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연구원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허원도 그룹리더 (KAIST 생명과학과 교수) 연구팀은 청색광 수용 단백질인 크립토크롬2(Cryptochrome2)를 변형한 크립토크롬2 클러스트(CRY2clust)를 개발, 기존에 비해 약 10배 더 빠른 반응속도로 단백질 군집을 형성하는 데 성공했다.
세포막 단백질이나 신호전달 단백질, 효소 등 많은 단백질은 자신들끼리 서로 군집을 이룰 때 제 기능이 활성화된다. 그 동안 화학물질을 이용해 단백질 군집 형성을 유도하려는 노력이 이뤄져왔으나 부작용과 시간적 제약 등 한계가 있었다. 광유전학 분야 연구자들은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는 대신 빛을 이용해 단백질 군집을 형성하고자 식물의 청색광 수용 단백질인 크립토크롬2를 활용해왔다.
IBS 연구진은 크립토크롬2의 일부 구조를 변형해 기존 크립토크롬2를 활용한 광유전학 기술보다 단백질 군집을 더 빠르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크립토크롬2의 단백질 사슬 C말단(C-terminal)에 특이적인 9개의 아미노산 잔기로 구성된 매우 짧은 펩티드(Peptide)를 부착하자, 일반 크립토크롬2보다 빛에 10배 이상 더 빠르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관찰한 것이다. 연구진은 이 기술을 기존 기술과 차별화하기 위해 CRY2clust라 이름 붙였다.
연구팀은 과거 자체 개발한 광유전학 기술에 CRY2clust를 접목해 CRY2을 이용한 기존 시스템과의 단백질 활성 효율의 차이를 확인했다. CRY2clust를 사용하면, 빛으로 세포막의 칼슘이온채널을 훨씬 빠르게 끄고 켜거나(광유도 칼슘이온채널 활성 시스템 ; OptoSTIM1), 신경세포의 분화를 더욱 효율적으로 조절(광유도 신경성장인자 수용체 활성 시스템 ; OptoTrkB)할 수 있었다.
연구진은 더 나아가 실험실에서 단백질 군집 형성에 주로 활용하는 여러 형광단백질(Fluorescent protein)과 크립토크롬2를 짝지어 결합해봄으로써, 빛을 이용해 단백질 군집을 더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는 조합의 조건을 찾았다. 형광단백질이 하나보다는 여러 개가 결합한 형태일수록(즉 단량체보다는 이합체나 사량체일때) 빛을 비추었을 때 광유도 클러스트를 더욱 높은 비율로 형성했다. 또한, 형광단백질을 크립토크롬2의 단백질 사슬 말단 중 N말단이 아닌 C말단에 붙이는 경우 광유도 클러스트 형성 효율이 더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단백질 군집이 잘 형성되는 조건을 찾았다는 점에서, 연구자의 실험 선택의 폭을 넓혀준 데 의의가 있다.
실험진은 CRY2clust를 개발해 빛을 이용한 단백질의 활성을 훨씬 효율적으로 유도하는데 성공했다. 허원도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개발한 CRY2clust는 향후 광유전학 분야의 실험에 유용한 도구가 될 것”이라며, “다양한 형광단백질-CRY2 조합을 통해 찾은 단백질 군집 형성 성공 요인은 광유전학 시스템 개발에 길잡이 역할을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본 연구결과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IF=12.124)에 미국시간으로 6월 23일자에 게재됐다.
저자정보
Hyerim Park, Na Yeon Kim, Sangkyu Lee, Nury Kim, Jihoon Kim & Won Do Heo*
연구내용 보충설명
■ 연구진은 크립토크롬2를 이용해 광유도 단백질 군집을 만드는 데 형광단백질이 도움이 된다는 기존 연구결과에 주목함. 형광단백질은 대체로 단량체(monomer)이지만, 이량체와 사량체와 같이 여러 개가 결합된 구조를 갖는 경우, 크립토크롬2와 결합하면 서로 엉기는 효과가 커 클러스트 형성에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음. 실험에 주로 많이 쓰이는 형광단백질들을 모두 크립토크롬2와 결합해봄으로써, 광유도 단백질 군집 형성에 대한 가이드라인 제시.
■ CRY2-형광단백질 조합을 살펴보는 과정에서, PCR실험 중 C말단에 종결 코돈(stop codon)이 없어지면서 특정 9개 아미노산이 추가됨. 추가된 9개 아미노산 잔기에 의해 광유도 단백질 군집이 빠르게 형성되는 것을 확인함. 이렇게 C말단의 특정 염기서열을 갖도록 만든 크립토크롬 변형 단백질을 CRY2clust라 명명함.
연구 이야기
[어려웠던 점] 지금까지 개발된 단백질 군집 시스템들 대부분은 화학물질을 이용하여 특정 단백질들을 군집화하는 것이었으나 화학물질에 의한 부작용 및 시공간적인 조절이 어렵다는 한계점 존재. 또한 크립토크롬2 는 빛에 반응하여 그 자체가 군집을 형성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조절하고자 하는 단백질의 종류에 따라 광유도 단백질 군집 형성 효율이 급격한 차이를 보여 연구자들의 사용에 제약이 있었음.
[성과 차별점] 본 연구진은 이러한 차이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구조적으로는 서로 유사하나 단백질 결합 상태 (oligomeric state) 가 서로 다른 다양한 형광 단백질들을 이용하여 크립토크롬2의 광유도 단백질 군집 형성 효율을 관찰함. 그 결과 형광단백질의 결합 구조와 CRY2-형광단백질 결합 위치가 크립토크롬2의 광유도 단백질 군집 형성 효율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힘.
[그림 1] 기존 크립토크롬2 대비 CRY2clust의 단백질 군집 형성 속도
청색광을 쬐어 주었을 때 새롭게 개발한 CRY2clust는 기존의 크립토크롬2(CRY2)에 비해 초반 매우 빠른 속도로 단백질 군집을 형성한다. 오른쪽 그래프는 CRY2/CRY2clust의 뚜렷한 단백질 군집 형성 비율 차이를 보여준다.
[그림 2] CRY2clust 시스템을 적용한 광유도 단백질 기능 조절
광유도 칼슘 이온 채널 활성 시스템(OptoSTIM1, 왼쪽)과 광유도 신경성장인자 수용체 활성 시스템 (OptoTrkB, 오른쪽)에 CRY2clust 시스템을 적용하면, 기존 크립토크롬2(CRY2)를 이용했을 때보다 더욱 빠르고 효과적으로 단백질이 활성화된 것을 확인했다. CRY2clust를 이용했을 때, CRY2를 적용한 경우보다 칼슘 이온 채널이 더 빠르게 열리고 신경성장인자 수용체의 활성 정도가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그림 3] 형광단백질을 이용한 다양한 단백질 군집 형성
(왼쪽) 구조는 비슷하나 서로 다양한 동형단백질 결합상태를 가지는 형광단백질들 목록.
(오른쪽) 다양한 형광단백질들이 융합된 크립토크롬2의 광유도 단백질 군집 형성 성질을 비교한 것이다. 형광단백질의 결합상태에 따라 크립토크롬2의 광유도 단백질 군집 형성 효율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알 수 있다. 형광단백질이 하나보다는 여러 개가 결합한 형태일수록(단량체보다는 이합체나 사량체일때), 빛을 비추었을 때 광유도 단백질 군집을 더욱 높은 비율로 형성했다.
[그림 4] 크립토크롬2-형광단백질 결합 위치에 따라 단백질 군집 형성비율 비교
형광단백질이 크립토크롬2의 어느 위치에 결합하는가에 따라 단백질 군집의 형성 비율이 달라지는 것을 확인했다. 그래프에서 검은색은 형광단백질을 크립토크롬2의 단백질 사슬 말단 중 C말단에 붙인 것이고, 회색은 N말단에 붙인 것이다. 비교 결과, EYFP, mCitrine, Ypet형광단백질이 CRY2의 C-말단에 융합됐을 때 CRY2의 군집 형성 효율이 좋아지는 것을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