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ST·서울대, '민들레 홀씨' 나노 플랫폼으로 첨단 치료제 콜드체인 의존 끊어
- CRISPR·mRNA·단백질 의약품 등 차세대 바이오의약품 전반에 적용 가능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mRNA 백신을 영하 70도에서 보관해야 했던 개발도상국 수억 명은 백신을 제때 맞지 못했다. *콜드체인, 즉 냉장·냉동 유통망이 닿지 않아서였다. 차세대 유전자 치료제·단백질 의약품도 같은 벽에 막혀 있다.
*콜드체인(cold chain) : 보통 식품이나 의약품 업계에서 쓰이는 용어로 냉장, 냉동 유통망을 의미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 오상록) 생체재료연구센터 이효진 박사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나노다공성 기반 바이오의약품 전달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기존 바이오의약품은 영하 수십 도의 콜드체인 없이는 구조가 무너진다. 상온에 노출되는 순간 단백질이 변성되고 유전자 편집 기능이 사라진다. 동결건조 기술이 있지만 이 과정 자체에서 생체분자 구조가 변형돼 기능이 크게 떨어지는 문제가 지속됐다. 보관·유통 비용은 전체 치료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며, 냉장 인프라가 없는 지역에서는 치료 접근 자체가 차단된다.
연구팀은 기존의 접근 방식을 뒤집었다. 동결건조 과정에서 분자 구조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라는 질문 대신, '동결건조가 끝난 뒤에도 기능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를 먼저 설계했다.
동결보호제 조성과 나노입자 구조를 동시에 최적화해, ‘민들레 홀씨’처럼 가볍고 다공성 구조를 가진 나노 전달체를 설계했다. 이 구조는 유전자 편집 물질을 내부에 안정적으로 포집하며, 건조 상태에서 보관 후 물을 만나는 순간 구조와 기능을 빠르게 회복한다.
연구팀은 이 플랫폼에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CRISPR-Cas9)로 편집한 물질을 적용해 성능을 검증했다. 동결건조 후에도 유전자 편집 기능의 약 70%가 유지됐고, 상온 90일 보관 후에도 생체분자 기능이 정상임을 확인했다. 상온 노출 수 시간 만에 기능을 잃는 기존 제품과 비교하면 질적으로 다른 수준이다.
이 기술이 실현되면 냉장 인프라가 없는 농촌·도서 지역이나 개발도상국에서도 백신과 치료제를 유통할 수 있게 된다. 코로나19 당시 mRNA 백신을 영하 70도로 유지하지 못해 수억 명이 접종 기회를 잃었던 상황이 반복되지 않을 수 있다.
이번 플랫폼이 단순한 보관 기술과 다른 점은 전달 기능을 내장했다는 데 있다. 나노다공성 구조가 생체분자의 세포 내 이동을 촉진하며, 피부에 붙이는 미세바늘 패치와 결합하면 주사 없이 스스로 치료제를 투여하는 자가 치료 시스템으로도 확장된다. 병원에 가지 않아도, 주사를 맞지 않아도 치료받을 수 있는 시대가 한 걸음 더 가까워진 셈이다.
KIST 이효진 박사는 “유전자 치료제의 가장 큰 벽이었던 보관 안정성과 전달 효율 문제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동시에 해결한 기술적 기반을 마련했다”며 “콜드체인 없이도 바이오의약품이 필요한 곳 어디서든 쓰일 수 있는 시대를 앞당기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본 연구는 보건복지부 한미혁신성과창출R&D사업(RS-2024-00438476)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재글로벌영커넥트 사업(RS-2024-00403376)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으며,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Advanced Materials」 (IF=26.8, JCR 분야 상위 2.1%)에, 속표지 논문으로 게재됐다.
논문 정보
□ 논문
ㅇ (제목) A Cryoprotectant-Compatible Nanoporous Platform for Stable and Scalable Delivery of Biopharmaceuticals
ㅇ (학술지) Advanced Materials
ㅇ (게재일) 2026.03.12.(온라인), 2026.06.17.(최종게재일(예정))
ㅇ (DOI)
https://doi.org/10.1002/adma.202510532 □ 저자
ㅇ 이시안 학생 연구원(공동 제1저자, KIST 생체재료연구센터)
ㅇ 김성찬 교수(공동 제1저자, 경상국립대학교 약학대)
ㅇ 이효진 책임연구원(교신저자, KIST 생체재료연구센터)
ㅇ 강지형 교수(교신저자, 서울대학교 화학부)
□ 내용 요약
ㅇ (연구배경)
유전자 치료제(CRISPR-Cas9, mRNA 등)는 난치성 질환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꿀 차세대 의약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단백질과 RNA 기반의 특성상 매우 불안정하여 장기 보관이 어렵고, 대부분 냉장·냉동 기반의 콜드체인에 의존해야 한다는 한계를 가진다. 이로 인해 생산 이후 저장과 유통 과정에서 비용 증가와 접근성 제한이 발생하며, 상온에서 안정적으로 보관할 수 있는 기술 확보가 산업적으로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더불어 기존 동결건조 기술은 생체분자의 구조 변형과 활성 저하 문제로 적용이 제한적이며, 체내 전달 과정에서도 효율 저하가 발생해 치료 효과를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유전자 치료제의 저장 안정성과 전달 효율을 동시에 개선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 개발이 요구되고 있다.
ㅇ (연구내용)
본 연구에서는 동결보존제와 호환 가능한 나노다공성 구조 기반 전달 플랫폼 ‘Nano Banker & Blowball(NB²)’을 개발하였다. 해당 플랫폼은 나노스케일 기공 구조를 통해 CRISPR-Cas9 RNP와 같은 생체분자를 안정적으로 포집하고 보호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특히 이 나노입자는 동결건조 과정에서도 생체분자의 구조적 변형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되어, 동결건조 이후에도 재수화 시 본래의 구조와 기능을 빠르게 회복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기존 동결건조 기술에서 나타나는 활성 저하 문제를 극복하고, 상온 조건에서도 장기간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본 플랫폼은 단순한 저장 기술을 넘어 효율적인 전달 기능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그 결과, 동결건조 이후에도 약 70% 수준의 유전자 편집 활성이 유지되었으며, 재수화 시 구조적 및 기능적 완전성이 빠르게 회복되는 특성을 확인하였다. 또한 동결건조된 분말 형태로 제조된 뒤 상온에서 90일간 보관한 조건에서도 기능이 유지됨을 확인하여, 안정성과 기능성을 동시에 확보하였다.
나아가 본 연구에서는 해당 플랫폼이 마이크로니들(microneedle)과 같은 최소 침습형 전달 시스템에도 적용 가능함을 확인하여, 피부를 통한 유전자 치료제 전달 등 다양한 투여 방식으로의 확장성을 제시하였다.
ㅇ (기대효과)
본 기술은 유전자 치료제의 저장 안정성과 전달 효율을 동시에 개선할 수 있는 통합 플랫폼으로, 차세대 바이오의약품의 실용화를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상온에서의 장기 보관이 가능해질 경우, 기존 콜드체인 중심의 유통 구조를 개선하여 생산·저장·운송 전 과정에서 비용 절감과 함께 치료제 접근성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이는 의료 인프라가 제한된 지역이나 감염병 등 긴급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치료제 공급을 가능하게 하여, 글로벌 보건 및 공중보건 대응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본 플랫폼은 CRISPR-Cas9뿐 아니라 mRNA, 단백질 등 다양한 바이오의약품에 적용 가능한 범용 기술로, 다양한 질환에 대한 맞춤형 치료 전략으로 확장될 수 있다.
나아가 마이크로니들 패치와 같은 비침습적 전달 기술과 결합할 경우, 환자가 직접 치료제를 투여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방식으로 발전할 수 있어 환자 편의성과 치료 효율을 동시에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결과 문답
□ 연구를 시작한 계기나 배경은?
유전자 치료제와 mRNA 백신과 같은 차세대 바이오의약품은 높은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구조적으로 매우 불안정해 저장과 전달 과정에서 활성이 쉽게 감소하는 문제가 있다.특히 대부분의 바이오의약품은 저온 보관(콜드체인)에 의존해야 하며, 체내에서도 쉽게 분해되어 전달 효율이 낮다는 한계를 가진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관 안정성과 전달 효율을 동시에 개선할 수 있는 새로운 전달 플랫폼을 개발하고자 본 연구를 시작했다.
□ 이번 성과, 무엇이 다른가?
이번 연구의 핵심은 유전자 치료제의 ‘보관’과 ‘전달’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했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유전자 편집 물질을 나노구조 내부에 보호한 뒤, 이를 동결건조하여 상온에서도 안정적으로 보관 가능한 ‘나노 뱅커’ 플랫폼을 개발했다.
동결건조 이후에도 약 70% 수준의 유전자 편집 활성이 유지되었으며, 기존 전달 시스템 대비 높은 전달 효율과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했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 실용화된다면 어떻게 활용될 수 있나?
본 기술은 유전자 치료제, mRNA 백신, 단백질 치료제 등 다양한 바이오의약품에 적용 가능한 범용 플랫폼으로 활용될 수 있다. 특히 상온 보관이 가능해질 경우, 기존 콜드체인 중심의 유통 구조를 개선하여 백신 및 치료제의 보급성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또한 마이크로니들 패치와 같은 비침습적 전달 방식과 결합할 경우, 자가 투여가 가능한 치료 시스템으로 확장될 수 있다.
이를 통해 보관과 전달이 어려웠던 기존 차세대 바이오의약품의 적용 범위를 다양한 투여 방식으로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기대효과와 실용화를 위한 과제는?
본 연구는 바이오의약품의 보관 불안정성과 낮은 전달 효율이라는 두 가지 핵심 한계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상온 안정화와 전달 효율을 동시에 확보함으로써, 기존 콜드체인 중심의 바이오의약품 유통 및 치료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향후 대량 생산 공정 확립, 장기 안정성 검증, 생체 내 안전성 평가 등의 추가 연구가 이루어진다면, 실제 임상 적용이 가능한 차세대 바이오의약품 전달 플랫폼으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림 1] 유전자 치료제의 안정적 보관과 효율적 전달을 동시에 구현한 나노 뱅커 플랫폼 개념도
동결건조 나노 뱅커는 유전자 치료제를 동결건조를 통해 안정화하여 상온 보관이 가능하도록 하고, 주사 및 패치 등 다양한 방식으로 체내 전달할 수 있도록 설계된 플랫폼이다. [사진=KIST]
[그림 2] 동결건조 후에도 유지되는 유전자 편집 기능과 향상된 전달 효율
나노 뱅커는 동결건조 이후에도 유전자 편집 활성을 유지하며, 기존 전달체 대비 높은 전달 효율을 보였다. 형광 신호 감소를 통해 유전자 작용이 효과적으로 일어남을 확인했다. [사진=KIST]
[그림 3] 마이크로니들 기반 유전자 치료제의 in vivo 전달 및 효과 검증
동결건조 나노 뱅커를 담지한 마이크로니들 패치는 피부를 통해 유전자 치료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였으며, 시간 경과에 따른 형광 신호를 통해 체내 전달 및 작용이 확인되었다. [사진=KIST]
[그림 4] 표지 논문(Inside cover) 이미지
‘동결건조 나노 뱅커’ 구조가 유전자 편집 물질(CRISPR-Cas9)을 보호하고 저장하는 모습을 시각화한 그림. 민들레 홀씨(blowball)에서 착안한 구조는 내부 기공에 치료제를 안정적으로 보관하며, 동결건조 (좌측 파란색) 후에도 활성 상태 (우측 초록색)를 유지한 채 방출되는 과정을 표현했다. [사진=K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