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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원숭이가 읽어주는 오늘의 과학기술] "알토스 랩", 4조 원 규모의 항노화 스타트업
Bio통신원(여원)
많은 사람들이 무병장수를 원합니다. 그리고 가끔은 영원히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있지요. 저는 주변 사람들과 “영생이 가능하다면 죽지 않고 계속 살고 싶은가?”라는 주제로 가끔 대화하기도 하는데,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영원히 살고 싶지는 않다고 대답합니다. 현대 의학의 수준으로는 아직 ‘영생’을 구현하지 못하기 때문에 별다른 의미가 있는 질문은 아니긴 하지요. (좀 더 실제적인 의미가 있고, “참으로 중대한” 질문[1]은 영생보다는 자살할 의향이겠습니다.)
“영원히 살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실제적인 의미를 부여하겠다고 야심 차게 등장한 기업이 있습니다. 2022년 1월 19일, “알토스 랩(Altos Lab)”이라는 생명공학 스타트업이 정식으로 출범했습니다. 2021년 9~10월 무렵부터 무성하게 소문이 돌고 있던 기업이었는데, 사람의 노화를 방지할 뿐 아니라 이미 노화가 진행된 사람을 적극적으로 ‘회춘’시키는 것까지를 목표로 하고 있지요. 항노화를 넘어 회춘을 목표로 하는 바이오 스타트업이 처음은 아니지만, 알토스 랩이 유독 주목을 받는 이유는 그 자본 규모 때문이에요. 무려 30억 달러, 한화로 3조 6천억 원에 달하는 초기 자본금을 확보했거든요.[2] 공식적으로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아마존의 창업주 제프 베조스가 후원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자본 규모도 어마어마하지만, 알토스 랩에 참여하는 과학자들의 면면 역시 놀랍습니다. 적어도 네 명의 노벨상 수상자가 이미 참여하고 있지요. 레트로바이러스의 역전사 효소를 발견한 데이비드 볼티모어(David Baltimore), 크리스퍼-캐스9을 개발한 제니퍼 다우드나(Jennifer Doudna), 효소의 유도 진화 방법을 개발한 프랜시스 아널드(Frances Arnold), 그리고 역분화 줄기세포를 발견한 야마나카 신야(Shinya Yamanaka)입니다. 이들을 필두로 알토스 랩은 전세계의 노화 연구자들을 영입하여 그야말로 드림팀을 구성했습니다.
야마나카 교수가 참여하는 데서 짐작할 수 있듯, 알토스 랩의 구상은 세포 리프로그래밍(cellular reprogramming)입니다. 노화 현상의 미스터리 중 하나는 30살쯤 먹은 부모의 세포 두 개가 합쳐져서 나이를 전혀 먹지 않은 깨끗한 2세가 태어난다는 데 있지요. 생식세포가 결합하여 수정란이 되는 과정에서 후성유전학적인 정보들이 “공장 초기화”된다는 겁니다. 알토스 랩은 이 과정을 정교하게 조작하여 성인의 ‘세포 나이’를 되감아 회춘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대담한 구상이지요? 네 명의 노벨상 수상자 외에도 알토스 랩의 연구진들은 대체로 이 목표를 둘러싸고 조직되어 있습니다. 예컨대 알토스 랩에도 참여하고 있는 UCLA의 스티브 호르바스(Steve Horvath) 교수는 DNA의 메틸화 정도를 측정하여 세포의 나이를 추산하는 ‘후성유전학 시계’[3]를 개발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역시 알토스 랩에 참여한다고 알려진 소크 생물학연구소(Salk Institute)의 후안 카를로스 이스피수아 벨몬테(Juan Carlos Izpisua Belmonte) 교수는 2016년에 야마나카 인자와 독시사이클린 스위치를 사용해서 조로증에 걸린 생쥐를 회춘[4]시킨 적도 있습니다. 그리고 딥마인드(DeepMind)에서 알파고 개발에 참여했던 인공지능 전문가 토레 그레펠(Thore Graepel) 박사가 참여하여 데이터 분석을 전담할 것이라고 하네요.
항노화 및 회춘 연구가 벌써 스타트업을 창립하고 상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단계인지는 의심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실험실에서 개별 세포의 나이를 되감는 기법은 이제 굉장히 잘 정립되고 분명하게 재현 가능한 기술이에요. 하지만 생체 내에서 같은 과정을 반복할 수 있는지, 특히 치명적인 결과를 내지 않으면서 조절할 수 있는지는 진행된 연구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현재 활동 중인 재프로그래밍 스타트업의 개수와 지금까지 발표된 인 비보 항노화 연구 논문의 개수가 비슷할 거라고 비꼬는 사람도 있지요.
또 하나 어려운 문제는 위험성입니다. 완벽하게 제어하지 못한 세포 리프로그래밍은 치명적일 수 있어요. 애초에 야마나카 인자는 종양유전자(oncogene)과 강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역분화 줄기세포가 잘 만들어졌는지 확인할 때 흔히 테라토마, 즉 암이 생겨나는지를 확인하지 않나요? 게다가 세포 리프로그래밍을 과도하게 진행하면 중요 장기를 구성하는 세포의 조직 분화가 역전되면서 치명적인 장기부전이 발생합니다. 이스피수아 벨몬테 교수의 2016년 연구에서도 독시사이클린 스위치가 삽입된 유전자 조작 생쥐를 사용했는데, 바꾸어 말하면 애초에 이 스위치를 갖고 있지 않은 성체 쥐에게는 같은 치료법을 사용할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지요.
아직 미흡한 연구 단계, 그리고 엄격한 규제 및 허가 절차를 감안하면 야마나카 인자와 세포 재프로그래밍을 사용한 치료법이 당국의 승인을 받기는 대단히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알토스 랩의 후원자들도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지, 이들은 빠른 시일 내에 ‘젊음의 샘’을 찾아내라는 주문을 하고 있지는 않아요. 20세기 중반의 벨 연구소(Bell Laboratory)처럼, 알토스 랩은 초기 5~10년 동안 연구자들에게 압도적인 연구비를 지급하면서도 과학적 흥미 위주의 연구만을 진행하고 최고의 과학적 연구를 수행할 것만을 주문했다고 합니다.
알토스 랩이 대규모 자본을 갖고 항노화 연구에 뛰어든 최초의 스타트업은 아닙니다. 2013년에 구글의 창업주 래리 페이지의 후원으로 설립된 캘리코 생명과학(Calico Life Sciences)도 있었지요. 하지만 캘리코는 1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는 못했고, 2020년에 연구 성과 일부를 논문 한 편[5]으로 공개했을 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0억 달러라는 자본금이 항노화 연구에 투입되면 분명 대단한 성과가 있을 것이라 기대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완전한 세포 리프로그래밍 치료법을 만들어내는 데는 실패하더라도 노화 메커니즘에 대한 생화학적인 연구는 물론, 퇴행성 신경 질환이나 암과 같은 질병에 대한 이해가 크게 발전하리라는 거죠. 결과적으로 인류에게 영생을 가져다주지 못하더라도, 심지어 최대 수명(lifespan)을 크게 연장시키지는 못한다고 하더라도 더 많은 사람들이 더 건강한 노후를 보내도록, 즉 건강 수명(healthspan)을 늘릴 수 있으리라는 겁니다.[6]
냉소적인 사람들은 알토스 랩의 후원자들이 50대 중후반 남성들임을 꼬집으며 진시황에 빗대기도 합니다. 예컨대 후원자라고 알려져 있는 제프 베조스는 그야말로 모든 것을 다 가진 사람이지요. 부와 명예는 물론, 얼마 전에는 우주에도 다녀왔으니까요.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은 영생뿐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똑같이 냉소적으로 말하더라도, 영생에 대한 대부호들의 집착이 30억 달러라는 과학 지원금의 형태로 나타난다면 그렇게 나쁜 일만은 아닐 것 같습니다.
*참고 자료
[1] 알베르 카뮈, 《시지프 신화》, 민음사(2016).
[2] The Economist, A $3bn bet on finding the fountain of youth (Jan. 22, 2022)
[3] S. Bocklandt et al., PLoS One 6, e14821 (2011).
[4] G.-H. Liu et al., Nature 472, 221 (2011).
[5] A. Roux et al., bioRxiv 2021.05.21.444556 (2021).
[6] Nature Biotechnology News/M. Eisenstein, Rejuvenation by controlled reprogramming is the latest gambit in anti-aging (Jan. 19,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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