전하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까?”. 그렇게 전문연구요원 복무도 끝나가던 시점에 나의 대학원 도전기는 시작되었다.
2022년 국외 고등교육기관 내 한국인 유학생 통계(교육부, 재외공관 제공)
나는 해외의 연구환경과 문화를 경험해 보고 싶었다. 그들의 연구 환경은 무엇이 다른지 알고 싶었고 더 큰 시장에서 그들이 쌓아온 노하우도 배우고 싶었다. 그래서 박사 학위 과정을 한다면 꼭 해외에서 하리라 다짐했었다.
그리고 배우고 싶은 학문은 명확했다. {면역학과 종양학}. 이 두 가지 학문을 배워 아직 치료가 되지 않는 암과 면역 질환에 대한 치료제 개발에 기여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리고 복잡한 면역 시스템에 대한 흥미도 컸다.
박사 유학을 결심하고 원하는 학문 분야도 결정했는데, 어디로 유학을 가나? 미국, 영국, 독일, 일본을 선택지에 두고 나는 일본을 택했다. 한국인에겐 멀고도 가까운 나라 일본. 나는 일본어를 모른다. 여행으로 몇 번 가보기만 했지, 잠깐이라도 살아본 적도 없다. 영어는 익숙하지만, 일본어는 모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바이오 분야가 영어 위주이니 연구와 관련한 의사소통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사실뿐이다. 그런데 왜 일본을?
2022년 국외 고등교육기관 내 한국인 유학생 통계(교육부, 재외공관 제공)
주변 사람들이 종종 묻곤 했다. “군 복무 끝나면 뭘 할 거야?”
나의 답변은 “저 일본에서 박사 학위과정 해보려고요” 였는데, 이 문장은 마법의 문장이다.
이때부터 평소에 나에겐 큰 관심 없던 주변 사람들이 시어머니로 변한다. “왜 미국 안 가고 일본으로 가나?, 일본을 왜 가는데? 일본 갈 바엔 한국에 있지 거길 왜 가나? 장기 저성장 국가에 가서 뭐 하려고? 거기서 졸업해 봐야 취업하는데 메리트 없다.”, “박사는 취업 문이 좁다는데 괜찮겠냐?” 심지어 역사적 감정으로 대하는 분도 있었다. “그런 데를 왜 가나? 매국노냐? 난 죽어도 안 간다.” 등 안 좋은 말을 듣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심지어 지도교수님을 찾아뵀을 때도 “미국에 큰 제약 회사도 많고 연구 환경이 더 좋은데 왜 일본에 가니? 미국엘 가야지”라고 말씀하셨다. 주변에서 10에 7은 부정적인 반응이었다.
절대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에서 미국에서 학위를 하는 것이 확률적으로 최고의 선택인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어느 분야에서든 세계 최고의 패권 국가이며 연구 환경이 뛰어나고 전 세계의 인재들이 몰리는 곳. 영어를 쓰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장점이라는 것. 펀딩 규모나 시장 크기가 그 어느 나라와 비교 불가한 곳인 것도 잘 안다. 이런 것을 나도 잘 알고 있는데 주변인들마저 한 마디씩 던지는 것은 내 자신감을 더 떨어뜨렸다.
확실히 주변의 바이오 전공자들을 보면 일본에서 학위를 마친 분은 많지 않다. 반대로 미국에서 학위를 마친 사람들이 대다수다. 다수의 선택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도 생각한다. 그렇지만 남들이 가는 길을 나도 당연히 따라가야만 하는 이유도 없다.
내 결정이 정말 잘못된 것인가? 뭣도 모르는 어린 친구의 쓸데없는 아집일까? 나보다 앞서 길을 걸어간 선배님들의 조언을 무시할 수는 없는 일이니 몇 번을 생각하고 고민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에 가지 않고 일본행을 택하는 것에는 강력한 선택 동기가 필요했다.
2022년 국외 고등교육기관 내 한국인 유학생 통계(교육부, 재외공관 제공)
반면에 일부 지인들은 나에게 용기를 심어주는 말을 해주기도 했다. “기초 연구에 투자하지 않는 나라도 아니고 전통적인 기초 연구 강국이다. 어디서든 본인의 노력이 충분하다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 “생활환경이 본인에게 맞지 않으면 버티기 힘든데, 본인이 서구권 생활과 맞지 않아서 중도 포기하는 것보다 익숙한 아시아 문화권에서 살며 공부하는 것도 괜찮을 거다.”, “일본 기업의 취업을 노리는 것이라면 당연히 일본 대학을 졸업하는 것이 큰 메리트가 있다.” 등의 말이었다.
그래서 나의 강력한 일본행 동기는 무엇인가? 나의 일차적 목표는 “졸업 후 일본 제약회사에 취업을 도전하는 것”. 다른 이유로는 “타국가에 비해 박사 졸업(보통 3~4년)이 빨라 사회 진출이 앞당겨지는 점 (짧은 기간 내 성과 정도는 본인의 역량).”, “한국과 가까워 가족과 비교적 자주 만날 수 있는 점.”, “개인적 사정으로 정기적인 진료를 받아야 해서 미국의 의료 비용이 부담되는 점”이 있겠다.
우려스러운 점도 당연히 있다. ”유학 생활하는데 일본어 공부가 추가로 필요하다는 점.” “학생 인건비가 보장되지 않아 장학금이 없으면 금전적 부담이 크다는 점 (심지어 RA/도 받는 금액이 적다).”, “예전과 다르게 일본 대학 출신에 대한 한국에서의 안 좋은 인식과 미국에 비해 네임밸류가 떨어지는 점”, “갈라파고스로 불릴 정도로 변화를 싫어하는 국가라는 점” 등이다.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듣고는 진심 어린 걱정(?)을 해주는 다수의 시어머니들보다 자기 일이 아니기에 큰 신경 쓰지 않는 듯이 무심하게 말하는 소수의 개인주의자(?)들의 말이 더 와닿았다. 내가 믿고 싶은 대로 믿는 걸 보니 이미 나만의 답은 정해져 있었나 보다.
영어 능력 향상이라는 것만 봐도 미국 유학이 좋은 것을 알고, 졸업 이후의 목표를 이룰 수 있는 확률이 더 높을 수 있다는 것도 알지만 어디서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본인의 능력 배양이 최우선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주제에 대해서는 주변에서 워낙 다양한 의견과 논쟁이 있기 때문에 확실한 정답은 없는 것 같다.
확률은 높아질지언정 미국 가면 무조건 성공하고, 미국에 가지 않으면 실패하는 세상은 아니다. 무엇보다 확실한 것은 환경 탓, 조건 탓 혹은 환경 덕, 조건 덕이라는 것보다는 내 능력 향상이 최고이자 최우선 무기라는 것을 잊지 않은 채로 과감히 일본 유학을 선택해 본다.
이렇게 나는 일본 대학원 진학에 대한 목표와 동기를 가지고 일본의 바이오 연구 현황/성과와 관련된 자료 조사부터 시작해야 했다. 한국보다 연구 스펙트럼이 넓고, 상대적으로 마이너 한 분야의 연구도 부족하지 않게 이루어지고 있는 듯했다. 오타쿠적(?) 연구 문화가 남아있어서 깊게 파고드는 편이라 느리지만 덕분에 성과는 괜찮아 보였다.
제약에 대한 역사가 길어서 글로벌 제약 기업이 다수 존재하고 그들의 성과/매출도 한국과 비교하면 꽤 높은 편이라 나름 괜찮다고 생각했다.

이후엔 대학원과 관련된 정보들도 수집하기로 했다. 입학 절차, 필요한 자격 및 서류, 학교와 학과, 교수/연구실 선택, 유학 경비, 일본 대학원 특징에 대한 사전 조사가 필요하다.
조사를 하는데 바이오 분야의 일본 대학원에 대한 정보가 너무 제한적이다. 구글에 검색을 해봐도 일본 학부 유학에 대한 정보만 많다. 쏟아지는 학부 유학원 광고만 가득하다. 설령 어떠한 정보가 있어도 결국엔 광고성 글이거나 일본어로 된 정보가 많아서 쉽지 않았다.
직장인으로서 퇴근 후 피곤한 몸을 이끌고 정보를 조사하는 일이 얼마나 귀찮고 어려운가? 당장 침대에 누워 쉬어야 할 시간에 매일 머리를 굴리며 고생하는 내 상황이 힘들었다. 매일 지쳐갈수록 유학원 광고가 차츰 끌리기 시작했다.
마침 일본 대학원 유학을 전문으로 하는 유학원이 한 곳 있길래 사이트에 들어가서 후기도 둘러봤는데 괜찮아 보여서 상담 약속까지 잡아버렸다. 상담을 받아보고 가격이 합리적이라면 비용을 지불해서라도 시간을 아끼고 싶었기 때문이다.
제발 비용이 비싸지 않길 바라며, 질의 내용을 꼼꼼하게 적은 나는 서울로 출발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됩니다.)
오늘도 저의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코멘트는 언제든지 환영이니 댓글창에 달아주세요.
(※본 원고는 개인적 생각이며 과학적 사실 또는 다수의 생각과 다를 수 있습니다.)
본 기사는 네티즌에 의해 작성되었거나 기관에서 작성된 보도자료로, BRIC의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또한 내용 중 개인에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사실확인을 꼭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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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를 모르는 청년의 일본 대학원 진학을 위한 지난 1년의 도전기를 기록합니다. 바이오 분야에서 일본 대학원에 대한 정보가 제한적이기에, 홀로 대학원을 도전하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영어가 쉽사리 통하지 않는 일본에서 영어만으로 입시 과정을 진행한 저의 경험을 바탕으로 일본 대학원 진학을 희망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그곳으로 도전하는 한 청년의 이야기를 재밌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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