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물 모델서 삼중음성 유방암·대장암 완전 관해 및 재발·전이 억제 효과 입증 -
한국연구재단(이사장 홍원화)은 심만규 박사(한국과학기술연구원), 양유수 교수(성균관대학교), 김준섭 교수(인천대학교) 공동 연구팀이 암세포가 방출하는 핵심물질을 표적으로 삼아 이를 조절하고, 나아가 환자의 면역력을 높이는 차세대 항암 면역기술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성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생화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 학술지인 ‘신호 전달 및 표적 치료(Signal Transduction and Targeted Therapy)’에 7월 9일 온라인 게재됐다.
최근 학계에서는 암세포가 분비하는 세포외소포체*(Tumor-derived extracellular vesicles, TEVs)가 종양 성장을 촉진할 뿐 아니라, 역으로 이를 억제하는 기능도 수행할 수 있다는 근거들이 축적되어 왔다.
* 세포외소포체(Extracellular Vesicle): 세포가 분비하는 나노미터 크기의 소포체로, 다양한 생체분자를 운반하여 세포간 신호 전달을 매개한다. 종양 유래 세포외소포체는 암의 성장, 전이 및 면역 회피를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기존의 약물학적 접근은 주로 세포외소포체를 비선택적으로 붕괴하거나 생성을 억제하는 것에 집중되어 있다. 이러한 방식은 항암 면역반응을 활성화할 수 있는 ‘유익한 세포외소포체’의 기능까지 차단해 치료 효율을 떨어뜨리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따라 암의 성장과 전이를 돕는 세포외소포체만 제거하고, 항암 면역을 활성화하는 면역원성 표현형의 세포외소포체만 선택적으로 생성할 수 있는 정밀 제어 기술이 필요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포외소포체를 끄고 켜는 신개념 전략인 ‘Switching TEVs Off and On’을 제안하고, 이를 구현하기 위한 나노스위치 치료제인 ‘EVOTAC’을 개발했다.
구체적인 작동 기전을 살펴보면, 연구팀이 개발한 치료제는 먼저 종양 유래 세포외소포체 생성에 관여하는 세포 내 핵심 단백질을 표적분해하여 세포외소포체의 생성을 차단함으로써 종양 환경을 초기화한다(Switch-Off). 이후 암 부위에 국소 레이저를 조사하면 종양 유래 세포외소포체 생성이 다시 활성화되는데, 이때 종양 세포는 치료제에 포함된 광감각제*에 의해 광역학치료** 반응을 일으키고 항암 면역을 유도하는 ‘면역원성 세포외소포체’를 우선적으로 생성하게 된다(Switch-On).
* 광감각제 : 광역학치료에 쓰이는 빛에 반응하는 약물
** 광역학치료 : 광감각제를 주입한 후 레이저를 쪼여 활성산소 발생을 통해 암세포 등 병변만을 선택적으로 파괴하는 치료법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나노스위치 전략을 삼중음성 유방암 및 대장암 동물 모델에 적용한 결과, 종양이 완전히 소멸되었을 뿐 아니라 항암 면역반응을 활성화함으로써 재발과 전이를 효과적으로 억제함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종양 유래 세포외소포체가 치료 표적이자 면역 조절 인자로 활용될 수 있음을 입증함으로써, 항암 면역치료 분야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였으며 새로운 지평을 여는 후속 연구를 촉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심만규 선임연구원은 이번 연구 성과에 대해 “종양 유래 세포외소포체를 무분별하게 억제하던 기존 접근법에서 벗어나, 이를 면역반응을 촉발하는 형태로 선택적으로 유도하는 신개념의 원천기술”이라며, “이번 성과가 기존 항암 면역치료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을 여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주요내용 설명
1. 연구의 필요성
○ 종양 유래 세포외소포체(Tumor-derived Extracellular Vesicle, TEV)는 암세포가 분비하는 나노 크기의 소포체로, 종양의 성장과 전이, 면역 회피를 촉진하는 주요 인자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의 치료 전략은 종양 유래 세포외소포체의 생성을 억제하거나 이미 분비된 세포외소포체를 비특이적으로 제거하는 데 집중되어 왔다.
○ 그러나 최근 연구들에 따르면 특정 환경에서 분비되는 종양 유래 세포외소포체는, 종양항원을 전달하고 수지상세포 및 세포독성 T세포를 활성화하여 항암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다면적 효과를 동시에 지니는 것으로 밝혀졌다.
○ 따라서 종양 유래 세포외소포체를 무분별하게 억제하는 기존 접근보다, 암을 촉진하는 세포외소포체는 제거하고 항암 면역을 유도하는 세포외소포체만 선택적으로 생성하도록 제어할 수 있는 정밀 조절 기술 개발이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2. 연구 내용
○ 연구팀은 종양 유래 세포외소포체의 표현형 (Phenotypes)을 정밀 제어하는 새로운 개념의 전략인 ‘Switching TEVs Off and On’을 제안하고, 이를 구현하기 위한 나노스위치 EVOTAC을 개발하였다. 이는 표적 단백질 분해제 (Proteolysis-targeting chemira, PROTAC)와 광감각제를 연결한 약물 접합체이며, 별도의 운반체 없이 초분자 자가조립을 통해 나노구조체를 형성한다.
○ EVOTAC은 종양 조직에 축적된 후 먼저 종양 유래 세포외소포체 생성에 관여하는 핵심 단백질인 Cyclooxygenase-2 (COX-2)를 표적 분해하여 세포외소포체를 초기화하는 ‘Switch-Off’ 과정을 유도한다.
○ 이후 국소 레이저 조사를 통해 광역학치료가 활성화되면 종양 세포는 강력한 면역원성 자극에 반응하여 세포외소포체 생성을 다시 활성화한다. 이 과정에서 종양세포는 항암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표현형의 종양 유래 세포외소포체를 우선적으로 생성하는 ‘Switch-On’ 과정을 거치며, 생성된 면역원성 세포외소포체는 수지상세포와 T세포를 활성화해 강력한 항종양 면역반응을 유도한다.
○ 연구팀은 이러한 전략이 삼중음성 유방암 동물 모델 및 대장암 동물 모델에서 종양의 완전 관해를 유도할 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면역기억 형성을 통해 암의 재발과 전이를 효과적으로 억제함을 확인하였다.
3. 연구성과/기대효과
○ 본 연구는 종양 유래 세포외소포체를 단순히 제거 대상으로 간주하던 기존 접근에서 벗어나, 종양 촉진성 세포외소포체는 억제하고 항암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세포외소포체를 우선적으로 생성하는 ‘Switching TEVs Off and On’ 전략을 구현했다. 이를 통해 종양 유래 세포외소포체를 항암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면역 조절 인자로 역이용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을 제시했으며, 향후 세포외소포체 기반 항암 면역치료 분야의 개념적 지평을 확장하고 다양한 난치성 고형암 치료를 위한 후속 연구를 촉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림1] EVOTAC의 설계 [그림=한국과학기술연구원]
종양 유래 세포외소포체(TEV)의 분비를 정밀 제어하는 ‘Switching TEVs Off and On’ 전략을 위한 EVOTAC의 화학적 구조를 나타낸다.
EVOTAC은 COX-2 단백질을 표적 분해하는 프로탁 (PROTAC)과 광감각제가 종양 특이적 절단 링커로 연결된 약물 접합체가 별도의 운반체 없이 분자 간 상호작용에 의해 자가조립되는 나노구조체이다.
[그림2] Switching TEVs off and on 전략의 작용 기전 [그림=한국과학기술연구원]
본 모식도는 EVOTAC을 통해 암을 공격하는 종양 유래 세포외소포체를 선택적으로 유도하는 ‘Switching TEVs Off and On’ 전략의 단계별 작용 기전을 보여준다.
(1) 종양 조직에 선택적으로 축적된 EVOTAC이 종양 바이오마커에 의해 활성화된 후,
(2) 표적 단백질 분해제가 COX-2를 분해하여 기저 종양 유래 세포외소포체의 생성을 차단하여 초기화 한다 (Switch-Off).
이후 (3) 광역학치료를 통해 항암 면역반응을 촉진하는 면역원성 세포외소포체의 생성을 유도한다 (Switch-On).
결과적으로 면역원성이 억제되어 있던 종양 미세환경을 전환하고 세포독성 T세포와 기억 T세포 활성화를 유도함으로써, 암의 전이와 재발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차세대 항암 면역치료 전략이다.
연구 이야기
[연구를 시작한 계기나 배경은?]
종양 유래 세포외소포체는 암의 성장과 전이를 촉진하고 면역계를 교란하는 악성 물질로만 인식되어, 기존 연구들은 주로 이들의 생성을 억제하거나 이미 분비된 세포외소포체를 제거하는 데 집중해 왔다. 그러나 최근, 특정 환경에서 암세포에서 분비되는 세포외소포체가 높은 면역원성을 나타낸다는 상반된 연구 결과들이 잇따라 보고되면서, 종양 유래 세포외소포체가 반드시 제거해야 할 대상은 아닐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이에 연구팀은 분비 메커니즘을 정밀하게 제어하여 암을 촉진하는 Oncogenic phenotypes의 세포외소포체는 제거하고 (Switch-Off), 항암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Antitumorigenic phenotypes의 세포외소포체를 선택적으로 생성 (Switch-On)할 수 있는 나노의학 기술을 개발해 보고자 본 연구를 시작하였다.
[이번 성과, 무엇이 다른가?]
기존의 세포외소포체를 표적하는 전략은 종양 유래 세포외소포체의 생성 자체를 억제하거나 이미 분비된 세포외소포체를 무차별적으로 제거하는 데 집중되어 있었다. 반면 이번 연구는 종양 유래 세포외소포체의 기능적 이중성에 주목하여, 종양 촉진성 세포외소포체는 제거하고 면역원성 세포외소포체를 우선적으로 생성하도록 유도하는 ‘Switching TEVs Off and On’ 전략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뚜렷한 차별성이 있다.
또한 별도의 약물 운반체 없이 분자 간 상호작용에 의해 자가조립되는 초분자 나노플랫폼을 구축함으로써, 기존 나노의약품의 한계인 낮은 약물 적재율, 운반체의 잠재적 독성 및 복잡한 생산 공정 문제를 동시에 해결했다. 이를 기반으로 표적 단백질 분해와 광역학치료를 단일 플랫폼으로 구현하여 종양 유래 세포외소포체를 면역원성 표현형으로 전환하고, 강력한 항암 면역반응을 유도함으로써 삼중음성 유방암 및 대장암의 성장, 재발 및 전이를 모두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실용화된다면 어떻게 활용될 수 있나? 실용화를 위한 과제는?]
면역 억제성 종양 미세환경으로 인해 기존 면역 치료제에 잘 반응하지 않는 난치성 고형암에서도 효과적인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다. 동물 실험에서 입증된 완전 관해 결과와 장기 면역기억 유도 효과를 바탕으로, 원발성 종양의 치료는 물론 암의 전이와 재발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차세대 항암 면역치료제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별도의 운반체 없이 약물 자체가 초분자 자가조립체를 형성하는 플랫폼은 생산 공정을 단순화하고 대량 생산 및 품질 관리를 용이하게 해 임상용 의약품으로 개발될 잠재력이 크다.
실용화를 위해서는 임상 적용을 위한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 우선 대동물 모델에서 독성 평가를 통해 안전성을 검증하고, 투여 일정 등 최적의 치료 프로토콜을 확립해야 한다. 나아가 약물의 대량 생산 공정 표준화와 GMP 수준의 품질 관리 체계 구축 등 임상 진입을 위한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