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뇌 속 ‘신경펩타이드’ 회로 재건 원리 규명... 세로토닌 넘어 차세대 속효성 치료제 개발 기대
- 연구결과는 분자정신의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지인 ‘Molecular Psychiatry’에 게재
DGIST(총장 이건우) 뇌과학과 오용석 교수팀이 항우울제 투여 시 실제 치료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수주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 ‘치료 지연’ 현상의 핵심 원인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흔히 쓰이는 우울증 치료제(SSRI)는 복용 직후 뇌 속 세로토닌 농도를 높이지만, 환자가 실제 기분 개선을 느끼기까지는 수주에서 수개월이 걸린다. 학계에서는 이를 뇌 신경회로의 구조적 변화 때문으로 추정해왔으나, 구체적인 분자 기전은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었다.
오용석 교수팀은 최신 유전체 분석 기술을 통해 항우울제를 장기간 투여한 생쥐의 뇌 변화를 추적했다. 그 결과, 뇌의 해마 속에 있는 ‘모시세포(Mossy Cell)’가 항우울제 자극을 받으면 특정 유전자의 단백질 번역을 가속화해 신경펩타이드인 PACAP’를 생산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약물을 복용해 세로토닌 수치가 올라가는 것은 일종의 ‘신호탄’에 불과하다. 실제 뇌를 치유하는 주인공은 ‘신경펩타이드’이며, 뇌가 이 펩타이드를 충분히 만들어내고 주변 신경세포를 재건하는 ‘회로 재프로그래밍’ 과정을 거쳐야만 비로소 항우울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 과정을 펩타이드 신경회로의 ‘번역 재편성(Translational Reprogramming)’이라고 명명했다.
특히 이번 연구는 PACAP 펩타이드에 의한 항우울 메커니즘이 암컷 생쥐에서 훨씬 강력하게 작용한다는 점을 밝혀냈다. 이는 남녀 간 우울증 발병 기전과 치료 반응의 차이를 설명하는 결정적 단서로, 향후 여성 환자에게 특화된 정밀 의료 치료법 개발에도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DGIST 뇌과학과 오용석 교수는 “우울증 치료가 늦어지는 이유를 신경펩타이드 생성 효율이라는 새로운 관점에서 풀어냈다”며, “앞으로는 세로토닌뿐만 아니라 신경펩타이드의 생성과 성숙 과정을 직접 조절해, 약을 먹자마자 즉각적인 효과를 내는 차세대 속효성 항우울제 개발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 성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자지원사업 및 창의도전연구기반지원 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연구결과는 분자정신의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지인 ‘Molecular Psychiatry’에 게재됐다.
연 구 결 과 개 요Translational reprogramming of dentate gyrus peptidergic circuitry gates antidepressant efficacy(Seo-Jin Oh, Jin-hyeok Jang, Jean-Pierre Roussarie, Gyeong-un Jang, Min-seok Jeong, Yeon Suk Jo, Chang-Hoon Shin, Hongsoo Choi, Kwang Lee, Jong Hyuk Yoon, Yong-Seok Oh*)
(Molecular Psychiatry, on-line published on 02.03, 2026)
*오용석 교수(교신저자, DGIST)
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s (SSRIs) exhibit delayed therapeutic effects despite rapid serotonin elevation, suggesting their dependence on slow neuroplastic adaptations. Here, we demonstrate that antidepressant actions require cell type-specific translational regulation of the peptidergic signaling in the dentate gyrus (DG). Chronic, but not acute, treatment with an SSRI fluoxetine (FLX) selectively enhances translational activity in hilar mossy cells (MCs), with no detectable changes in neighboring granule cells (GCs). Combining Translating Ribosome Affinity Purification (TRAP) with RNA sequencing revealed distinct baseline translatomes between these two glutamatergic neurons and identified FLX-induced remodeling of peptidergic pathways in the DG. Crucially, we discovered MC-specific enrichment of the neuropeptide PACAP, which undergoes translation-dependent upregulation by chronic FLX treatment. This PACAP induction mediates neuroadaptive plasticity in PAC1 receptor-expressing GCs and drives behavioral responses prominently in female mice during prolonged FLX administration. Our findings establish cell type-specific translational reprogramming as a novel mechanistic framework for antidepressant action
연 구 결 과 문 답
이번 성과 무엇이 다른가
본 연구는 항우울제 작용을 전사 조절 중심 관점에서 확장하여, 신경세포 유형 특이적 번역 조절과 신경가소성의 상호작용이라는 새로운 기전으로 설명한 점에서 기존 연구와 차별화됨.
어디에 쓸 수 있나
항우울제 반응 예측 바이오 마커 개발, 번역 조절 및 신경펩타이드를 표적으로 하는 차세대 항우울제 설계, 성차를 고려한 맞춤형 주요우울장애 치료 전략 수립 등에 직접적으로 활용할 수 있음.
실용화까지 필요한 시간과 과제는
인간 뇌 또는 환자 유래 모델에서의 기전 검증, PACAP 번역 조절을 선택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약물 또는 분자 타깃 발굴, 장기 안정성 및 성별 차이에 대한 체계적인 검증이 필요함.
연구를 시작한 계기는
이전 연구 결과에서 본 연구진은 해마 모시세포의 활성이 항우울제 반응과 밀접하게 연관됨을 규명한 바 있음. 한편, 기존 문헌들에 따르면 과립세포의 활성은 항우울제 투여에 의해 반대방향으로 조절되는 경향이 보고되어 왔음.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본 연구는 모시세포와 과립세포에서의 상반된 활성 변화가 각 세포 유형 내 단백질 생성 조절에 어떠한 차이를 유도하며, 나아가 두 세포 간 단백질 수준의 상호작용을 통해 항우울제 반응이 어떻게 매개되는지에 대한 궁금증에서 출발함.
어떤 의미가 있는가
본 연구는 항우울제 반응에 따라 해마 치아이랑 내에서 세포 유형별 번역 조절 양상이 상이하게 나타남을 규명하였음. 특히 모시세포와 과립세포 각각에서 변화하는 mRNA를 분석함으로써, 항우울제 반응을 매개하는 핵심 인자 중 하나로 PACAP 신경펩타이드의 역할을 규명하였음. 더 나아가, PACAP 펩타이드의 기능은 수컷에 비해 암컷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으며, 이는 PACAP이 항우울제 반응의 성별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 주요 분자적 인자임을 시사함. 이러한 결과는 향후 성별 특이적 항우울제 개발을 위한 중요한 분자적 단서를 제공함.
꼭 이루고 싶은 목표는
연구진의 궁극적인 목표는 뇌 회로와 세포 수준에서 작동하는 번역 조절 메커니즘을 정밀하게 이해하고, 이를 실제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치료 전략으로 연결하는 것임. 장기적으로는 성별과 개인 특성을 고려한 정밀 항우울 치료법을 확립해, 주요우울장애 환자들이 더 빠르고 정확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기여하고자 함.

[그림 1] 우울증약 효과 늦은 이유, 뇌 속‘펩타이드성 신경회로 재구성’ 때문 [사진=DGIST]
(항우울제 치료 지연):약물 복용 후 뇌 속 세로토닌 수치는 즉시 증가하지만, 실제 치료 효과는 시간이 지난 뒤에 나타나는 현상을 보여줌.
(펩타이드성 신경회로의 기능적 재구성): 이 시간차 동안 뇌의 '모시세포'가 'PACAP'이라는 신경펩타이드를 새롭게 만드는 번역활성이 증가함. PACAP 펩타이드는 해마 표적세포로 전달되어 수용체에 의해 활성화 되는 과정을 통해 뇌 신경회로가 건강하게 변화(가소성)하고, 결과적으로 우울 증상에서 회복되는 모습을 나타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