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샌디에이고 캠퍼스의 교수 롭 나이트(Rob Knight)와 과학 저널리스트 브렌던 불러(Brendan Buhler)는 그들의 저서 ‘Follow Your Gut: The Enormous Impact of Tiny Microbes’에서 ‘인간은 DNA라는 측면에서 주변 사람들과 99.99%의 동일한 DNA를 가지고 있지만, 장내 미생물의 관점에서는 서로 10%도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인간은 각자의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사람마다 서로 다른 마이크로바이옴은 장내 건강뿐 아니라 각종 질병을 비롯해 인체 곳곳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들이 밝혀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마이크로바이옴에 관한 연구가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데, 인체와 마이크로바이옴이 함께 이루는 생명완전체(Holobiont)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김명희 박사를 만났다. 김 박사는 마이크로바이옴융합연구센터를 이끌고 있다. |
Q. 안녕하세요. 박사님이 하고 계신 연구를 소개해 주신다면?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마이크로바이옴융합연구센터에서 인체와 공생하는 마이크로바이옴의 역할에 관해서 연구하고 있는 김명희입니다. 우리는 보통 눈으로 확인 할 수 있는 몸속 장기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 노력합니다. 그리고 장기의 기능이 떨어지고 질병에 걸리면 그 상황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치료를 위해 노력하죠. 그런데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인체의 모든 곳에 존재하면서 다양한 기능을 나타내는 수많은 미생물 즉,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 특히 장에 존재하는 마이크로바이옴의 건강도 중요합니다. 인체 그리고 이렇게 공생하는 마이크로바이옴을 통합한 시스템을 비로소 생명완전체라 말할 수 있는데, 우리 연구실은 매우 큰 목표지만 이러한 생명완전체 시스템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체 면역세포 70~80%가 존재하는 장(腸)에서 공생하는 마이크로바이옴이 우리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연구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김명희 박사는 생명완전체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연구자다. [사진제공=김명희]
Q. 마이크로바이옴으로 생명완전체를 이해한다는 것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신다면?
마이크로바이옴 하면 요즘은 일반인들도 너무 많이들 알아요. 일반적으로는 프로바이오틱스의 대표적인 예시인 유산균 정도로 이해하고 접하는데요. 최신 연구는 그런 고전적인 프로바이오틱스 개념의 마이크로바이옴은 아니고, 고도의 과학으로 이해해야 하는 연구 영역입니다. 예를 들면 우리가 추운 지방에 살 때와 더운 지방에 살 때,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환경이 달라지면서 우리 몸에 뭔가가 변하게 되죠. 병원균에 감염될 때 항생제를 먹는다든지, 바이러스에 감염돼서 항바이러스제와 같은 약을 먹을 때도 달라지겠죠. 또한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과 채식을 좋아하는 사람의 경우도 섭취한 음식을 소화하고 대사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물질들이 다르고, 이러한 물질들은 장내 미생물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게 됩니다. 이러한 예들의 환경 변화에 따라서 장내에 존재하는 마이크로바이옴의 구성이 다르게 나타나죠. 즉, 우리 몸의 유전자는 태어날 때 결정되어서 거의 변화하지 않지만, 마이크로바이옴은 식습관, 생활 습관, 환경 등 외부 요인에 의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장 마이크로바이옴의 균형이 잘 잡힌 사람은 건강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고, 특정 미생물의 분포도가 높아지거나 인체에 안 좋은 영향을 주는 미생물이 많아지면 장 마이크로바이옴의 균형이 깨져 불균형을 이루게 되는데, 이러한 불균형은 비만, 제2형 당뇨병, 크론병과 같은 염증성 장 질환, 대사성 간질환, 아토피 피부염, 암 등으로 연결되는 상관관계가 있다고 밝혀지고 있어요.
마이크로바이옴은 우리 몸 전체에 존재하지만, 그중 95% 이상이 장에 존재합니다. 즉, 장 마이크로바이옴이 우리 몸의 건강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그도 그럴 것이, 우리 몸의 면역세포 약 70~80%가 장에 분포되어 있고 이러한 환경에서 일어나는 면역 및 대사 조절은 근원적으로 마이크로바이옴과의 상호작용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장 생태계의 불균형은 다양한 질병과 연계가 되는 것이죠.
대부분의 건강과 질병 진단 기술 그리고 치료제 개발은 인체 측면만을 고려해서 이루어지고 있어요. 앞서 이야기한 우리 몸 생태계의 특성, 즉 마이크로바이옴이 고려된 생명완전체의 관점에서 이러한 개발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미래의 정밀 진단과 정밀 의약 실현이 이루어질 수 없겠죠. 이러한 이유로, 매우 도전적이지만 생명완전체 시스템을 조금이라도 명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 주로 장 마이크로바이옴이 어떻게 인체 면역 대사계를 조절하는지에 관한 연구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Q. 매일 달라지는 마이크로바이옴 환경에서 인체 항상성 유지를 위해 특별히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미생물이 있을까요?
앞서 이야기하였듯이 장 마이크로바이옴의 구성은 우리가 처한 환경에 의존하여 드라마틱하게 변화합니다. 매우 복잡한 과정이지만, 최대 면역 기관인 장에 존재하는 미생물들의 기능, 그리고 장내에서 이러한 미생물 간의 상호작용 상태에 따라서 생산되는 대사 물질들이 달라지는데 이러한 물질들에 의해 인체의 면역과 대사가 정상적으로 조절된다면 건강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들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에 대해서는 대부분이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습니다. 우리 연구팀은 인체 면역을 조절하는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해서 집중하고 있습니다. 우리 연구실은 15년 이상의 오랜 기간 인체의 면역 항상성 유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인간 유래의 단백질생합성효소(Aminoacyl-tRNA Synthetase)에 관해서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 효소는 본질적으로 단백질 합성 과정에서 필수적인 기능을 수행합니다. 즉, 아미노산을 tRNA에 결합해 아미노아실-tRNA를 생성하고, 생성된 아미노아실-tRNA를 단백질 합성 공장인 리보솜(Ribosome)에 전달하는 효소입니다. 그런데 진화하는 과정을 통해 단백질 합성에 필요한 효소 기능 외에도, 면역과 대사 등을 조절하는 다양한 세포 조절 기능이 있다는 사실들이 수십 년 동안 우리 연구실을 포함해서 세계 많은 연구 그룹으로부터 밝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인간 유래 단백질생합성효소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우리 연구실은 장에 공생하면서 인체의 면역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마이크로바이옴에 주목하였고, ’장내 미생물 유래의 단백질생합성효소‘도 면역과 관련된 기능이 있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겨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2023년에 중요한 면역 조절 역할을 하는 장 세균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그 세균은 바로 아커만시아 뮤시니필라(Akkermansia muciniphila)라고 불리는 미생물인데요. 간단히 소개하면, 아커만시아 뮤시니필라는 일정량의 threonyl-tRNA synthetase(AmTARS)를 항시 분비하여 장의 면역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염증 상황 발생 시 장 면역세포(대식세포) 활성화를 통해 염증을 해소함으로써 면역 항상성을 회복시킨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또한 크론병 등의 염증성 장 질환 환자들의 경우, 이러한 면역 항상성 조절 임무를 수행하는 아커만시아 뮤시니필라의 분포도가 낮고 이에 따른 정상적인 AmTARS 분비가 이루어지지 않아 항염증 면역 기능이 결여되어 있다는 사실도 확인하였습니다. 장에 존재하는 미생물 유래 단백질생합성효소의 인체 면역 항상성 조절 기능을 최초로 제시한 연구로, 향후 장 마이크로바이옴의 역할에 관한 연구에 있어 중요한 타깃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고, 동시에 마이크로바이옴과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는 염증성 장질환과 같은 면역 관련 질환 치료제 개발 타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아커만시아 뮤시니필라와 같이 인체 항상성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장 마이크로바이옴 유래 단백질생합성효소들을 발굴하여 새로운 기능들을 밝히고 있습니다.
Secreted Akkermansia muciniphila threonyl-tRNA synthetase functions to monitor and modulate immune homeostasis. Cell Host & Microbe 2023 [자료제공 : 김명희 박사]
Q. 그런데 학부 때 전공은 식품영양학이었다고요? 그런데 어떻게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로 전향하게 되었나요?
저는 대전에서 태어나 모든 교육을 대전에서 받았고 85년도에 대학에 입학했어요. 지금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환경이 아주 좋아졌지만, 그때만 해도 지방에서 공부하는 여성이 서울로 대학을 간다거나 공대에 입학해서 공부하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았어요. 사실 저는 건축학과에 들어가서 건축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어요. 그 당시에는 대학교에서 흔히 가정대학이라고 칭했는데 부모님들이 딸들에게 가정대학과 관련된 과에서 공부하는 것을 요구하는 사회적 분위기였어요. 저 또한 예외는 아니어서 식품영양학과에 들어갔는데 저하고는 전혀 맞지 않았어요. 그래서 공부를 거의 하지 않았어요(웃음). 그러다가 학부 졸업할 즈음 저희 어머니가 여자도 일을 해야 한다고 하시면서 대학원 입학을 권하셨어요. 그래서 식품영양학과 대학원에 입학해서 공부할 수 있는 전공들을 살펴보니까 단체급식, 임상영양, 식품학 이런 것들이 있는데 당연히 전혀 흥미가 없었죠. 그런데 다행히도 식품 미생물학 전공이 눈에 들어왔고 호기심이 생겨 대학원에 입학했어요. 식품 미생물학 전공은 거의 미생물학 전공과 같은 방식으로 공부하고 연구를 했어요. 이 분야에 흥미를 느끼고 비로소 공부에 재미가 생긴 거예요. 그리고 마침 그 시기에 대전에 연구단지라는 것이 조성되기 시작했어요. 각 연구 기관에서 연구를 같이할 학생들을 모집했는데 대학원생들이 연구 기관에 파견되어서 신진 연구를 배울 좋은 기회가 생긴 거죠. 저는 운이 좋게도 충남대학교 대학원 학생이지만 석박사 과정 동안의 실질적인 연구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수행할 기회를 얻게 되었죠. 연구원에 계시는 매우 유능한 연구원들과 박사님들이 세계적으로 막 도입되었던 분자생물학 지식과 연구 기술을 가르쳐 주시고, 여러 가지 측면에서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지금 저의 연구 기반은 사실 그때부터 시작된 것 같아요. 인체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는, 미생물학뿐만이 아니라 분자생물학, 식품 생물학, 생화학, 면역학, 세포생물학 등 다양한 학문 기술들이 융합적으로 설계되어 수행될 때 신뢰성이 뒷받침된 가치 있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연구 영역이거든요.
Q. 그러다가 미국으로 포닥을 가시면서 박사님의 연구 인생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맞으셨다고요?
제가 이 자리에 있기까지 정말 많은 분의 도움이 있었지만 딱 한 분을 꼽으라고 한다면 미국 버지니아 대학교의 지그문트 디레웬다(Zygmunt Derewenda) 교수님을 꼽고 싶어요. 2000년도에 버지니아 대학교 의과대학에 있는 교수님의 연구실에 박사후연구원(포스닥)으로 합류하면서 인연이 시작되었어요. 1997년도에 박사학위를 받고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약 3년간 지방가수분해효소(Lipase)의 기능에 관해서 연구했는데 연구하다 보니까 이 효소의 생긴 모양(입체구조)이 궁금해졌어요. 그래서 구조생물학 기반의 단백질 입체구조를 연구하는 랩을 찾아봤는데 Lipase의 입체구조를 분석해 Nature 지에 논문을 발표한 디레웬다 교수님을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교수님 연구실에 포스닥을 지원했는데, 뜻밖에도 더 이상 Lpiase 연구는 하지 않고 뇌신경 이동과 관련된 단백질들의 기능을 구조생물학적으로 연구하고 있다고 답장이 왔어요. 그렇지만 관심이 있으면 조인해서 연구할 수 있다고 제안해 주셨어요. 그리고 버지니아 대학교가 위치한 미국 남부의 샬러츠빌이란 도시와 대학교에 대한 정보, 그리고 진행하고 있는 연구의 중요성에 대해서 상세하게 설명해 주셨는데 저는 그게 너무 마음에 와닿아서 그곳으로 가서 구조생물학 학문에 입문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배웠던 미생물학, 분자생물학, 그리고 효소학도 재밌었지만, 구조생물학 기반의 연구가 저한테 너무 잘 맞았고 정말 재밌었어요.
지금은 단백질의 입체구조 분석에 초저온 전자현미경(Cryo-EM) 기술이 대부분 활용되고 있지만, 그 당시는 결정학(X-ray crystallography) 기술로 단백질의 입체구조를 분석했어요. 제가 버지니아 대학교에서 처음으로 분석한 입체구조는, 뇌가 정상적으로 발달할 수 있도록 신경세포 이동에 중요한 기능을 하는 Doublecortin이라는 단백질이었고 연구 결과는 2003년도에 Nature Structural & Molecular Biology에 발표했어요. 이 단백질의 특정 위치에 돌연변이가 발생하면 신경세포 이동 장애로 이어져 뇌의 구조가 정상적으로 형성되지 않아 간질과 같은 심각한 뇌 질환을 일으키게 되는데, 이러한 원리를 구조생물학적인 관점에서 밝힌 연구였습니다. 디레웬다 교수님은 2004년 제가 버지니아 대학교를 떠날 때 구조생물학 분야에 입문하여 처음으로 밝힌 Doublecortin 입체구조를 멋지게 볼 수 있는 매우 뜻깊은 선물(아래 사진)을 주셨습니다. 저에겐 매우 의미 있는 입체구조이기 때문에 이 선물을 볼 때마다 그 감동이 여전히 느껴져요. 여담이지만, 교수님은 이 선물을 제작 주문할 때 한국에선 220V 전원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시고 미국 전 지역을 수소문하여 이 선물을 LA에서 제작할 수 있었다고 해요. (웃음)
김명희 박사가 버지니아 대학교에서 처음으로 분석한 신경세포 이동 단백질의 입체구조 모형. [사진=BRIC]
교수님은 이런 다정한 면이 있으신 반면에, 연구에 대해선 매우 열정적이고 엄격했어요. 예를 들어, 투고한 논문의 저널 에디터에게 피드백이 오면 새벽 2시에도 이메일을 보내셨어요. 그런데 늘 제가 바로 답장하기도 하고, 정말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셨나 봐요. 교수님은 저의 연구에 대한 진심을 보시고 저를 믿고 많은 것들을 지원해 주셨어요. 정말 열심히 노력하는 한국에서 온 여성 과학자로 인정해 주셨어요. 그 당시에 버지니아 대학교가 있는 미국 남부는 굉장히 보수적이었어요. 제가 그 대학교의 최초 한국 여성 포스닥이라고 알고 있어요. 교수님은 연구 이외에도 다양한 것들을 가르쳐 주셨어요. 예를 들어, 그 당시에 벌써 구조생물학 이외의 다른 학문과 접목한 융합 연구의 중요성에 대해서 많이 강조하셨고 이야기해 주셨어요. 그리고 논문을 에디터에게 보낼 때 cover letter에 어떻게 논문의 가치를 부각해야 하는지 등 많은 것들을 알려주셨습니다. 무엇보다도 그 당시에는 뇌와 관련된 단백질의 기능을 연구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는데 교수님은 항상 잘될 거라고 위로해 주시고, 많이 격려해 주시고, 기다려주셨어요.
지그문트 디레웬다(Zygmunt Derewenda)교수와 김명희 박사 [사진제공 : 김명희]
사실 저는 미국에 가서 생활하고 연구하기 전까지는 매우 평범하고 내성적인 사람이었어요. 한국에서 연구할 때는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관해서 관심이 없었고, 신경 쓰지 않았고, 동료들과의 의사소통도 거의 없어서 의도치 않았던 실수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많은 것들이 바뀌어져서 돌아왔어요. 미국에선 적극적으로 어필하지 않으면 노력한 것에 비해 얻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어요. 성격이 적극적으로 변했고, 그러다 보니 의사소통에도 거리낌이 없어졌고 다른 분야 연구자들과 함께 자연스럽게 협력 연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얻었던 것 같습니다. 여기에 제 아들과 단둘이 생활하면서 직접 운전하여 여행을 많이 한 것도 적극적인 성격으로 변하는 데 한몫했습니다. 이런 다양한 경험들이 저도 모르게 용기와 성숙 그리고 발전으로 이어져 지금의 제가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우스갯소리로, 제가 한국생명공학연구원으로 다시 돌아왔을 때 저를 알고 있던 박사님들이 ‘이 김명희가 그 옛날 김명희가 맞아?’라고 할 정도였어요. 제 인생에 있어서 학문적으로도 그리고 인간적으로도 그야말로 전환점이 되었던 시기였고, 지금 추구하고 있는 융합 연구의 발판이 된 값진 훈련의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인체 마이크로바이옴 역할의 명확한 규명에 있어 중요한 부분으로 작용하는 구조생물학적 연구도 이 시기 동안 쌓은 훈련에 기반한 것입니다.
김명희 박사는 미국에서 처음 구조생물학을 접하게 되었고 그 매력에 빠져들었다고 밝혔다. [사진=BRIC]
Q. 2025년도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의 이학부 정회원으로 선정 되셨어요. 이학부의 유일한 여성 과학자이기도 했는데요. 선정 소식을 들었을 때 어땠나요?
사실 몇 해 전부터 여러 선배 과학자께서 한림원 정회원 선정을 위한 서류 제출을 권하셨었어요. 여러 가지 일들로 신경을 쓰지 못하다 보니 지원 시기를 계속 놓쳤었어요. 이번에는 더 이상 미루면 안 되겠다고 생각해서 서류를 준비했었습니다. 그걸 준비하는 과정에서 제가 그동안 어떤 과학자로서의 길을 걸어왔는지, 제가 연구한 것들이 어떠한 의미가 있고 과학 발전에 기여한 바가 무엇이었는지를 정리할 수 있었던 나름의 값진 시간을 가졌습니다. 결과와 상관없이 많은 의미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서류를 제출하고 심사 기간이 길다 보니 완전히 잊고 있었어요. 어느 날 한림원으로부터 제가 이학부 정회원으로 선정됐다고 연락을 받았고, 이후 한림원에서 공식적으로 보도자료가 나가고 나서는 많은 분이 축하해주셨어요. 사실 한림원 정회원이 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몰랐던 것 같아요. 그런데 신입회원 입회식이 있었는데 평소 존경하는 과학계 원로 및 선배들의 경건한 축하 속에서 식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과학기술 분야에서 인정을 받은 매우 영예로운 자리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깊은 감사와 더 많은 책임감을 느끼게 하는 자리였습니다.
Q. 박사님은 연구실 사람을 뽑을 때 어떤 점을 유심히 보시나요?
우리 연구실은 융합적인 관점에서 인체 마이크로바이옴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구조생물학, 미생물학, 세포생물학, 면역학을 전공한 박사들과 포스닥, 그리고 대학원생들이 함께 연구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생명현상을 밝히는 일은 매우 도전적인 일이여서 노력과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합니다. 따라서 성실성과 끈기를 많이 보게 되지요. 물론 기본적으로 연구를 재미있어 사람을 선호하고요. 도전적인 연구는 항상 실패를 경험하고 다시 일어서서 극복해야 하는 일들의 반복이기 때문에 이런 일에 스트레스받지 않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기본적으로 사이언스가 재밌는 사람이면 좋겠죠. 실패를 잘 견디면서 노력과 인내로 많은 시도를 하다 보면 결국은 목표한 것들을 이루는 것 같아요.
Q. 박사님의 앞으로의 계획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젊은 연구자들과 소통을 많이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젊은 분들에게서 배울 점들이 많이 있거든요. 만나서 이야기하다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도 얻고 에너지도 많이 충전되는 느낌이 들어요. 그리고 제 경험을 공유해서 그분들의 시간을 단축해 주고 싶은 생각도 있고요. 그리고 개인적으론 저의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꾸준하게 걸으려고 해요. 걸으면 건강에도 도움이 되지만 생각을 많이 비우고 정리할 수가 있어요. 꾸준히 계속하려고 해요.
무엇보다도 요즘은 그동안 펼쳐놓은 연구들을 어떻게 하면 잘 정리하고 정년을 마무리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생명완전체의 항상성을 이해하기 위해서 단백질생합성효소를 중심으로 연구를 집중하고 있다고 이야기했잖아요. 인체 측면에서 그리고 장 마이크로바이옴 측면에서의 이 효소들을 중심으로 인체 항상성이 어떻게 조절되고 유지되는지에 관한 과학적 정리로 정년을 맞고 싶어요.
제가 앞서 장 마이크로바이옴 유래의 단백질생합성효소의 면역 항상성 조절 기능에 관해서 간단하게 이야기했는데 실제로는 상당히 복잡한 생명현상이에요. 그리고 인체 측면의 단백질생합성효소 기능에 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았는데 인간 유래의 단백질생합성효소들 중에는 복합체(Multi-tRNA synthetase complex) 형태로 존재하면서 단백질 합성 기능과 이와 동시에 인체 항상성 유지에 필요한 다양한 세포 기능을 하는 효소들이 있어요. 이 단백질생합성효소 복합체의 정체를 밝히는 것도 해결해야 하는 숙제 중의 하나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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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희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마이크로바이옴융합연구센터
Education
1985 - 1989 B.S. Chungnam National University, Daejeon, Korea
1990 - 1993 M.S. Chungnam National University, Daejeon, Korea
1994 - 1997 Ph.D. Chungnam National University, Daejeon, Korea
Positions and Employment
1997 - 2000 Post-doctoral fellow, Systems Microbiology Research Center, KRIBB, Daejeon, Korea
2000 - 2004 Research Associate, Dept. Molecular Physiology and Biological Physics, University of Virginia, Charlottesville, Virginia, USA
2004 - 2006 Research Scientist, KRIBB
2006 - 2008 Senior Research Scientist, KRIBB
2008 - present Principal Research Scientist, KRIBB
2013 – 2015 Director, Infection and Immunity Research Center, KRIBB
2019 - 2020 Visiting Scientist, Okinawa Institute of Science and Technology (OIST), Okinawa, Japan
2022 - present Director, Microbiome Convergence Research Center, KRIBB
글 : 생물학연구정보센터 박유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