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고려대, 암 성장 핵심 단백질 ‘엠토르(mTOR)’ 직접 억제 메커니즘 세계 최초 규명
필수 불포화지방산인 리놀레산 대사물질 ‘13-HODE’, 엠토르 단백질 활성 억제해 암세포 성장 저해
부작용 줄인 차세대 항암 치료 전략 가능성 제시
우리 몸속 단백질인 ‘엠토르(mTOR)’는 암세포에서 과도하게 활성화돼 세포 성장과 전이를 촉진한다. 한국 연구진은 식물성 기름 등에 풍부한 지방산이 체내에서 대사되며 생성되는 물질인 ‘13-HODE’가 엠토르에 직접 결합해 암세포 성장을 억제하는 ‘천연 브레이크’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 이번 연구는 차세대 항암 치료 전략 개발 가능성을 제시한 성과다.
KAIST(총장 이광형)는 생명과학과 김세윤 교수 연구팀이 고려대학교(총장 김동원) 약학대학 변영주 교수 연구팀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체내 지질 대사물질인 13-HODE(지방산이 대사되며 생성되는 지질 대사물질)가 암세포 성장의 핵심 조절 인자인 엠토르의 활성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2일 밝혔다.
또한 이번 연구에는 KAIST 생명과학과 김미영 교수, 가천대학교(총장 이길여) 의과대학 오병철 교수, 미국 메릴랜드대학교 약학대학 패트릭 윈트로드(Patrick Wintrode) 교수, 다니엘 데레지(Daniel Deredge) 교수 연구진이 공동연구로 참여하였다.
엠토르는 세포 성장과 에너지 사용을 조절하는 중요한 효소(생체 반응을 돕는 단백질)다. 하지만 암세포에서는 엠토르 활성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해 세포 증식과 전이를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엠토르를 제어하기 위한 항암 치료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연구팀은 엠토르 단백질과 결합할 수 있는 물질들, 특히 우리 몸이 스스로 만들어내는 천연 대사물질에 주목했다. 방대한 대사체 스크리닝(생체 내 대사물질을 대량 분석하는 기술)을 통해 발굴한 ‘13-HODE’ 라는 지방이 몸속에서 변하면서 생기는 지질 대사물질이 엠토르 단백질의 활성 부위에 직접 달라붙어 암세포에서의 작동을 멈추게 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13-HODE(13-Hydroxyoctadecadienoic acid) 분자는 우리 몸에서 식물성 기름 등에 풍부한 리놀레산(필수 불포화지방산)이 체내에서 대사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이 과정에서 ‘ALOX15(지방산 산화 반응을 유도하는 효소)’가 리놀레산을 산화시키며 13-HODE를 만든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13-HODE가 암을 억제하는 효능이 있다는 단순한 수준을 넘어서, 엠토르 단백질과 물리적으로 직접 결합하여 그 기능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분자 기전(생체 내 작동 원리)을 규명한 것이다. 연구팀은 이를 분자 결합 시뮬레이션(컴퓨터 기반 분자 상호작용 분석)과 질량분석(분자의 질량과 구조를 분석하는 기술) 등을 통해 검증했다.
연구팀은 유방암과 대장암 세포에서 13-HODE 농도가 매우 낮다는 점도 확인했다. 이는 13-HODE 생성에 필요한 ALOX15 효소의 발현(유전정보가 실제 단백질로 만들어지는 과정)이 감소했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ALOX15와 13-HODE의 생성을 증가시키면 엠토르 활성이 감소하고 암세포 성장도 억제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김세윤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인체 내에서 생성되는 지방 대사물질이 암 성장 핵심 단백질인 엠토르를 직접 억제할 수 있다는 점을 밝혀낸 데 의미가 있다”며 “향후 지방 대사를 활용한 새로운 항암 치료 전략뿐 아니라 염증과 노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엠토르 과활성을 조절하는 치료제 개발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연구를 수행한 고려대학교 약학대학 변영주 교수는 “이번 연구는 생명과학과 약학의 융합을 통해 단백질과 지방산 대사체의 상호작용을 분자 수준에서 규명한 연구”라며 “향후 혁신 신약 개발의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엠토르 연구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미국 일리노이대 지에 첸(Jie Chen) 교수는 저널 프리뷰를 통해 “암세포 제어의 새로운 돌파구를 제시한 탁월한 발견”이라고 평가했다.
KAIST 생명과학과 박승주 박사, 김세라 박사과정 학생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하고 고려대학교 약학대학 변영주 교수, KAIST 생명과학과 김세윤 교수가 공동교신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는 화학생물학 분야 국제 학술지 셀 케미컬 바이올로지(Cell Chemical Biology)에 지난 5월 21일 게재되었다. 또한 연구의 중요성을 인정받아 저널 5월호의 표지 논문으로 선정되었다.
※주저자 정보: 박승주 박사(KAIST, 제1저자), 김세라 박사과정 (KAIST, 제1저자), 변영주 교수(고려대학교 약학대학, 공동교신저자), 김세윤 교수(KAIST 생명과학과, 공동교신저자)
한편, 이번 연구는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중견연구지원사업,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실, 선도연구센터, KAIST 퀀텀+X 학제간 융합기술개발과제, KAIST 그랜드 챌린지 사업, 교육부 중점연구소 사업 지원등을 받아 수행됐다.
□ 연구개요
엠토르(mTOR) 단백질은 암세포에서 과도하게 활성화되어 종양의 증식과 전이를 유발한다. 많은 연구에도 불구하고 엠토르 단백질 활성을 정교하게 조절하는 분자들에 대한 이해도가 여전히 부족하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KAIST 연구팀은 우리 몸속에 존재하는 천연 대사물질에 주목하였으며, 방대한 대사체 스크리닝을 통해 리놀레산 대사물질인 ‘13-HODE’가 엠토르의 활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천연 브레이크’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규명하였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13-HODE가 엠토르 단백질의 활성 부위에 물리적으로 직접 결합하여 기능을 낮춘다는 정교한 메커니즘을 입증한 것에 있다. 분자 결합 시뮬레이션과 질량 분석 기술을 통해 이러한 결합 기전을 분자 수준에서 검증하였으며, 실제 암 동물 모델에서도 13-HODE 투여 시 종양의 크기가 획기적으로 감소함을 확인하였다. 이는 인공 화합물이 아닌 인체 내 지질 대사물질로 암 성장의 핵심 경로를 직접 제어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향후 부작용 없는 차세대 항암제 개발은 물론 염증 및 노화 억제를 위한 새로운 약물 설계의 원천 기술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 용어 설명
*엠토르(mTOR): 엠토르 (mTOR, Mechanistic Target of Rapamycin) 단백질은 이름 그대로 포유류 내에서 항암제인 라파마이신이 결합하는 표적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비록 라파마이신이라는 천연물을 통해 처음 알려졌으나, 전 세계 연구자들은 엠토르 단백질이 세포 내부에서 어떻게 정교하게 조절되는지 이해하기 위하여 매진해 왔습니다. 엠토르 단백질은 생체 내에서 영양 상태와 에너지 수준, 호르몬 신호들을 종합적으로 감지하여 세포의 성장과 증식을 진두지휘하는 일종의 '중앙 관제탑' 역할을 수행합니다.
엠토르 단백질은 에너지가 충분할 때 단백질 합성을 촉진하고 대사 과정을 활성화하여 세포 성장을 돕는 반면, 세포 내 노폐물을 청소하는 자가포식은 억제하여 세포가 증식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합니다. 특히 암세포에서는 엠토르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과도하게 가동되어 멈추지 않는 종양 증식과 암 전이를 일으키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따라서 엠토르의 활성을 세밀하게 억제하는 기술은 항암 치료의 성패를 가를 뿐만 아니라, 대사 질환 치료 및 노화 억제를 아우르는 현대 생명과학 및 신약개발 연구의 핵심 난제로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13-HODE(13-Hydroxyoctadecadienoic acid): 13-HODE 분자는 식물성 기름 등에 풍부한 필수 지방산인 리놀레산이 체내에서 특정 효소(ALOX15)에 의해 산화될때 생성되는 대표적인 지질 대사물질입니다. 우리 몸속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이 분자는 세포의 사멸, 분화, 그리고 염증 반응을 다양하게 조절하는 신호 전달자로서 알려져 왔습니다. 많은 종류의 암세포에서는 13-HODE 농도가 매우 낮은데 그 이유는 합성에 필수적인 효소인 ALOX15의 발현이 낮아지도록 변화되기 때문입니다. 이번 연구를 통하여 종양 억제 효능을 갖는 ALOX15 효소와 대사 산물인 13-HODE 생산을 암세포에서 높게 유도한다면 엠토르 활성을 억제하여 암성장을 억제할 수 있음을 검증하였습니다.

<그림 1> 식품으로 섭취한 리놀레산은 ALOX15 효소에 의해 지질 대사물질인 13-HODE로 전환되며, 이렇게 생성된 13-HODE는 세포 성장 조절 단백질인 mTOR의 활성 부위에 직접 결합하여 그 기능을 차단하는 천연 저해제 역할을 수행함. 결과적으로 13-HODE의 농도 상승은 암세포에서 과활성화된 mTOR 신호 전달 체계를 억제함으로써 암세포의 성장과 증식을 근본적으로 저지하는 항암 효능을 나타냄. [사진=KAIST]
<그림 2> 연구 이미지 (AI 생성) [사진=KAIST]
<그림 3> 저널 Cell Chemical Biology 5월호 표지 논문
ALOX15 효소에 의해 불포화 지방산 대사물질인 13-HODE가 합성되며, 이렇게 생성된 13-HODE는 세포 성장 조절 단백질인 mTOR의 기능을 차단하는 천연 저해제 역할을 수행함을 모식도로 구현함. [사진=KA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