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척수손상으로 생긴 흉터(별세포)가 운동신경세포로 변신⋯마비 회복 입증
화를 바꾸어 좋은 일로 삼는 ‘전화위복(轉禍爲福)’처럼, 척수손상 후 형성되는 흉터를 신경세포로 바꾸어 마비를 회복시키는 신기술이 나왔다.
척추 손상은 한번 발생하면 신경 재생과 기능 회복이 매우 제한되는 대표적 난치 질환이다. 손상 부위에 ‘반응성 별세포*’가 과도하게 증식하며 ‘교세포 흉터**’를 만들기 때문이다. 이는 추가적인 손상 확산을 막는 방어벽인 동시에, 손상된 신경세포가 다시 자라고 신경회로를 복구하는 과정을 방해하는 장벽으로 알려져 있다.
* 반응성 별세포(Reactive astrocyte): 뇌나 척수에서 신경세포 주변의 환경을 유지하는 별 모양의 비신경세포인 별세포가 뇌 손상이나 염증 등에 반응하여 형태와 기능 등이 변화한 상태
** 교세포 흉터(Glial Scar): 뇌나 척수와 같은 중추신경계가 손상됐을 때 별세포 등의 교세포가 활성화되어 손상 부위를 둘러싸면서 생기는 일종의 ‘흉터 조직’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장석복) 기억 및 교세포 연구단 인지 및 교세포과학 그룹(단장 이창준)은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하윤 교수 연구팀과 함께 교세포 흉터를 오히려 신경 재생의 자원으로 삼는 전략을 고안하여 선택적 유전자 발현 기술 ‘TRANsCre-DIONE(트랜스크리-디오니)’를 개발했다. 이로써 손상 부위 내 ‘반응성 별세포’만을 표적해 운동신경세포로 직접 전환함으로써 신경회로 복구에 성공했다.
연구팀은 TRANsCre-DIONE 기술을 이용해 특정 세포가 신경세포로 분화하도록 유도하는 스위치 역할을 하는 단백질인 ‘Neurogenin2 (뉴로지닌2, 이하 Ng2)’를 척추 손상 부위의 반응성 별세포에만 발현되도록 해서, 반응성 별세포를 운동신경세포 특성을 가진 기능성 신경세포로 전환분화*했다. 전환된 세포들은 단순히 신경세포의 형태를 갖추는 데 그치지 않고, 전기 신호를 내보내거나 주변 신경회로와 연결되어 시냅스를 형성하는 등 신경세포 기능을 완벽히 수행했다.
*전환분화: 이미 분화가 종료된 체세포(somatic cell)를 줄기세포(stem cell) 단계를 거치지 않고, 다른 체세포(somatic cell)로 직접 분화시키는 것. 일반적으로 세포치료제는 iPSC를 만들거나 분화능을 가지는 줄기세포로 시켰다가 재분화시키는 단계를 거치는데, 이 중간 단계 없이 바로 분화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더불어 유전자 마스터 스위치인 Ng2는 마치 ‘카멜레온’처럼, 생쥐의 대뇌 선조체*에 주입했을 때는 해당 부위를 구성하는 세포 중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가바(GABA)성 신경세포**로, 척수 부위에 주입하자 운동 능력을 담당하는 운동신경세포로 바뀜을 확인했다. 즉 원하는 별세포를 주변 환경에 따라 꼭 필요한 신경세포로 환골탈태시킬 수 있는 맞춤형 분화 메커니즘을 발견한 것이다.
* 선조체(striatum): 기저핵(basal ganglia)의 가장 큰 입력 부위로, 운동 조절, 습관 형성, 보상 학습, 행동 선택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 가바(GABA)성 신경세포: 뇌의 신경세포 활동을 억제하거나 진정시키는 역할을 하는 뉴런
이러한 특성을 바탕으로 마우스 선조체 손상 모델에 기술을 적용한 결과 62%의 효율로 신경세포가 대체되었다. 특히 필터링이 까다롭고 복잡한 영장류인 게잡이원숭이의 선조체 환경에서도 93.13%라는 높은 표적 정밀도와 세포 전환 가능성을 입증하여, 향후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확인했다. 나아가 척수손상(SCI) 생쥐 동물모델에 TRANsCre-DIONE을 적용한 실험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신경 전환 효율(87%)을 기록하며, 손상 부위 주변의 신경회로를 재구성하고, 마비되었던 뒷다리의 운동 기능을 회복시키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이 개발한 TRANsCre-DIONE 시스템은 체내 존재하는 별세포만으로 신경 재생을 유도하며, 정상 세포에는 영향을 주지 않고 손상 부위의 반응성 별세포에서만 유전자가 활성화되도록 설계됐다. 따라서 기존 치료법인 줄기세포 이식이나 외부 세포 투여와 달리 면역반응, 종양(암) 발생 등 치명적 부작용을 원천 차단한다. 탁월한 효율성과 정확성뿐 아니라 안정성까지 확보한 차세대 중추신경계 회복 기술인 것이다.
공동교신저자인 하윤 교수는 “TRANsCre-DIONE은 신경회로의 근본적 재건 가능성을 제시함으로써 현행 척추손상 치료법의 한계를 극복해 냈다”며, “임상 적용 시 척수손상 치료의 패러다임을 기능 보존에서 신경 재생 중심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교신저자 이창준 연구단장은 “TRANsCre-DIONE 기술은 척수손상뿐 아니라 근위축성 측삭경화증(ALS), 파킨슨병, 뇌졸중 등 다양한 신경계 질환 치료에 널리 쓰일 것”이라며, “별세포가 마법처럼 신경세포로 변신하듯, 하루 빨리 TRANsCre-DIONE 기술이 실용화되어 척추손상 환자들이 일어서는 기적 같은 순간이 찾아오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주요 연구성과 1: 분자 수준에서 확인된 안전성, "기형종(Teratoma) 발생 위험 원천 차단"]
연구진은 유전자 치료의 최대 아킬레스건인 '암 또는 기형종(Teratoma) 형성 부작용' 검증을 위해 최첨단 유전체 분석(bulk RNA-seq)과 세포 분열 추적(BrdU/Ki67)을 진행했다.
유전체 분석 결과: 'TRANsCre-DIONE'를 주입하자 세포 분열 및 DNA 복제 관련 유전자(cell cycle pathway)가 급격히 감소한 반면, 성숙한 신경세포의 시냅스 신호 전달 유전자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는 마스터 유전자(Neurog2)가 반응성 별세포를 미분화 상태로 남겨두지 않고, 성숙한 신경세포 운명으로 강력하게 밀어붙였음을 뜻한다. 분열 능력이 없는 '안정적인 종말 신경세포'로 완전히 전입됨으로써, 줄기세포 치료의 고질적 문제인 미분화 세포 과증식이나 기형종(종양) 발생 위험을 분자 수준에서 원천 차단했음을 증명한 것이다.
[주요 연구성과 2: 드레드(DREADD) 기술로 증명한 "진짜 기능적 통합과 행동 회복"]
단순히 모양만 신경세포로 바뀐 것이 아니라, 실제 뇌 회로에 연결되어 작동하는지 검증하기 위해 화학유전학 기술인 드레드(DREADD, hM4Di)를 접목했다.
척수손상으로 뒷다리가 마비된 생쥐에게 기술을 적용하자, 유실되었던 운동 신경(Isl1+, Chat+ motor neuron)이 재생되며 마비되었던 다리를 움직이는 드라마틱한 행동 회복을 보였다.
이후 드레드 기술을 이용해 새로 만들어진 신경세포의 활성만을 인위적으로 억제(CNO 투여)하자, 회복되었던 뒷다리 운동 기능이 다시 마비되는 현상(Reversal of recovery)이 나타났다. 이는 운동 기능 회복이 우연이 아니라, ''TRANsCre-DIONE'를 통해 생성된 신생 신경세포가 기존 신경망과 완벽하게 기능적으로 통합(Functional integration)되어 제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이다.
[연구의 확장성: 영장류(원숭이) 모델 검증 및 주변 세포 재생 시너지]
본 기술은 생쥐뿐만 아니라 필터링이 까다로운 영장류(필리핀원숭이)의 뇌(선조체) 환경에서도 93.13%라는 경이로운 타겟 정밀도를 나타내어 인간에게 적용할 수 있는 임상적 타당성을 확보했다. 또한, 독성을 뿜어내던 반응성 별세포가 제거되면서 주변 미세환경이 정화되어, 치료제가 도달하지 않은 주변 이웃 세포들까지 스스로 증식하고 재생(MAP2 신호 증가)되는 예기치 못한 '상생(Synergistic) 재생 효과'도 확인됐다.
연구 이야기
[연구과정]
본 연구는 중추신경계 손상 후 나타나는 반응성 성상교세포를 손상 환경에서 직접 신경세포로 전환분화시킬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데서 출발하였다. 연구진은 반응성 성상교세포만을 선택적으로 표적화할 수 있는 TRANsCre-DIONE 시스템을 구축하고, 살아있는 뇌조직에서 적용하여 뇌 내 신경세포의 재생 가능성을 확인한 후, 이를 척수손상 동물모델에 적용하였다. 이후 새롭게 생성된 세포가 실제 운동신경의 특성을 획득하는지, 신경회로에 통합되는지, 그리고 운동 기능 회복으로 이어지는지를 세포·조직·행동 수준에서 단계적으로 분석하였다. 특히 단순 세포 표지에 그치지 않고 전기생리학적 특성과 신경 연결성까지 검증하여 기능성 신경전환 여부를 확인하였다.
[어려웠던 점]
척수손상 환경은 염증 반응과 조직 손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매우 불안정한 환경이기 때문에, 새롭게 전환된 세포가 실제로 생존하고 기능할 수 있을지를 예측하기 어려웠다. 또한 성상교세포를 운동신경으로 전환하더라도 단순히 형태만 변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신경회로에 연결되어 기능해야 의미가 있기 때문에, 이를 입증하는 과정이 가장 큰 도전이었다.
[성과 및 차별점]
기존의 척수손상 치료 연구들은 줄기세포 이식이나 외부 세포 투여 방식이 주를 이루었지만, 생착 효율과 면역반응, 종양 형성 가능성 등의 한계가 존재했다. 반면 본 연구는 손상 부위에 이미 존재하는 반응성 성상교세포를 직접 운동신경으로 전환함으로써 외부 세포 이식 없이 신경 재생을 유도했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특히 손상 후 활성화된 반응성 상태의 성상교세포를 선택적으로 표적화했다는 점, 그리고 전환된 세포가 실제 신경회로에 통합되어 운동 기능 회복에 기여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기존 연구 대비 높은 정밀성과 확장성을 가진다. 본 기술은 향후 다양한 신경손상 및 퇴행성 신경질환으로도 적용 범위를 넓힐 수 있는 재생의학 플랫폼으로 발전 가능성이 있다.
[향후 연구 계획]
향후 연구에서는 현재 개발한 반응성 성상교세포 기반 직접 신경전환 기술을 척수손상 외의 다양한 중추신경계 질환 모델로 확장 적용할 계획이다. 특히 외상성 뇌손상(TBI), 퇴행성 신경질환, 허혈성 뇌손상 등 반응성 성상교세포가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질환 환경에서의 활용 가능성을 검증하고자 한다. 또한 손상 부위와 질환 특성에 따라 서로 다른 신경세포 유형으로 선택적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유전자 재조합 전략과 세포 특이적 표적화 기술을 더욱 정교화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다양한 신경계 질환에 적용 가능한 범용적 재생의학 플랫폼 기술로 발전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림1] 반응성 성상교세포 특이적 운동신경 전환 및 척수 회복 유도 [그림=IBS]
연구팀이 개발한 ‘TRANsCre-DIONE’을 활용하여 별세포가 운동신경세포로 전환에 성공하고, 주변의 신경세포와 연결되었음을 확인한 실험 관련 이미지 (A) 반응성 성상교세포에서만 활성화되는 GFAP/Lcn2 기반 dual recombinase 시스템 (TRANsCre-DIONE)을 이용하여, 반응성 성상교세포를 선택적으로 운동신경으로 직접 전환하는 전략의 모식도. (B) 뇌의 선조체 부위에서 GFP 로 표지된 전환분화세포의 면역염색 결과. GFP 신호가 GFAP 양성 반응성 성상교세포와 공발현되며, 초기에는 표적 세포가 주로 성상교세포임을 확인하였다. 이후 일부 GFP 양성 세포에서 NeuN 발현이 관찰되어 신경세포로의 전환 가능성을 시사하였다. (C) 뇌의 선조체 조직에서 GFP, GFAP, NeuN 면역염색을 통해(그림 B) 세포 계통 변화를 분석하였다. 대조군에서는 GFP 양성 세포 대부분이 GFAP 양성이었으나, 전환군에서는 GFP 양성 세포 중 NeuN 양성 세포 비율이 증가하였다. 이는 반응성 성상교세포가 신경세포 계통으로 전환되었음을 보여준다. (D) GFP 양성 세포를 전기생리학적 테크닉으로 관찰한 결과, 활동전위를 생성하는 신경세포가 되었으며, 주변 신경세포와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하였다. (E) 정량 분석 결과, 대조군 대비 전환군에서 GFP+/NeuN+ 세포 수가 유의하게 증가하였으며, GFP+/GFAP+ 세포 비율은 감소하였다. 이는 반응성 성상교세포의 직접 신경전환 효율을 정량적으로 뒷받침한다. (F) 조직 염색 분석 결과, 세포 전환을 유도한 군에서 손상 부위의 조직 소실과 공동(cavity) 형성이 감소하는 경향이 확인되었다. 이는 직접 신경전환이 손상 조직의 구조적 안정화와 회복에 기여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G) 정량 분석 결과, 대조군 대비 전환군에서 GFP+/NeuN+ 세포 수가 유의하게 증가하였으며, GFP+/GFAP+ 세포 비율은 감소하였다. 이는 반응성 성상교세포의 직접 신경전환 효율을 정량적으로 뒷받침한다. (H) 특히, GFP 양성 세포에서 isl (운동신경세포 마커) 신호가 유의적으로 증가하여, 척수 조직내에서 운동신경세포로의 전환분화가 이루어졌음을 확인하였다. (I) 조직 투명화하여 GFP 양성인 세포를 조직 전체로 이미징하여, 전환분화된 신경세포의 신경다발이 연결되어있음을 확인하였다. 전체 결과는 척수손상 후 생성되는 반응성 성상교세포를 직접 기능성 운동신경으로 전환함으로써, 손상된 척수 회로 재구성과 기능 회복 가능성을 유도할 수 있음을 제시한다.

[그림2] 연구성과 모식도 [그림=I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