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및 자연과학대학 공동연구팀이 갑상선암에서 반복적으로 발견되는 EZH1 Q571R 돌연변이가 암세포의 후성유전체를 재편해 종양 성장을 촉진하는 새로운 분자 기전을 규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 권위의 국제학술지 Molecular Cell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는 암이 DNA 염기서열 변화뿐 아니라,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후성유전 정보의 이상을 통해서도 진행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EZH1은 후성유전 조절 복합체인 PRC2의 구성 단백질이다. PRC2는 H3K27me3라는 억제성 히스톤 표지를 만들어 특정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지금까지 암 연구에서는 같은 PRC2 복합체의 다른 촉매 단백질인 EZH2가 주로 연구되어 왔지만, EZH1 돌연변이가 암에서 어떤 방식으로 작용하는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서울대 공동연구팀 주요 연구진. 윗줄 왼쪽부터 이철환 교수, 류제경 교수, 이규언 교수. 아랫줄 왼쪽부터 김한별 대학원생, 김도균 대학원생, 하성윤 대학원생.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약리학교실 이철환 교수,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류제경 교수, 서울대병원 외과학교실 이규언 교수 공동연구팀은 여포성 및 호산성 갑상선 종양에서 EZH1 Q571R 돌연변이가 반복적으로 발견되는 점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환자 조직과 갑상선 세포주를 이용해서 생화학 실험, 단일 분자 생물물리 분석, 후성유전체 분석 등을 진행해 갑상선암에서 해당 돌연변이의 기능을 분석했다. 그 결과 EZH1 Q571R 돌연변이가 PRC2 복합체의 촉매 활성과 염색질 응축 능력을 증가시키고, 유전자 발현 억제 표지인 H3K27me3를 원래 활성 상태를 유지하고 염색질 영역까지 침범하도록 만든다는 사실을 밝혔다. 연구팀은 특히 EZH1 Q571R 돌연변이가 기존 후성유전 조절 모델에서는 설명되지 않았던 현상을 발견했다. 이는 서로 배타적인 것으로 여겨졌던 활성 표지(H3K36me2)와 억제 표지(H3K27me3)가 동일한 염색질 영역에서 비정상적으로 공존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새로운 후성유전 조절 원리를 제시한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분자 수준의 현상에 그치지 않았다. EZH1 Q571R을 가진 세포 및 환자 종양 조직에서 종양 억제 유전자의 발현이 감소했고, 염색질 구조 이상과 관련된 유전체 불안정성도 증가했다. 또한 동물모델에서는 EZH1 Q571R을 발현하는 갑상선암 세포가 정상형 EZH1을 발현하는 세포보다 더 빠르게 성장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는 여포성 및 호산성 갑상선 종양에서 반복적으로 관찰되는 EZH1 돌연변이의 생물학적 의미를 설명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이철환 교수와 김한별 학생은 “이번 연구는 EZH1 돌연변이가 단순히 효소 활성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활성 염색질의 경계를 무너뜨려 억제성 히스톤 표지(H3K27me3)가 활성 염색질 영역까지 침범하도록 만드는 새로운 후성유전 조절 기전을 규명했다”며 “이러한 변화가 염색질 구조와 히스톤 표지의 분포를 재편해 암의 성장과 진행을 촉진하는 후성유전체 환경을 만든다는 점을 밝힌 데 의의가 있다. 이번 연구는 향후 갑상선암의 분자 병리 이해를 넓히고, 후성유전 조절 인자를 표적으로 하는 정밀 항암 치료 전략 개발의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한, 류제경 교수와 김도균 학생은 "인간 치명적 후성유전 질환의 원인을 의료·생물·오믹스·물리를 융합한 접근으로 규명하고, EZH1 돌연변이가 염색체 응축을 강화한다는 사실을 단분자 생물물리 기법으로 최초 규명했다. 앞으로도 후성유전 변이의 생물물리학적 원인 규명 연구를 선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