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변형 마우스(Genetically Engineered Mouse, GEM)는 특정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변형하거나 제거한 실험용 마우스로, 당뇨병이나 알츠하이머와 같은 특정한 질환을 앓는 연구용 모델 마우스를 만드는 데 사용된다. 그리고 유전자가 변형되어서 질병에 걸린 마우스가 어떤 생물학적 변화를 일으키는지 분석하는 것을 마우스 표현형(Phenotype) 분석이라고 하는데 유전자 변형 마우스와 표현형 분석 플랫폼은 단순한 실험을 넘어 바이오 연구 생태계의 기반이 되는 핵심 인프라다.
하지만 유전자 변형 마우스를 제작하고 표현형 분석 플랫폼을 구축하는 일은 수많은 인력, 많은 시간, 돈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도 2015년부터 국가마우스표현형분석사업단이 설립되어 마우스 인프라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5년 뒤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에 코로나에 감염되는 유전자 변형 마우스를 자체 제작해 국내 연구자들의 실험을 지원했고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코로나 감염 마우스 실험을 지원할 수 있었다. 마우스 인프라 조성의 중요성을 알 수 있게 된 계기가 된 셈이다. 마우스 인프라 구축을 위해 오랫동안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연구자 중 성제경 서울대 교수가 있다. 이제는 마우스를 넘어서 국가모델동물연구소로 모델동물 전체의 인프라 확장을 위해 뛰고 있는 성제경 교수를 만났다. |
Q. 안녕하세요. 교수님과 함께 교수님의 연구를 소개해 주신다면?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대학교 수의과 대학에 있는 성제경입니다. 저에 대한 설명은 제 이메일 ID로 대신할 수 있는데요. 제 ID는 snumouse, 서울대 마우스라는 의미로 제가 서울대에 부임하면서부터 사용해 왔던 ID입니다. 제가 1996년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로 처음 연구책임자의 길을 시작했을 때 저의 ID는 yslabanimal, 연세 실험동물이었어요. ID에서도 볼 수 있듯이 주로 동물 실험으로 유전자의 기능을 밝히는 게 저의 연구 정체성입니다. 저는 마우스라는 시스템을 통해서 생명 현상을 밝히는데, 주로 유전자가 변형된 마우스를 이용해서 사람의 유전자 기능을 밝히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마우스를 통해 사람의 유전자 기능을 보는 가장 쉬운 방법은 보고자 하는 특정 유전자 기능을 마우스에서 고장 낸 다음에, 이 유전자가 고장 난 마우스가 무엇이 바뀌는지를 보는 것이거든요. 이걸 마우스 표현형 분석이라고 합니다. 마우스의 유전자형을 정상이 아닌 것으로 바꾸어서 마우스의 표현형을 확인하는 방법으로 사람의 유전자 기능을 확인하는 연구를 96년부터 지금까지 계속해 오고 있습니다.
저는 서울대에서 발생학과 유전학을 강의하고 있는데요. 이 두 가지 과목은 제 연구의 모티브가 되는 과목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유전자 변형 마우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유전자 편집과 함께 발생 공학적 기법이 필요하기 때문인데요. 실제로 제가 가르치는 과목과 제 연구 분야가 아주 잘 매치되어 있는 운 좋은 케이스라고 생각합니다.
성제경 교수는 마우스 인프라 조성이 꼭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 : BRIC]
Q. 교수님은 국가모델동물연구소(구 국가마우스표현형분석사업단)도 함께 운영하고 계시는데요. 어떻게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것인가요?
마우스 연구는 중요한 바이오 성과를 내는 데 꼭 필요한 인프라 중 하나지만 개인의 노력으로 할 수 없는 영역이 많습니다. 마우스 시설도 있어야 하고, 마우스 검사를 하는 다양한 장비, 또 그 장비를 운용하는 연구 인력도 있어야 하고, 마우스를 전문적으로 사육하는 분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고 그러다 보니 개인 실험실의 노력만으로는 할 수 없는 영역이 많습니다. 국내에서 마우스를 이용한 생명 현상을 연구하려면, 외국에 있는 연구자에 비해 우리나라 연구자는 개인이 해결해야 할 부분이 너무 많은 거예요. 저는 개인 연구자 차원이 아닌, 국내 연구계 내에서 이러한 연구를 지원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고, 저와 생각을 같이하는 분들 몇 명과 함께 이걸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했습니다.
결국 우리나라에서는 개인 연구과제를 지원은 하지만, 공공의 마우스 연구 인프라엔 투자가 되지 않았고 그러기에 마우스 인프라 시스템이 구축되지 못한 상황이라는 것을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사업 초창기 과기부를 방문해 글로벌 마우스 유전체 사업을 설명해준 IMPC Dr. Mark Moore와 함께 찍은 사진 (좌로부터 KRIBB김형진, IMPC Mark Moore, 과학기술부 이은영 과장(당시), 이경림 사무관(당시), 성제경 단장) [사진제공 : 성제경]
그래서 고민을 같이 해온 선후배 연구자들과 마우스 인프라 구축의 필요성을 얘기해 왔고 주변 분들의 도움으로 자료를 준비하고 설득하는 논리를 만들면서 결국 국가에서 마우스 연구에 지원하도록 이끌어 냈습니다. 국가마우스표현형분석사업단은 바이오 분야에서 인프라에 투자한 최초의 큰 과제입니다. ‘바이오 인프라’라는 개념이 애초에는 없었지요. 개인적으로 연구자가 과제를 지원받아 연구하면 되지 뭐가 그렇게 큰돈이 필요한가 하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아요. ‘바이오 인프라’는 바이오 연구 분야의 ‘고속도로’, ‘항만’ 같은 사업입니다. 항만이나 고속도로가 만들어지면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혜택이 생기지만, 한번 완성했다고 해서 더 이상 투자가 필요 없는 건 아니에요. 예를 들어 경부고속도로 통행료로 제2 경부고속도로를 만들진 못하거든요. 마우스 인프라도 마찬가지예요. 한번 투자한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계속해서 투자가 필요한 거고 수요가 해소되는 부분도 있지만, 다양한 바이오 분야의 발전에 따라서 신규 수요가 생기는 겁니다.
Q. 신규 수요란 어떤 것을 말하는 것일까요?
마우스를 이용하여 연구하면 할수록 더더욱 커다란 다른 궁금증이 생기게 됩니다. 바이오 분야의 최종적인 목적은 자연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사람에게 이로운 생명 현상을 밝히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볼 수 있지요. 사람의 생로병사 변화에 관한 연구는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의학을 넘어서는 헬스케어로 확대되게 됩니다. 이 중 가장 중요한 요인이 본래 갖고 태어난 유전자와 살아가는 동안의 환경입니다. 이 두 가지를 연구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연구 수단이 모델 동물, 그중에서도 유전자 변형이 가능하고 환경 요인을 제어하기 비교적 손쉬운 마우스입니다. 개념은 그러한 데 개인 연구자 입장에서는 마우스로 연구하다 보면 어려운 점이 많이 생깁니다. 개인 연구자가 마우스를 이용하는 연구에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데, 유전자 변형 마우스를 직접 제작하거나 특별한 표현형을 분석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예를 들어 시각 측정의 경우 사람에겐 어디까지 보이는지 안 보이는지 물어보면 되는 아주 간단한 일이에요. 그런데 마우스를 상대로는 불가능하죠. 청각 능력도 마찬가지예요. 그러다 보니 얼마나 손상이 되거나 기능이 부족해진 것인지, 표현형을 객관적으로 정량화하고 비교하는 게 필요해진 겁니다. 실험을 통해 이전엔 궁금하지 않았던 게 궁금해지는 새로운 수요가 생기게 되는 거지요
이미 2002년에 학술지 네이처에
Full house 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는데 거기에 ‘overflowing with mutant mice’라는 말이 나왔어요. 2002년에 이미 전 세계, 아마도 선진국의 동물실엔 그냥 마우스가 아니라 유전자 돌연변이 마우스가 넘치고 있다는 겁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왜냐? 과학 기술의 발달로 사람의 유전자 변이가 광범위하게 많이 밝혀질수록 그 의미를 확인하기 위하여 유전자 변형 마우스를 필요로 하게 됩니다. 생물정보학적 분석, 예측 모델 등의 여러 AI 기반의 연구 방법도 눈부시게 발전하지만, 의외성이 많은 바이오 분야의 연구 성과를 사람에게 적용하기 위해서는 실제 생명체에서 최소한의 검증이 필요하게 되기 때문에 마우스 인프라가 더욱 중요해 질 겁니다. 그렇게 국가마우스표현형분석사업단이 시작됐고 지난 10년 동안 마우스 표현형 인프라 확장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10년의 시간이 지나고 사업이 종료되었는데요. 이 연구 사업을 하면서 저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인프라가 진짜 중요한 거구나 그래서 지속해야 하는 된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이를 계속된 인프라로 확장하기 위한 시스템으로 만들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국가마우스표현형분석사업단이라는 연구 사업에서 과기부의 바이오소재 책임기관인 국가모델동물연구소로 재편되었습니다. 마우스 이외에도 다른 모델 동물들도 필요한 연구 환경이 된 것입니다. 마우스보다 고등 동물인 미니 돼지, 영장류뿐 아니라 하등 동물인 초파리, 제프라 피시와 같은 모델 동물 들을 체계적으로 그룹으로 묶어서 모델 클러스터라는 연구 조직을 구축하였고, 감염병 전임상 실험 지원, 마우스 질환 모델 제작, 마우스 질환 표현형 분석 지원 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Q. 연구자들은 국가모델동물연구소를 통해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나요?
일단 첫 번째는 유전자 변형 마우스 제작을 포함한 ‘모델동물’ 자원을 지원해 드립니다. 그리고 제작된 모델 동물은 국가의 연구비로 구축된 공공재이기 때문에, 국내의 다른 연구자들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이런 모델동물을 이용한 연구 과정에서 특정한 연구 분석 서비스를 지원해 드립니다. 개인 연구실 차원에서 분석이 어려운 부분을 지원해 드리는 것이라서 연구를 대행하는 것과는 다른 의미인 겁니다. 예를 들자면 마우스의 시각, 청각, 후각의 감각기, 이미징 및 병리, 대사 표현형 분석 등입니다.
또 하나의 중요한 부분은 모델 동물을 이용하는 연구자에게 연구 과정의 중요한 팁을 공유하는 사이트인 S4AM, school.animalmodel.kr를 운영하는 것입니다. School for Animal Model이라는 이름처럼 학생들이 이용하기 편하게 만든 웹사이트인데요. 동물 모델을 사용하면서 생기는 궁금증을 해결해 주는 사이트입니다. 대학원생이 처음 연구실에 들어가면 실험을 위해 각자의 랩에서 모델 동물에 대한 교육을 선배들에게 받게 되는데요. 이를 보다 효율적으로 도와주고 보다 새로운 방법들도 제공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모델 동물 자원뿐 아니라, 동물 실험에 대한 교육,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서 연구가 지속적으로 진행되도록 도와주도록 전문가들이 직접 답변해 주는 ‘교육의 광장’입니다. 사이트 내에 지식 FAQ에 가면 동물별, 분야별로 이미 제기된 질문에 대한 답변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성제경 교수는 school.animalmodel.kr(위), mouseinfor.kr (아래) 두 사이트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 BRIC]
그동안 마우스 인프라 분야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구축된 인프라가 국내외 마우스 정보를 한 번에 검색할 수 있는 MOP(Mouse One Portal, mouseinfor.kr)입니다. 이곳도 주소에서 정체성이 드러나 있는데요. 국내외의 유전자 변형 마우스를 손쉽게 검색하고 자원 공유를 신청할 수 있고 유전자 변형 마우스의 표현형 분석도 의뢰할 수 있습니다. 마우스 종합 서비스 포털(MOP) 홈페이지 상단 메뉴에서 New mouse, New mouse from KMPC를 차례로 클릭하면 국내에서만 분양 가능한 마우스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7,600여 건의 마우스 리소스가 있고 우리나라 내에선 600개 이상의 새로운 마우스를 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그중에 72개의 특별한 질병이 있는 Phenotypes(표현형) 정보도 같이 제공하고 있습니다.
Q. 이런 플랫폼에 정보가 차곡차곡 쌓이게 되면 많은 연구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교수님이 지향하는 최종 목표가 궁금합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겪었던 어려움을 제 후배 연구자들은 보다 덜 겪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외국하고 경쟁할 때 하지 않아도 될 수고를 국내에서 좀 덜 하는 환경이 되면 좋겠다, 그리고 이런 노력이 논문이나 다른 기록들로 명확하게 남지는 않더라도 국내 연구자들의 연구 역량이 확대되는 것이 제 개인적인 지향점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마우스 원 포탈입니다. 이걸 만든 이유는 제가 이 연구 사업을 하든 하지 않든, 또 마우스 사업단이 끝나더라도 저런 시스템은 국내에 꼭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이미 사업단 시작 전부터 구상하고 도메인을 확보해 두었습니다. 사업단이 기억에 남는 게 아니라 우리가 구축한 마우스 연구 인프라와 서비스가 국내 연구자들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시스템이 된다면 가장 큰 보람일 것 같습니다. 제 이후는 지나갈 거고 또 기관이 바뀔 수도 있겠지만 이 시스템이 국내에도 살아있는 게 필요하다는 게 제 오랜 생각이고 앞으로의 목표이기도 합니다.
Q. 실험용 마우스에 대해 연구해 봐야겠다는 생각은 언제부터 하게 되었나요?
서울대학교 수의과 대학에 합격하고 제가 고등학생일 때 인터뷰를 한 적이 있어요. 당시엔 수의과 대학이 그렇게 인기 있는 학과가 아니었거든요. 그때 했던 말로 이 질문의 답을 대신하고 싶어요. 수의사들이 동물을 치료하는 것으로만 알려져 있는데 내가 들어보니까 동물을 가지고 사람한테 필요한 실험을 해서 바이오나 의약 발전처럼 크게 기여하더라, 그 일을 하고 싶어서 들어갔다고 했어요. 실제로 중간에 변곡점이 없진 않았으나 큰 틀에서 그 길을 계속 걸어왔어요. 저는 처음 입학 때부터 임상수의사가 될 마음은 없었고요. 그러다가 제가 대학교 4학년 때 인터넷이 없던 시절에 학술지 뉴스위크에 유전자 변형 마우스에 대한 기사가 실렸어요. 도서관에서 쉬는 시간에 보고 있다가 ‘이거 왠지 제 학부 백그라운드와 맞물려서 해볼 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라고 해서 유전자 변형 마우스 공부를 시작하게 됐어요.
실험용 마우스에 대한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두 분이 계십니다. 먼저 마크로젠이란 회사를 창업하신 전 서울의대 서정선 교수님인데요. 이분이 우리나라에서 최초의 형질전환 마우스를 만들었어요. 그걸 보고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연구가 가능하구나 라고 생각하게 되었고요. 또 한 분은 IBS 단장이기도 하셨던 신희섭 박사님이라고 계시는데 이분이 처음으로 유전자 변형 마우스 중에서 유전자 Knock out(KO) 마우스를 만들었어요. 이 두 분이 우리나라에서 마우스로 실험할 수 있게 길을 열어주신 분들입니다. 그래서 이 길이 열렸고 우리나라도 형질전환 마우스, 유전자 변형 마우스 실험이 가능한 일이 됐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Q. 실험용 마우스 연구를 하면서 있었던 어려움이나 보람을 공유해 주신다면?
어려움은 늘 있죠. 그래서 어려움보단 보람을 얘기하고 싶어요. 마우스를 만드는 게 매직과 같은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 어려워서 마우스가 만들어질까 하는 고민을 하는 과학자는 없어진 것 같아요. 우리나라 내에서 쉽게 만들게 됐는데, 그러려면 결국 누군가는 만들어야 하잖아요. 마우스를 제작하는 것은 돈과 시간이 많이 들어가고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고 또 공간도 많이 필요해요. 그런데 제가 10여 년 전에 앞으로 10년간 내가 사용할 마우스 말고 남이 사용할 마우스도 만들자고 했을 때 우리나라에서 마우스 제작을 하는 여러 랩에서 기꺼이 동참해 주셨어요. 그분들과 10년 동안 함께 해서 굉장히 큰 보람이예요. 그리고 그분들의 제자가 교수가 됐어요. 그리고 교수가 돼서 이 일을 계속하고 있어요.
옥스퍼드 대학의 명예 석좌 교수인 스티브 브라운(Steve David Macleod Brown)이란 분이 계세요. 마우스 관련 협회나 조직을 organize 하는 분인데요. 그분의 옥스퍼드 대학 정년 퇴임식에 정말 많은 사람들이 와서 축하를 해줬어요. 그러다가 한 명씩 돌아가면서 얘기를 하는데 제자인 사람이 한 명도 없었어요. 모두 ‘처음 연구 시작했을 때 스티브한테 가서 얘기했더니 이런 조언을 해줬다’ ‘이런 도움을 받았다’ 이런 얘길 하더라고요. 즉 마우스 연구하는 사람들은 모두 다 제 후배고 동료들이지 내 방 식구만 내 제자고 동료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런 마음으로 저도 살았습니다. 대신에 우리 방 아이들에게 미안하긴 해요.
제가 맡은 여러 포지션 때문에 다른 교수들처럼 집중해서 케어해주지 못했다는 미안함이 있어요. 다만 내가 어떤 세계관을 가지고 있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또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공동 연구를 하는지 어떤 식으로 사이언스를 바라보는지를 배우거나 함께 공유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있습니다.
마우스 연구를 같이 이끌어온 실험실 식구들 [사진제공 : 성제경]
Q. 지금까지 연구하며 맞았던 Eureka Moment가 있다면?
제가 과학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게 살아가는 철학을 배우는 매우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에요. 사이언스에선 생각이 되게 중요하죠. 제가 보기에 과학은 저 산 나무에 뭐가 있는지를 Prediction 하는 거예요. 저 산 나무에 뭐가 있지 예측하기 위해선 이렇게 해볼까 저렇게 해볼까 하는 고민의 시간을 가지는데 그게 인생을 살아가는 방식을 굉장히 겸손하도록 가르쳐주는 것 같아요. 그런 과정들을 통해서 아주 사소한 일에서 어떤 Clue, 해결점을 얻기도 합니다.
제가 서울대에 와서 처음 받았던 박사 과정 학생이 김일용 박사에요. 저랑 21년째 같이 있습니다. 이 김일용 박사가 무엇을 연구했냐면 Ahnak라는 유전자가 있어요. 히브리말로 타이탄, 거인이란 뜻이 있는 유전자인데요. 우리 몸에서 가장 큰 단백질입니다. 이 유전자가 없는 쥐를 만들어서 표현형을 공부했는데 이미 외국에선 논문이 나왔어요.
우리가 연구하는 도중에 Ahank-Knockout mice가 no obvious Phenotypes 즉 명백한 표현형이 없다고 나왔는데 김일용 박사가 이 마우스에 대한 세심한 관찰과 끈기로 뭐가 문제가 있는지를 찾아내서 이것과 관련해 우리가 논문을 9편을 내게 됐어요. 이 논문의 시작점이 세심한 관찰이었거든요. 이 마우스가 성장 장애가 오기도 하지만 살이 안 찐다, 복강 내 지방이 늘지 않는다는 것에서 비만이 되지 않는 쥐라는 걸 찾아냈고 얼굴 모양이 조금 이상하다는 것에서 출발해서 골 발생이 조금 부족하구나, 그래서 팔다리가 약간 짧고 얼굴 모양도 다른 쥐와 다르다는 것을 찾아냈어요. 그래서 농담처럼 우리가 마우스 얼굴을 보고 유전자가 고장 났는지 안 났는지 맞히기도 하고 그랬어요. 동물실에 오래 있으면 지겹거든요. (웃음) 사소한 일에서 시작된 관찰과 끈기로 과학적 발견으로 이어졌던 이 일을 Eureka Moment로 꼽고 싶어요.
Q. 과학자에게 꼭 필요한 역량이 있다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과학자 개인의 역량보다 더 중요한 부분이 사회가 과학 발전에 아낌없이 투자해 주고 과학자를 격려해 주는 분위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과학자에게 필요한 자질을 갖춘 분들이 과학자의 길을 지원하지 않고 다른 분야로 지원하는 것은 지원 체계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사회 분위기가 과학자를 우대해 준다면 역량 있는 학생들이 저절로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떠한 학생이 과학자가 되기에 필요한 역량을 묻기 전에 과학에 대한 사회의 관심과 투자, 대우를 먼저 좋게 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과학자가 되면 여러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고 존중을 받고 거기에 따라서 대접을 받는다고 생각하면 과학도 좋아질꺼다 라는 얘길 꼭 하고 싶어요.
성제경 교수는 역량이 충분한 과학자 확보를 위해선 과학자에 대한 지원이 먼저 필요하다고 말한다. [사진 : BRIC]
Q. 교수님 앞으로의 계획과 후배 과학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요?
저 다음으로 이 인프라를 유지하고 발전시켜 갈 좋은 분들을 서포트하고 그분들을 격려하고 싶은 것이 제일 먼저입니다. 유능한 과학자분들이 이 인프라에도 관심을 가지게 하는 게 목표기도 합니다.
돌아보면 한번 결정을 하고 뒤도 안 돌아보고 앞으로만 온 길은 전혀 아니었고, 30년이란 시간 동안 마우스 인프라 연구를 하면서 매일매일 후회와 고민과 만나는 과정의 연속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도 이 길을 계속하게 된 이유는 두려움과 갈등과 어려움이 없어서가 아니라 이걸로 달성될 목표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컸기 때문이에요.
저는 오늘도 학생들한테 얘기해요. ‘항상 가슴 뛰는 일을 해 봐. 그게 잘할 수 있는 방법이야. 왜냐하면 가슴 뛰는 기대감이 있다는 게 중요한데 기대감은 좌절을 극복하는 가장 큰 원동력이야!’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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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제경 서울대학교 교수
국가모델동물연구소 소장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발생 유전학실
서울대학교 생물정보협동과정
학력
90 BS, DVM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95 PhD, 서울대학교 대학원
연구 및 교육 경력
95-96 일본 나고야 대학교 동물 유전제어학실 객원연구원
96-02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조교수
02-25 현재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
19-24 서울대학교 교무/교육부처장, 기획처장, 학장
14-24 국가마우스표현형분석사업단장
24-현재 국가모델동물연구소 소장
학회활동
12-13 한국단백체학회, KHIPO 사무총장
19-22 한국실험동물수의사회, KCLAM 회장
23-24 한국실험동물학회, KALAS 회장
22’ 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 KSMCB 운영위원장
23’ 한국유전체학회, KOGO 운영위원장
26’ 한국생화학회, KSBMB 운영위원장
주요상훈
20 과학기술포상
24 대한민국학술원상 (자연과학-응용)
글: 생물학연구정보센터 박유미