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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생명과학
유전체 기술 기반 인간 배아 발생과정 추적 성공
Bio통신원(KAIST)
<KAIST 주영석 교수, 경북대학교 오지원 교수>
KAIST는 의과학대학원 주영석 교수 연구팀이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해부학 교실 오지원 교수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전장 유전체 기술을 이용해 인간 발생과정을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인간 배아에 존재하는 소수의 세포들이 인체에 존재하는 총 40조 개의 세포를 어떻게 구성하고 각각의 장기로 언제 분화하는지 체계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것으로 현존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결과다.
이번 연구는 초기 발생과정에서 각각의 세포에 자발적으로 발생하는 DNA 돌연변이를 대규모로 추적함으로써 배아의 파괴 없이 발생 과정 추적이 이뤄졌다. 연구팀은 단 하나의 세포(수정란)으로부터 복잡한 인체가 만들어지는 과정 동안 발생하는 돌연변이들과 세포들의 움직임을 고해상도로 재구성했으며, 이는 향후 발생과정의 이상으로 발병하는 희귀난치병을 이해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KAIST 박성열 박사(現 ㈜ 지놈인사이트 수석과학자), 경북대 의과대학 난다 말리(Nanda Mali) 박사, KAIST 김률 박사(現 삼성서울병원 내과 전임의)가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 8월 25일 字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논문명 : Clonal dynamics in early human embryogenesis inferred from somatic mutation) 또한,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KISTI), 가톨릭의대, ㈜ 지놈인사이트, 이뮨스퀘어㈜ 의 연구자들도 함께 참여했다.
단 하나의 수정란이 인체의 다양한 장기를 만들어내는 인간 발생과정의 원리를 밝히는 것은 의생명과학의 근본적 물음이었다. 하지만 직접적인 연구를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배아의 파괴를 동반하기 때문에 그동안 대부분의 배아발생 연구는 예쁜꼬마선충 (C. elegans), 초파리, 생쥐 등 모델 동물을 이용해 이뤄졌다. 특히 예쁜꼬마선충의 배아 발생과정 연구는 2002년 노벨생리의학상의 영예를 안겨주기도 하였다. 하지만 종 간의 차이로 이들로부터 인간의 발생과정을 근본적으로 이해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공동연구팀은 DNA 돌연변이에 주목했다. 수정란이 세포 분열을 하는 과정에서 무작위적 돌연변이가 매 세포에 누적되는 것을 발견했다. 이렇게 발생한 돌연변이는 성체의 자손 세포에게도 전달되기 때문에, 전신에 분포한 단일세포의 DNA 돌연변이를 체계적으로 분석한다면 이들을 세포의 바코드로 삼아 배아 세포들의 움직임을 재구성해낼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를 바탕으로, 7명의 시신 기증자에서 총 334개의 단일세포 및 379개의 조직을 기증받아 세계 최대 규모의 단일세포 전장유전체 분석을 수행했다.
이번 연구로부터 연구팀은 인간 배아 발생과정에 발생하는 현상들을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배아 내 세포들이 발생 초기부터 서로 동등하지 않다는 것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2세포기의 두 세포 중 한 세포가 다른 세포에 비해 더 항상 더 많은 자손 세포를 남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그 비율은 사람마다 달라서 사람의 발생과정이 개인 간 변동성이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한 초기 배아 세포들이 각각의 장기 특이적인 세포로 분화하기 시작하는 시점도 특정할 수 있었다. 수정 후 3일 내, 매우 이른 시기의 배아에서도 (2세포-16세포기) 인체의 좌-우 조직에 대한 배아 세포의 비대칭적 분포가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이어서 3배엽 분화에 대한 비대칭성, 각 조직 및 장기에 대한 비대칭성이 차례로 형성되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의 이번 연구는 전장 유전체 빅데이터를 이용하여 윤리적인 문제 없이 인간의 초기 배아 발생 과정 추적이 가능하다는 것을 명쾌하게 증명해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이를 응용하면 개개인마다 발생과정 중 나타나는 세포들의 움직임을 재구성할 수 있게 된다. 이번 기술은 향후 발생 과정에서 생기는 희귀질환의 예방, 선별검사 및 정밀치료 시스템 구축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오지원 교수는 "죽음에 이른 신체로부터 인간 생명의 첫 순간을 규명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놀라운 연구ˮ라며 "숭고한 희생정신으로 본인의 신체를 기증한 분들이 없었다면 이번 연구는 불가능하였을 것ˮ이라고 말했다.
KAIST 의과학대학원 주영석 교수는 "인간 게놈 프로젝트 완성 20년 만에 단일세포 유전체에 존재하는 돌연변이를 정확히 규명할 수 있을 만큼 발전한 유전체 기술의 쾌거ˮ라며 "기술 혁신을 기반으로 향후 지속적으로 더 높은 해상도의 인간 배아 발생과정 추적이 가능할 것ˮ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 세계선도의과학자 육성사업, 서경배 과학재단 및 한국연구재단(리더과제, 우수신진연구, 지역대학우수과학자, 선도연구센터)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연구개요
하나의 수정란은 수억 개의 인간 세포로 분열하여 200종이 넘는 세포와 다양한 장기를 구성한다. 이러한 인간 발생과정 (human embryogenesis)에 대한 연구는 유산된 태아를 관찰하거나 동물 모델을 통한 실험으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윤리적 기술적 이유로 인간 배아 세포로 직접 실험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인간 배아 발생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모든 세포는 분열할 때 체세포 돌연변이(somatic mutation)라고 불리는 DNA 염기 서열의 변화가 발생한다. 60억쌍에 달하는 인간 DNA를 복제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때 발생한 체세포 돌연변이는 이후의 자손 세포(daughter cell)에 그대로 전달되기 때문에 바코드로 활용이 가능하다.
연구팀은 일곱 구의 기증된 시신에서 334개의 단일 세포를 채취하였고, 이를 클론 확장(clonal expansion) 시킨 후 전장 유전체 염기서열 분석(whole-genome sequencing)을 하였다. 체세포 돌연변이는 인간의 전체 세포가 아닌 일부 세포에만 존재하는 특징을 이용하여, 배아 발생 과정에서 축적된 체세포 돌연변이들을 찾아내었고, 이를 이용하여 세포들의 계통도(phylogenetic tree)를 구성하였다. 체세포 돌연변이를 갖고있는 세포의 비율을 379개의 조직에서 표적시퀀싱(targeted sequencing)을 통해 측정하였고, 이를 이용하여 인간 배아 발생과정을 재구성하였다.
분석결과 배아 발생 세포(embryonic cell)가 신체를 구성할 때 불균등(imbalance)한 분포를 보이는 것을 밝혀냈다. 배아 2세포기의 두 세포 중 한 세포가 다른 세포에 비해 더 많이 인체를 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그 비율은 1.4:1에서 6.5:1로 사람마다 달랐다. 사람의 발생과정의 개인적인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은 C.elegans와 같은 원시 생물과 달리 사람의 발생 과정에는 확률론적인 과정(stochastic process)이 개입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또한, 연구팀은 특정 신체 부위, 배엽(germ layer), 및 장기를 구성 할 때 특정 배아 세포가 더 많이 분포하는 불균등이 나타나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는 매우 초기부터 세포의 운명이 단계적으로 결정되는 것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불균등이 나타나는 시점 또한 추정하였고, 몸의 좌우 축(left-right axis), 배엽(germlayer)의 종류, 특정 신체 부위(anatomical region) 또는 장기(organ) 순으로 불균등이 형성되는 것을 확인하였다.
연구팀은 세포들의 계통도를 이용하여 배아발생과정에서 발생하는 체세포 돌연변이의 수를 시뮬레이션을 통해 추정하였다. 세포마다 매 분열마다 1개 전후의 돌연변이가 생기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수정란의 첫 분열시에는 이보다 더 많은 수의 돌연변이가 발생한다는 것을 보였다. 수정란 내에는 DNA 수리에 필요한 단백질(DNA repair protein)들이 충분히 발현하지 못하여 돌연변이 수가 높은 것으로 추측된다.
이 외에도 연구팀은 데이터 분석을 통해 수정란 내에 미토콘드리아의 이질성(heteroplasmy)이 존재한다는 것을 밝혔으며, 성염색체의 숫자 이상이 정상세포에서 흔하게 발생함을 보였다.
본 연구팀은 초고속 유전체 기술로 생성된 전장 유전체 빅데이터의 생명정보학 분석을 이용해 인간배아발생과정을 정밀 분석하였다. 본 연구팀에는 KAIST, 경북대 의과대학, 경북대 병원, 가톨릭의대, KISTI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및 지놈인사이트, 이뮨스퀘어㈜ 의 연구진들이 함께 참여하였다.
본 연구는 전장 유전체 빅데이터를 이용해 인간배아발생과정을 효과적으로 추적관찰 할 수 있음을 증명하였고, 여러 가지 새로운 사실들을 발견하였다. 미래에 더 많은 세포와 조직을 이용해서 연구의 규모를 확장한다면, 인간 배아 발생과정에 대한 더 자세한 청사진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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