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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제약업계 직장인의 고군분투] 영어 발표, 찢. 었. 다!!!
Bio통신원(김루이(필명))
글로벌 회사를 다닌 후, 나는 영어가 중급 정도로 올라갔다. 한 달에 한 번의 영어 세미나와 퇴근 후 매일 다녔던 영어학원은 상당히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영어실력이 늘수록 그에 대한 “열등감”도 같이 커졌다. 부서장님은 내가 영어 세미나를 할 때마다 발음, 악센트, 표정, 제스처까지도 지적을 했다. 그는 과제 컨셉을 주시면서 Proposal을 써오라고 하셨는데, 내가 써간 proposal에는, 빨간 펜으로 줄이 쭉 그어져 왔고, grammar 도 모르냐는 핀잔을 들었다. 나의 자존감은 점점 내려갔고, 멘탈은 부서져 갔다. 유별난 부서장님 덕분에 “영어 울렁증”을 넘어서 “영어 트라우마” 수준을 겪었다고 나 할까? 왜 내 앞에 6명의 PM이 교체되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글로벌 회사를 떠나서 로컬 제약회사로 이직을 하게 되었는데, 그 후로 마음의 안정을 되찾았다. 한국어만 쓰는 환경이 너무 편했고, 안락했다. 아무리 힘들어도 글로벌때와 비교하면 행복감을 주었다. 그곳에서의 고통이 기준점이 되었기 때문에, 로컬회사에서의 어떠한 갈굼도 나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시간은 잘도 흘러갔다.
자그마치 로컬로 온 지 5년의 세월이 지났다.
그 사이에 나는 영어와 완전히 담을 쌓았고, 혹시라도 미국학회를 갈 일이 생기면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뒤로 빠졌고, 다른 사람이 갈 수 있도록 배려 (?) 했다. 해외 원료회사들이 우리 회사에서 찾아오겠다고 해도, 나는 너무 바쁘다며, 다음에 오라고 메일을 보냈다. 그냥 최대한 영어를 피해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연구소장님이 나를 부르셨다.
“김 팀장, 미국의 OO회사에서 우리 회사 제품에 관심이 있다고, 방문을 하고 싶다고 하는데, 이게 팀장님네 분야라서, 그분들 오라고 했어요. 방문 날짜 잡혔으니까, 기술 소개도 좀 하시고, 미팅 끝나고 O비서한테 점심도 어레인지 하라고 했으니까, 같이 밥도 먹자고.
이번 건은 대표님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 거라서, 준비 잘해야 돼.
참, 김팀장, 예전에 OOO글로벌 회사 다녔다며. 그때 이런 일 많이 해 봤지 않나?
미팅 준비 끝나면, 나한테 자료도 좀 보내주고. 알았지?”
아! 이.럴.수.가! ‘저 영어랑 안 친해요. 영어 트라우마 있거든요.’라고 속으로 외쳤으나, 차마 입 밖으로 내뱉을 수는 없었다.
그동안 어찌어찌 피해 다녔지만, 이번 건은 완전 빼박이다. 내 주위를 아무리 둘러보아도 이 일을 대신해 줄 사람은 없었다.
어쩔 수 없다. 받아들여야만 했다. 언젠가 이런 날이 올 거라고 예상은 했으나, 역시 기습적이다.
나는 크게 심호흡을 한번 하고, ‘절필했던 작가가 다시 펜을 잡듯이’, 다시 PPT 발표자료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익숙하지? 내.손. 내손이 알아서 키보드를 날아다닌다.
열심히 이런저런 그림들과 문구들을 붙여 넣고, 수정을 몇 번 거쳐, 발표자료를 완성했다. 소장님에게 메일로 보내 드리니, 이대로 하라고 컨펌을 해 주셨다.
자!!! 이제부터 작업 시작이다.
바로 그 대.본.작.업.!!!
원래 하던 대로, 습관대로, PPT 한 장 한 장마다 정성스레 영어 대본을 썼다. 그리고 대본을 외우고 또 외운 후, 아무도 없는 회의실에서 발표연습을 해보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발표 연습을 반복할수록, 대본대로 되지 않는 것이다!!!
이제 더 이상 대본이 필요 없다는 것을 감지했다. 대본에 구애받지 않고, 한국말로 발표할 때처럼, 상당히 자유로워져 있음을 느꼈다.
나는 연습한 것을 핸드폰에 녹음했다. 그 녹음을 들어보니, 영어가 예전보다 개선된 것 같았다. 발음도 좋아진 것 같고, 억양도 더 자연스러워진 것 같았다.
‘이게 무슨 일인가? 지난 5년 동안, 영어와 완전 담을 쌓고 지냈는데, 내 뇌에서 도대체 뭔 일이 일어 난 건가?’ 곰곰이 생각을 해봤다. 그 이유를.
혹시... O플릭스???
최근에 미드에 미쳐, 미친 듯이 미드를 보면서 끽끽거렸던 때가 있었는데, 그것 때문인가? 그 여자 주인공의 발음이 너무 좋아서, 그녀가 나오는 시리즈만 골라서 보기도 했고, 그녀의 발음을 그대로 듣고 싶어서, 한글 자막을 끄고 보기도 했었는데, 설마 그것 때문이었나? 잘 모르겠다.
드디어, 미국 방문객이 오기 하루 전날.
예전 같으면, 이날이야 말로 엄청 스트레스지수가 올라갔을 텐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 평소와 똑같았다. ‘될 대로 되라지? 또는 잠정 포기 상태? 왜 이렇게 스트레스를 안 받지? 내가 늙어서 성격이 바뀌었나?’
그리고 나에게 고질적인 한 가지 문제점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영어 발표를 할 때면, 항상 “숨이 차다”는 것이다. 청중들도 가까이 있는 분은 느낄 것 같은데, 발표자인 나는 확실히 느낀다. 내가 숨이 모자라서 헐떡거린다는 것을. 나는 항상 그 이유를 찾고 싶었다. 그런데 찾을 수 없었다.
‘도대체 어디서 숨을 쉬어야 하는 것인가?’
그날 밤, 나는 유튜브를 검색해서, 영어 호흡법을 찾아보았다. 여러 가지 영상들이 있었고, 밤늦게까지 그 영상들을 하나하나 시청했다. 요지는, 강세를 주는 단어를 말할 때, 내 앞에 촛불이 하나 있다고 생각하고, 촛불을 끄듯이 내뱉으라는 것이다. 나는 이게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 했다.
드디어 미국 손님 방문하는 날이다.
오전 10시 50분, 약속시간 10분 전, “띵동” 하고 연구소 벨이 울린다.
나는 스프링이 튀어 오르 듯,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그들을 맞이하러 나섰다.
“Hello, how are you, Nice to meet you.
Today, the weather is so hot, please take a seat.
Would you like something to drink?” 말이 술~술~ 나온다. ‘이 분들, 진심 반갑다.’
이런저런 small talk을 하고, 11시가 되니 참석자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채웠다.
그리고, 멤버들이 다 모인 후, 나는 발표를 시작했다.
난생처음 대.본.없.이.!!!
미국 손님들이 자신들은 경영 쪽이라서 기술 부분을 좀 천천히 개념부터 설명해 달라고 요청을 했다. 나는 친절히, 자세히, 천천히, 설명했다. 발표 중간에 느낌이 왔다. 나는 참 잘하고 있었다.
이어서, 시장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나는 이렇게 말했다.
“The therapeutic protein market is huge~~~ in the world.”
이때, 직감적으로 느꼈다. huge~~ 에서 숨을 내쉬어야 한다는 것을. 이게 바로 ‘촛불 끄는 부분’이구나.
‘아 알겠다. 숨 쉬는 법. 어제 봤던 그 동영상 지금 이해했다.
이번엔 응용이다.
“We are prePARing the MTA in PROgress”
대문자에서 나는 숨을 내쉬었다. 강세가 있는 곳, 바로 그곳이 숨자리다.
나는 더 이상 숨이 차지 않았다. 영어가 이렇게 편안할 수가 있다니, 놀랍다.
어렸을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영어에는 리듬이 있다.”, “영어는 노래하는 것처럼, 악센트를 넣어야 된다.” 수없이 듣고 따라 했었는데, 지금 이 순간, 그 깨달음이 나에게 신의 개시처럼 온몸으로 내려왔다.
발표가 끝나고,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미국에서 오래 살다 온 사람처럼, 억양이 바뀌어 있었고, 영어와 몸이 하나가 되어 동작도 그에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이게 뭥미??’
그래, 오늘 영어 발표, 드디어 찢.었.다. !!!
감히 말하건대, 나는 “심리적으로” 영어로부터 해방감을 느꼈다.
왜 갑자기 영어가 늘었는지 과거를 천천히 되짚어 보았다.
첫째, 글로벌 회사에서의 훈련이 어디로 안 도망간 것 같다. 내 머리 속 어딘가 신경다발이 되어, 그대로 남아 있었나 보다. 영어는 꾸준히 하라고 했는데, 가끔 나처럼 심하게 데이고 나면, 기억 속에 오랫동안 남아있기도 하나 보다.
두 번째로는, O플릭스가 어느 정도 역할을 한 것 같다. 5년간 영어”공부”는 전혀 안 했지만, 미드는 “즐기고”있었으니, 듣기는 좀 하고 있었던 셈이다.
그리고 세 번째 영어 악센트와 호흡법에 대해서 터득했던 것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 같다. 이것이야 말로 연습으로는 도저히 배울 수 없는 것이고, 실전에서만 나오는 것이다. 그 실전이 바로 오늘이었다.
이제 나는 더 이상 영어를 피해 다닐 필요가 없게 되었다. 그동안 영어는 항상 나를 때리는 “채찍” 같은 거였는데, 이제 나는 영어와 “든든하고 끈끈한”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 글로벌 미팅은 기꺼이 받아야겠다. 기회가 된다면 적극적으로 해외학회도 가고, 해외 비즈니스도 관여하고 싶다.
이제는 진짜 말할 수 있다.
‘그래, 영어 발표! 드루와~ 드루와~ 내가 너를 상대해 주겠어.’
이날은 바로 내 인생의 커다란 깨달음을 준 날임과 동시에, 직장생활에 새로운 쳅터가 열린 날이었다. 앞으로 펼쳐질 나의 행보가 기대된다.
본 기사는 네티즌에 의해 작성되었거나 기관에서 작성된 보도자료로, BRIC의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또한 내용 중 개인에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사실확인을 꼭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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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대부분 박사와 Post-doc을 마치고, 대학에서 자리를 잡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산업계로의 진출하려는 사람이 별로 많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에 교수 임용이 매우 어려워졌고, 그래서 그런지 산업계로도 진출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산업계 입장에서는 좋은 인력이 많이 유입되는 것은 상당히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국내 바이오 제약 분야가 워낙 Job market 이 작고, 업계 종사자 수가 적은 분야라서, 진입장벽이 상당히 크다. 또한, 진입을 했더라도, 연구단계에서부터 제품생산까지 기간이 매우 오래 걸리기 때문에, 전체 업무사이클에 대한 역량을 쌓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필자가 실제로 직장생활을 하면서 도움이 될 만한 선배를 찾기가 쉽지 않았고,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 혼자서 고군분투했던 것 같다. 이 글은 직장 내에서 겪었던 크고 작은 에피소드로 구성되었다. 성취했던 일들과 힘들었던 일들을 모두 포함시켰다. 아직 취업을 하지 않은 독자들에게는 회사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대략적으로 알 수 있을 것이고, 업계에서 일하는 직장인들에게는 본인의 회사에서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을지도 모른다. 아무쪼록 이글이 많은 바이오 제약 업계 관련인들에게 간접적으로 경력 개발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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