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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종합
[벨기에에서 과학자로 살아요, 와플과 맥주를 곁들여서] 박사생은 계약서를 쓰고, 서류를 한가득 준비한다고요
Bio통신원(송유라)
지금 지도 교수님이 벨기에에서의 박사 과정 자리를 오퍼 하겠다는 메일을 받고, 고민할 것도 없이 바로 교수님께 벨기에에 가겠다는 메일을 보냈다. 문제는 이제 두 달 안에 모든 서류를 준비해서 비자를 받고 바로 출국해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나는 이 두 달 동안 얼마나 많은 서류를 보았는지 모른다.
나는 교수님과 1:1로 채용 절차를 거친 터라, 연구실에서 일을 하는 비서가 바로 인사팀과 연결을 시켜줬다. 사실 학생이니까 간단하게 입학 서류만 준비하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던 나 자신이 좀 안일해지는 그런 순간이었는데, 정말 벨기에에 박사생으로 연구실에 다이렉트로 온다는 건 정말 서명을 한 200번쯤 해야 끝나는 그런 절차가 아닐까 싶었다. 수많은 서류들 사이에서 일을 간단하게 하기 위해, 나는 한국에서 사용해오던 서명을 간단하게 바꾸는 작업을 먼저 했다. 일일이 수기 서명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복잡한 서명은 그저 시간을 잡아먹을 뿐이니까.
가장 기본적인 절차는 인사팀에서 많이 관여를 했다. 그리고 가장 첫 번째 일은 계약서에 사인을 하는 것이었다. 알고 보니 벨기에는 교수님이 연구비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 박사생을 채용할 수가 없다는 것이었는데, 나는 운이 좋게도 원래 일하던 포닥이 남긴 펀딩을 그대로 물려받기로 해서 내 연구비를 직접 쓰기 전까지는 약 1년 정도를 번 셈이 되었다. 문제는 이 계약서를 채우는 것 자체가 상당한 일인데, 한국의 전 직장에서 쓰던 한 장 짜리 서류가 아니라는 것에서 이미 압도를 당해버렸다. 다행히 비서의 도움을 받아 계약서를 잘 써서 넘겼고, 나는 이 계약서 하나면 서류가 끝일 줄 알았다.
다음으로 요구받은 서류는 채용에 필요한 서류였다. 문제는 유럽에는 존재하지만 한국에는 없는 서류가 정말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서류가 영어로 번역된 걸 받아주는 경우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어서 이게 또 골머리가 썩는 부분이 아닌가 싶었다. 사실 졸업 증명서나 성적표는 학교 간의 문서다 보니 영어로 받아주었는데, 이전 직장에서 받은 재직증명서는 영문 문서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어 번역을 받아 공증을 받아오라는 대답을 들었고, 가족관계증명서는 외교부에 가서 아포스티유 스티커를 받아 제출하라니. 1차로 멘탈이 갈기갈기 찢기다 못해 벨기에를 가겠다고 선택한 것이 과연 잘 한 일인가에 대해 의심을 해 보기 시작하게 됐다.
그럼에도 다른 걸 다 차치하고 가장 골머리를 썩였던 서류가 바로 출생증명서. 유럽에서는 정부에서 출생증명서를 떼어주는데, 주로 부모의 정보와 태어난 도시 등의 정보를 담고 있다고 했다. 문제는 한국에서는 따로 국가에서 떼어주는 출생증명서가 없었고, 정 안되면 태어난 병원에서 진료 기록이라도 떼 오라고 했는데 내가 태어난 산부인과도 이미 문을 닫은 거다. 결국 그래서 동사무소에서 받을 수 있는 가족관계증명서와 기본 증명서로 어떻게 안 되겠냐는 질문을 했는데, 다행히 아포스티유 처리를 해 오면 받아주겠다고 했다. 정말 그놈의 출생증명은 벨기에에 온 지 6년 차인 지금도 치가 떨린다.
그러고 나서 돌아온 서류. Redevance visa라고 부르는데, 쉽게 말해서 계약이 체결되었으니 비자 수수료 면제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리는 서류였다. 이걸 받고 이제는 비자를 신청할 수 있을까 했는데, 그게 아니라는 데서 2차 멘탈붕괴. 알고 보니 이제 한 단계가 끝인 것이고, 다음 절차는 이제 입학팀으로 이관이 된다고 했다.
온라인 폼으로 학생 등록 관련 정보를 채워서 보내면 된다고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나는 중도 입학을 하는 관계로 또 중도 입학이 허용된다는 서류를 교수님께 받아서 보내야 했는데, 이것도 이것대로 일이었다. 교수님께서 왜 굳이 3월에 박사생을 채용해서 중도 입학을 시키려고 하는가에 대한 정당성을 입증해야 한다는 건데, 이 부분에서 또 나의 실적과 기존 재직 증명이 다시 필요하다고 했다. 그 뒤에 또 한가득 폼을 채우고 서류를 주고받고. 농담이 아니라 정말 아날로그 감성은 이런 것이 아닐 것인데 싶어서 꽤 고민을 하게 됐다. 매번 메일을 쓸 때마다 구글 드라이브를 통해서 첨부 파일을 전송하라는 메세지는 덤.
서류를 한가득 스캔을 하면서 내가 벨기에에 가는 게 맞는 것인가 생각을 하게 되는 그런 날을 한 2주 정도 보내니, 입학허가서에 관련된 메일을 받았다. 그리고 며칠 후에는 의과대학 캠퍼스에서 재직을 하게 될 것이라는 환영 메일을 받았다. 약 한 달 반 정도의 기간 내내 서류를 주고받은 게 수포로 돌아갈 일은 아니었다는 게 다행이구나 하면서.
그리고 이 서류들을 다 들고 그냥 비자를 받으러 가면 된다고 하는 게 정말 반가운 소식이었다. 더 이상 서류를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니 그것만큼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가, 서류의 연속임을 깨닫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알고 보니 몇몇 서류는 외교부에 가서 아포스티유 스티커를 받아야 하고, 건강검진 결과지는 공증을 받아 아포스티유 처리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벨기에에 도착해서 체류증을 받기 위한 서류 또한 같이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을 벨기에 대사관을 통해 안내를 받고 허탈했었다.
정말 한국을 떠나기 전까지는 벨기에 관련된 일은 두꺼운 종이 파일을 들고 다니는 게 일이려나 하는 생각 반, 그러면서도 이미 환영 메일이 왔으니 떠나버리고 싶은 생각을 반쯤 하다 보니 그렇게 서류 작업이 다 끝나고 벨기에에 갈 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나름 또 홀가분 해지는 그런 날. 정말 두꺼운 바인더 하나가 될 정도로 서류가 모여야 박사를 갈 거라는 농담을 비서님이 한 적이 있는데, 진짜였네 싶었다. 농담에도 뼈가 있다더니만. 그리고 그렇게 아날로그를 못 버린 유럽에서, 박사생으로서 서류가 익숙해질 줄은 누가 알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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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이 짐을 싸서, 생각에도 없던 벨기에에서 박사과정을 시작한 게 엊그제 같은데 곧 박사과정의 끝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여전히 벨기에는 유럽 국가 중에서도 유학이나 연수를 오기에 선뜻 손이 가는 국가도 아니고 알려진 것이 생활 면이나 연구 면에서도 많이 없기도 하고요. 2018년부터 여전히 캠퍼스 내에서 유일한 한국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제 입장에서, 벨기에 대학원과 연구실 생활은 어떠한 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저는 단순히 벨기에 내에서의 유학 생활 뿐 아니라 연구실 내에서의 생활과 벨기에 정부의 행정 등에 대해서도 하나씩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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