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BS 연구진, 소뇌 별세포가 운동 협응 능력을 높이는 원리 규명 -
- AI·계산 모델링·신경과학 결합해 뇌 발달 개념 확장 ⋯ 로봇·피지컬 AI 분야에 활용 기대 -
오늘날 사람처럼 걷거나 달리는 로봇은 등장했지만, 빙판이나 모래사장처럼 다양한 환경에 실시간 대응하며 유연하게 움직이게 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인간의 운동은 각 부위의 안정적이면서도 유연한 움직임이 환경에 맞춰 정교히 조합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운동 협응’은 소뇌가 관장하며 성장 과정에 걸쳐 더욱 정교해진다. 그런데 소뇌의 신경회로 구조는 어린 시기 대부분 완성되는데도 청소년기 동안 운동 협응 능력이 계속 발달하는 원리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직무대행 김영덕) 기억 및 교세포 연구단 인지 및 교세포과학 그룹 이창준 단장과 홍성호 연구위원 연구팀은 별모양의 비신경세포 ‘별세포(astrocyte)’가 소뇌에서 복잡하고 정교한 움직임을 가능케 하는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AI 기반 데이터 분석·계산 모델링·신경과학 실험을 결합한 최초의 다학제적 별세포 연구로서, 파킨슨 등 운동장애 치료뿐 아니라 로봇·피지컬 AI·인공신경망 분야에 확장 적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소뇌에는 뇌 전체 신경세포의 70% 이상이 모여 있으며 그중 대부분은 과립세포(cerebellar granule cell)다. 소뇌 과립세포는 억제성 신경신호 전달물질 가바(GABA)에 의해 지속적으로 억제(tonic inhibition 지속적 억제(tonic inhibition): 신경세포 사이에서 순간적으로 전달되는 시냅스 신호와 달리, 세포 외 공간에 존재하는 가바(GABA)가 지속적으로 작용해 신경세포의 과도한 활성화를 억제하는 조절 방식이다.)됨으로써 활성이 조절되고 정보를 안정적으로 처리한다. 연구진은 성장에 따라 억제 신호 조절 방식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가정, 전기생리학(ex vivo)·대규모 컴퓨터 시뮬레이션(in silico)·AI 기반 행동 분석(in vivo)을 통합해 이를 검증했다.
먼저 어린 생쥐(3~4주령)와 성체 생쥐(8~12주령)의 소뇌 과립세포를 비교·분석한 결과, 어린 생쥐에서는 억제성 신경세포가 방출한 가바가 지속적 억제를 주로 담당했다. 반면 성장 이후에는 별세포가 ‘베스트로핀-1(Bestrophin-1) 베스트로핀-1(Bestrophin-1): 별세포 세포막에 존재하는 이온 통로 단백질로, 별세포가 가바(GABA) 등의 신경신호 전달물질을 세포 외 공간으로 방출하는 통로로 알려져 있다.’이란 통로를 통해 가바를 직접 공급하며 억제를 주도했다. 즉 지속적 억제가 어린 시기에는 신경세포 중심이었다면, 성장 과정에서 신경세포-비신경세포(별세포) 공동 운영 체제로 변화하는 것이다. 특히 성체에서는 세포 외부의 가바를 다시 내부로 회수하는 가바 수송체(GATs)의 활성이 증가하면서, 세포 외 공간에 가바를 지속 공급하는 별세포의 기여가 두드러지는 한편 신경세포 유래 가바의 영향은 줄었다.
연구진은 이러한 변화가 신경회로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기 위해 약 100만 개의 신경세포를 포함하는 ‘대규모 소뇌 신경회로 계산 모델’을 구축했다. 시뮬레이션 결과 지속적 억제 조절의 중심축이 신경세포에서 별세포로 전환되면서 각 부위의 움직임을 담당하는 과립세포 간 간섭을 줄여, 이들 세포가 보다 독립적으로 정보를 처리할 수 있게 됨을 확인했다. 별세포가 소뇌 과립세포의 지속적 억제를 주도할수록 여러 신체 부위의 움직임을 유연하게 조합할 수 있는 운동 협응 능력이 형성되는 것이다.
나아가 ‘딥러닝 기반 3차원 행동 분석 시스템(AVATAR 3D)’을 활용해 실제 생쥐의 미세한 움직임 변화를 정량 분석했다. 정상 성체 생쥐에서는 사지 움직임이 독립적이고 자유로워 다양한 움직임 조합이 관찰됐던 반면, 어린 생쥐와 베스트로핀-1 유전자가 결손된 성체 생쥐에서는 움직임 다양성이 현저히 감소했다. 소뇌 별세포의 억제 조절이 운동 협응 능력 성숙의 핵심임을 세포 수준을 넘어 동물 실험에서도 검증한 것이다.
이창준 단장은 “이번 연구는 기존의 신경세포 중심으로만 이해돼 온 뇌 발달 과정에서 신경세포와 별세포의 상호작용 중요성을 새롭게 밝혀낸 성과”라며, “발달성 및 퇴행성 운동 조절 장애 연구뿐 아니라 뇌 원리 기반의 로봇·피지컬 AI의 운동 제어 기술 개발에도 널리 활용되리라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네이처(Nature) 자매지 ‘실험분자의학(Experimental & Molecular Medicine, IF 12.8)’에 2월 18일 온라인 게재됐다.
연구추가설명
연구내용 보충설명
이번 연구는 기초과학연구원(IBS) 연구팀을 중심으로 오키나와 과학기술대학원대학(OIST) 등이 참여해, 소뇌의 성숙 과정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신경세포–교세포 상호작용 기전을 제시한 연구이다. 연구진은 세포 수준의 전기생리학적 분석(ex vivo), 대규모 신경회로 시뮬레이션(in silico), 딥러닝 기반 행동 분석(in vivo)을 통합적으로 수행하여, 성장 과정에서 소뇌 회로의 질적 변화가 동물의 복잡한 운동 유연성 형성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규명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연구에서는 AVATAR 시스템을 활용해 생쥐의 3차원 골격 정보를 추출하고, 사지 각도의 변화 속도(angular speed) 간 상관관계를 분석함으로써 운동의 정교함을 정량적으로 평가했다. 그 결과, 성체 생쥐에서는 어린 개체에 비해 각 사지가 보다 독립적이고 자유롭게 움직이는 ‘운동 유연성’이 확보됨을 확인했다. 이러한 변화는 별세포의 베스트로핀-1(Bestrophin-1) 채널을 통해 방출되는 가바(GABA)가 신경세포의 지속적 억제를 조절하는 과정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연구 과정에서 구축된 대규모 소뇌 과립층 신경회로 모델은 실험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뇌 회로의 정보 처리 특성을 시뮬레이션 수준으로 확장해 분석할 수 있도록 했다. 시뮬레이션 결과, 억제 조절의 주요 기여가 신경세포 중심에서 별세포 조절 방식으로 변화할수록 서로 다른 입력을 처리하는 과립세포 집단 간 상호 간섭이 감소하고 기능적 독립성이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소뇌 회로가 보다 복잡한 운동 정보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상태로 성숙함을 시사한다.
이번 연구는 소뇌 회로가 어린 시기에 구조적으로 형성된 이후에도, 청소년기 동안 억제 신호 조절 방식의 재구성을 통해 운동 학습 능력이 지속적으로 발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생물학적 통찰을 제공한다. 또한 운동 제어의 두 핵심 요소인 안정성(Stability)과 유연성(Flexibility) 사이의 상충을 조절하는(trade-off) 관점을 제시함으로써, 베스트로핀-1이 결손된 성체 동물에서는 기본적인 보행 안정성은 유지되지만 사지 협응의 적응성이 저하됨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현재 이러한 다학제적 분석 접근을 확장해 다양한 신경계 질환 모델에서 나타나는 운동 장애의 근본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후속 연구를 진행 중이다.
연구 이야기
[연구 과정]
소뇌에서 나타나는 지속적 가바 신호가 발달 과정에 따라 변화한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지만, 이러한 변화가 어떤 기능적 의미를 가지는지, 특히 별세포 유래 가바가 실제 신경회로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지는 밝혀지지 않은 상태였다.
연구진은 전기생리학적 실험을 통해 생쥐의 청소년기(약 4~8주령)에 지속적 가바 신호의 주요 기여가 신경세포에서 별세포로 변화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으며, 이 과정에서 별세포가 가바를 방출하는 통로인 베스트로핀-1 채널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후 별세포 유래 가바가 소뇌 신경망 기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규명하기 위해 당시 일본 오키나와 과학기술대학원대학(OIST)에 재직 중이던 뇌신경계 컴퓨터 모델링 전문가 홍성호 박사(현 IBS 기억 및 교세포 연구단 연구위원)와 협업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별세포의 베스트로핀-1이 소뇌 신경회로의 기능적 성숙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세포 수준의 결과가 실제 행동 변화로 이어지는지를 검증하기 위해 KAIST 김대수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AVATAR3D 시스템을 활용해 AI 기반 3차원 생쥐 골격 데이터를 추출했다. 분석 결과 성체 생쥐는 어린 개체보다 더욱 유연한 움직임을 보였으며, 이러한 특성이 베스트로핀-1 결손 성체에서는 나타나지 않음을 확인했다.
결과적으로 본 연구는 청소년기 소뇌에서 별세포 유래 가바가 수행하는 기능을 전기생리학, 컴퓨터 시뮬레이션, 행동 분석을 통합한 다층적 접근을 통해 규명한 연구이다.
[어려웠던 점]
◦ 소뇌 과립세포는 매우 작은 세포로 패치클램프 실험의 난이도가 높아 안정적인 데이터를 확보하기까지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했다.
◦ 연구 초기에는 신경회로 시뮬레이션 전문 인력이 없어 해석에 어려움이 있었으나, 해외 협업을 통해 문제를 해결했다.
◦ 미세한 행동 변화를 기존 행동실험으로 정량화하기 어려워 인공지능 기반 3차원 행동 분석 기술(AVATAR3D)을 도입해 이를 극복했다.
[성과 차별점]
◦ 청소년기 동안 나타나는 별세포 유래 가바의 기능을 최초로 규명
◦ 전기생리학(ex vivo), 컴퓨터 시뮬레이션(in silico), 행동 분석(in vivo)을 통합해 소뇌 발달 기전을 다층적으로 규명한 최초의 연구
[향후 연구계획]
◦ 아직 밝히지 못한 가바의 원천 및 기능을 연구할 계획.
◦ 별세포에서 분비되는 다양한 신호 물질이 성장기 운동 협응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할 계획.
◦ 신경세포만의 신경망을 넘어, 신경세포들을 조절하는 교세포까지 포함한 신경망 컴퓨터 모델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인공신경망 AI의 가능성을 연구할 계획.
[그림 1] 성장에 따른 소뇌 회로 변화와 운동 협응 차이를 나타낸 개념도어린 생쥐 개체에서는 신경세포 중심 회로에서 형성된 억제 신호가 주로 작용해 반복적이고 제한적인 보행 패턴이 나타난다. 반면 성체에서는 별세포가 억제 신호 조절에 함께 참여하면서 다양한 움직임을 유연하게 조합하는 운동 협응이 가능해진다. ※ 생성형 AI(Google Nano Banana)로 제작 [사진=기초과학연구원]
[그림 2] 성장기 지속적 억제의 분자・세포 수준에서의 전환을 보여주는 모식도1) GABA 방출원(Release)의 전환: a. 청소년기(Young): 억제성 신경세포(Golgi cell)의 시냅스 활동에 의해 방출된 GABA가 시냅스 밖으로 확산(synaptic spillover)되며 지속적 억제의 주요 기여원으로 작용한다. <적색 영역> b. 성인기(Adult): 신경 활동과 무관하게 별세포(Astrocyte)의 Best1 채널을 통해 지속적으로 방출되는 GABA가 지배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녹색 영역> c. 결과: 전체적인 GABA 방출량은 일정하게 유지되지만, 그 근원이 ‘신경 활동 종속적’ 방식에서 ‘활동 독립적’ 별세포 분비 방식으로 바뀐다.
2) GABA 흡수(Uptake)의 강화: a. GABA 수송체(GATs)의 활성이 성인기로 갈수록 증가한다. <청색 영역> b. 강화된 GAT는 성인기에서 시냅스 유출로 발생한 GABA를 빠르게 청소(Uptake)함으로써, 시냅스 유출이 강직성 억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별세포 유래 GABA가 시스템을 주도하게 만든다.
3) 전기생리학적 성질의 변화: a. 과립세포 외부에 존재하는 GABA_A 수용체의 역전 전위(Reversal Potential)가 청소년기에는 약 -65 mV이나, 성인기에는 –80 mV로 낮아진다. b. 이 수치가 낮아질수록 동일한 양의 GABA 자극에도 신경세포는 더 강력한 억제 효과를 받게 되어, 성인기 소뇌가 더욱 정밀하게 흥분도를 조절할 수 있게 된다. [사진=기초과학연구원]
[그림 3] AI 기반 3차원 행동 분석을 통한 별세포 유래 가바의 운동 협응 기능 검증(a) 다각도에서 촬영한 5대의 카메라 영상을 기반으로 인공지능 분석 시스템(AVATAR)을 이용해 생쥐의 신체 주요 지점(body keypoints)의 3차원 좌표를 추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3차원 골격 움직임을 재구성했다.
(b) 재구성된 3차원 골격 데이터를 이용해 신체 중심축을 기준으로 앞발과 뒷발의 움직임 각도 변화 속도를 정량적으로 분석했다.
사지 움직임 간 상관관계를 비교한 결과, 어린 개체에서는 Bestrophin-1 결손 여부에 따른 차이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으나, 성체에서는 별세포 유래 가바가 결손될 경우 사지 간 움직임의 독립성이 감소하였다. 이는 다양한 신체 움직임을 유연하게 조합하는 운동 협응 능력이 저하되었음을 의미한다. [사진=기초과학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