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명연·KIST 공동연구팀, 독도 미생물서 신경염증 억제 효능 가진 신규 물질 규명
- 잠들어 있는 유전자를 깨우는 전략으로 구조적 독창성이 높은 천연물 발굴 성공, 향후 신경염증 조절을 위한 차세대 치료제 개발 기대
독도의 혹독한 환경을 견뎌낸 미생물이 현대인의 난치병인 뇌 질환을 해결할 새로운 실마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원장 권석윤, 이하 생명연) 화학생물연구센터 장재혁·장준필 박사 연구팀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원장 오상록, 이하 KIST) 천연물시스템생물연구센터 강경수 박사 연구팀은 공동연구를 통해 독도 토양에 사는 미생물에서 뇌 염증을 줄일 수 있는 새로운 물질 ‘독도티오신(Dokdothiocin)’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오늘날 치매나 파킨슨병 같은 퇴행성 뇌 질환은 우리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큰 과제다. 이러한 질병을 악화시키는 주범 중 하나는 뇌 속 면역세포인 ‘미세아교세포’가 과도하게 흥분해 발생하는 신경염증이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할 단서를 독도의 자생식물인 땅채송화 뿌리 주변 토양의 미생물에서 찾아냈다.
독도의 강한 해풍과 염분 속에서도 살아남은 미생물인 스트렙토마이세스(Streptomyces sp. 20A130)는 항생제 등 다양한 의약 물질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있어 신약 후보 물질을 찾는 연구에서 중요한 미생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이 미생물이 평소에는 만들지 않던 새로운 물질을 생산하도록 배양 환경을 다양하게 바꾸는 연구 방법을 적용했다. 그 결과 이전에는 보고된 적이 없는 새로운 물질인 독도티오신을 발견하고 이를 분리·정제하는 데 성공했다.
독도티오신은 29개의 원자가 고리 형태로 연결된 매우 독특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희소성은 기존 치료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차세대 신약 후보 물질로서의 높은 잠재력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이 독창적인 구조가 실제 뇌 신경염증에 효과가 있는지 검증하기 위해 인공지능(AI)과 세포 실험을 결합한 융합연구를 진행했다. 우선 KIST가 자체 개발한 ‘단백질 표적 예측 AI 기술’을 통해 독도티오신이 뇌 속 염증 신호를 조절하는 핵심 경로를 차단할 수 있음을 예측했다. 이어 진행된 실제 세포 실험에서 독도티오신은 염증이 유도된 뇌 면역세포의 염증 반응을 뚜렷하게 완화시켰으며, 세포 손상을 일으키는 유해 물질들의 생성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AI의 정밀한 예측과 실제 실험 결과가 일치하며 신물질의 치료 가능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
이번 성과는 생명연이 독도 미생물에서 새로운 물질을 발견하고, 이 미생물이 어떤 과정을 통해 물질을 만드는지 생합성 원리를 규명한 데 이어, KIST가 해당 물질의 뇌 질환 관련 효과와 작용 원리를 과학적으로 입증한 공동연구의 결과다. 두 기관의 역할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면서, 단순한 신물질 발견을 넘어 작용 원리까지 규명한 후보 물질로 발전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또한, 이번 성과는 생명연이 추진해 온 국내 지역 미생물 기반 의약 활성물질 발굴 연구의 연장선에 있다. 연구팀은 그동안 울릉도, 제주도 등의 토양 시료들로부터 울릉아마이드, 울릉도린, 제주펩틴 등 국내 지역명을 붙인 다양한 신규 천연물을 발굴해 왔으며, 이번 독도티오신 역시 국내 생물자원의 과학적 가치를 세계적으로 알린 사례로 평가된다.
장재혁 박사는 “이번 연구는 독도 토양 미생물이 가진 잠재력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사례”라며, “앞으로 인공지능 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신약 개발 효율을 더욱 높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강경수 박사는 “AI 기반 단백질 타겟 예측 기술을 통해 독도티오신의 작용 가능 경로를 빠르게 규명할 수 있었다”며, “신물질 발굴과 인공지능 기술을 결합한 새로운 연구 모델을 제시한 성과”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성과는 화학 분야의 국제 저명 학술지인 Organic Letters에 2월 27일자로 온라인 게재되었으며, (논문명: Dokdothiocin, an Anti-Neuroinflammatory Thiopeptide from Streptomyces sp. 20A130 / 교신저자: 생명연 장재혁 박사, 장준필 박사, KIST 강경수 박사 / 제1저자: 생명연 박지훈 석사후연구원, KIST Son Hung Tran 박사과정생 / DOI: 10.1021/acs.orglett.5c05406)
생명연 / KIST 주요사업,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창의형융합연구사업, 과기정통부 이공분야기초연구지원사업으로 수행되었다.
연구결과개요
□ 연구배경
○ 미생물(방선균, 곰팡이 등)이 생산하는 이차대사산물은 항생제·항암제 등 다양한 의약품 개발의 핵심 출발물질로 활용된다. 이들은 복잡하고 독창적인 화학구조를 지니고 있어 신약 개발 초기 단계에서 높은 가치가 있으며, 최근에는 화학생물학(Chemical Biology)의 발전과 함께 신약후보물질 발굴 및 작용기작 규명의 핵심 자원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 특히 새로운 생리활성물질을 발굴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신규 화학구조를 확보하는 것이다. 신규 구조는 기존 약물과 차별화된 작용기작을 가질 가능성이 높아, 신약 개발 경쟁력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 방선균과 곰팡이는 다양한 저분자 화합물을 생산하는 대표적인 미생물 자원으로, 지금까지 임상에서 사용되는 항생제의 60% 이상이 이들의 이차대사산물에서 유래된다. 2015년 노벨 생리의학상으로 이어진 오무라 사토시 박사와 월리엄 캠벨 박사의 연구 성과—항기생충제 ‘이버멕틴(Ivermectin)’과 ‘아버멕틴(Avermectin)’—역시 방선균 대사산물에서 비롯된 대표적 사례이다.
○ 최근 전장유전체 분석 기술의 비약적 발전을 통해, 미생물이 기지 물질보다 훨씬 다양한 이차대사산물을 생성할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음이 밝혀지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잠재 유전자는 일반적인 실험실 배양 조건에서는 발현되지 않아, 기존에 보고된 특정 물질만 반복적으로 생산되는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침묵(휴면) 상태의 BGC(Silent Biosynthetic Gene Cluster)를 활성화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OSMAC(One Strain Many Compounds), 혼합배양(Co-culture), 후성유전학적 유도(Epigenetic Remodeling), 게놈 마이닝(Genome Mining) 등을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 새로운 미생물 이차대사산물 발굴을 위해서는 실내 배양 환경을 넘어서, 기존 탐색이 이루어지지 않은 자연환경에서 새로운 미생물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내에서도 다양한 자연환경이 미생물 자원 확보에 활용되었으나, 독도 토양에 서식하는 방선균의 생리활성물질 생산 능력은 아직 연구된 바가 없었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의 시도는 학술적·자원적 측면 모두에서 의미가 크다.
□ 연구내용
○ 본 연구에 사용된 방선균(Stereptomyces sp. 20A130)은 KRIBB 해외생물소재연구센터와 경북대학교 울릉도·독도연구소가 독도에서 수행한 식물 분포·생태 조사 과정에서 확보한 시료로, 독도 자생식물 ‘땅채송화’(Sedum oryzifolium)의 뿌리에 부착된 토양으로부터 순수 분리되었다. 독도는 고립된 화산섬이라는 지리적·기후적 특성을 가지고 있어, 실험실에서 확보하기 어려운 독특한 미생물 군집을 제공하는 중요한 천연물 연구 자원이다.
○ 연구팀은 해당 방선균의 잠재 BGC를 활성화하기 위해 OSMAC 전략을 적용했다. 동일한 균주라도 배양 조건을 변형하면 서로 다른 대사산물을 생산하는 원리를 이용해, 평소 발현되지 않는 침묵된 BGC를 깨우는 데 성공했다.
○ 그 결과, 배양추출물의 분리·정제를 통해 신규 티오펩타이드 ‘독도티오신(Dokdothiocin)’을 확보했다. 독도티오신은 29개 원자로 이루어진 매크로사이클 구조를 특징으로 하며, 옥사졸·티아졸·피리딘 고리가 독특하게 배열된 매우 독창적인 골격을 지닌다. 특히 기존 티오펩타이드에서 드문 3-hydroxyproline 잔기를 포함하고 있어 구조적 차별성이 높다. BGC 분석을 통해 이질고리 형성과 피리딘 방향족화가 포함된 비전형적 성숙 경로가 작동함을 확인했다.
○ 독도티오신의 생리활성을 확인하기 위해 BV2 미세아교세포를 활용한 실험을 수행한 결과, 염증 유발물질인 LPS 자극으로 유도된 일산화질소(NO) 생성이 억제되었으며, NF-κB·MAPK 등 주요 염증 신호전달 경로가 차단됨을 확인하였다. 미세아교세포의 과도한 활성화는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등 다양한 퇴행성 뇌질환과 연관되는 만큼, 독도티오신은 신경염증 조절을 위한 신규 치료제 후보 스캐폴드로서 가능성을 제시한다.
□ 연구성과의 의미
○ 독도 토양 방선균의 첫 생리활성물질 발굴
- 이번 연구는 독도 토양에 서식하는 방선균의 생리활성 이차대사산물 생산 능력을 처음으로 규명한 사례다. 독도는 고유한 자연환경을 지닌 지역으로, 생물학적·화학적 다양성 측면에서 잠재력이 높음에도 아직 연구가 미진했던 곳이다. 이번 성과는 울릉도·독도 지역 미생물 자원의 과학적·산업적 활용 가능성을 새롭게 제시한다.
○ 유전체 정보 기반의 새로운 천연물 발굴 가능성 확장
- 전장유전체 분석 비용이 빠르게 감소하면서, 세계적으로 유전체 기반 천연물 발굴 전략이 폭넓게 도입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실제 활용 사례가 매우 적었다.
- 이번 연구는 독도 토양 유래 방선균의 유전체 정보 해석을 통해 새로운 생합성 경로와 신규 화합물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국내 미생물 자원 활용 방식의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앞으로 유전체 정보에 기반한 체계적 탐색 연구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림 1. 독도 방선균 배양추출물로부터 신경염증 억제능을 지닌 독도티오신(dokdothiocin) 발굴독도티오신이 뇌 면역세포인 미세아교세포의 염증 반응을 조절해 신경염증을 완화하는 과정을 나타낸 모식도.독도티오신은 염증 신호 전달 과정(NF-κB 등)을 조절하여 산화질소(NO)와 염증성 신호물질(IL-6, TNF-α) 생성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한국생명공학연구원]
그림 2. 독도티오신(dokdothiocin)의 화학구조와 NMR 해석을 통한 구조규명A. 신규 천연물 ‘독도티오신(Dokdothiocin)’의 화학 구조 B. 핵자기공명(NMR) 분석을 통해 확인된 독도티오신의 주요 구조적 특성 [사진=한국생명공학연구원]
그림 3. 독도티오신(dokdothiocin)의 약효 단백질 작용점 예측 분석(A–C) 독도티오신과 신경염증 관련 유전자 및 단백질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 (D–F) 염증 반응과 관련된 주요 신호 경로 및 핵심 표적 단백질 분석 (G–H) 독도티오신과 주요 단백질 간 결합 가능성을 보여주는 분자 도킹 분석 [사진=한국생명공학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