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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생명과학
세포의 이동 방향 결정하는 ‘방향타 단백질’ 발견
Bio통신원(기초과학연구원)
우리 몸의 세포는 가만히 멈춰있는 것이 아니라 이동한다. 세포가 특정 방향으로 이동하는 과정은 배아 발달, 상처 치유, 면역 반응 등에 필수적이다. 우리 몸 여러 기관에 암이 전이되는 현상도 암 세포의 이동 때문에 발생한다고 볼 수 있는데, 이처럼 세포의 이동은 다양한 생리 및 병리적 조건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세포 이동에는 여러 종류의 소형 GTP 결합 단백질과 이 단백질의 활성을 조절하는 GEF 단백질들이 관여한다. 세포는 진행 방향 부위의 소형 GTP 결합 단백질(Rac1, Cdc42)이 활성화되면서, 동력을 내는 액틴 섬유를 중합(polymerization)해 지느러미 같은 돌출부를 만들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러나 기존 연구에서는 세포 이동을 관장하는 여러 종류의 GEF 단백질을 세포에 발현시켜도 세포의 이동이 크게 증가하지 않는 한계가 있었고, 세포 이동의 구체적인 작동원리를 밝히지 못했다.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기초과학연구원(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의 허원도 그룹리더 (KAIST 생명과학과 교수) 연구진은 GEF 단백질 중 하나인 ‘PLEKHG3’ 단백질이 세포의 이동 방향을 결정하는 ‘방향타’ 역할을 담당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발견했다. 또한, 독자적으로 개발한 광유전학 기술(광유도 분자 올가미, LARIAT)을 접목, 빛으로 ‘방향타 단백질(PLEKHG3)’ 의 활성을 조절해 세포의 이동을 실시간으로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바이오이미징 기술로 세포 내 63개 GEF 단백질들의 분포양상을 분석해, 세포가 이동하는 동안 세포이동을 조절할 가능성이 높은 GEF 단백질들을 선별했다. 그 중, PLEKHG3가 세포의 진행 방향 부위로 빠르게 이동하는 현상을 확인했다. 방향타 역할을 하는 이 단백질은 해당 부위에서 소형 GTP 결합 단백질을 활성화해 세포 골격을 이루는 액틴 섬유를 형성한다. 액틴 섬유는 그물망을 이루며 지느러미 같은 돌출부를 형성,해 세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이 과정에서 방향타 단백질은 액틴 섬유 자체와도 매우 강하게 결합하는데, 이 결합이 소형 GTP결합 단백질의 활성을 더욱 촉진시킴으로써 세포의 이동 속도를 더 빠르게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한, 연구진은 광유전학 기술로 방향타 단백질의 활성을 조절해 세포가 움직이는 방향을 인위적으로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 청색광 수용체를 이용해 만든 융합 단백질이 발현된 세포에 청색광을 비추면, 융합단백질이 PLEKHG3를 올가미처럼 붙잡아 PLEKHG3의 움직임을 방해하는 원리를 활용했다. 이에 따라 빛을 비추면 세포는 이동을 멈추고, 빛을 끄면 PLEKHG3의 활성이 다시 정상화돼, 세포는 움직인다. 빛을 비추는 부위를 조정해서, 세포의 이동방향도 제어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본 연구는 방향타 단백질인 PLEKHG3가 세포를 움직이게 하는 핵심 단백질임을 밝히고, 광유전학 기술로 빛을 통해 세포의 이동을 자유롭게 제어한 데 의의가 있다. 허원도 그룹리더는 “세포 이동을 극대화하는 새로운 메커니즘을 밝혀 암세포 전이 및 면역 세포 이동을 연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IF 9.809) 온라인판에 미국 동부시간으로 8월 22일자(한국 시간 기준 8월 23일 새벽 4시)에 게재됐다.
연 구 결 과 개 요
PLEKHG3 enhances polarized cell migration by activating actin filaments at the cell front
Trang T. T. Nguyen, Wei Sun Park, Byung Ouk Park, Cha Yeon Kim, Yohan Oh ,Jin Man Kim, Hana Choi, Taeyoon Kyung, Cheol-Hee Kim, Gabsang Lee, Klaus M. Hahn, Tobias Meyer, Won Do Heo*
(PNAS, in press)
소형 GTP결합 단백질 (small GTP-binding protein)은 세포의 이동, 발생, 세포신호전달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소형 GTP결합 단백질의 유전자 변이나 잘못된 조절 메커니즘에 의해 발생되는 질병은 그 동안 많이 연구돼왔다. 소형 GTP결합 단백질은 GEF, GAP, GDI이라는 조절단백질에 의해 활성이 조절된다. 이 중 GEF 단백질은 활성 조절이 비정상적일 경우, 암과 같은 각종 질병을 유발하게 된다. 인간 유전체 내에 GEF 단백질이 100여 개 이상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완전한 조절 메커니즘은 밝혀지지 않았다.
본 연구에서는 다양한 바이오이미징 기술을 통해 63개의 GEF 단백질의 세포 내 분포를 분석, 세포막이나 액틴 섬유 및 미세소관에 존재하면서 소형 GTP 결합 단백질(Rac1/Cdc42)을 활성화하여 세포이동을 조절할 가능성이 높은 GEF 단백질을 선별하였다. 그 중에서 PLEKHG3이라는 단백질이 세포가 이동할 때 세포의 진행 방향 부위로 활발하게 이동하는 것을 확인하였다. 연구진은 PLEKHG3가 액틴 섬유에 매우 강하게 결합하는 새로운 단백질임을 밝혀, Rac1/Cdc42을 활성화하고 이를 통해 액틴 섬유가 더욱 활성화 된다는 새로운 세포 이동 강화 메커니즘을 밝힐 수 있었다.
또한, 독자적으로 개발한 광유전학 기술로 PLEKHG3 단백질의 활성을 조절하고, 세포의 이동 방향까지 빛으로 제어하는데 성공했다. 청색광 수용체를 이용한 융합 단백질을 발현시킨 세포에 청색광을 비출 경우, PLEKHG3가 청색광 수용체 융합 단백질에 의한 올가미에 붙잡혀 기능이 저해돼, 세포는 이동을 멈추지만, 빛을 끄면 다시 움직인다. 연구진은 차후 특정 GEF 단백질과 소형 GTP 결합 단백질의 조절을 인위적으로 제어하여 암 등 인간의 질병을 치료할 실마리를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
연구 이야기
□ 연구를 시작한 계기나 배경은?
본 연구는 인간세포에서 100여개의 GEF 유전자를 분리하는 과정에서 시작됐다. 이후 GEF 단백질들의 기능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였고, 본 연구그룹(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바이오이미징 그룹)이 개발한 바이오이미징 기술과 광유전학 기술들을 적용하여 PLEKHG3에 의한 세포 이동 메커니즘을 밝히고 새로운 세포 이동 모델을 제시하였다.
□ 연구하면서 어려웠던 점이나 장애요소가 있었다면 무엇인지? 어떻게 극복(해결)하였는지?
그 동안 소형 GTP 결합 단백질을 활성화하는 수많은 GEF가 알려져 있어서, 본 연구에서 분리한 대부분의 GEF들이 이들과 기능이 비슷하였고 이미 잘 알려져 있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이것이 본 연구프로젝트가 장기간 진행된 이유이다. 그러던 중, 라이브 세포 이미징 방법으로 모든 GEF의 이동을 영상화했는데, PLEKHG3이라는 새로운 GEF가 세포이동시 세포 진행 부위 방향으로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흥미로운 현상을 발견해 연구를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 이번 성과, 무엇이 다른가?
이번 연구에서는 세포의 이동에 있어 세포전면부에서 소형 GTP 결합 단백질인 Rac1과 cdc42를 활성화하는 핵심단백질을 발굴하였고 본 연구 그룹의 독자적인 광유전학 기술을 적용하여 새로운 메커니즘을 밝힌데 의의가 있다. 대부분의 기존 광유전학기술들은 잘 알려진 단백질을 활용하여 빛으로 세포의 기능으로 제어하는데 반해, 이번연구에서는 광유전학 기술을 적용해 새롭게 발굴한 단백질의 기능을 연구하는데 성공, 광유전학기법을 이용한 새로운 연구방향을 제시하였다.
□ 꼭 이루고 싶은 목표와, 향후 연구계획은?
본 연구그룹이 진행하는 바이오이미징 및 광유전학 기술들을 통해 인간의 주요 질병 치료, 신경세포기능연구 및 생물학 연구에 기여하고 싶다. 그리고 우리가 개발한 독창적이고 다양한 광유전학기술을 신경생물학연구에 적용하여 새로운 연구방향을 제시하고, 기억 및 학습에 관련된 다양한 단백질과 이온들의 기능을 밝히고자 한다.
□ 기타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GEF 단백질들을 이용하여 본격적으로 연구를 진행한지 약 2년 만에 논문을 작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세포이동을 활성화하는 새로운 단백질을 발견하고 대부분의 실험기법을 광유전학을 이용하여 진행한 연구라, 다수의 저널에서 리뷰어들이 수많은 보강데이터를 요구하여 최초논문투고부터 PNAS저널에 발표하는데까지 총 2년이 걸렸다. 2년여 동안 보강실험을 하고 다수의 저널의 리뷰어들을 설득하는데 많이 지치고 힘들었지만, 세포 이동 연구에도 광유전학의 장점을 적절하게 이용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그림 1] 세포내 PLEKHG3의 위치분석
세포 이동시 세포 진행 방향의 세포 부위(전방 부위)에서 액틴섬유가 그물망을 이루어 돌출부(층상위족 lamellipodia)가 형성되는데, 방향타 단백질인 PLEKHG3를 세포에 발현시키면 액틴섬유형성이 증가하면서 지느러미 같은 돌출부가 만들어진다. 세포의 후면부는 바닥 표면의 유착이 적어지며 수축성이 증가하면서 세포가 이동하는데, 세포의 후면부로 이동한다고 알려진 TEM4 단백질이 관여한다. 그래프는 PLEKHG3와 TEM4단백질이 각각 세포의 앞, 뒤쪽에 분포하는 양상을 형광세기로 나타낸 것이다.
[그림 2] 세포이동시 PLEKHG3의 세포내 위치추적
바이오 이미징 기술을 통해 방향성을 가진 세포가 이동할 때, 세포 내에 있는 PLEKHG3에 형광단백질을 부착해 위치를 실시간으로 추적했다. 세포가 이동하는 동안 PLEKHG3는 세포의 진행 방향인 앞쪽에 위치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화살표로 표시된 검은색 부분이 PLEKHG3 단백질이 분포된 부위다. 세포가 이동할 때, PLEKHG3는 세포의 진행 방향 부위로 대부분 이동하며 세포 이동을 활성화시킨다.
[그림 3] PLEKHG3에 의한 새로운 세포이동 메커니즘.
A) 세포 극성은 세포의 모양, 구조 그리고 기능의 공간적인 차이를 의미한다. 세포는 앞쪽과 뒤쪽의 구조 차이에 의해 추진력이 생긴다. 세포의 전면부(전방 부위)에서는 액틴섬유에 PLEKHG3가 결합하여 소형 GTP 결합 단백질인 Rac1 및 cdc42 단백질이 활성화된다. 이는 다시 액틴 섬유의 합성을 유도해 세포의 이동을 증가시킨다.
B) PLEKHG3에 의한 새로운 세포이동 메커니즘. 세포이동신호가 세포에 전달되면 PLEKHG3가 활성화하여 세포가 나아갈 방향으로 이동한다. PLEKHG3에 의해 세포 진행 부위에 위치한 Rac1과 cdc42가 활성화되면, 액틴 섬유가 그물망을 이루며 돌출부를 형성된다. 또한, PLEKHG3가 액틴 섬유 자체와도 강하게 결합함으로써 Rac1 와 cdc42의 활성을 극대화 시키고 세포의 이동 속도를 높인다.
[그림 4] 광유전학 기술을 활용한 PLEKHG3 활성 실험(LARIAT for PLEKHG3)
A) LARIAT(Light-Activated Reversible Inhibition by Assembled Trap) 광유전학 기술을 적용하여 PLEKHG3의 기능을 억제하는 기술 모식도. 청색광에 반응하는 식물의 청색광 수용체를 이용한 융합 단백질에 GFP단백질(녹색형광단백질)과 결합하는 항체를 부착해, GFP가 붙은(표지된) PLEKHG3를 붙잡을 수 있도록 고안했다. 이로써, 세포에 청색광을 비추면, 청색광 수용체 융합 단백질이 GFP의 항원 항체 반응으로 PLEKHG3까지 붙잡아 가두는 분자 올가미가 형성된다. 따라서 PLEKHG3는 광유도 분자올가미에 갇히게 되어 움직이지 못하게 된다.
B) 광유도 분자올가미가 발현된 세포에 청색광을 비췄을 때 PLEKHG3의 기능이 저해돼, 세포의 이동 위한 돌출부(층상위족)가 사라지고 빛으로 끄면 다시 생성된다.
C) 세포전체에 청색광을 비췄을 때 광유도 분자올가미에 PLEKHG3가 붙잡혀, 세포의 전체부위에서 돌출부(층상위족)가 사라지는 모습이다.
D) 세포의 특정 부위(국소 부위)에 청색광을 비췄을 때 빛을 비춘 부위에서만 광유도 분자올가미가 형성돼 PLEKHG3의 움직임을 방해하면, 해당 부위는 돌출부(층상위족)가 사라지면서 이동이 멈추지만, 상대적으로 다른 부위는 PLEKHG3가 정상적으로 기능하기 때문에 세포이동의 방향성이 바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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