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OSTECH 임신혁 교수팀, 면역 유지·과도한 항체 반응 억제 Tfr 세포 분화 기전 규명
자가면역질환은 우리 몸을 지켜야 할 면역체계가 오히려 자기 몸을 공격하면서 발생한다. 그렇다고 면역 기능을 무작정 억누르면 감염에 쉽게 노출되는 문제가 생긴다. 국내 연구진이 정상적인 면역은 유지하면서도 과도한 면역반응만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면역 브레이크’의 작동 원리를 밝혀냈다.
POSTECH(포항공과대학교) 생명과학과·융합대학원 임신혁 교수, 생명과학과 통합과정 이혜나 씨 연구팀이 자가면역질환과 알레르기를 억제하는 ‘여포 조절 T세포(이하 Tfr* 세포)’가 만들어지는 핵심 원리를 최초로 규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기존 면역억제제와 다른 차세대 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제시하며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Tfr: T follicular regulatory T cell, 여포 조절 T 세포의 영문명. 체액성 면역 반응을 감시하고 조절하여, 자가항체의 생성을 억제함과 동시에 외부 항원에만 특이적인 항체가 생성되도록 체액성 면역계의 항상성을 유지하고 있다.
자가면역질환은 전 세계 인구 10명 중 1명이 겪을 만큼 흔한 병이다. ‘루푸스’, ‘류마티스성 관절염’ 등이 대표적이다. 이 질환들은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공격해야 할 항체가 '자가항체'로 변해 자기 몸의 조직을 공격하면서 생긴다. 현재 사용되는 치료제는 염증을 가라앉히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면역 기능 전반을 함께 억제하는 경우가 많아 자가면역질환은 잘 잡아도 감염병에 더 쉽게 걸리는 딜레마가 있었다.
연구팀은 과도한 항체 생성을 억제하는 'Tfr 세포'에 주목했다. 이 세포는 면역계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조절 T세포(Treg*)’에서 분화하는데, 어떤 신호를 통해 만들어지는지는 명확히 밝혀진 바가 없었다. 연구팀은 다양한 면역 신호 물질(사이토카인)들을 비교해 '인터루킨-6(이하 IL-6)'가 Tfr 세포 분화를 가장 강하게 촉진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리고 IL-6가 세포 안에서 'C/EBPα'라는 스위치 역할을 하는 유전자를 켜고, 이 스위치가 Tfr 세포 형성에 필요한 유전자(Bcl6, Cxcr5) 발현을 유도해 조절 T세포를 최종적으로 Tfr세포로 만드는 전 과정을 규명했다.
*Treg: Regulatory T cell, 조절 T 세포의 영문법. 과도한 면역 반응을 억제하여 전반적인 면역계의 항상성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로 동물실험에서 C/EBPα 유전자를 제거하자 Tfr 세포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 결과 항체가 지나치게 많아지면서 자가면역질환과 알레르기 증상도 악화됐다. 이는 사람에게서도 확인됐다. 루푸스 환자 혈액 분석 결과, 조절 T세포에서 C/EBPα가 많이 발현될수록 질병 활성도 지표(SLEDAI*)는 낮게 나타났다. 동물실험에서 찾아낸 원리가 실제 환자의 질병 상태와도 일치한 것이다.
*SLEDAI: Systemic Lupus Erythematosus Disease Activity Index의 약어. 전신성 홍반성 루푸스 환자의 질병 활성도를 평가하는 대표적인 임상 정수 지표를 의미한다.
이번 연구는 'IL-6-C/EBPα' 조절 축이 Tfr 세포를 만드는 핵심 열쇠라는 사실을 최초로 밝혔다는 데 의미가 있다. 면역 기능 전체를 억제하는 기존 치료 방식과 달리, 이 경로를 표적으로 삼으면 면역계의 균형을 정밀하게 조절하는 정교한 세포치료제나 표적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POSTECH 임신혁 교수(이뮤노바이옴 대표)는 "IL-6-C/EBPα를 조절해 Tfr 세포 생성과 기능을 제어할 수 있다면 자가면역질환과 알레르기를 더 정밀하게 치료하는 세포치료제 개발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자가면역질환은 물론 알레르기와 암에서도 어떤 역할을 하는지 후속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POSTECH, 이뮤노바이옴(주), 서울대 의대 연구진, 고려대 연구진, 아주대학교병원 연구진등 다기관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이뤄졌다. 또한, 글로벌박사양성사업, 박사과정생 연구장려금 지원 사업,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유형2) 및 바이오미래기술혁신연구센터(B-IRC) 지원으로 수행됐다.
연구 개요
[연구 배경]
자가면역질환은 전 인류 10명당 1명꼴로 발생하는 높은 유병률을 보이는 질병으로, 신체의 정상 조직을 공격하는 자가반응항체 생성이 유발 원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자가반응항체는 항체를 생성하는 체액성 면역계의 조절 기작이 소실되었을 때 발생하므로, 질병의 치료를 위해서는 소실된 조절 기작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현재 임상에서 사용되는 치료제는 증상 완화에 그치거나 전반적인 면역 억제와 같은 심각한 부작용을 동반하고 있다. 따라서, 근본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자가항체를 조절할 수 있는 면역세포 치료법 개발이 필요하다.
연구팀은 체액성 면역계의 핵심 수호자인 Tfr 세포에 주목했다. Tfr 세포는 지난해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조절 T (Treg) 세포의 아형으로,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된 체액성 면역 반응을 조절하여 자가반응항체의 생성을 억제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Tfr 세포는 2011년 처음 규명된 이래로 자가면역질환, 알레르기, 감염병 및 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질병들과의 연관성이 보고되며, 항체 생성 반응의 중요한 조절자 세포로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Tfr 세포의 생성, 분화 및 작용 기작에 관한 연구가 미진한 실정이다.
이에 연구팀은 Tfr 세포의 분화와 기능을 촉진하는 새로운 사이토카인-전사인자 상호 기작을 규명하고, 이 기작이 실제 자가면역질환과 알레르기질환 발병과의 연관성을 입증했다.
[주요 내용]
연구 결과, 인터루킨-6 (IL-6)가 Tfr 세포의 분화를 가장 잘 촉진하는 사이토카인임을 확인하였다. 실제로 IL-6 신호전달이 결손된 생쥐에서 Tfr 세포의 분화와 기능이 결핍되어 과도한 체액성 면역 반응이 발생함을 확인하였다. 또한, 작동 기작으로 IL-6-IL-6Rα 신호전달이 Treg 세포 내의 전사인자인 C/EBPα의 발현을 유도하여 Tfr 세포로의 분화를 촉진함을 밝혔다.
연구팀은 다양한 유전자 조작 생쥐를 이용하여 새롭게 발굴한 C/EBPα가 자가면역질환 및 알레르기 질병 모델에서 Tfr 세포의 분화와 기능을 촉진하여 질병 억제에 필수적임을 규명했다. 더 나아가, 연구팀은 실제 루푸스 환자 혈액 분석을 통해 Treg 세포 특이하게 C/EBPα의 발현이 높을수록 루푸스 환자의 중증도 (SLEDAI score)가 감소하는 상관관계가 있음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C/EBPα가 동물실험에서와 마찬가지로 자가면역질환 환자에서 임상 증상 억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자임을 확인했다.
[기대 효과]
이번 연구는 그간 밝혀지지 않았던 Tfr 세포의 분화를 촉진하는 신호전달 체계로서, “IL-6-C/EBPα” 신호전달 체계를 규명하고, 항체매개성 자가면역질환 및 알러지 질환 치료제의 새로운 약물표적 물질을 제시한 혁신적인 연구로 평가받고 있다. 연구를 이끈 POSTECH 임신혁 교수 (이뮤노바이옴 대표)는 “향후 IL-6-C/EBPα 제어물질 개발을 통해 Tfr 세포의 생성과 기능을 제어할 수 있다면 새로운 자가면역질환 및 알러지질환 세포 치료제 개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더 나아가 C/EBPα가 Tfr 세포와 연관된 다른 자가면역질환, 알레르기, 암에서도 역할을 하는지에 관한 후속 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자가면역질환을 억제하는 Tfr 세포 분화 촉진 IL-6-C/EBPα 축의 작동 기작 [그림=POSTECH]
IL-6는 IL-6Rα를 통해 Treg 세포에서 C/EBPα의 발현을 증가시켜, Tfr 세포에 중요한 유전자인 Bcl6와 Cxcr5 조절을 통해 Tfr 세포로의 분화를 촉진한다. 이렇게 생성된 Tfr 세포는 종자 중심 내에서 Tfh 세포 매개 B 세포의 과도한 활성을 억제하여 외부 항원 특이적인 항체 생성을 촉진한다. 반면, IL-6-C/EBPα 축이 손상되었을 경우, Treg 세포에서 Tfr 세포로의 생성 및 기능에 결핍이 생겨 과도한 종자중심 반응이 일어나고 자가반응항체가 생성되어 자가면역질환이 유발된다. 즉, 이번 연구는 Tfr 세포의 생성과 기능을 촉진하는 새로운 사이토카인-전사인자 축을 규명하여 자가면역질환의 세포 치료제 개발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본 그림은 BioRender.com을 이용하여 생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