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HP 단백질이 연골 분해 효소 생성을 억제해 퇴행성 관절염 진행을 막는 기전 최초 규명
- SHP 유전자를 전달하자 연골 손상과 통증이 줄어들어 퇴행성 관절염 치료 가능성 확인
나이가 들면 많은 사람들이 무릎이나 손가락 관절이 아프고 움직이기 힘들어지는 퇴행성 관절염을 겪는다. 이 질환은 관절 속에서 뼈와 뼈 사이를 보호하는 연골이 점점 닳아 없어지는 병으로 전 세계적으로 가장 흔한 관절 질환 중 하나다. 하지만 현재 치료는 대부분 통증을 줄여주는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연골이 망가지는 과정을 근본적으로 멈추게 하는 치료법은 아직 없는 상황이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원장 권석윤, 이하 생명연) 국가바이오인프라사업본부 실험동물자원센터 이철호ㆍ김용훈 박사 연구팀은 충남대학교병원 내과 김진현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우리 몸속의 ‘SHP(NR0B2)’라는 단백질이 퇴행성 관절염으로부터 연골을 지켜주는 핵심적인 방패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먼저 실제 퇴행성 관절염 환자의 연골 조직과 퇴행성 관절염에 걸린 실험쥐를 분석했다. 그 결과, 병이 진행될수록 SHP 단백질의 양이 급격히 감소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연골을 보호하는 핵심 성분인 SHP가 사라지면서 관절 파괴가 가속화됨을 의미한다. 이어 SHP 단백질이 제거된 실험쥐를 분석하자 일반 쥐보다 통증은 심해지고 연골 손상 속도는 훨씬 빨라졌다. 반대로 관절에 SHP 단백질을 보충해주자 손상된 연골이 줄어들고 관절 기능이 회복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이러한 사실을 바탕으로 연구팀은 SHP가 연골을 파괴하는 가위 효소(MMP-3, MMP-13)의 생성을 신호 단계에서부터 차단하여 연골 보호막을 지켜내는 작동 원리를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
나아가 연구팀은 주사 한 번으로 효과가 오래 지속되는 유전자 치료의 가능성도 확인했다. SHP 유전자를 탑재한 치료용 바이러스를 관절에 주입하자, 이미 관절염이 진행된 동물에서도 연골 손상이 멈추고 통증이 뚜렷하게 줄어드는 치료 효과를 입증했다.
연구책임자인 이철호 박사는 “이번 연구는 SHP 단백질이 퇴행성 관절염의 발생과 진행 과정에서 연골을 보호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규명한 것”이라며 “앞으로 SHP를 활용한 치료 전략이 개발된다면 퇴행성 관절염의 진행을 늦추거나 예방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접근법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결과개요
□ 연구배경
○ 퇴행성 관절염은 노화, 비만, 과도한 관절 사용 및 외상 등으로 인해 관절 연골조직이 점진적이고 비가역적으로 닳아 없어지는 대표적인 만성 관절질환이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흔한 관절 질환으로, 세계적으로 60세 이상 인구 29.5%, 70세 이상 인구 35.5%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65세 이상 인구의 퇴행성무릎관절염 유병률은 80%에 달하며, 고령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환자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 관절 연골은 연골세포와 연골기질분자 (extracellular matrix; ECM) 만으로 구성되며, 정상 상태에서는 연골세포에 의한 ECM 합성과 분해가 균형을 이루어 조직의 항상성을 유지한다. 그러나 관절의 비정상적인 기계적 자극이나 염증 반응이 지속될 경우, 연골세포의 생화학적 신호전달 체계를 변화시켜 연골기질분자의 생성과 분해의 균형이 깨져 생성 속도보다 분해되는 속도가 더 빨라지면서 연골 파괴가 진행된다.
○ 현재 퇴행성 관절염 치료는 소염진통제, 히알루론산 및 스테로이드 주사 등을 통해 통증을 낮추는 대증요법에 국한되어 있으며, 말기에는 인공관절 대체 수술로 치료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치료는 질병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하고 효과 또한 영구적이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퇴행성 관절염의 근본적인 원인을 치료하고 관절 조직의 구조적 개선 또는 질병 진행을 억제하는 치료제인 DMOAD(disease modifying osteoarthritis drug)개발이 활발히 시도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성공적인 DMOAD는 없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퇴행성 관절염을 근본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핵심 조절 기전 및 표적 인자 발굴이 시급한 상황이다.
○ 고아핵수용체 SHP는 포도당 및 지질 대사, 약물 독성, 염증 조절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아직까지 퇴행성 관절염 질환에서 SHP의 기능 대한 연구는 전무한 실정이다. 이에 연구팀은 고아핵수용체인 SHP에 의한 퇴행성 관절염 제어 가능성을 확인해 보고자 하였음.
□ 연구내용
○ 먼저, 퇴행성 관절염 환자와 마우스 모델의 연골조직에서 SHP 발현 수준을 분석한 결과, 정상 연골에 비해 퇴행성 연골에서 SHP의 발현이 유의하게 감소되어 있었으며, 이를 통해 SHP가 퇴행성 관절염 발생 및 진행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확인하였다.
○ SHP 발현 조절이 퇴행성 관절염 진행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하기 위해 전신 또는 연골세포 특이적 SHP 결손 마우스에 퇴행성 관절염을 유도한 결과, 통증 증가와 함께 연골 손상, 연골하골의 비후, 골극 형성 등 구조적 변화가 더 심화되었다. 또한 SHP 결손된 퇴행성 연골세포 및 연골조직에서 연골기질분해효소인 MMP-3와 MMP-13의 발현이 증가함을 확인하였고, 이에 따라 연골조직 파괴가 가속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 반면, 마우스 무릎 관절에 SHP를 과발현시키는 아데노바이러스를 주입한 경우, 실험적으로 유도된 퇴행성 관절염의 증상이 상대적으로 완화되었으며, SHP를 과발현한 퇴행성 연골세포에서는 MMP-3와 MMP-13의 발현이 농도 의존적으로 감소하였다.
○ SHP의 연골 보호 기전을 규명하기 위해 SHP 결손 마우스의 연골 조직과 퇴행성 연골세포를 활용하여 실험을 수행한 결과, SHP는 IKK 복합체와 상호작용하여 IKKβ kinase 활성을 직접 억제하고, NF-κB 전사 활성을 차단함으로써 연골파괴를 매개하는 연골기질분해효소의 발현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 이러한 기전적 근거를 바탕으로 SHP의 치료적 잠재력을 평가하기 위해, SHP를 탑재한 아데노 부속 바이러스(Adeno Associated Virus, AAV)를 퇴행성 관절염 마우스 모델의 관절강 내에 직접 주입해 SHP를 과발현시킨 결과, SHP 결손으로 가속화되었던 구조적 손상과 통증이 동시에 개선되었다. 이를 통해 퇴행성 관절염의 근본적 치료 전략으로서 유전자치료의 가능성을 입증하였다.
○ 이와 같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고아핵수용체 SHP가 연골세포에서 IKKβ/NF-κB 의존적 연골기질분해효소의 발현을 조절함으로써 연골 항상성을 유지하고, 퇴행성 관절염 진행 과정에서 연골 구조를 보호하는데 핵심적 역할을 수행함을 밝혀내었다.
□ 연구성과의 의미
○ 연골 퇴행을 제어하는 고아핵수용체 SHP의 신규 기능 규명
- 본 연구는 퇴행성 관절염에서 SHP를 연골 퇴행을 제어하는 핵심 조절 인자로 세계 최초로 제시하고, SHP가 연골세포에서 IKKβ/NF-κB 신호전달 체계를 조절하여 연골기질분해효소의 발현을 억제함으로써 연골 손상을 차단하는 분자적 기전을 규명하였다.
- 이러한 발견은 퇴행성 관절염의 병인에 대한 이해를 한층 심화시키는 동시에, 해당 신호 축을 표적으로 하는 새로운 치료 전략 개발의 과학적 기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지닌다.
- 나아가 퇴행성 관절염의 근본적 조절 메커니즘을 제시함으로써 향후 보다 효과적이고 실용적인 치료법 개발로 이어질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을 제시하였다.
○ AAV 기반 SHP 발현 조절을 통한 퇴행성 관절염 유전자 치료 가능성 제시
- 퇴행성 관절염 동물 모델에서 SHP를 탑재한 AAV2 기반 유전자 치료는 통증과 관절 조직의 구조적 손상을 동시에 개선하는 효과를 입증하였다. 이는 SHP 발현을 조절하는 유전자 치료가 질병의 구조적 진행을 억제할 수 있는 유망한 치료 접근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 또한 퇴행성 관절염 치료를 위해 발생하는 막대한 국가·사회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초고령화 사회에서 환자들의 삶의 질 향상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림 1. 퇴행성 관절염에서 SHP(NR0B2)의 연골 보호 기능과 IKKβ/NF-κB 신호 조절을 통한 연골기질분해효소 발현 억제 기전 모식도SHP(NR0B2) 유전자를 전달하면 염증 신호에 의해 활성화되는 연골 분해 경로(NF-κB)가 억제되어 연골을 파괴하는 효소의 생성이 줄어들고 관절 손상이 완화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모식도 [사진=한국생명공학연구원]
그림 2. 퇴행성 연골조직 내 SHP(NR0B2)의 발현 감소
퇴행성 관절염 환자(A, B)와 퇴행성 관절염 동물 모델(C)의 퇴행성 연골조직에서 SHP 발현이 유의하게 감소함을 확인함. [사진=한국생명공학연구원]
그림 3. 퇴행성 관절염 동물 모델에서 SHP(NR0B2) 탑재 AAV 기반 유전자 치료의 효과
퇴행성 관절염 마우스 모델의 관절강 내 SHP 탑재 AAV를 주입한 결과, SHP 결손으로 가속화된 통증과 관절의 구조적 손상이 유의하게 개선됨을 확인함. [사진=한국생명공학연구원]
용어설명
1. 고아핵수용체 (Orphan nuclear receptor)
◦ 핵수용체는 전사조절인자로써 호르몬 또는 특정 리간드와 결합하여 세포 내 표적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함으로써 다양한 생리 기능과 질환의 병태생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중 고아핵수용체는 아직까지 고유한 리간드 혹은 호르몬이 밝혀져 있지 않은 핵수용체를 의미한다.
2. Small Heterodimer Partner (SHP, NR0B2)
◦ SHP는 비정형적인 고아핵수용체로, 대부분의 핵수용체가 갖는 DNA 결합 도메인이 없고 리간드 결합 부위만 가진 특이한 구조를 지닌다. 간, 췌장, 심장 등에서 주로 발현되며, 다양한 전사인자 및 다른 핵수용체와 상호작용하여 표적 유전자의 전사 활성을 조절한다. 주로 생체 내 대사 경로 조절에서 보조 억제인자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특히 포도당, 담즙산, 지질 대사 및 염증 신호 조절에 관여하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
3. 퇴행성 관절염 (Osteoarthritis, OA)
◦ 관절 말단의 뼈를 덮고 보호하는 관절 연골의 감소 또는 기질 성분의 변화로 인해 연골이 파괴되고, 연골하골의 구조적 변화를 동반하여 극심한 통증과 기능 저하를 유발하는 대표적인 만성 관절 질환이다. 노화·유전적 요인 또는 비만 및 외상 등의 기계적 요인에 의해 유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통증 완화를 위한 대증요법이나 수술적 치료 외에 질병의 구조적 진행을 억제하는 근본적 치료제는 부재한 실정이다.
4. 연골기질분해효소 (Matrix-degrading enzyme)
◦ 연골에서 세포외기질을 구성하는 콜라겐과 프로테오글라이칸 등을 직접적으로 분해하는 효소로, 대표적으로 MMP와 ADAMTS 계열이 있다. 이들 효소의 과도한 활성은 연골 파괴를 촉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